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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레인지

정숙하고 정확하며 뜨거운 사운드

- Bel Canto e.One C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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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채운 앰프의 시대

▲ CNC가공 중인 ACI600의 알루미늄 케이스.

70년대말 이래 하이엔드 앰프의 미덕이란 마치 속이 꽉찬 배추처럼 ‘실한’ 모습으로 대별되어 왔다. 그래서 한 세대가 다 가도록 이런 내부 디자인에 대한 고전적인 스테레오타입은 그 소리의 품질마저 보장하는 위대한 플라시보가 되어왔다. 예컨대 우리가 처음 접한 하이엔드 앰프의 모습은 이러했다. 무게도 무겁거니와 기골이 장대하고 좌우로는 푸짐한 방열핀이 날개처럼 도열해 있고, 뭔지는 모르지만 빨갛고 파랗고 노란 크고 작은 수많은 부품들이 케이블로 연결되어 손 하나가 들어갈 틈 없이 빼곡이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으로 물량공세를 펼쳤다. 마치 그 부품들이 모여져서 음의 입자 하나하나를 만들어 소리를 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내부가 조금이라도 허전한 제품은 사운드적으로 결핍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 모습을 동반한 소리 또한 감상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판매에도 영향이 있었던 건, 소신껏 잘 듣고 있는 사용자를 동료 오디오파일들이 가만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깡통 앰프니, (제품 레이아웃처럼) 소리가 비어있다느니 이런 해괴한 소리에 사용자들은 잠도 오지 않고 위축되어 가던 어느날 결국 속이 꽉찬 앰프로 슬그머니 교체를 하곤 했다. 내가 듣자고 산 오디오도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마음이 편하고 좋게 들린다는 교훈도 얻어가면서 말이다. 이런 속이 가득 찬 앰프 담론은 스위칭 앰프가 등장하고 나서도 좀처럼 퇴색할 줄 몰랐다. 아마 2019년 현재에도 그런 교리를 신봉하는 오디오파일들이 꽤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맞고 다른 쪽은 틀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반드시 속이 가득 찬 게 앰프의 필요충분조건인 사용자는 스스로 인식하고 있든 아니든 서서히 줄어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그리고 벨 칸토의 앰프를 보고 듣는다면 아마 그 전향은 빠른 속도로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벨 칸토 스토리

▲ REF 시리즈 중 하나인 1000 MONOS

대략 2000년대 초반 어느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필자가 처음 마주친 벨 칸토의 제품은 모델명도 기억나지 않는 에보(Evo)시리즈의 한 제품이었는데 벨 칸토가 최초로 제작한 스위칭 증폭 방식의 제품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모르고 들었다. 이 포맷은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벨 칸토의 증폭방식이자 스타일로 자리잡았었는데, 벨 칸토가 오디오파일들과 비로소 가까워진 건 그 이후 REF 시리즈부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벨 칸토는 증폭 모듈의 방식과 공급사에 따라 몇 차례의 변혁을 거쳐왔다고 할 수 있으며 그때마다 보다 완성에 가까운 독자적인 디지털 증폭방식을 구축할 수 있었다.

▲ 제품을 테스트 중인 존 스트론처(John Stronczer)

벨 칸토(Bel Canto)는 이탈리아가 아닌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의 순수 미국 회사이다. 대부분의 제작자들이 그렇듯, 음악애호가로서 라이브 무대의 구현을 꿈꾸었던 제작자 존 스트론처(John Stronczer)가 1991년에 설립했다. 벨 칸토가 처음부터 디지털 앰프를 지향했던 건 아니다.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벨 칸토의 시작은 진공관앰프였다. 94년에 제작된 오르페오(ORFEO) SE2는 아마 지금의 벨 칸토와 같은 회사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방식과 디자인이 완전히 다른 고전 스타일의 진공관앰프였다. 스위칭 증폭 방식의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건 98년부터였고 시제품은 2000년이 되어서야 발매되었다. 이미 스위칭 방식의 선도자가 있던 시장상황에서 보다 우수한 방식을 모색했던 벨 칸토는 트라이패스(Tripath)사의 증폭 모듈을 도입했고 동사의 특허방식에 따라 기존의 클래스 D 증폭 방식과 차별화시켜 ‘클래스 T’ 라고 했다. 이 방식으로 제작된 제품이 에보(eVo) 시리즈였고 그로부터 수년간 벨 칸토 제품들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었다.

▲ 벨칸토의 블랙 라인 중 ASC1 컨트롤러와 MPS1 모노 앰프 시스템

2010년이 되어 벨 칸토는 정평높던 B&O 사의 ICE 모듈로 증폭단을 교체해 서 REF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이때부터 섀시의 사이즈도 컴팩트한 소형 디자인으로 변경되었다. REF 시리즈는 본 C5i 가 속해있는 에볼루션 원(e.One)시리즈의 원류가 되어 향후 벨 칸토의 두 가지 흐름 - 블랙 & 실버 - 의 기초가 되었다.


에볼루션 시리즈와 별도 노선을 채택한 블랙 시리즈는 원래의 벨 칸토 앰프 스펙에서 슬림하게 높이를 낮춘 포맷을 갖추었는데 증폭단을 하이펙스(Hypex)사의 N코어(NCore) 클래스 D 모듈로 교체해서 에볼루션보다 상위의 라인업으로 개발했다. 이렇게 제작된 제품이 MPS1이며 2015년 스테레오파일 올해의 제품 등 여러 전문매체에서 수상을 하며 화려한 스폿라잇을 받은 바 있다. 


그 사이에 에볼루션 시리즈의 ICE 모듈은 특주품으로 3세대에 걸쳐 지속 발전시켜왔으며 작은 사이즈와 그리 높지 않은 가격으로 CD트랜스포트, DAC, 스트리머, 프리-파워-인티 앰프 등에 걸쳐 동일한 사이즈의 섀시로 제작해서 벨 칸토의 오소독스한 사운드를 대표하는 풀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e.One C5i

▲ Bel Canto e.One C5i

에볼루션 시리즈 유일의 인티앰프이자 이 시리즈를 대표하는 C5i 를 보고있으면 가장 치열하고 첨예하게 디지털 증폭의 세계를 구축해온 벨 칸토 30년 역사의 집적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얼핏 스캔해 보아도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안팎으로 꽤나 투철한 멘탈을 투영시켜 제작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본 제품은 2008년 제품이었던 S300iu를 원형으로 하고있어 보인다. 외형은 거의 동일하지만 스펙상의 편차 및 출시 시점에 따른 인터페이스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뒷 패널의 디자인은 매우 다른 레이아웃을 하고 있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출력을 줄이고 DAC와 증폭모듈이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디지털 입력이 확장되었다.

우선, 자사에서 소개한 자료를 보면 이 회사가 히스테릭할 정도로 저 노이즈에 신경을 곤두세워(20년 연구의 소산) 왔음을 알 수 있다. C5i 또한 벨 칸토 제품의 제작컨셉에 따라 고유의 고해상도 설계체계인 HDR(High Dynamic Resolution) 코어가 제품의 입구부터 출구까지 연계되도록 제작되었다. HDR은 크게 3가지 섹션 - 초 저노이즈 마스터클록, 뛰어난 비동기식 인터페이스, 듀얼 모드 저노이즈 고효율 파워서플라이 - 으로 구성된다.

▲ ICEPower 모듈 중 하나인 250ASP 파워앰프 모듈

이제 에볼루션 시리즈의 심장으로 자리잡은 뱅 앤 올룹슨의 ‘ Bang and Olufsen ICEpower ’ 모듈은 3세대 버전의 특주품을 사용하고 있다. 전원부와 출력단 모두 벨 칸토에서 별도 의뢰한 변형 특주품을 사용해서 벨 칸토 고유의 사운드를 얻어낼 수 있었다. 알려진 바, 본 ICE 모듈을 사용하는 앰프 브랜드들이 꽤 많은데 그 이유로서 고효율과 스피커 드라이브, 특히 저임피던스에서의 안정적인 구동에서 현재 가장 탁월한 컴포넌트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각 사에서 어떻게 고유의 앰프회로에 맞게 설계하고 변형을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왔었다. 각 사 고유의 사운드로 정착하기도 했지만, 원하지 않는 결과물로 인해 의외로 먼 길을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DAC는 이전 버전까지 사용하던 버 브라운사의 제품에서 울프슨(Wolfson)사의 마이크로 버전으로 교체되었다. 5Ci는 최대 24/192 해상도로 입력신호를 프로세싱해서 프리앰프단을 거치지 않고 DAC가 출력단에 직결된다. DAC칩의 변경은 사운드 품질이나 음색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대부분의 오디오파일은 알고 있을 것이며, 특히 상기 두 제품간의 차이 또한 비교적 잘 알려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동일한 해상도 등급의 제품이라면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아 가장 음색적 편차가 적은 두 브랜드라고 생각된다.


참고로, 이더넷을 비롯해서 USB, S/PDIF 입력에 사용된 벨 칸토 고유의 비동기식 전송기술은 소스로부터의 클록을 제거해서 독립되어 작동하는 초 저노이즈(ULN) 마스터클록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의 마스터클록의 효과는 레코딩시의 미세한 신호손실을 일으키는 시간에러를 제거해서 입력신호에 새로 정교하게 시간입력을 하게된다. 프리 러닝 ULN 마스터클록이라 칭하는 본 벨 칸토의 고정밀 크리스탈 오실레이터는 일반 클록보다 최대 1000배 더 낮은 펨토세컨드 단위에서 측정되는 극저위상 노이즈까지 측정가능하며, 이로 인해서 원본 녹음에 담겨 있는 정보를 거의 손실없이 정확하게 얻어낼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보기에도 야무져 보이는 C5i의 섀시는 고순도 알루미늄으로 제작해서 견고하기도 하거니와 고급스러워 보인다. 누구 말대로 딱 두꺼운 단행본 정도의 사이즈다. 작은 사이즈이지만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세밀한 구조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단의 좌우끝은 곡면으로 라운드처리를 했고 바닥쪽은 직선이다. 섀시 자체가 두터운 건 내외부 사이의 물리적 노이즈 차단의 효과를 위해서이다. 바닥에 있는 인슐레이터 또한 방진차원에서 폴리머 소재로 제작했다.

전면 패널은 아주 심플한데, 역시 기능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뛰어난 디자인과 마감이 발휘되어 있다. 좌우 끝을 곡면처리했고 상단으로 올라가면서 좁아지도록 디자인되어있어서 화려한 디자인의 미니어춰 느낌을 준다. 구성 또한 그 공간에 맞게 필요 이상을 투입하고 배정하지 않았다. 패널의 중앙에 육상경기 트랙처럼 좌우끝을 반원형 처리한 구간을 두어 오른쪽 끝은 볼륨노브와 맞닿게 했다. 좌측엔 헤드폰 입력이 있고 중앙에 녹색 4 digit 디스플레이 창을 두었다. 리모콘이 별도로 있지만, 이 유일한 노브로 볼륨조절과 입력 선택 등 전 기능이 콘트롤된다는 의미이다. 순간 빠른 속도로 돌리거나 누르면 뮤트가 되도록 한 센스도 돋보인다. 본 볼륨은 24비트 해상도의 풀 디지털로 작동한다. 헤드폰 앰프를 별도편성한 점도 트렌드를 잘 읽어내고 반영한 부분으로 보인다.


스펙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내용들은 중언을 생략하겠지만, 필자의 관심을 끈 건 디지털 출력단으로 60와트의 출력을 둔 점이다. 참고로 본 제품의 이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300iu는 150와트였다. 스피커 선택과 드라이브에 문제가 없다면, 그리고 시청공간이 지나치게 넓은 곳이 아니라면 음악적 뉘앙스와 미학적 표현은 출력이 그리 높지 않은 채로 완성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솔리드 스테이트 기준으로 60와트 출력의 앰프들에서 명기들이 많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수긍이 빠를 것이다.

뒷 패널을 보면 레이아웃이 300iu와는 많이 다르게, 주로 고급화되고 디지털 입력이 확장되어 변경되어 있는데, 특히 눈에 뜨이는 것은 스피커 터미널 단자가 WBT의 넥스젠을 장착한 점이다. 제품의 가치도 높아 보이고 어떤 스피커 케이블이든 바로 연결하고 싶어지게 하는 모습이다. 제품의 무게가 6.5킬로그램 - 이런 작은 사이즈의 제품에서 종종 굵고 뻣뻣한 케이블을 연결하면 제품이 기울거나 전원케이블의 경우 소켓이 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벨 칸토는 어거노믹스 차원에서도 경험이 많은 브랜드로 보인다. 유난스러운 경우가 아니라면 그런 문제들을 고민할 일은 없어 보이니까.


라인아웃 단자로 동사 혹은 타사의 파워앰프로 출력이 가능하며, 두 개의 아날로그 입력 중의 하나는 포노단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기본적으로 멀티용도를 지향해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 본 제품의 음질은 어떠할까?


리스닝

제작자인 존 스트론처에 따르면 단순회로가 그렇지 않은 구성보다 우월하며 그 결과는 빠르고 달콤하다고 했는데, 본 제품을 듣는 동안 그 얘기는 오래지 않아 공감하게 된다. 처음부터 쉽게 어필하는 사운드 품질을 느낄 수 있었다. 친절하게도 벨 칸토의 제품은 100시간의 시청 후에 안정화가 시작된다는 안내가 있는데, 잠시 생각해보면 사실 이 시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신제품인 경우는 지속적으로 전원과 신호입력을 통해 연주를 하는 사용요령이 필요해 보인다.


시청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살펴본, 그래서 만족스러웠던 점은 소스 신호가 들어오지 않은 무음 상태에서도 매우 정숙하다는 점이다. 전원부의 용량이 크거나 고급의 제품이라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앰프의 고질적인 난제 중의 하나이고 여러 제품을 들어오던 중에 언젠가부터는 그런 크고 작은 히스나 노이즈를 포기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알고 있지만, 오랜만에 거의 무음 상태의 제품을 마주치게 되어 시청을 하기에 앞서 높은 신뢰감이 가기 시작했다. 전술했듯이, 벨 칸토가 사운을 걸고 완성시킨 장기 중의 하나이다. 


사운드의 품질과 스타일 또한 만인취향에 가까웠다. 울프슨 DAC가 직접 출력단을 드라이브하는 사운드 스타일은 선입관 속의 스위칭 방식 제품들은 아니었다. 처음 느껴지는 C5i의 소리는 넉넉하고 여유있으며 파워풀했다. 이 앰프를 통해 나타나는 대부분의 현상이 제품의 사이즈나 방식으로 추측했던 것과는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여기에 더해서 하이엔드 앰프들의 덕목들인 생생하고 사실적인 묘사력이 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면서 사운드의 전반을 구성하고 있었다.

Halsey - Without Me

무엇보다 C5i의 캐릭터는 시선을 잘 끈다는 점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악기간 장면간 컨트라스트가 분명해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잘 연출한다는 점이 그렇다. 할시의 ‘Without Me’ 도입부는 곡에 쉽게 몰입하게 하는 매력을 선사한다. 까만 배경 위에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색채감과 전후간 배경이 모두 뚜렷하게 구분되어 시야가 선명하다는 느낌을 준다. 보컬과 베이스 비트가 동시에 등장해도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되며 열기를 고조시켜간다. 보컬이 새로운 레이어가 되어 떠오르는 건 그루브 끝에 딕션을 단정하게 맺는 이 곡의 특징을 단정하고 선명하게 마감되고 있으며 비트 임팩트 순간의 쾌감이 좋고 강렬하다.

BTS - 작은 것들을 위한 시 (Feat. Halsey)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또한 매우 좋았던 건 보컬의 다이나믹스가 드라마틱하게 표현되어 좋다. 각이 진 곳과 그루브를 타는 부분이 잘 대비되어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보컬 음색의 컨트라스트가 좋으며 딕션이 선명하게 맺고 끊어져서 명쾌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듣기에 좋았다. 선명한 배경묘사를 기반으로 보컬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장면들이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준다. 음의 곡면이 많은 이 곡을 경직되거나 건조한 부분이 없이 매끈하고 유연하게 흘러서 좋았다.

Jonas Brothers - Sucker

한편, 짧고 빠른 비트의 곡들에서도 절도있는 쾌감이 좋았다. 조나스 브라더스의 ‘Sucker’는 깨끗한 배경위에 보컬이 선명하게 잘 떠오르며 전후간 거리가 잘 잡혀서 입체감있게 무대가 잘 떠오른다. 훅이 강하지 않은 채로 비트가 절도있고 분명해서 신명나는 이 곡의 분위기를 잘 연출해주는데, 에너지가 과도하지 않은 이 곡의 비트에서 다이나믹스가 애매해질 수가 있는데 C5i의 드라이브는 뭐랄까… 푸쉬업을 하면서 팔을 어중간하게 굽힌 채로 다시 내려가지 않고 반듯이 풀 스트레치로 뻗고 나서 다시 하강하는 그런 절도가 있다.

Drake - One Dance (Feat. Wizkid & Kyla)

여기서 스트록을 늘려 왕복구간과 에너지를 조금 늘려보면 여유있게 스윙을 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그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드레이크의 ‘One Dance’는 비트가 선명해지고 좀더 근육이 늘어난 채로 매우 적절한 타격의 쾌감이 있다. 파워풀하다라고 할만큼 과도하게 강력하지 않다는 게 C5i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원본의 정보 만큼을 잃지 않으면서 소스에서 표현하려는 모두를 얻으려는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뛰어난 해상도로 음원속에 있는 모든 정보들이 잘 드러난다.

Diana Krall - How Insensitive

이어서 다이아나 크롤의 ‘How Insensitive’를 들어보면 C5i가 얼마나 음원에 충실한 앰프인지를 잘 확인할 수 있다. 빠르고 반복적인 비트를 처리하건 유연하고 연속음으로 그루브를 타는 소위 콤플라이언스가 좋은 곡을 연주하건 C5i는 음원 속 정보를 그대로 반영시킬 뿐이었다. 흑백의 강한 콘트라스트를 드리우며 블루지하고 나른한 이 곡에 푹 젖어들어가게 해준다. 전망도 좋게 묘사된다. 깔끔히 정리된 적막하고 검은 배경 위에 보컬 이미징도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잘 묘사한다. 전체 공간 묘사도 좋은 편이고 그때마다 색채감의 컨트라스트가 잘 연출돼서 좋다. 과도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연주를 들려준다.

Anne Sophie Mutter - Saint-Saëns: Introduction et Rondo capriccioso, Op. 28

장르와 악기편성이 바뀌어도 이 원본 정신은 흐트러지는 일이 없다. 무터가 연주하는 생상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는 비온 뒤 아스팔트 같은 말끔한 콘트라스트 속에 드라마틱한 연주를 펼쳐나가서 쉽게 격조높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트록이 빨라져도 유연함을 잃지 않고 건조해져서 앙칼진 소리를 내거나 거친 질감이 되지 않는다. 짧은 투티시에도 모호해지는 일이 없이 또렷하게 해상도를 유지한다. 다이나믹스가 구체적이고 자주 이동하는 템포에서도 정확하다는 느낌을 준다.

시청 스피커를 좀더 크고 대역이 넓은 제품으로 변경하면 좀더 포괄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이브가 거의 능수능란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스피커의 사이즈가 작거나 하다고 해서 오버스펙이 되어 스피커를 압도한다거나 과도해지는 경우는 없었다. 특히 저임피던스 드라이브가 장점이 될 본 제품에서는 추후에 그런 기회를 마련해보는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디지털에 대한 개념 환기

여담이지만, 미국의 모 평론가가 레가의 P3와 순정톤암인 RB330과의 관계를 평하기를 ‘소(小)를 위해 이렇게 대(大)를 투입한 적이 있었는가?’라고 했었다. 순 아날로그 기기에 대한 이 얘기가 생각나서 필자는 벨 칸토의 C5i를 이렇게 말하고 싶어졌다. ‘이렇게 소(少)를 가지고 그렇게 대(大)를 만들어 낸 적이 있는가?’ 물론 물리적인 사이즈만을 놓고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의미이지만 벨 칸토 C5i 내부를 보면 개념의 전환까지도 시사해준다. 육면체의 상자라고 해서 꼭 내부를 가득 채워야 한다는 강박은 어디서 나온걸까? 싶어질 것이다.


C5i로 시청하는 곡이 늘어갈 수록 소위 점입가경 - 이 앰프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스위칭 방식의 앰프들은 많은 발전을 해왔으나 여전히 호기심 수준을 넘어선 완벽한 제품을 마주치기가 흔치 않았던 건 고가의 제품에서만 비로소 가능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입력부터 출력에 이르기까지 각 입력소스간의 일체화 작업 - 특히 디지털 입력과 아날로그 입력 - 이 위화감없이 달성되기에는 가격적 한계가 뚜렷한 선으로 그어져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전에 MPS1을 시청하면서 새롭게 느낀 벨 칸토의 미덕 - 감성적이면서도 정확한 - 이 다시 기억속에서 소환되었다. C5i를 약 20대 정도 살 수 있는 가격의 제품이며, 물론 이 둘을 맞대응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지만 사운드 스타일이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는 일체감이 느껴진다. 북쉘프 스피커는 물론, 대구경 우퍼를 잘 쥐고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하고 정숙하며 시청자를 음악 자체에 몰입시켜 뜨겁게 만드는 감성을 지닌 제품이다. 가격만으로 보아서는 어느 오디오파일에게는 서브용 시스템으로 구상해보기에도 좋을 듯 하다. 사이즈가 작아서 배치공간의 선택폭이 매우 넓을 것으로 보인다. 실버와 블랙 두 가지 옵션이 있어서 취향이나 공간에 맞게 선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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