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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의 미덕

조회수 2019. 9. 20. 15: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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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yne Audio Max Maud 마케팅 매니저 인터뷰

얼마 전에 끝난 홍콩오디오쇼에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독일인을 만났다. 수많은 브랜드를 섭렵하면서 다양한 나라를 상대로 세일즈를 한 베테랑이다. 함께 커피를 마시던 중,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스피커 회사가 몇 개나 되는지 한번 알아 맞춰보라고 했다. 글쎄, 한 500개? 놀랍게도 미국 브랜드만 800개가 넘는다고 했다. 만일 전세계를 상대로 한다면, 2천개는 훌쩍 넘지 않을까?


왜 이렇게 많은 스피커 회사가 있을까? 아무래도 제작이 용이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드라이버를 사다가 박스에 넣고, 크로스오버를 설치하면 끝. 가이드 북같은 것을 보고 크로스오버 테크닉을 좀 배우면 누구나 스피커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려면 결코 쉽지 않다. 오디오 컴포넌트 중 가장 어려운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튼 이런 거친 판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신생 브랜드가 있다. 사실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회사 자체의 역사는 일천하다. 2017년에 출범했으니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미 무려 52개국에 당당하게 수출하는 메이커가 되었으니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대체 파인 오디오(Fyne Audio)라 불리는 이 신데렐라의 정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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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홍콩 오디오 쇼에서 인터뷰 기회를 갖게 되어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다.

오랜 기간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 맥스 모드(Max Maud)씨를 모시고, 파인 오디오의 전반적인 내용을 점검해봤다.

참고로 모드씨의 영문 이니셜인 MM으로 표기하겠다. 인터뷰이는 편의상 Lee로 표기하겠다.



▲ 파인오디오의 전무이사 Andrzej Sosna(좌) 와 마케팅 및 영업 관리자 Max Maud(우)

Lee. 반갑습니다. 요즘 파인 오디오의 기세가 무시무시합니다. 홍콩에서도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더군요. 우선 왜 파인 오디오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그 부분부터 설명해주시죠.

MM : 저희 회사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에 소재하고 있는데, 인근에 로크 파인(Loch Fyne)이란 곳이 있습니다. 여기서 로크는 스코틀랜드 어로 호수(lake)란 뜻입니다. 즉, 파인 호수라는 지명에서 브랜드 명을 착안한 것이죠. 또 하나는 영어로 파인(Fine)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어감이 좋지 않습니까?

Lee. 말 그대로 좋은 오디오, 좋은 스피커라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그렇다면 회사 로고도 이와 관련되어 있습니까?


MM : 맞습니다. 로고를 잘못 이해하면, 에프(F)를 옆으로 누인 것같이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이것은 산을 표현한 것이고, 바닥에 있는 일직선은 호수를 뜻합니다. 즉, 스코틀랜드의 수려한 산세와 호수를 이미지화한 것이죠.

Lee. 파인 오디오가 런칭된 것은 언제인가요?

MM : 2017년입니다. 회사로만 보면 아직 일천하죠. 하지만 참여한 분들의 면면을 보면 어지간한 노포 못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저희는 스코틀랜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총 다섯 명이 합심해서 똑같은 투자와 지분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저를 비롯해서, 메인 디자이너인 닥터 폴 밀스, 생산 책입자인 스튜어트, 총무쪽의 가브리엘 그리고 대표인 안제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분들의 오디오 업계 경력을 다 합치면 무려 200년이 넘습니다. 아마 사상 최강의 신생 스피커 업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Lee. 빠른 시일 내에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군요. 그럼 메인 디자이너인 폴 밀스 씨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MM : 폴 밀스 씨는 참으로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분입니다. 1980년대 이전엔 앰프쪽을 비롯한 일렉트로닉스 계통의 엔지니어였지만, 그 후 스피커쪽으로 천착했습니다. 이후 탄노이에서 헤드 디자이너로 30년이 넘게 활동했죠.

Lee. 그렇군요. 우리가 동축형이라 부르는 독특한 드라이버는 탄노이의 아이덴티티인데, 파인 오디오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술적인 연관성이 있겠군요.

MM : 사실 동축형 드라이버는 1947년에 탄노이가 처음 시장에 내놓지만, 그 외에도 많은 메이커들이 도입하고 있습니다. 저 옛날 알텍부터 KEF의 유니 Q 드라이버라던가,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상급 모델 등을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죠. 우리는 그 드라이버를 도입하면서 자체적인 기술을 더했습니다. 유니플레어(UniFlare)와 같은 기술이 그것이죠. 이것은 시간축 일치와 관련된 것으로, 고음과 중저음이 정확한 시간축을 갖고 어우러지게 만들었습니다. 일종의 밸런스를 구축한 것이죠.

Lee. 중저역에 사용된 진동판은 어떤 것인가요?


MM : 기본적으로 복합 소재의 페이퍼 콘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멀티 파이버 페이퍼 콘”이라 부릅니다. 물론 시리즈에 따라 복합 물질의 양상은 조금씩 다릅니다. 한편 고역에 쓰인 혼은 티타늄이나 마그네슘이 쓰였습니다. 역시 제품에 따라 사용하는 소재가 달라집니다. 당연히 네오디뮴 혹은 페라이트 자석을 제품에 맞게 선택해서 붙이고요. 물론 모든 드라이버는 다 저희 공장에서 생산합니다. 여러 회사에서 드라이버를 팔지 않겠냐고 문의하지만 저희는 전혀 팔 생각이 없답니다.

Lee. 제품군을 보면 몇 가지 시리즈가 있던데 간단하게 소개해주실까요?


▲ 파인오디오의 전무이사 Andrzej Sosna(좌) 와 마케팅 및 영업 관리자 Max Maud(우)

MM : 플래그쉽 시리즈로 F1이 있고, 그 밑으로 F700, F500, F300 시리즈 등이 따릅니다. 이중에서 F1과 F700 시리즈는 본사에서 만들고, 가격적인 경쟁력을 위해 F500과 F300 시리즈는 중국에서 생산하죠.

Lee. 이런 차별화는 수많은 스피커 메이커들이 도입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파인을 만나려면 엔트리급은 중국에서 OEM으로 만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중국 공장에 가보면 상당한 설비와 기술력이 확보되어 있고요. 그런데 F1 시리즈의 전면 하단에 보면 두 개의 노브가 보이더군요. 각각 무슨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주시죠.

MM :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고역의 조정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일단 상단의 노브는 고역의 에너지를 컨트롤합니다. 반면 하단의 노브는 프레즌스(presence)와 연결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예를 들어 밴드를 뒤에 두고 보컬이 노래한다고 칩시다. 여기서 보컬에 포커스가 정확히 맞춰진 가운데, 밴드와 일정 거리를 두는, 이른바 정위감이 잘 살아야 합니다. 바로 이 부분을 컨트롤하는 것이죠. 카메라로 치면 렌즈를 조절해서 포커스를 맞추는 작업과도 같습니다.

Lee. 베이스트랙스(BassTrax)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합니다.


▲ Fyne Audio 에 적용된 Basstrax 렌더링 모습

MM : 많은 스피커들이 전면 혹은 후면에 덕트를 설치합니다. 이 경우, 덕트에서 나온 음의 에너지가 벽이나 바닥을 때려서 간섭을 일으키죠. 이런 바운더리 이펙트를 피하기 위해 저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입니다. 간단히 말에 덕트를 스피커 하단에 설치하되, 360도 사방으로 자연스럽게 방사하는 구조를 취한 것입니다. 이러면 덕트에서 빠지는 에너지가 재생음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죠. 또한 청취 공간의 간섭도 최대한 피할 수 있고요.

Lee. 그래서 바닥에 독특한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군요.


MM : 그렇죠. 다이렉트로 바닥을 때리지 않고, 일종의 디퓨저와 부딪힌 후 사방으로 방사되는 것이죠. 이를 위해 트윈 캐버티 튜닝이라는 기술도 도입되었습니다. 인클로저 내부를 세로로 두 개로 나눠서 그 중간에 덕트를 설치합니다. 그럼 양쪽 에너지가 균등하게 덕트로 빠져나가는 것이죠.

Lee. 파인 플루트 루버(Fyne Flute Rubber)라는 기술도 있더군요.


MM : 이것은 서라운드에 관련된 것으로, 쉽게 말해 진동판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사방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온전히 앞으로만 뻗어가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진동판 주변에 일종의 벽을 만들어 에너지의 유출을 막은 것이죠.

Lee. 현재 몇 명의 인원이 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MM : 총 14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중에 절반 정도가 생산쪽에 관여한다고 보면 됩니다. 인원이 많지는 않지만, 무척 효율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어떤 주문이 오던 납기일에 맞추고 있답니다.

Lee. 앞으로 어떤 제품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 파인오디오의 전무이사 Andrzej Sosna(좌) 와 마케팅 및 영업 관리자 Max Maud(우)

MM : 이번 홍콩오디오쇼에선 세 개의 제품이 새로 선을 보였습니다. 우선 맨 위의 F1 시리즈를 보면, 10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10과 12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12가 있는데, 이번에 그 하위 모델들이 나왔습니다. 각각 5인치 및 8인치 구경을 장착한 북셀프 타입들이죠. 즉, F1.5와 F1.8이 되겠죠. 보시면 알겠지만 공간의 제약으로 대형 스피커를 들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아주 반응이 좋습니다. 한편 F700 시리즈에서도 703이 나왔습니다. 기존의 702보다 더 큰 사이즈의 제품입니다. 이로써 701, 702, 703 등이 라인업되었는데, 향후 700과 704를 더해 총 다섯 개의 레퍼토리를 갖추려고 합니다.

Lee. 보다 풍부한 선택지가 놓여지게 되겠군요.


▲ 파인오디오의 공장에서 제작중인 스피커. 향후 F1.5, F1.8, 그리고 F502SP 등 다양한 라인업이 추가될 예정이다)

MM : 한편 F500 시리즈와 F700 시리즈의 가격적인 간극이 큰 관계로, 중간에 뭔가 브리지가 되는 제품을 하나 기획하고 있습니다. 즉, 인클로저는 502지만, 그 안에 담는 드라이버와 크로스오버, 디퓨저 등은 702에서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바로 F502SP입니다. 여기서 SP는 “Special Product”의 약자입니다.

Lee. 사실 사이즈 면에서 F502가 우리의 일반적인 오디오파일에게 어필할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SP 버전까지 나오면 여러모로 많은 관심을 끌 것같습니다.

▲ 마케팅 및 영업 관리자 Max Maud

MM :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지만, 현재 저희가 구상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워낙 베테랑들이 모인 관계로,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실현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들지 않죠. 일례로 현재 매립형 스피커도 구상중에 있습니다. 벽이나 천장에 매립하는 형태죠. 한편으로 스튜디오 장비쪽을 보고 있기도 하고요.

Lee. 파인(Fyne)이라는 브랜드 명도 참 이해하기 쉽고, 뜻도 좋은 것 같더군요.

MM : 세계 유명 브랜드 중에 4개의 철자로 이뤄진 메이커가 많습니다. 소니(Sony)라던가 쿼드(Quad), 나이키(Nike), 엘락(Elac) 등이 그렇죠. 쉽게 각인이 되거든요.

Lee. 그렇군요. 아무튼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MM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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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이 이종학 리뷰어(좌) 와 마케팅 및 영업 관리자 Max Maud(우)

P.S.) 인터뷰 중에 맥스 모드씨는 파인 오디오가 가진 절묘한 포지션에 대해 말해줬다. 영국 스피커쪽으로 말하면, 매우 진보적이며 혁신적인 바워스 앤 윌킨스가 있고, 그 반대편으로 전통을 고수하는 탄노이가 있다. 파인은 그 중간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전통적인 사운드나 분위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매우 진일보한 기술도 아울러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파인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온고지신의 미덕이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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