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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 막내가 보여준 텐션과 포텐

조회수 2019. 7. 24. 14: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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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리티오디오 Finn 스피커

리뷰가 어려운 게 기기의 에이징 문제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짐작하시는 대로 리뷰 오디오는 대부분 에이징이 덜 된 상태다. 앰프도 예외는 아니지만 스피커는 에이징이 더욱 문제가 된다. 스피커는 진동판의 정확한 움직임이 처음이자 끝이고, 이를 위해서는 서라운드(엣지)와 안쪽 모터시스템(보이스코일+마그넷)이 확실하게 몸이 풀려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멀티웨이 스피커라면 커패시터와 코일이 들어간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역시 충분히 전기밥을 먹어야 한다.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접한 베리티 오디오(Verity Audio)의 Finn(핀) 스피커는 리뷰 당시 박스에서 뜯은 지 불과 3일밖에 안된 상태였다. 매뉴얼을 보니 에이징을 뜻하는 ‘브레이크 인 타임’(break in time)이 75시간(63%), 400시간(99%)에 달한다. 400시간이라면 매일 2시간씩 들어도 200일이나 걸린다는 얘기다. 1시간씩 들으면 몸이 완전 풀리는데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다. 에이징에 따라 스피커의 음이 확 확 바뀌는 것을 수없이 보아온 필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이번 리뷰가 더욱 조심스럽다. 한마디로 헛다리를 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핀 스피커는 다른 베리티 오디오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후면에 우퍼를 달았다. 

1) 앞쪽에 달린 중고역 유닛의 해상도를 높이는 한편,

2) 우퍼가 전면에 달릴 시 발생하는 중고역 유닛 대비 위상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3) 뒷벽을 활용해 저역 에너지를 보강할 수 있는 설계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뒷벽과의 거리는 다른 스피커보다 훨씬 예민한 사항이 된다. 매뉴얼에는 천장 높이의 0.62배가 적당하다고 돼 있다. 일반적인 2.7m 천고의 경우 뒷벽과 167.4cm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거리다.


에이징, 뒷벽과의 거리, 청취 포인트와의 거리, 그리고 앰프와의 매칭 등 난관은 많았지만 시청을 통해 최소한 핀 스피커의 기본 됨됨이는 파악했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음악신호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스피커, 해상력이 높고 음수가 많은 스피커, 음 자체는 깨끗하고 또렷한 스피커, 각 악기의 이미지가 홀로그래픽하게 등장하는 스피커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무대의 안길이는 깊지 않았고, 음이 유닛에서 아주 예리하게 빠져나오지 않았으며, 앰프와 음악장르를 비교적 많이 가렸다. 


Finn, 기본 팩트 체크

핀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3웨이, 3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형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다. 외관상으로는 베리티 오디오의 상징인 후면 우퍼와 사다리꼴 모양의 인클로저가 단연 눈길을 끈다. 하지만 다른 모델들과는 달리 중고역 유닛 수납부와 저역 유닛 수납부가 디커플러로 분리돼 있지 않다. 원피스 일체형 스피커인 것이다. 베이스 역시 아이솔레이션 베이스 대신 원추형 스파이크만 달렸다. 포트는 후면 아래쪽 싱글 와이어링 바인딩 포스트 위에 있다.

유닛은 1인치 소프트 돔 트위터와 5인치 파이버 펄프 콘 미드가 전면 배플 상단에 달렸고, 6인치 파이버 펄프 콘 우퍼가 후면 중간에 박혀 있다. 주파수응답특성은 35Hz~25kHz(+,-3dB)로 비교적 광대역한 면모를 보이며, 대역 크로스오버는 175(-6dB), 5Hz(-18dB)에서 끊었다. 확실히 5인치 미드레인지가 커버하는 범위가 넓은데 이는 사람 귀가 특히 예민한 핵심중역대(1kHz~4kHz)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고역대를 3차 오더로 가파르게 깎은 것 역시 트위터와 겹치는 영역을 최소화하려는 설계다.


핀은 또한 스펙으로만 보면 울리기 쉬운 스피커다. 공칭 임피던스가 8옴, 감도가 91dB인데다 최저 임피던스도 5옴에 머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이다. 베리티 오디오에서도 100W면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청을 해보니, 에이징 부족을 감안해도 출력이 높은 앰프와 궁합이 잘 맞았다. 출력이 낮은 대신 질감이 좋은 앰프에 물렸더니 금세 음이 펑퍼짐해지고 음상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Finn, 베리티 오디오의 고참 막내

▲ (좌측부터) Finn, Otello, Leonore, Parsifal, Amadis, Sarastro IIS, Lohengrin IIS

핀 스피커는 현행 베리티 오디오의 라인업 중 막내다. 베리티 오디오는 현재 크게 3가지 라인업으로 짜였다. 가장 상위 라인이 최근 선보인 Monsalvat Series(몬살바트 시리즈), 중간이 Sarastro IIS(사라스트로 IIS)와 Lohengrin IIS(로엔그린 IIS)이 포진한 eXR Series(eXR 시리즈), 그리고 Amadis S(아마디스 S), Parsifal Anniversary(파르지팔 애니버서리), Otello(오텔로), Leonore(레오노레), Finn(핀)이 포진한 Main Line(메인 라인)이다.

핀 스피커는 이처럼 막내인 동시에 여러 면에서 메인 라인 상위 모델들과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인클로저가 일체형인 점이 가장 눈에 띄고, 두터운 아이솔레이션 베이스가 장착되지 않았으며, 트위터도 오텔로의 링 트위터, 파르지팔 애니버서리와 아마디스 S의 더블 링 트위터와 달리 소프트 돔을 썼다. 고역이 오텔로와 레오노레, 파르지팔 애니버서리, 아마디스 S의 50kHz에 비해 훨씬 낮은 25kHz에 머무는 이유다.

하지만 핀 스피커는 태어난 지가 제법 오래된 고참이다. 2009년에 레오노레와 함께 출시됐다. 파르지팔 애니버서리의 경우, 오리지널은 베리티 오디오 설립연도인 1995년, 앙코르(Encore) 모델은 1999년, 오베이션(Ovation) 모델은 2009년에 나왔지만 현 버전인 애니버서리(Anniversary) 모델은 2014년에 나왔다. 레오노레 후속 모델인 오텔로는 2017년생이다. 결국 핀 스피커는 막내이지만 현행 라인업 중에서는 최고참이라는 얘기인데, 이는 그동안 이 스피커에 손 볼 곳이 그만큼 없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역시 ‘두 번 재고 한번에 잘라라’(Measure twice, cut once)라는 격언이 잘 어울리는 스피커다.


Finn, 핵심 설계디자인 2가지(후면 우퍼, 사다리꼴 인클로저)

지난 2017년 3월 서울국제오디오쇼를 방문했던 베리티 오디오 설립자이자 현 CEO 브루노 브샤르(Bruno Bouchard)씨는 후면 우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전면 우퍼에서 발생하는 저역의 위상 지연 문제(woofer phase of delay problems)를 해결하기 위해 후면 우퍼를 처음 파르지팔 때부터 채택했다. 스피커 세팅, 그 중에서도 후면 벽과의 거리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결국 저역의 위상 지연 문제를 우퍼를 아예 뒤로 돌림으로써 해결하려 한 것이다. 저역의 에너지는 뒤에서 들어도 거의 똑같기 때문에 우퍼를 후면을 향하게 해놓음으로써, 우퍼가 중고역 정면파와 함께 발생될 때 발생하는 위상 지연 문제를 근본부터 없앤 묘수다. 그러면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소리 출발점(보이스코일)을 일치시키기 위해 배플을 뒤로 경사지게 설계했다. 윌슨오디오 등에서 그렇게나 강조하는 타임 얼라인먼트(time alignment) 설계인 것이다. 


그런데 베리티 오디오는 전면 배플 뿐만 아니라 인클로저의 모든 면을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사다리꼴 모양으로 설계했다. 스피커 윗면도 평평하지가 않고 앞쪽이 높다. 전면 배플은 타임 얼라인먼트 설계, 사다리꼴 모양의 인클로저는 평행으로 마주보는 면을 없애 내부 정재파를 없애기 위한 설계인 것이다. 한편 1인치 MDF 재질의 인클로저는 내부에도 MDF로 브레이싱 처리를 해 진동과 공진 제어에도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시청

시청에는 오렌더의 네트워크 뮤직서버 N100, 누프라임의 Evolution DAC,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인티앰프 CPM 2800MKII를 동원했다. 2800MKII는 8옴에서 120W 출력을 낸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처음부터 시베리아 침엽수림을 닮은 강건한 음이 터져나온다. 그만큼 후면에 달린 6인치 우퍼가 자신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어필한다. 덕분에 중고역대 해상도가 더욱 높아지고 뒷맛이 깔끔해진 인상. 이처럼 음상이 제대로 잡히고 에너지감은 좋지만, 이상할 만큼 사운드스테이지가 넓고 깊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약간의 온기를 띠며 여린 음들을 조용하게 달래는 성숙한 면모가 돋보이면서도 악기들의 앞뒤 레이어감이 약한 것이다. 이는 90% 이상은 에이징이 덜 된 탓, 나머지 10%는 상위 모델에 있는 디커플러 설계의 부재 때문으로 보인다. 오텔로나 레오노레처럼 중고역 상단부와 저역 하단부를 2덩이로 분리한 모델에 비해 원피스 스피커가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러한 대편성곡을 처음부터 들었기 때문일까. 뭔가 많을 것을 보여줄 것 같은 스피커인데 딱 한 자리에 멈춰 좀체 움직이려 하지 않는 모습이다.
Anne Sophie Von Otter ‘Baby Plays Around’(For The Stars)
하지만 이후 다른 장르의 시청곡에서는 핀 스피커가 갑자기 전혀 다른 면모를 보였다. 안네 소피 폰 오터가 부른 ‘Baby Plays Around’에서는 그녀의 숨결이 정말 가까이에서 느껴졌다. 핀은 중고역 해상도가 무척 높은 스피커임이 분명하다. 우퍼가 후면에 있기 때문에 체감상 정숙도도 무척 높으며, 피아노가 아래에, 그녀가 위에 서 있는 모습도 잘 그려진다. 색소폰은 거의 흐느낌 수준으로 들리는 등 저역 표현력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 이어 캣 에드몬슨의 보컬곡 ‘Lucky’를 들어보면 정감과 온기가 서린 음이 푸근하게 재생된다. 진동판이나 인클로저에 일절 메탈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덕이다. 발음도 분명히 들리며, 코러스와의 앞뒤 레이어감도 이 곡에서는 잘 포착된다. 유일한 불만은 음상이 약간 크게 그려진다는 점 정도다.
Carlos Kleiber, Bayerisches Staatsorchester ‘Libiamo Ne’lieti Calici’(La Traviata)
이번 핀 스피커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곡이다. 처음 들려주는 템포감부터 남다르다. 입력신호에 즉각 반응하는 스피커라는 인상. 굼뜬 구석이 전혀 없다. 오케스트라 음들은 바닥에 잘 깔려 있고, 테너와 소프라노는 무대 위에서 전신으로 등장해 마음껏 노래를 한다. 이 곡은 원래 이렇게 재생되어야 하는 것이다. 앞의 보컬 곡에서 음상이 약간 비대했던 것은 스튜디오 녹음시 마이크를 가까이 댄 탓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곡에서는 선명하고 깨끗한 음, 입자고 곱고 빽빽한 음을 만끽했다. 이어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필 연주의 모차르트 레퀴엠 중 ‘Tuba Mirum’에서는 담백하고 기름기 없는 음, 한 치의 뒤틀림이나 색번짐 없이 정확하게 맺히는 음상에 크게 감탄했다. 그새 스피커가 조금씩 몸이 풀린다는 느낌도 받았다.
Marcus Miller ‘Trip Trap’(Laid Black)
확실히 스피커가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는 게인이 높은 팝이나 록 장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훨씬 넓은 대편성곡만 듣고서 에이징이 덜 된 스피커를 판정하는 것은 그래서 오류를 낼 확률이 높다. 마커스 밀러의 강력한 일렉 베이스 연주를 맛볼 수 있는 ‘Trip Trap’에서는 이 스피커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텐션이 충만한 스피커다. 앞뒤 좌우 스테이지도 충분하고, 일렉 베이스 음은 마치 엠보싱 화면처럼 오톨도톨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출중한 리듬감과 강약조절이다. 마지막으로 들은 기타리스트 제시 쿡의 ‘Verigo’에서는 핀 스피커의 포텐이 마음껏 발산됐다. 서슬 퍼렇게 들리는 기타 음은 마치 새벽녘 공기처럼 촉촉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퍼커션의 탄력감도 괜찮았는데 이는 파이버 펄프 콘 미드와 우퍼의 특징일 수도 있다. 실로 3D 화면에서 튀어나온 싱싱하고 건강한 음이었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지금까지 베리티 오디오의 여러 스피커(파르지팔 오베이션, 레오노레, 오텔로)를 들으면서 그 만듦새와 독특한 설계디자인에 감탄했다. 특히 후면 우퍼는 일반 스피커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설계이기에, 처음에는 지레 거부감이 들었지만 접할수록 이점이 많은 설계였다. 푸근하고 온기 있는 재생음인 점도 베리티 오디오 스피커의 특징이다. 이번 막내 핀 스피커는 상위 모델들과 여러 면에서 달랐고 당연히 부족한 모습도 보였지만, 곡에 따라서는 깜짝 놀랄 만큼 텐션과 포텐을 자랑했다. 에이징에 들어간 지 불과 며칠도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완전히 몸이 풀리거나 대출력 진공관 앰프에 물리면 또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그리고 정확히 세팅을 한 후에 들으면 또 얼마나 진보된 사운드를 들려줄지 기대가 큰 스피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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