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파워 컨디셔너, 숫자와 스펙을 제시할 수 있는가 ?

조회수 2019. 6. 24. 14: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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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프라임 Pure AC - 4 Power Supply

무엇이든 바꾸면 바뀐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오디오라는 물건을 꽤나 오랫동안 만져온 마니아들이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스피커, 앰프, 소스기기 등의 메인 컴포넌트외에 이들을 연결하고 받쳐주고 밥을 먹여주는 수 많은 하이파이 종자(squire)들… 액세서리라는 애매한 카테고리로 묶여있는 그들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나 전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참으로 설왕설래도 많고 심지어 다툼과 대립의 시간도 있었던 분야가 바로 하이파이 오디오의 바운더리. 전기나 관련 공학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오디오세상에서 이야기하는 전기 이야기에 혀를 내두르는 경우가 비일 비재 했지 않은가. 세상에, 전원 케이블을 바꾸었더니 소리가 좋아졌다고? 


그런데 이러한 편견(?)에는 솔직히 오디오 브랜드들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싶다. 객관적 테크놀로지를 부여해서 주관적(감성적)음질을 끌어내고자 하는 하이파이 오디오의 이율배반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로지 감성에만 호소하는 기술력 어필이 눈에 거슬리는 경우가 왕왕 있어왔던 것은 사실.


증명 가능한 팩트에의 목마름

엔지니어가 아닌 일반인 고객을 상대로 이해도 못할 전문 용어를 늘어놓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적어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그리고 허무맹랑하지 않은 정도의 근거 정도는 친절하게 제시해 줄 법도 하지 않을까?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 제품들을 만들고 판매하면서 말이다. 특히나 오디오용 전원 제품에 있어서는 이러한 “고음질 간증”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많이 이야기되는 경우가 있어왔다.


필자는 전원 관련 제품, 특히나 전원케이블 류의 헤드 카피 중에서 특히나 이런 문구가 매우 거슬린다.

“전력을 손실 없이 전달하는..”

겨우 6피트 남짓한 전깃줄에서 유의미한 전력 손실이 얼마나 일어날까 싶은, 원리주의자적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카피에서 굳이 팩트만을 언급하란 법은 없지만 이런 애매한 표현자체가, 가뜩이나 애매함이 판치는 오디오용 전원 제품 시장에 득이 될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것. (공공연하게 알려진 파워케이블의 음질변화 변수는 그라운드 패턴이나 도체 지오메트리 구조, 도체 표면처리 기술이나 혹은 진동댐핑의 정도 등이 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 구입하는 제품이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인 것이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팩트, 즉 근거를 제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특히나 오디오 전원장치 분야에서는 어렵기까지 한 일이다. “측정 가능한 음질 향상”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음질향상에 대한 근거를 들이 밀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프라임(Nuprime)에서는 아마도 이 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을 예전부터 이해해왔던 것 같다. 전신 격의 브랜드였던 누포스(NuForce) 시절 때에도 제품의 펙트 체크 및 설명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었고(누포스는 과거 ICBM 미사일용 전원장치 개발업체였다.) 이번에 소개하는 전원 컨디셔너 제품인 Pure AC-4 에 이르러서는 적나라하게 “-20dB 노이즈 저감”이라는 카피를 들고있는 상황이다.


AVR의 전성시대와 쇄락

십 수년 전만 하더라도 두어 브랜드에서 출시됐던 AVR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적이 있었다. 오염된 교류전원을 직류로 바꾸어 정화하고 다시 교류로 재탄생(regeneration)시킨다는 컨셉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마치 발전소에서 바로 전기를 끌어다 쓰는 듯한 (의도된)착각 마저도 들 만하다.


세월이 흘러 최근 오디오 전원장치의 시류는 완전히 바뀌었고, 이른바 패시브 필터 방식의 전원장치가 보다 각광받게 되었다. 다름아닌 AVR류의 전원장치에서 고질적으로 거론되어왔던 다이나믹 특성 저하에 대한 회의감 때문인데, 일정하게(리니어하게)꾸준한 전류를 끌어다 쓰는 일반 가전제품과는 달리, 오디오 앰프 등은 재생하는 음악에 따라 순간적으로 대전류를 소비하는 타이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각종 AVR 제품들.    
십수년전만 해도 이 제품들은 굉장히 선풍적인 인기가 있었다.

전원 공급의 일시적 부재(dip)가 생긴다면 청자 입장에서는 어떤 현상을 느낄 수 있을까? 극단적인 경우에는 출력석에서 디스토션이 생길 가능성도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재생음이 마치 컴프레서를 과도하게 거친 듯 먹먹하고 답답하게 들리게 된다. 음악의 다이나믹스 특성이란, 쉽게 이야기해서 소리가 터져 나올 때는 시원스럽게, 사그러 들 때에는 재빠르고 깔끔하게 빠져나가야 느낄 수 있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을 평탄화 시켜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AVR 전원장치의 음질적 폐해에 해당한다.


오디오 시스템의 다이나믹 특성을 해치지 않고도 만족할만한 필터링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되었고 그만큼 많은 수의 오디오 전원장치 전문 브랜드들이 명멸을 반복해왔다.


전원 노이즈에 예리한 메스를 들이대다.

일단 이번에 소개하는 누프라임 Pure AC-4는 AVR이 아니다.


메인이 되는 필터링 방식은 익히 잘 알려진 DC필터, 즉 AC가 아닌 모든 것은 걸러버리는 아주 적극적인 필터링 방식이다. 물론 이 DC필터 방식 역시 AVR과 마찬가지로 오디오마니아들 사이에서 현재 적극 추천되는 방식이 아니다.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되기 때문인데, AVR과 마찬가지로 다이나믹스를 잡아먹는다는 평이 많다. 


사실 이러한 단점만 없다면 DC필터는 가장 확실한 전원 필터가 될 수 있는데, 누프라임에서는 Pure AC-4개발 에서 근본적이지만 확실한 대안을 발견한 듯싶다.

▲ 누프라임 Pure AC - 4의 내부 구조

일단 DC필터류 회로는 LCR회로(저항, 캐패시터, 코일)를 조합하여 교류 아닌 성분을 걸러내고 드레인 시킨다. 특히 코일의 권선 수, 코일에 사용된 와이어의 단면적 크기 등은 다양한 변수를 야기하며 캐패시터의 용량과 내압도 다양한 변수를 만든다. 이 조합 경우의 수를 일일이 살펴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누프라임은 몇몇 DC필터 회로의 다중 결합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즉, AC외의 노이즈 성분이 인입 전류에 존재한다고 했을 때, 임의의 회로 마진(여유폭)을 상정하여 노이즈 대역폭을 확 깎아버리는 짓을 하지 않고, 몇 단계의 필터링 회로를 거치게 하여 최대한 정밀하게 노이즈 대역만 도려내는 정밀 작업이 가능한 것이다.

Pure AC-4에는 4개의 전원 아울렛 소켓이 있다. 2개는 3~8A 수준의 소전력 기기용, 나머지 2개는 10~15A의 대전력 기기용이다. 소전력, 즉 프리앰프나 디지털 소스기기 등에 사용되는 아울렛과 필터 회로는 총 7차에 걸쳐 이어지는 LC필터 회로가 사용되었다.


대전력을 소모하는 파워앰프용 아울렛과 회로는 이보다 적은 5차 LC필터 회로가 사용되었는데(코일 도체의 굵기는 훨씬 굵다. 아예 1.6mm 두께의 와이어를 사용한다고 명기.), 중요한 것은 대전력/소전력 각각의 회로에 사용된 코일의 권선수, 와이어 굵기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7차, 5차에 걸쳐 나뉘어진 각각의 회로에 사용된 코일도 모두 다른 스펙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각의 그라운드 패턴 역시 발생 가능한 전위차를 고려하여 아이솔레이션 처리된 것도 인상적인 점이다. 누프라임 측에서 매뉴얼과 공식 발표 자료로 공표한 내용에 의하면 Pure AC-4는 노멀 플로우 대비 최대 1천배 수준의 아이솔레이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고 한다. 


보다 정교한 메스는 장기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원하는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법이다.


편의기능 만큼은 다분히 “액티브”

얼핏 누프라임 Pure AC-4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당연히 이 제품이 AVR인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면 별도의 메인 스위치 없이 바로 불이 들어오는데, 전면부에는 현재 전압과 전류 상황, 심지어 소비전력량까지 디지털 숫자로 실시간 표시되기 때문이다. 다른건 몰라도 소비 전력량까지 W로 표기되는 것은 정말 참신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시험 삼아 고출력 히팅 건을 Pure AC-4에 연결하여 작동시켰더니 전력량 숫자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였다.)


철저한 패시브 필터인 Pure AC-4는 적어도 인터페이스 만큼은 기존 AVR보다 편리하게 마련한 것이 참으로 기특하다. 이 제품은 특이하게도 제품 후면에 트리거 인 아웃이 존재한다. 오디오 기기에서 트리거라는 것은 일종의 전원 컨트롤 통합의 개념인데, 하나의 기기에서 전원이 On/Off 되는 신호를 다른 연결된 모든 기기들이 동기화 되어 똑같이 꺼졌다 켜졌다 한다는 뜻이다. Pure AC-4에도 트리거 인/아웃 단자가 있다는 것은 이 제품에 왜 메인 전원 스위치가 없는지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물론 전환 스위치를 통해 이 트리거 모드(누프라임 측에서는 리모트 모드라고 한다.)를 해제할 수도 있다. 전면부의 디스플레이를 온/오프 할 수 있는 토글 스위치도 물론 있다.

Pure AC-4의 모든 아울렛 단자는 후루텍의 FPX급 제품이 사용되었다. 비단 Pure AC-4에서뿐 아니라 모든 전원장치와 케이블에서 커넥터 단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데, 전원 접점부분에서 발생 가능한 EMI 노이즈의 레벨과 심각성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고가의 골드, 로듐 등의 도금처리를 하는 일부 이유도 이에 있으며 저급한 수준의 단자와 오디오 그레이드의 단자와의 격차도 이 접점발생 노이즈 여부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이야기되듯, 단자의 결속체결강도만이 고급단자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누프라임 Pure AC-4의 내부 회로 구조는 복잡하지 않다. 무언가 부품으로 가득 차 있는 풍경을 생각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가 적어도 전원 관련 기술로는 시대를 관통하는 오리지널리티와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하며, 당당하게 계측치를 숫자로 발표하고 자신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회사라는 점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오디오 브랜드에서 이러한 카피를 매거진에 실었다고 치자. 


“본 제품은 고가 하이엔드 수준의 오디오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누프라임에서는 Pure AC-4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in a high-end system where we are optimizing SNR > 90db and less than 0.1% THD+N, this is an area that we should pay attention to.” 


: SN비 90 dB 이상, 그리고 THD 0.1%미만 수준의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보다 신중을 (전원쪽으로)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이엔드의 기준마저 숫자와 스펙으로 정의내리는 행태를 꼭 잘했다 못했다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브랜드가 어느 정도로 펙트와 계측치에 매달리는지에 대한 확신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오디오용 전원장치 분야에서는 이러한 강박관념이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가 있다고 본다.


저/고 출력 인티앰프 류와 모노블록 파워앰프 시스템을 비교청음해 본 결과로는 누프라임의 이러한 “공대감성”이, 아이러니하게도 오디오 사운드의 자연스러움과 재미남(다이나믹스 표현 등)에 크게 일조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색이 변하는 일은 전혀 없다.(일부 전원장치 중에는 심지어 시스템에 착색을 야기하는 제품도 있다. 소리가 확실히 “바뀌긴 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스테이징의 명료함과 스케일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으며 2~300백만원대 이상의 하이엔드 급 전원케이블에서 느낌직한 사운드 톤의 투명함 및 매끄러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펙과 숫자가 좋은 하이파이 사운드의 충분조건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필요 조건으로는 넣어야, 우리가 듣고 즐기는 하이파이 오디오의 가치와 그에 따르는 음질적 개연성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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