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나왔어야 할 특별판

조회수 2019. 6. 14.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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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ra Vivid CDP & Vita 인티앰프 Premium Black Edition

실제로 구매해서 써본 제품이거나 그 후속 모델을 리뷰하게 되면 만감이 교차한다. 필자에게는 오라(Aura) 제품들이 그랬다. 지난 2013년 친한 오디오숍에 놀러 갔다가 오라의 CD플레이어 Vivid(비비드)가 눈에 들어와 그 자리에서 갖고 왔다. 똘똘한 CDP 한 대가 필요했던 터였기 때문이다. 전면의 거울처럼 빛나는 크롬 도금도 멋졌다. 당시 깔맞춤으로 오라의 인티앰프 Vita(비타)를 구매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진공관 인티앰프를 운용하던 터라 그냥 넘어갔던 기억이 새롭다. 어쨌든 이후 CDP도 되고 인티앰프도 되며 DAC까지 되는 오라 Note V2(노트 V2)를 들이기 전까지 오라 비비드로 정말 많은 CD를 듣고 또 들었다.


이처럼 한동안 오라에 푹 빠져 살았던 것은 일단 그 멋진 자태 때문이었다. 크롬 도금 전면 패널과 이에 대비되는 붉은색 도트의 디스플레이, 앙증맞으면서도 통일성이 있었던 작은 버튼과 비교적 큼지막한 노브가 묘한 안정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라 시리즈를 내놓았던 에이프릴 뮤직(April Music)의 스텔로나 엑시무스 라인과 비교하면 디자인적 감수성면에서는 확실히 오라가 우위였다. 소리? 단단하고 담백한 소리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약간 경질의 사운드가 아니었나 싶지만, 가격대와 디자인, 기능성을 감안하면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최근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오라 비비드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비타와 함께였다. 그런데 색감과 마감이 다르다. 크롬은 사라지고 블랙 섀시가 대신했다. 맞다. 지난해 일본에서 먼저 출시돼 화제를 모았던 오라 비타, 비비드의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Premium Black Edition)이었다. 서둘러 CD를 얹고 재생을 해보니 둘의 협공이 기대 이상이었다. 비비드가 이렇게나 묵직하고 밀도 높은 소리를 들려주는 CDP였나 싶었고, 비타는 자신의 클래스AB 75W 출력을 마음껏 즐기는 듯했다. 특히 비타의 경우 동축, 광, USB를 통해 디지털 입력이 가능한 점, MM은 물론 MC 포노입력이 가능한 점이 솔깃했다. 



Aura, 케네스 그란지, 에이프릴 뮤직

▲ Aura VA40 인티앰프

오라는 원래 1989년 설립된 영국 제작사였다. 그 해 처음 블랙 헤어라인의 전면 패널을 갖춘 인티앰프 VA40을 내놓았다. 사진으로 보면 디스플레이만 없을 뿐, 슬림한 섀시 왼쪽의 헤드폰 출력단자, 오른쪽의 입력선택 및 볼륨 노브 등 현재의 오라 비타와 판박이라 할 정도로 빼닮았다. 포노단을 내장한 것도 동일하다. 어쨌든 오라는 1996년 영국 B&W에 인수됐고 이후부터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케네스 그란지(Kenneth Grange)의 손길이 닿았다. 케네스 그란지는 켄우드 믹서기, 코닥 카메라, 파커 볼펜, 임페리얼 타자기, 영국 고속철도 등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거장이다.

▲ 디자이너 케네스 그랜지

오라는 2006년 B&W에서 매각돼 일본업체 오라 디자인 저팬(Aura Design Japan)으로 부활했고, 비슷한 시기에 대한민국 제작사 에이프릴 뮤직이 일본을 제외한 전세계 배급과 마케팅, 생산권한을 확보했다. 2007년 5월 출시한 올인원 Aura Note(오라 노트)는 에이프릴 뮤직이 케네스 그란지에게 다시 디자인을 의뢰해 탄생했다. 오라 노트는 이후 2009년 4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Aura Note Premier(오라 노트 프리미어), 2014년 2월 스펙이 진일보한 Aura Note V2(오라 노트 V2)로 변신했다. 오라 노트 V2는 그해 세계적인 오디오상인 프랑스 디아파송상을 수상했다.

오리지널 오라 노트는 2년 뒤인 2009년 12월 톱로딩 방식의 CDP Aura Neo(오라 네오)와 75W 출력의 인티앰프 Aura Groove(오라 그루브)로 갈라졌다. 그리고 2012년 3월 슬림 섀시에 트레이(프런트 로딩) 방식의 CDP와 50W 출력의 인티앰프가 나왔으니 그게 바로 오리지널 오라 비비드와 비타였다. 네오와 비비드(CDP), 그루브와 비타(인티앰프) 모두 전면 크롬 마감에 검은색 버튼과 노브를 갖춘 패밀리 룩인데, 이는 오라 노트와 마찬가지로 케네스 그란지가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에는 출력을 150W로 대폭 키운 인티앰프 Aura Spirit(오라 스피릿)이 출시됐다.


Aura Vivid Premium Black Edition

시청기인 오라 비비드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은 지난해 오라 창립 3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먼저 발매된 특별판이다. 이번에도 케네스 그란지가 디자인 작업에 관여했다. 오리지널 비비드와 뭐가 다른가 살펴봤더니, 에디션 이름에 들어간 ‘프리미엄’과 ‘블랙’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우선 ‘블랙’. 개인적으로 예전 오라 비타를 마르고 닳도록 들었을 때 헝겊으로 전면 패널을 수없이 닦아야 했다. 크롬 도금 속성상 지문이 너무나 쉽게 묻었고 달라붙은 집안먼지도 눈에 잘 띄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라 비비드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의 가장 큰 특징은 오라 데뷔작인 V40처럼 블랙 헤어라인 마감으로 복귀한 점이다.

▲ (위) VIVID CD Player , (아래) Vita Integrated Amplifier

구성과 성능은 ‘프리미엄’이다. 일단 후면을 보니 아날로그 출력(RCA, XLR), 디지털 출력(동축, 광)이 있는데, 오리지널 비비드에 있었던 동축과 광 입력단자가 안보인다. 내장 DAC을 활용할 옵션을 막은 것으로 보아 오라 비비드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을 CDP 혹은 CD 트랜스포트로만 사용해달라는 주문이다. 디지털 출력단에 광이 추가된 것도 이 같은 디지털 트랜스포트 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CD메커니즘은 기존 산요(Sanyo)에서 좀더 안정적이고 정확한 도시바(Toshiba) 제품으로 바뀌었다. DAC이 오리지널 비비드와 동일한 시러스 로직(Cirrus Logic)의 CS4398 칩셋을 쓰는데도 실제 시청시 소릿결이 좀더 진중하고 음수가 풍성해진 것은 이 같은 CD메커니즘 업그레이드 및 아날로그 출력단 설계 변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Aura Vita Premium Black Edition

오라 비타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DAC과 MM/MC 포노스테이지, 헤드폰 출력단을 내장한 클래스AB 출력 75W(8옴)의 인티앰프. 때문에 스펙상 ‘프리미엄’ 효과는 CDP 비비드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보다 더 크다. 우선 오리지널 비타에 있던 AM/FM 튜너 기능을 빼버린 대신 출력을 50W에서 75W로 늘렸다. 이에 따라 일본 히타치(Hitachi)의 MOSFET을 기존 싱글 푸쉬풀에서 패러렐 푸쉬풀로 늘렸다. 프리미엄답게 위마(WIMA) 커플링 커패시터, ELNA 정류 커패시터, 문도르프 내부배선재 등 부품들도 고급화됐다. 전원부 핵심인 전원트랜스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토로이달 타입을 썼다.

DAC 파트도 일취월장했다. 오리지널 비타가 PCM2704 칩을 써서 USB 입력시 16비트/48kHz PCM 음원에만 대응했던 것에 비해 비타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은 ESS의 ES9028Q2M 칩을 투입, 24비트/384kHz PCM 음원은 물론 DSD256 음원도 재생할 수 있게 됐다. 오리지널 비타가 USB 입력만 가능했던 것에 비해 블랙 에디션 모델은 광과 동축 입력도 지원한다. 포노스테이지 역시 오리지널 비타는 MM 입력만 가능했지만 블랙 에디션은 MM/MC 모두 지원한다. 후면을 보면 왼쪽부터 포노 입력단자(왼쪽에 MM/MC 선택버튼), RCA 입력 2조, 프리아웃 1조, XLR 입력 1조, 광/동축 입력, USB 입력,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 전원 인렛단 순이다. 무게가 기존 6.4kg에서 9kg으로 늘어난 것도 큰 변화다.


참고로 지난 2017년 출시되자마자 리뷰를 했던 오라 스피릿과 이번 비타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을 비교해봤는데, 일단 출력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오라 스피릿은 히타치 MOSFET을 트리플 패럴렐 푸쉬풀 구동해 비타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의 곱절인 150W(8옴)를 낸다.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하게끔 바인딩 포스트가 채널당 2조씩 마련된 점, AM/FM 튜너를 갖춘 점도 다르다. 무게(13.5kg)도 더 나가고 높이(75mm)도 비타(53mm)보다 더 높다. 하지만, 디지털 볼륨(시러스 로직 CS3310) 방식을 쓴 점은 동일하며, DAC 성능(16비트/48kHz)과 포노단 지원범위(MM)에서는 오라 비타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에 밀린다. 


▲ (위) VIVID CD Player , (아래) Vita Integrated Amplifier

시청

셋업은 무척 간단했다. 오라 비비드, 비타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에 펜오디오의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Sara S를 연결하면 끝이다. 그러나 오라 비타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의 내장 DAC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오렌더의 A100을 동원, USB 케이블로 연결해보기도 했다. 비비드와 비타는 XLR 케이블로 연결했다.

Claudio Abbado,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Tuba Mirum’(Mozart Requiem)
오라 비타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의 내장 DAC 성능을 테스트해보기로 마음 먹은 것은 DAC 스펙이 프리미엄급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오렌더 앱으로 타이달 음원을 재생하니 디스플레이에 ‘PC’라고 뜨면서 기름기가 싹 빠진 음이 나온다. 전형적인 ESS 칩 성향이다. 처음 등장한 바리톤의 위치가 오른쪽 뒤편에 잘 자리잡았고 이어 테너, 메조 소프라노, 소프라노가 차근차근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등장해 매우 만족스럽다. 보푸라기가 일체 없이 힘을 쫙 뺀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이어 닐스 로프그렌의 ‘Keith Don’t Go’를 들어보면 손으로 기타 인클로저를 쳤을 때 너무나 깨끗한 소리가 들려 ‘비타가 이 정도였나’ 싶었다. 하지만 환호하는 관객의 거리가 비교적 가깝게 느껴진 것을 보면 역시 프리, 파워 분리형에는 못 미친다. 어쩔 수 없는 인티앰프의 한계인 것이다.
​Steely Dan ‘Home At Last’(Aja)
확실히 클래식보다는 팝이나 록 장르 곡의 게인이 높다. 볼륨을 40에서 36으로 줄였는데도 음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다. 무대감도 제법이다. 이어진 트랙 ‘Black Cow’는 드럼과 베이스가 묵직하고 무대가 오밀조밀하게 잘 펼쳐져 좋았다. 여성 코러스와의 레이어감도 기대 이상. 혹시나 해서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 보스톤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을 들어봤는데 오라 스피릿을 안들어봤으면 모를까, 필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쉽다. 오케스트라가 약간 미니어처로 그려지고 팀파니의 타격감이 살짝 싱거운 것이다. 스킨에서 마른 먼지가 펄펄 날리도록 팀파니를 때려대는 느낌이 약하다. 같은 곡을 오라 스피릿으로 들었을 때 적어놨던 메모를 보니 ‘강철대오처럼 단단한 저역이 압권이다. 오케스트라의 바디감도 쉽게 구현된다’고 돼 있다. 150W와 75W 출력 차이는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Patricia Barber ‘Regular Pleasure’(Verse)
이번에는 오라 비비드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에 물려 CD를 들었다. 비타 디스플레이에는 ‘BAL’(밸런스 입력)이라고 뜬다. 스트리밍 음원을 USB 입력으로 들었을 때보다 훨씬 음악적이며 오디오적 쾌감이 느껴지는 소리다. 무대 안길이와 악기들의 레이어감도 더 잘 느껴진다. 한마디로 음악정보가 대폭 늘어났다는 인상. 드럼의 양감과 밀도감, 펀치감은 마치 앰프를 다른 것으로 바꾼 것 같다. 보컬의 발음도 똑 부러지는 것이 비로소 스피커가 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다는 느낌도 든다. 이어 첼리스트 슈타커가 연주한 ‘Spanischer Carnival’을 들어보면, 첼로 특유의 까칠한 느낌과 뒤에 깔리는 피아노의 배음이 잘 표현된다. 전체적으로 비타 앰프가 갑자기 똘망똘망해진 느낌. 고운 가루가 잔뜩 묻은 인절미처럼, 재생음의 향긋하고 보드라운 감촉에도 감탄했다.
Ruggiero Ricci, Pierino Gamba, London Symphony Orchestra ‘Sarasate Zigeunerweisen’(Ricci)
첫 음이 나오는 순간 확신했다. 비타는 비비드와 함께 할 때 더욱 빛난다는 것을. 음의 표정 자체가 달라졌고, 표현력이 몇 배는 상승했다. 이 바이올린 협주곡도 무척 격조 있고 풍성하게 재생됐다. 하이엔드 CDP나 인티앰프급 SNR(신호대잡음비)이나 CNC로 밀링한 듯한 매끄러운 음의 표면은 아니지만, 어둠껌껌한 배경과 세세한 디테일은 무척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오케스트라의 중량감 넘치고 힘있는 백업도 CD와 75W 앰프 조합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대단하다. 막판 빠른 템포로 변주한 이후에도 스텝이 결코 엉키지 않는다. 비비드 입장에서는 여러 소리를 제대로 픽업했고, 비타 입장에서는 여러 소리가 들어와도 결코 허둥지둥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오히려 두 기기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재생이었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예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 포스터에 인상적인 카피가 있었다.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번 오라 비비드와 비타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이 그랬다. 인티앰프 비타는 혼자서도 어디에 쉽게 꿇리지 않을 소리와 기능을 갖췄지만, 비타는 CDP 비비드와 함께 할 때 더욱 빛났다. 말 그대로 선명하고(비비드) 힘이 넘치는(비타) 친구들이 됐다. 그 이유를 추론해보면 역시 CDP 혹은 트랜스포트 기능에만 모든 역량을 올인한 비비드 프리미엄 블랙 에디션의 공이 크다. 물론 두 제품간 임피던스 매칭이 확실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케네스 그란지의 탁월한 디자인 감각을 가까이서 맛보고 싶은 애호가들에게 두 조합을 추천한다. ‘친구’의 주인공들처럼 검은색 교복으로 갈아입은 이들의 찰떡 호흡에 깜짝 놀랄것이고, 진작 나왔어야 할 특별판이라 필자의 생각에 공감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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