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소비에트의 영광을 오마주하다

조회수 2019. 6. 4. 14: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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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스쿨 Monitor M2 V2 스피커

세계적인 가구회사인 이케아(IKEA)를 만든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회장의 이케아 설립기를 읽은적이 있다. 이 책에는 그가 어렸을때부터 뛰어난 장사수완으로 이케아를 어떻게 일구게 되었는지에 대해 나와있었는데 이케아를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킨 원동력 중 하나가 이케아 초기 당시 동유럽에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가구를 제작하여 전세계로 수출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이케아는 저렴하면서도 손쉽게 조립할 수 있고, 심플하면서도 생활에 잘 녹아드는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회사 초기에 캄프라드 회장의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동유럽에서 가구를 생산하여 유럽에 공급한다는 뛰어난 판단력으로 유럽 시장에서부터 전 세계로 그 이름을 떨칠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인가 오디오업계에도 이른바 ‘동유럽산’ 오디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유럽은 이른바 아시아 시장의 중국, 베트남처럼 저렴한 노동력과 뛰어난 기술을 가진것을 바탕으로 이전에는 단순히 대형 오디오 브랜드의 생산기지처럼 사용되다가 요즘은 그 기술들을 물려받아 양질의 오디오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번 리뷰에서 살펴 볼 제품 또한 러시아의 바로 옆 동유럽의 발트 3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중 라트비아(Latvia)에서 개발 및 생산하는 프리미엄 스피커 브랜드 올드 스쿨(Old School) Monitor M2 V2 스피커이다.


올드스쿨이 어떤 브랜드인지 검색하다보니 ‘World Audio Distribution’ 이 소유한 ArsLab 오디오 테크놀로지에서 개발된 프리미엄 스피커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World Audio Distribution 은 라트비아에 생산기지를 두고 Penaudio와 Coldray 등 다양한 제품 또한 OEM 으로 생산하는 동유럽의 대형 오디오 제작기지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뿐만 아니라 Monitor M2 V2에 사용된 유닛인 모렐(Morel)과 시어스(Seas)를 러시아 등지에 공급하는 디스트리뷰터로 문도르프(Mundorf)와 듀런트(Duelund), 젠센(Jensen) 등 다양한 오디오 부품들을 공급하고 있어 그만큼 스피커에 대해 잘 알고 개발하는 곳에서 나온 브랜드가 바로 올드스쿨이라는 것이다.


올드스쿨(Old School), 소비에트 스피커의 영광을 그대로 이어가다

올드스쿨의 홈페이지에 가면 다소 업데이트가 안되어있긴 하지만 간략한 라인업을 확인 할 수 있다. 플래그십인 ‘Classic One’ 부터 오늘 소개하는 ‘Monitor M2 V2(아직 홈페이지엔 버전 2는 업데이트 되어있지 않다)’, ‘Monitor M1’ 이 소개되어 있으며, 홈페이지엔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국내에는 리뷰로 ‘LIFE’, ‘My way’ 스피커도 소개되었다.


또한 올드스쿨을 개발한 ArsLab의 홈페이지에 보면 Monitor M2 V2의 모태가 되는 스피커를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Arslab Old School Superb 90’ 스피커로 Monitor M2와 거의 흡사한 형태를 지닌 대형(?) 북쉘프 스피커를 발견할 수 있다. 모렐(Morel) 트위터와 웨이브코르(Wavecor) 미드우퍼 / 우퍼를 사용하고 스피커의 회절을 줄이기 위한 오프셋(Offset) 형태로 Monitor M2 V2와 유사함을 보여주고 있다.

▲ (좌) 라디오 테크니카 (Radiotehnika) S-90, (우) Arslab Old School Superb 90

Arslab Old School Superb 90 스피커에 대해 좀 더 구글링을 하다보면 소비에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라디오테크니카(Radiotehnika)의 S-90 모델을 오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S-90은 공산권 국가답게 수입물품이 철저히 제한되어 있던 소비에트 연방에서 자체 개발되어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고, 이러한 영광을 오마주하여 디자인 및 기능적으로도 트레블과 미드레인지를 조절하는 노브를 전면에 둔 모습까지 영감받아 올드스쿨의 모회사인 Arslab에서는 Old School Superb 90 스피커를 제작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구소련의 오디오마니아라면 향수를 가지고 있는 Radiotehnika S-90을 Arslab Old School Superb 90이 오마주하고 이를 개량하여 오늘날 올드스쿨 Monitor M2 V2에 이르게 되었는데, 쉽게 얘기하면 할아버지는 S-90, 아버지는 Old School Superb 90, 아들은 Monitor M2 V2라고 보면 된다. 2013년부터 Arslab에서 일하면서 Monitor M2 V2를 개발한 빅터 라가르포프(Viktor Lagarpov)는 오랜기간동안 Radiotehnika 공장의 수석 기술자로 일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수순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올드스쿨이라는 브랜드 이름이 가진 유래나 뜻은 나와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단어 그대로는 ‘전통적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소비에트, 구소련의 스피커 역사의 영광을 그대로 이어가 보겠다는 뜻으로 정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올드스쿨(Old School) Monitor M2 V2 본격탐구

Monitor M2 V2 스피커는 두번째 버전답게 인클로저 강성을 높여 앞과 뒷면의 패널을 기존 MDF에서 ‘MDF-Polymer-MDF’의 3중 레이어로 바꾼것으로 사실 실제 외관디자인 상으로 구별하긴 쉽지 않다. 이러한 인클로저 내부에는 사진으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강성이 증가시키는 뼈대들이 있으며, 내부 전체가 역청으로 칠해져있다. 그 결과 스피커가 캐비넷이 매우 단단하고 공진을 제어하도록 설계되었는데, 실제 스피커를 두드려보면 둔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들을 수 있으며 무게도 꽤나 무겁다.


이전 첫번째 버전의 사진과 두번째 버전을 살펴보니 외관상 가장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부분은 트위터 웨이브가드 부분의 나사 숫자가 3개에서 6개, 미드레인지 부분의 나사의 숫자가 4개에서 6개로 바뀐것이다. 나머지 부분은 이전과 동일하게 소비에트의 아이덴티티라도 보여주듯 매트한 붉은 색의 일명 궤짝 스타일의 직사각형으로 디자인했고, 노르웨이 시어스(Seas)의 5인치 콘 드라이버, 웨이브코(Wavecor)의 8인치 밸런스드 드라이브(Balanced Drive) 드라이버를 사용한 3웨이 구성으로 웨이브코는 비파(Vifa), 스캔스픽(Scan Speak), 피어리스(Peerless)의 엔지니어링 전통의 직속 후계자인 앨런 이작센(Allan Isaksen)에 의해 설립된 브랜드이다.

Monitor M2 V2의 유닛 특징 중 하나는 모렐의 실크 돔 트위터는 트위터가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혼타입의 형태로 트위터의 주위에 웨이브가이드를 두어 고역이 쭉쭉 뻗어나갈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미드레인지에 사용된 콘은 넥스텔(Nextel)을 코팅한 페이퍼재질을 사용하였고, 우퍼 콘 재질은 셀룰로오즈와 유리섬유 혼합재를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특히 트위터의 보이스코일에는 헥사테크(Hexatech™)라는 모렐 고유의 기술로 제작되었는데, 벌집 모양의 100% 알루미늄 와이어로 제작된 Hexatech™ 보이스 코일은 코일 권선의 공기 갭을 줄여 효율을 최대 20 %까지 향상시켜, 빠른 과도 응답에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 하나의 채용된 모렐의 기술은 아큐플렉스(ACUFLEX™)인데 일종의 댐핑 컴파운드 기술로 진동판의 공진을 제거한다고 한다. 


전면에 이어 제품의 옆면과 전면 테두리에는 핀란드산 자작나무 합판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펜오디오에 사용된 자작나무와 동일한 것으로 보여지며, 북쉘프치고는 거의 대형에 가까운 폭 270밀리, 높이 530밀리, 안길이 395밀리에 각각 23.1Kg의 묵직한 무게를 보여준다. 제조사에서는 Monitor M2 V2의 받침대로 같은곳에서 제작되는 콜드레이(ColdRay)의 받침대를 추천하고 있다.

이어 후면을 살펴보면 매트한 블랙 색상으로 상단에 두개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있고, 스피커단자는 싱글 와이어링으로 WBT Nextgen 0708CU를 사용했다. 이 두개의 작은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일명 위상 인버터 포트로 어쿠스틱 패널 상부에 위치하며 30Hz 바로 아래에 설치되는데, 이 위상 인버터의 임무는 주파수 응답의 하한을 약간 올리는 것으로 주파수대역은 35Hz~25kHz으로 비교적 넓은 영역대의 준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에 감도는 88dB이 스펙을 보여주고 있으며 권장 앰프 전원은 최대 50W ~ 200W로 제조사에서 추천하고 있다.


청음

올드스쿨 Monitor M2 V2를 구동하기위해 이탈리아 오디오플라이트의 신형 인티앰프인 ‘FL3 S 인티앰프'를 사용했고 누프라임의 Evolution DAC과 오렌더 A100의 뮤직서버 부분만 사용하여 연결했다.

Michael Jackson - Billie Jean
이제는 복고가 되어버린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을 들어보았다. 이 곡은 베이스기타의 루프를 바탕으로 마이클 잭슨의 보컬과 하이로 뻗는 하이햇 사운드, 매트한 드럼 사운드, 배경으로 깔리는 신디사이저의 음장감을 확인해보아야한다.
Moinitor M2 V2의 첫인상은 굉장한 밸런스 가지고 있으면서 균형잡힌 음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계속적으로 최고역을 만들어주는 하이햇 사운드는 모렐의 1.1인치 트위터가 Monitor M2 V2 상당히 잘 튜닝되어 쭉쭉 뻗는 고역을 만들어준다. 스네어 사운드의 어택의 깊이가 다소 매트한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깊다. 곡의 기본을 만드는 베이스기타의 루프는 낮고 높은 화성의 차이에서 나오는 다이나믹의 변화가 크진 않고 바닥까지 쭉 떨어지는 저음까지는 아니지만 안정적이면서도 텐션감 있는 저역을 들려준다.
또한, 중간중간 효과음 처럼 좌,우에서 나오는 색소폰 소리와 신디사이저, 사이드보컬, 일렉기타의 사운드는 상당히 뚜렷한 윤곽을 가지고 원래의 위치에서 나오는데, 이를 통해 이 가격대에서 들어볼 수 없는 선명한 음장감을 선사하고 있다. 이는 물론 누프라임 에볼루션 댁이 만드는 해상도의 영향도 크겠지만 시원하게 중고역대를 만들어주는 모렐과 시어스 유닛과 이를 잘 튜닝한 Monitor M2 V2 를 다시 보게 만든다.
Jacintha - Moon River (Autumn Leaves)
곡의 서두에서 보컬의 녹음마이크의 게인을 많이 올려 화이트 노이즈를 배경으로 깔고 가는 이 음원은 여성보컬의 배음이나, 리버브, 피아노의 높고 낮은음이 난무하며 액센티시모로 나오는 중간 피아노 반주부분이 표현하는 무대 앞뒤 길이 등을 테스트하기 좋은 음원이다.
아주 속삭이듯이 노래하면서도 중간중간 두성으로 뻗는 서두부분은 얼마나 이 부분을 소리의 찌그러짐 없이 표현하는가가 관건인데, Monitor M2 V2의 표현은 생각보다 중립적이다. 따뜻하거나 차가운 특정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타입이 아닌 모니터스피커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의 중립이다.
이러면서도 중간에 피아노의 높고 낮은 액센티시모의 표현에서 녹음된 공간이 가진 충분한 에어리함을 표현해주고 꽤나 좋은 입자감을 보여주는데, 특히 피아노의 높은음은 무대 뒤쪽으로 낮은음은 무대 앞쪽으로 나와 무대 앞과 뒤의 길이의 차이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중요한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넓은 다이나믹의 변화와 피크가 나올 수 있는 강한 액센트를 동반함에도 볼륨을 줄이지 않고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Marcus Miller - What is Hip? (Marcus)
전설적인 미국의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의 곡이다. 컨템포러리 재즈 형태의 빠른 비트의 곡인 이 음원은 현란한 베이스의 반주속에 색소폰의 멜로디가 나온다. 중저역을 오가는 베이스기타의 텐션감 있게 울려지며 중저역대의 밀도감과 함께 밸런스의 무너짐 없이 뛰어난 아티큘레이션의 표현으로 음악을 타이트하게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표현력은 음악이 가진 본연의 느낌을 충실히 잘 전달하는데, 가감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사운드의 맛으로 음악을 듣는 내내 어떤 것도 넣지 않은 시원한 물 한잔을 먹는 느낌이다. 이러한 가감 없는 사운드는 충분히 음악에 집중해 리듬을 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참으로 깨끗하고 청량하다.
Valery Gergiev - Tchaikovsky Sym. No.5 4th mov. / Sym. No.6 4th mov. / Mahler Sym. No.2 5th track
클래식 대편성에서는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궁금해졌다. 소비에트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스피커인만큼 러시아의 유명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의 버전으로 각 심포니의 마지막 악장을 들어보았다.
이전에도 밝혔지만 가장 많은 악기들이 뒤섞이는 대편성 교향곡에서도 아주 선명하다 못해 예리한 핀포인트로 각 악기들의 음상들이 맺히는데 시청한 공간은 그렇게 크지 않은 풀레인지의 보조청음실 의 크기에서도 좌우앞뒤의 적당한 무대 크기속에 압축된 오케스트라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특히 말러 2번에서는 지휘자를 중심으로 도열한 소프라노와 알토 솔로와 저 뒤에 위치한 합창단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녹음의 잘잘못과 위치감을 잘 드러내야하는 모니터스피커로서의 덕목을 제대로 갖춘것이다. 또한 이러한 덕목에 더해 고중저역 어느 한군데로 치우침 없이 중립적이면서 소리가 밖으로 나오는 이탈감 또한 뛰어나 제품 이름 그대로 ‘Monitor Speaker’ 로서의 역량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Monitor M2 V2의 표현력은 차이코프스키 6번 4악장이나 말러 2번의 극도의 작은 다이나믹스에서 드러났는데, 연주자들의 숨소리나 작은 움직임까지 포착하여 음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는 누프라임 에볼루션 댁과 올드스쿨 Monitor M2 V2와의 매칭이 좋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올드스쿨 Monitor M2 V2 스피커는 본 리뷰에서 밝힌바와 같이 구소련 오디오의 역사를 재현한 유례가 깊은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에 대한 첫인상은 일명 ‘궤짝’ 같은 이미지였으나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시원하고 호방한 성격에 꾸밈없이 말끔한 스타일의 러시아인을 보는 것 같았다. 이 러시아 우등생은 3대째 내려오는 유서 깊은 집안에서 태어난 아들로 이를 듣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가격대와 이런 소리에 미국이나 독일제였으면 벌써 천만원에 육박하는 딱지를 붙혀야 마땅하건만 러시아는 마케팅엔 젬병인지라 그도 어쩔수 없었을터. 밸런스 꽉 잡힌 모니터 성향을 가진 가성비 스피커를 찾는 분들은 꼭 한번 들어보시길 바란다.

■ 글 : 정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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