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칼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조회수 2019. 5. 29. 14: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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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al Kanta No.3 스피커

▲ 오디오갤러리 삼선동 본사에 위치한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

개인적으로 프랑스 포칼(Focal)의 상위 2개 라인의 전 모델을 리뷰했다. 플래그십 유토피아(Utopia) 5개 모델, 차상위 소프라(Sopra) 3개 모델이다. 역시 최고는 거의 충격에 가까운 다이내믹스와 다이내믹 레인지를 선사한 Grande Utopia EM EVO였지만 소프라 3개 모델의 곱고 섬세하며 예쁜 소리도 마음에 들었다. 유토피아 시리즈의 외관 디자인 역시 EVO 모델이 되면서 대폭 고급스러워졌고, 소프라는 2015년 처음 나왔을 때부터 빼어난 자태 그 자체였다.

최근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서열 3위 칸타(Kanta) 라인의 최상위 모델 Kanta No.3를 들었다. 생각보다 무척 컸다. 사진상으로는 지난해 들어본 Kanta No.2와 유닛 배치나 인클로저 디자인에서 큰 차이가 없는 듯했지만, 실물을 보니 거의 다른 라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덩치가 크고 볼륨감이 넘쳤다. 소리는? 마침 칸타 No.3를 듣기 전에 비슷한 크기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들었는데, 비교가 안될 정도로 음수가 많고 섬세하며 고운 소리가 나왔다. 한마디로 레벨이 다른 소리였다. 이날 시청에서 느낀 흥분을 섞어 말하면, 칸타 No.3는 상위 소프라 시리즈를 대놓고 위협할 만한 수준이었다.


포칼의 스피커 개발사와 Kanta 라인의 탄생

흔히 ‘기술의 포칼’이라 불려질 정도로 포칼은 1979년 설립된 이래 자체 개발한 여러 스피커 기술로 정면승부를 걸어온 브랜드다. 이미 1981년에 세계 최초로 역돔형(inverted) 트위터를 개발한 주인공이 바로 포칼이다. 인클로져와 진동판 소재 중심의 매지코나 YG어쿠스틱스, 아큐톤 유닛 중심의 마르텐, 동축 유닛 중심의 KEF나 탄노이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 다르다. 포칼의 스피커 개발약사를 정리하면 이렇다.

■ 1981년 세계 최초 역돔형 트위터 개발로 고효율과 정확성을 획득


■ 1984년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트위터로 개발로 재생 고역주파수 28kHz 돌파


■ 1988년 셀룰로스 펄프 콘에 용해유리 마이크로볼을 적용한 폴리그래스 콘 개발로 유리가 가진 강성과 페이퍼의 댐핑력을 결합하는데 성공


■ 1995년 2장의 직조 유리섬유가 경질 발포재인 폼 코어를 샌드위치처럼 양쪽에서 감싼 W 컴포지트 샌드위치 콘 개발로 유닛의 댐핑력 및 해상력 강화


■ 1995년 1세대 Utopia 시리즈 탄생


■ 2002년 티타늄이나 알루미늄에 비해 강도가 7배 이상 높으면서도 가벼운 베릴륨 트위터 개발로 40kHz 음역까지 커버


■ 2002년 2세대 Utopia BE 시리즈 탄생. 베릴륨 트위터 장착


■ 2008년 필드형 자기회로인 EM(Electro Magnet) 개발


■ 2008년 3세대 Utopia III EM 시리즈 탄생. 우퍼 마그넷을 전자석(EM)으로 교체


■ 2013년 프랑스산 한해살이풀로 Flax 샌드위치 콘 개발, Aria 900 시리즈에 탑재


■ 2014년 TMD 서스펜션, NIC 모터, IHL 트위터 챔버 개발, Sopra 시리즈에 탑재


■ 2015년 Sopra 시리즈 탄생. IHL, NIC, TMD 등 최신 기술 투입


■ 2017년 4세대 Utopia EVO 시리즈 탄생(Maestro Utopia EVO, Scala Utopia EVO, Diablo Utopia Colour EVO)


■ 2017년 Kanta 시리즈 탄생. 베릴륨 역돔 트위터, Flax 샌드위치 투입


■ 2018년 4세대 Utopia EM EVO 시리즈 탄생(Grande Utopia EM EVO, Stella Utopia EM EVO)


■ 2019년 포칼 40주년 기념모델로 블랙 실버 마감의 Scala 40th 탄생

개발약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2018년부터 본격 출시된 Kanta 시리즈는 결국 중급 라인인 아리아 900의 Flax 샌드위치 콘과 상위 소프라 라인의 베릴륨 역돔 트위터를 결합시킨 컨셉트로 탄생했다. 먼저 나왔던 소프라 라인의 NIC(중립 인덕턴스 회로)와 TMD(동조 질량 감쇄) 같은 최신 기술을 적극 투입한 것은 소위 트리클 다운 전략. 플로어스탠딩 2개 모델(No.3, No.2)과 북쉘프 1개 모델(No.1) 모두 전면 패널 디자인을 통해 포칼 상위 라인의 전매특허인 ‘Focus Time’(각 유닛의 리스닝 포인트 도달 시간을 일치)을 적용시킨 것이 눈길을 끈다.


Kanta No.3 기본 팩트 체크 및 Kanta No.2와 비교

칸타 No.3는 기본적으로 3웨이, 4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특이하게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앞뒤에 하나씩 있다. 위부터 TMD 서스펜션과 NIC 모터가 장착된 6.5인치 Flax 콘 미드레인지, IAL3 기술이 적용된 1인치 퓨어 베릴륨 역돔 트위터, NIC 모터 기술이 베풀어진 8인치 Flax 콘 우퍼 2발이 장착됐다. 옆에서 보면 전면 패널을 따라 트위터가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 있고, 위 미드레인지와 아래 우퍼 2발이 트위터보다 약간씩 튀어나왔다. 포칼에서 말하는 ‘Focus Time’이다.


캐비닛은 몰디드 우드(moulded wood), 전면 패널은 원피스 고밀도 폴리머(HDP. High Density Polymer) 재질. 고밀도 폴리머는 MDF보다 70% 더 밀도가 높고 15% 더 강도가 높으며 25% 더 많은 댐핑을 제공한다. 패널 모서리 부분을 둥글게 마감하고 전체를 일체형으로 만든 것은 회절을 완벽히 제거하기 위한 설계. 베이스는 미국에서 개발된 자맥(Zamak)이라는 아연, 알루미늄, 구리계 합금을 썼다. 후면 포트 밑에 있는 터미널은 싱글와이어링만 지원한다.

▲ 포칼 칸타 No.3 는 8가지 색상의 마감이 적용됬다

흥미로운 것은 총 8가지 색상의 마감. 지난해 5월 뮌헨오디오쇼에서 그랜드 유토피아 EM EVO가 처음 공개됐을 때 필자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온 것은 바로 그 고급스러운 감촉과 색상의 마감 때문이었다. 비록 유토피아급은 아니지만, 칸타 No.3는 블랙 하이 글로스 캐비닛에는 골루와즈 블루, 카라라 화이트, 블랙 라커, 솔라 옐로우 등 4개 패널 색상을 고를 수 있고, 우드 베니어 캐비닛에는 골루와즈 블루, 웜 토페, 다크 그레이, 아이보리 등 역시 4개 패널 색상을 고를 수 있다. 시청 모델은 블랙 하이 글로스 캐비닛에 블랙 라커 패널 조합이었다.


스펙으로만 놓고 보면 칸타 No.3는 울리기 쉬운 광대역 스피커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이고 최저 임피던스도 3옴까지밖에 안 떨어진다. 감도는 무려 91dB. 주파수응답특성은 8인치 우퍼 2발과 풍부한 내부용적, 앞뒤 포트, 그리고 베릴륨 트위터 덕분에 33Hz~40kHz(+,-3dB)에 걸쳐 플랫하다. -6dB 기준으로는 저역이 26Hz까지 떨어진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50Hz, 2.5kHz. 따라서 6.5인치 미드레인지 커버범위가 무척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동생 모델인 Kanta No.2와는 구체적으로 뭐가 다를까. 우선 Kanta No.3가 시각적으로 더 크고 볼륨감이 넘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칸타 No.3 높이는 1280mm로 칸타 No.2의 1118mm보다 16.2cm 크다. 스피커에서 16cm면 상당한 차이다. 폭 역시 386mm로 칸타 No.2의 321mm보다 넓고, 안길이도 520mm로 칸타 No.2의 477mm보다 훨씬 깊다. 무게는 칸타 No.3가 46kg, 칸타 No.2가 35kg이 나간다. 무려 11kg이나 더 무거운 것이다.


같은 3웨이, 4유닛 스피커이고 유닛 재질도 똑같지만, 우퍼 직경에서 차이를 보인다. 칸타 No.2가 8인치 우퍼 2발을 쓴데 비해, 칸타 No.2는 미드레인지와 동일한 6.5인치 2발을 썼다. 스펙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공칭 임피던스와 감도는 두 모델이 동일하지만, 주파수응답특성은 칸타 No.2가 35Hz~40kHz, 최저 재생 저역주파수는 칸타 No.2가 29Hz로 칸타 No.3에 조금씩 모자란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60Hz, 2.5kHz를 보인다. 



■ 집중탐구1. 베릴륨 역돔 트위터

포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베릴륨 역돔 트위터다. 세계 최초로 역돔형 트위터를 개발(1981년)한 주인공도, 40kHz 음역까지 커버하는 베릴륨 트위터를 탄생(2002년)시킨 주인공도 포칼이기 때문이다. 베릴륨은 티타늄이나 알루미늄에 비해 강도가 7배 이상 높으면서도 가벼워(티타늄의 40%)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트위터 진동판 재질로는 최적의 소재다. 실제로 유토피아와 소프라는 물론 칸타 모든 모델의 고역이 모두 40kHz까지 뻗는 것은 바로 이 베릴륨이라는 소재의 탁월한 물성 때문이다.

■ 집중탐구2. IAL3

설계디자인에서 칸타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트위터 유닛에 적용된 3세대 IAL(Infinite Acoustic Loading) 기술이다. IAL은 ‘무한’(infinite)이라는 말 그대로, 트위터 유닛 후면과 서라운드 부분을 오픈시켜 마치 무한배플처럼 베릴륨 진동판 뒤에서 발생하는 후면파를 그대로 배출시키는 것. 이 같은 구조를 통해 트위터의 공진주파수를 대폭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왜곡은 최소화하고 선명도는 높일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나온 유토피아 EM EVO 모델에도 2세대였던 IAL 기술이 이번 칸타 시리즈에는 3세대로 진화했다. 3세대 IAL의 핵심은 소프라 시리즈의 트위터 챔버에 적용된 IHL(Infinite Horn Loading) 기술을 IAL에 접목시켰다는 것. IHL 자체가 일종의 혼 구조인데다 혼 내부를 댐핑재로 채웠기 때문에 칸타 트위터 후면파의 불필요한 에너지를 더욱 많이 흡수하게 됐다고 한다.

■ 집중탐구3. Flax 콘 + NIC + TMD

카오디오 동호인들이라면 그 모양만으로도 금세 알 수 있는 것이 포칼의 Flax(플랙스) 콘이다. 일종의 아마섬유를 코어로 놓고 양쪽에서 유리섬유로 코팅했다. 식물성 소재이기 때문에 가볍고 빠르고, 샌드위치 구조이기 때문에 강성과 댐핑이 좋다. 시청시 중저역대가 자연스럽고 명확하게 느껴졌던 배경 중 하나다.


플랙스 콘 유닛에 적용된 NIC(Neutral Inductance Circuit) 모터 시스템도 포칼의 상징. 흔히 스피커 유닛 뒤쪽에 있는 보이스코일, 포머, 마그넷, 스파이더를 통칭해 모터(motor)라고 부르는데, 이는 이들 부품을 통해 음악신호가 올라탄 전기에너지가 진동판의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점이 모터와 닮았기 때문이다. NIC는 보이스코일이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마그넷의 자기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이를 통해 역기전력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설계됐다.


NIC 원리는 이렇다. 

1) 마그넷 내부에 패러데이 링(Faraday Ring)을 삽입해,
2) 매우 안정적인 마그네틱 필드와 인덕턴스 값을 얻어냄으로써,
3) 보이스코일에 잔류 에너지(역기전력)가 머물지 않도록 하는 구조

다. 포칼이 자신있게 ‘Neutral’(중립적인)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다. NIC 기술을 통해 왜곡은 줄이고 재생음의 선명도와 다이내믹 레인지는 더욱 높였다고 한다.

▲ (좌) TMD(Tuned Mass Damper) , (우) NIC Motor System

미드레인지 플랙스 콘에는 NIC 모터 시스템 외에 포칼의 한가지 비기가 더 숨어있다. 바로 유닛의 공진을 최소화하는 TMD(Tuned Mass Damper) 서스펜션 기술이다. 서스펜션은 잘 아시는 대로 진동판과 바스켓을 잡아주는 쿠션, 즉 흔히 엣지라 불리는 탄성체다. 그런데 포칼에서는 이 서스펜션에서 쓸데없는 공진이 발생, 해상력을 해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서스펜션 재질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해상력의 저하를 막을 수 없어 결국 개발해낸 기술이 2중 서스펜션 장치인 TMD였다.


TMD 서스펜션 기술은 공진을 막기 위해 초고층 빌딩에 채택되는 댐퍼 기술을 활용, 발전시킨 것이다. 핵심은 공진주파수에 역으로 반응해 해당 주파수를 없애버리는 댐퍼를 추가한 것. 정위상 신호와 역위상 신호가 만나면 신호 자체가 소멸되는 원리를 떠올리시면 된다. 실제로 칸타 No.3 미드레인지 플랙스 콘 엣지를 자세히 보면 중간에 2개의 튜블러 링이 몰딩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청

시청에는 오렌더의 뮤직서버 겸 CD리퍼 A30, 오디아플라이트의 인티앰프 FLS10을 동원했다. FLS10은 클래스AB 증폭으로 8옴에서 200W, 4옴에서 380W를 낸다. 웬만한 앰프라면 파탄나기 쉬운 2옴에서도 700W를 뿜어낸다. 음원은 오렌더 앱에서 타이달(Tidal)을 골랐다.

나윤선 ‘Mystic River’(Immersion)
녹음이 잘 된 나윤선 정규 8집 타이틀곡 ‘Mystic River’를 듣는 순간 스피커에서 ‘체급’과 ‘용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칸타 No.3 시청 전 같은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이 곡을 들었는데, 음들을 여유있게 토해내는 모습부터가 달랐다. 이전 스피커가 겨우 혹은 가까스로 다이내믹 레인지를 소화했던데 비해 칸타 No.3는 그냥 일필휘지로 음들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8인치 우퍼 2발의 존재감이 무지막지할 정도는 아닌 상황. 하지만 내부용적이 받쳐준 베이스 덕에 재생음 전체가 좀더 리얼한 현실의 음으로 살아났다. 또한 고역에서 음들이 시원하게 터져나오는 것은 역시 베릴륨 트위터의 탁월한 물성 덕분이다. 이어 ‘Sans Toi’를 들어보면 참으로 스케일이 큰 무대가 펼쳐진다. 중앙에 홀연히 떠오른 나윤선의 음상 역시 기막히다. 128cm에 달하는 큰 키, 요즘 추세와는 다르게 비교적 넓은 전면 폭, 의외로 높은 바닥 풋의 높이 등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스피커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역시 이러한 대편성곡을 제대로 들으려면 음원과 소스기기, 앰프가 받쳐줘야 하지만 큰 스피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단 스피커의 수비범위가 넓어야 넓은 무대, 음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디아플라이트 앰프에 물린 칸타 No.3에서는 음들이 자유롭게 방목되다시피 뛰쳐나온다는 인상. 음의 결도 무척이나 곱고 깨끗하다. 이 때 든 생각 하나. 혹시 지금 듣는 칸타 No.3의 소리가 상위 소프라 시리즈를 위협할 정도인가. 확실히 해상도와 다이내믹스에서는 스칼라 유토피아 EVO와는 비교 불가다. 하지만 소프라 No.2까지는 바싹 추격했고 개인 취향에 따라서는 지금 칸타 No.3 성향을 더 좋아할 경우도 있겠다. 음들이 거친 구석 없이 곱게 부서지는 점이 상위 모델, 상위 라인으로 갈수록 두드러지는 덕목인데 칸타 No.3가 이를 제대로 갖춘 것 같다. 4악장 막판 팀파니의 연타에서는 그 타격감과 디테일에 놀랐다. 저역의 에너지와 양감을 스스로 잘라먹는 모습이 일체 보이지 않았다.
Eric Clapton ‘Wonderful Tonight’(24 Nights)
인티앰프인데도 까마득한 안길이가 펼쳐지는 것을 보면 스피커의 공이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스피커 수준이 높을수록 정작 자신은 사라지는데, 이는 앰프의 몫이 아니라 스피커 스스로의 능력임을 이번 칸타 No.3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됐다. 역설적이지만 작은 스피커, 작은 유닛일수록 ‘나, 여기 있다’라고 소리치는 법이다. 칸타 No.3에서 또 하나 감탄한 것은 배경의 정숙도. 풀레인지 시청실이 비교적 넓은 공간인데도 여린 음들이 힘센 음이나 노이즈에 파묻히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이런 미세한 음들에 상처를 전혀 내지 않는 칸타 No.3에 진정 놀랐다. 이는 지난해 칸타 No.2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다. 콜레기움 보칼레의 합창곡 ‘Cum Sancto Spiritu’에서는 남녀합창단원들과 필자 사이에 그 어떤 것도 없는 듯한 투명함이 돋보였다. 역시 좋은 스피커는 커튼을 없앤다. 개인적으로 칸타 시리즈를 산다면 무조건 칸타 No.3를 선택할 것이다.
Michael Jackson ‘Jam’(Dangerous)
8인치 우퍼 2발의 펀치감은 어느 정도나 될까. 설마 하는 심정으로 마이클 잭슨의 ‘Jam’을 틀었는데, 이 정도로 강력하고 사실적일 줄은 몰랐다. 첫 음이 터져나오는 순간 몸을 움츠렸을 정도다. 볼륨을 제법 높여 들었는데도 클리핑이나 음들이 뭉개지는 일 따위는 전혀 없었다. 물론 유토피아급은 아니지만, 거의 소프라급에 육박한 다이내믹스였다. 하지만 저역의 파워에서 약간의 다른 소릿결을 느꼈는데, 소프라 시리즈에 비해 바삭바삭하고 기름기가 싹 가신 소리였다. 유리섬유로 안팎을 코팅했지만 플랙스 콘은 필자가 보기에 성향상 페이퍼 콘을 닮은 것 같다. 어쨌든 엄청난 압력의 음이 스피커가 아니라 가운데 벽에서 필자를 향해 쏟아져나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런 맛에 길들여진다면 다시는 소형 북쉘프 스피커로는 못 돌아갈 것 같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 (중앙) Kanta No.1 (좌측) Kanta No.3 (우측) Kanta No.2

칸타 No.2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스피커였다. 베릴륨 트위터 덕분에 고역은 상쾌하고 뻗었고, 8인치 우퍼 2발과 넉넉한 용적 덕분에 저역의 양감은 충분했다. 미드레인지 역시 플랙스 콘 자체의 경쾌한 풋워크와 TMD 서스펜션, NIC 모터 등 포칼이 자랑하는 기술력 덕분에 깔끔한 해상력을 자랑했다. 소프라 시리즈와 비교해본다면 역시 가장 큰 차이는 W 콘(소프라)과 플랙스 콘(칸타)일 것이다. 경질 발포재인 폼(foam)을 코어로 쓴 W콘 유닛이 좀더 타이트하고 민첩한 느낌이라면, 플랙스 콘은 좀더 온기있고 차분한 스타일. 중저역의 해상력은 확실히 소프라의 W 콘이 앞선다. 하지만 호방하게 음들을 토해내는 모습이나 의식적으로 음들을 예쁘게 치장하지 않은 점은 칸타 No.3가 더 좋았다. 포칼의 그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감행된 서열 3위의 대반란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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