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W 클래스D 앰프의 각성

조회수 2019. 5. 24. 14: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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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prime MCX-2 파워앰프

▲ Nuprime MCX - 2

지난해 누프라임(Nuprime)의 플래그십 Evolution One(에볼루션 원)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리뷰하며 크게 감탄했다. 8옴에서 240W, 4옴에서 330W를 내는 클래스D 증폭앰프였다. 넓고 꽉 찬 사운드스테이지와 단단한 음상, 무게와 두께를 배반하는 파워에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음끝이 거칠지 않아서 좋았다. 누프라임이 클래스D 앰프를 잘 만든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에볼루션 원은 기대 이상이었던 것이다.


최근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누프라임의 MCX-2 파워앰프를 시청했다. 에볼루션 원보다 훨씬 싼 100만원대 중반 가격대이지만 출력이 8옴에서 550W인 점이 솔깃했다. 아무리 효율이 높은 클래스D 증폭을 택했다고는 하지만 8옴에서 550W라면 오버스펙이 아닐까 의심이 갈 만했다. 게다가 두께는 74mm, 무게는 6.5kg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EI 전원트랜스와 평활 커패시터를 갖춘 리니어 전원부를 탑재하고, 21dB 게인을 얻는 전압증폭단은 클래스A로 작동하는 등 짚고 넘어갈 만한 대목이 많았다.


MCX, 누프라임의 멀티채널 파워앰프 라인

MCX-2를 펜오디오(Penaudio)의 2.5웨이, 3유닛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Sara S에 물려 들어보니 에볼루션 원과는 소릿결이 달랐다.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은 청감상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고 음들도 시원시원하게 빠져나왔지만, 확실히 재생음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은 에볼루션 원에 비해 밀렸다. 음악 장르도 약간 가리는 편이어서 클래식 대편성곡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같은 성향은 역시 지난해 리뷰했던 230W(8옴) 출력의 300만원대 ST-10M과 비교해봐도 확연히 다른 상황. 하긴 가격대로만 놓고 보면 하위모델이 분명한 MC-2X의 출력이 에볼루션 원이나 ST-10M에 비해 거의 2배 이상 높은 점부터 쉽게 수긍할 만한 스펙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프라임의 MCX 라인업 자체가 멀티채널 구동을 위해 탄생했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모든 것이 쏙쏙 이해가 됐다. 즉, 최상위 MCX-4는 한 대로 4채널, MCX-3은 3채널, MCX-2는 2채널, MCX-1은 1채널을 구동하는 파워앰프인 것이다. 이에 따라 MCX-4는 XLR/RCA 입력단자와 스피커케이블 연결용 바인딩 포스트가 각각 4조가 마련됐고, MCX-1은 각각 1조가 마련됐다. 시청기인 MCX-2는 스테레오 채널 구동이므로 XLR/RCA 단자가 채널당 1조, 바인딩 포스트 역시 채널당 1조씩 갖췄다.

▲ Nuprime MCX - 2 내부사진

흥미로운 것은 모듈식으로 구성된 내부 설계. 누프라임에서 정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면 이들 4개 모델은 인풋 스테이지(트랜스 임피던스 입력단)와 전압증폭단(클래스A 증폭), 출력단(클래스D 증폭), 기본 전원부(1000VA, 33,000uF)는 동일하다. 차이가 나는 것은 인풋 스테이지 앞에 위치한 커패시터의 개수인데, MCX-4와 MCX-3이 채널당 3개, MCX-2와 MCX-1이 채널당 2개를 투입했다. 필자가 보기에 이들은 입력단과 전압증폭단에 정전류를 공급하는 커런트 소스(current source)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전원부와 전압증폭단, 출력단 설계가 동일하기 때문에 채널이 많을수록 출력이 줄어드는 점이 흥미롭다. 정격출력(Rms) 기준 MCX-4가 채널당 180W(8옴), MCX-3가 2채널 180W(8옴), 1채널 550W(8옴), MCX-2가 채널당 550W(8옴), MCX-1이 1개 채널에 750W(8옴)를 낸다. 결국 기본 전원부와 출력단이 최대로 낼 수 있는 8옴 출력은 750W인 셈이다. 다만 MCX-4의 경우 누프라임에서 유일하게 4옴일 경우 출력이 280W라고 밝힌 점이 눈길을 끈다.


키워드 3 : 클래스A+D 하이브리드 증폭, 550kHz 고속 스위칭, 1000VA+33,000uF 전원부

MCX-2는 출력단에 누프라임이 자체 개발한 클래스D 증폭모듈을 써서 8옴에서 550W를 낸다. 4옴에서 어느 정도 선형 출력을 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게인은 21dB, 입력 임피던스는 50k옴. 전면은 오른쪽에 전원 온오프 버튼밖에 없고, 후면은 왼쪽부터 전원 인렛단, 스피커 터미널(R), RCA 입력단자(R), XLR 입력단자(R), 스피커 터미널(L), RCA 입력단자(L), XLR 입력단자(L) 순이다. RCA/XLR 입력단자 사이에 입력선택용 토글 스위치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시청기인 MCX-2를 포함해서 누프라임의 MCX 멀티채널 앰프는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1) 전압증폭단에 클래스A, 출력단에 클래스D 증폭방식을 채택한 점,
2) 클래스D 출력단의 스위칭 주파수가 통상보다 높은 550kHz라는 점,
3) 전원부가 SMPS가 아니라 1000VA 전원용량과 33,000uF 정전용량

이라는 비교적 충실한 리니어 전원부를 갖춘 점이다.


우선 누프라임에서 ‘클래스A+D 하이브리드 증폭기술’이라고 명명한 증폭설계. 말 그대로 게인이 이뤄지는 전압증폭단에 클래스A(ULCAM), 스피커 구동을 위한 전력증폭단에 클래스D 증폭을 썼다는 얘기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증폭설계는 인티앰프 IDA-8 모델에 처음 채택됐으며, MCX 라인의 전신이라 할 멀티채널 앰프 MCH-K38에도 거의 판박이식으로 투입됐다.

▲ ULCAM(Ultra Linear Class A Module) 모듈 블록 다이어그램

좀더 따져보자. 공개된 ULCAM(Ultra Linear Class A Module) 모듈 블록 다이아그램을 보면, 인풋 스테이지에 트랜스 임피던스 회로와 커런트 소스 회로를 갖춘 점이 눈길을 끈다. 각각 하이 입력 임피던스 구현과 정전류 공급을 위한 전형적인 설계방식. 이렇게 인풋 스테이지를 빠져나온 입력신호는 캐스코드(cascode) 드라이빙 회로를 거쳐 NPN, PNP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증폭을 통해 게인이 확보된다. 언뜻 푸쉬풀 증폭처럼 보이지만 패럴렐 싱글 구동의 클래스A 증폭이다. 힘과 온기 있는 사운드를 위해 클래스A 전압증폭을 택했다는 것이 누프라임의 설명이다.


출력단의 클래스D 증폭이 통상보다 높은 550kHz 주파수로 스위칭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잘 아시는 대로 클래스D 앰프는 입력된 아날로그 신호를 폭(width)이 저마다 다른 PWM(Pulse Width Modulation. 펄스폭변조) 신호로 바꾼 후, 이 PWM 신호 폭에 따라 스위칭 시간을 달리해 증폭하는 원리다. 영미권에서 클래스D 앰프를 스위칭 앰프라고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클래스D 증폭회로에서는 얼마나 빨리 스위칭을 할 수 있느냐에 모든 것이 달렸다. MOSFET이 클래스D 증폭회로에 즐겨 투입되는 것도 MOSFET 소자가 트랜지스터 중에서 응답특성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프라임의 클래스D 앰프는 이 스위칭 주파수가 높다. 에볼루션 원이 700kHz, ST-10M과 Reference 20이 600kHz, 시청기인 MCX-2가 550kHz로, 통상 클래스D 앰프가 300kHz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이처럼 스위칭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위상 지터는 당연히 줄어든다.

전원부 구성도 단단하다. 2개의 EI 전원트랜스는 1000VA 용량으로, 사실 이 정도면 대대적인 물량 투입의 스테레오 파워앰프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오디오 아날로그 Maestro Anniversary 600VA, 야마하 M-5000 1200VA, 나그라 HD AMP 1600VA 등이다. 33,000uF에 달하는 커패시터의 정전용량 역시 클래스D 앰프로서는 차고 넘친다. 클래스A 전압증폭단에 정전류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시청

시청에는 오렌더 A100, 누프라임 Evolution DAC, 펜오디오 Sara S를 동원했다. A100은 USB케이블로 디지털 아웃시켜 Evolution DAC과 연결했으며 DAC을 프리앰프 겸 DAC로 사용하고, 음원은 오렌더 앱으로 타이달을 들었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같은 곡을 앞서 150W 클래스AB 앰프로 들었는데 단번에 비교가 된다. 팀파니가 힘있게 튀어나오는 모습부터가 달랐다. 충분한 양감이다. 펜오디오 스피커의 내부 용적을 맘껏 활용한다는 인상. 굼뜨지 않고 빠른 스피드의 파워앰프인데도 음에 성긴 느낌이 없다. 노이즈나 왜율이 극도로 낮고 착색이 적은 것은 스위칭 앰프의 속성이긴 하지만, 음이 제법 묵직하고 다이내믹 헤드룸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것은 클래스A로 설계한 전압증폭단 덕분일 것이다.
Leonard Bernstein, New York Philharmonic Orchestra 'Mahler Symphony No.2'(Mahler 2)
​파워앰프 리뷰를 의식해서인지 자꾸 클래식 대편성을 듣게 된다. 말러 2번 1악장 초반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연주할 때 왼쪽 위에서 반사음이 뛰쳐나오는 것에 흠칫했다. 이는 아무리 8옴에서 550W를 내더라도 클래스D 앰프에서는 얻기 힘든 홀톤이다. 프리 겸용으로 쓰고있는 Evolution DAC 공이 크지만, 이를 덜어내거나 뭉개지 않고 순결하게 증폭한 파워앰프의 입력/전압증폭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하이 임피던스 입력단은 프리앰프에서 넘어온 신호를 남김없이 빨아들인다는 점에서 설계상 신의 한수다.
​Marcus Miller 'Trip Trap'(Laid Black)
하지만 누프라임의 MCX-2에서 뭔가 부족하고 아쉬운 대목, 특히 대편성을 들으면서 갈증을 느꼈던 부분이 바로 에너지감이었다. 돌덩이 같은 파괴적 힘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다 마커스 밀러의 이 곡을 트는 순간, 진짜 묵직하고 강력한 음의 돌팔매질을 당했다. 클래식보다 게인이 높게 녹음된 이 곡에서 550 출력이 비로소 각성, 벌떡 일어난 듯했다. 마치 터보 버튼을 누른 에어컨 같다고나 할까. 일렉 베이스의 타격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매끄러운 리듬감이 유지되는 모습도 대단하다. 제시 쿡의 'Vertigo'에서는 아예 큼지막하고 웅장한 음으로 진화했다. 지금까지 좌표만 보이다가 마침내 가는 길까지 보이는 느낌. 파워앰프가 그야말로 음을 꽉꽉 눌러담아 연주하고 있다.
Roberta Flack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Killing Me Softly)
MCX-2의 소릿결은 어땠을까. 필자의 최애곡 중 하나인 이 곡이 소프트하고 감미롭게 펼쳐졌다. 확실히 음수가 많고, 배음이나 잔향 등 정보량에서 일체 감쇄가 일어나지 않은 듯 하다. 홀톤이 풍부한데도 음상이 또렷이 맺히는 점이 매력적. 은은하면서 색번짐이 없는 것이다. 이밖에 콜레기움 보칼레의 'Cum Sancto Spiritu'에서는 덧칠이 없는 깨끗하고 고운 입자의 음, 제임스 테일러의 'Handy Man'에서는 야무지고 리퀴드하며 싱싱하고 폭신폭신한 음이 터져나왔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MCX-2는 묘한 앰프다. 어떤 곡에서는 대출력 클래스D 앰프였고 또 어떤 곡에서는 단단한 클래스A 앰프였다. 전체적으로 구동력이나 소릿결은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팝이나 보컬곡, 소편성 위주로 음악감상을 하거나 영화 AV 마니아라면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XLR 입력단을 갖춘 점도 대견하다. 그렇다고 무결한 앰프는 아니다. 다양한 악기 음색과 광폭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소화해야 하는 대편성곡에서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MCX-2 출발점이 멀티채널 파워앰프이고 그 착한 가격대를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누프라임의 무한한 확장력을 절감한 앰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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