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 설계의 전설, 존 컬이 만든 러시아 인형 같은 인티앰프

조회수 2019. 4. 17. 10: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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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sound Hint 6 Halo Integrated Amplifier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는 방법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 큰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작은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며 저음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등 정말 다양한 선호가 존재한다. 선호하는 것은 다를 수 있지만, 음악과 오디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듣고 느끼는 방법이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게 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경험이 쌓이면서 음악 감상에 남들이 흔하게 생각할 수 없는 독창적 아이디어를 적용하거나 작은 부분에 기울이는 정성 혹은 수많은 매칭 실패 끝에 발견하는 우연한 환상의 매칭 같은 것들을 통해서 전과는 다른 놀랍게 변화된 소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없기도 하고 그렇게 찾은 만족할 만한 소리도 단지 귀에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더 새롭고 더 완벽에 가까운 소리를 다시 찾게되는 것이 오디오 병에 걸린 환자들의 증상일 것이다. 그래서 단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족하는 오디오파일은 거의 없으며 최소 2~3개의 시스템에서 시작해서 온 방과 집안이 오디오로 들어차는 중병으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일본 스테레오 사운드(Stereo Sound)의 평론가 야나기사와 이사오(Isao Yanagisawa)씨는 자택의 시스템으로 마크레빈슨 프리를 통과한 신호를 아큐페이즈의 이퀄라이저 DG58을 이용해 음색을 보정하고 아큐페이즈의 액티브 크로스오버 DF55를 통해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지정하여 4웨이로 분리한 후 브랜드마저 서로 다른 4대의 파워 앰프를 통해 슈퍼 트위터,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의 4개 유닛을 운영하며 음악을 듣는다. 물론 유닛들의 브랜드도 제각각이다. 이 정도면 스스로 마스터링을 하면서 듣는 수준이다. 이처럼 많은 기기를 접해 본 사람도 하나의 프리와 하나의 파워, 그리고 하나의 스피커로 만족하기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오디오라는 것이 매칭에 따라 듣는 음악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저음의 양을 약간 높이려고 케이블 바꾸고 앰프 바꾸고 진공관 바꾸고 서브 우퍼도 연결해보고 결국에는 스피커까지 바꿔 마음에 드는 저음을 찾게 된다. 그런데 저음에 만족할 즈음 이번에는 고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난다. 그런데도 오디오 시장에서는 볼륨 컨트롤 하나로 만족감을 찾아야 하는 약간은 불친절한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기기는 볼륨 하나만 달려 있을 자격이 충분한 제품들이고 어렵게 원하는 소리를 찾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이런 제품들이 모든 상황에 만족스러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내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지 앞에 단 하나의 볼륨 컨트롤만 있다는 것은 미세먼지 앞에 마스크 하나 달랑 있는 것처럼 무기력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 의미에서 파라사운드(Parasound)의 HINT 6은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실마리를 제공하는 기기이다.


음악과 오디오를 좋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좋아하는 것

음악과 오디오는 물론이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철학과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존경한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4악장을 듣고 있으면 그 익숙한 테마가 반복을 거듭하며 발전되는데 그 테마와 반주의 형식이 너무 다채로워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몇 소절만 들어도 베토벤이 천재적인 음악가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단지 음악이 좋은 것에 그치지 않고 귀가 들리지도 않는 상태에서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존경과 겸허의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연약해 보이는 쇼팽이 피아노 하나로 헤비메탈보다도 강력한 음악을 만들었다는 사실 또한 같은 느낌이다. 서양에서 음악을 ‘쏘울’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디오 역시 마찬가지인데 기기의 만듦새나 소리는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를 알게 되면 그 기기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음악을 듣거나 오디오를 접할 때 그 음악과 오디오에 대한 궁금증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궁금증 역시 커지게 된다.


파라사운드(Parasound)

파라사운드는 소비자 입장에서 참으로 착한 회사이다. 1981년 리차드 슈램(Richard Schram)에 의해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인근에 설립된 파라사운드는 미국 내에서 광고도 하지 않고 세일즈 매니저도 없다. 제품의 제작비는 기기의 성능을 위해 우선 배정하며 화려한 디자인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파라사운드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measure twice, cut once"(두 번 재고 한 번에 잘라라)는 문구가 있는데 창업자 리차드 슈램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고 한다. 한번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처음부터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1~2년 안에 마크 2 같은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원본보다도 못한 마크 2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이 말에 적극 공감이 갈 것이다. 또한, 높이 10m의 본사 창고에는 단종 제품을 포함해서 창업할 때부터 생산된 모든 제품을 수리, 교환할 수 있는 부품 수억 원어치가 여유 있게 쌓여 있다. 소비자를 위하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리차드 슈램(Richard Schram)

1946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리차드 슈램은 8세부터 노스 웨스턴 대학 음악학과의 예비 피아노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었다. 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던 리차드 슈램은 10대 때 동네의 라디오 매장에서 릴 테이프로 들은 음악에 매료된 경험 때문에 오디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63년도에 당시 유행하던 레코딩과 라이브의 비교 연주회 첫 회에 참여하는 등 오디오 전문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하고 있었다. 1968년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를 졸업했는데 학교 재학 시절부터 오디오 매장에서 포노 카트리지 설치와 스피커 조립 등의 일을 했다. 리차드 슈램이 일하던 곳은 한때 96개의 대리점을 소유한 미국 내 가장 큰 오디오 전문 소매점인 퍼시픽 스테레오(Pacific Stereo)였는데 1972년 CBS 방송이 인수했고 매출 규모가 가장 컸던 1977년의 매출이 1억 6천만 달러에 달했다. 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리차드 슈램은 CBS 계열사 부사장까지 승진하며 퍼시픽 스테레오의 영업을 담당했고 자체 브랜드의 제품 기획, 생산 업무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CBS 음반 부분이 SONY에 합병되며 오디오 제품에 대해 일본에서의 투자와 생산 문제로 70년대에 일본을 수십 차례 방문하게 된 리차드 슈램은 당시 20대의 나이로는 상상하기 힘든 비즈니스 경험과 해외 생산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일본의 하만(Harman) 앰프 OEM 생산 공장을 통해 만나게 된 앰프 설계의 대가이며 마크레빈슨 JC 시리즈의 디자이너 존 컬(John Curl)과의 인연으로 파라사운드에서 존 컬이 설계한 제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존 컬(John Curl)

오디오 업계에서 천재적인 회로 디자이너로 인정받는 존 컬은 1942년생으로 현재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캘리포니아의 산호세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 역시 산호세 주립 대학교(San Jose State University)에서 공학 물리학(Engineering Physics)을 전공하고 리차드 슈램과 같은 UC 버클리에서 계속 공부했다. 공부를 마친 존 컬은 릴 테이프 데크와 테이프 미디어의 대명사이고 세계 최초로 비디오테이프 레코더인 VR-8000을 개발한 암펙스(Ampex Corporation)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비디오테이프 레코더 연구와 개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가장 뛰어난 아날로그 레코더 3대 중 2대인 모바일 피델리티(Mobile Fidelity)의 슈퍼마스터(SuperMaster)와 윌슨 오디오(Wilson Audio)의 울트라마스터(UltraMaster)를 설계, 제작했다. 윌슨 오디오의 울트라마스터는 스튜더(Studer) 울트라마스터 본체를 기본으로 회로는 새롭게 만들어졌다.

▲ Parasoun Halo JC3 +

존 컬은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 Audio System)과 의기투합하여 JC-1 포노앰프, JC-2 프리앰프(후에 ML-1으로 출시), JC-3 파워앰프(마크 레빈슨과의 결별로 출시되지는 않음) 등을 설계했다. 이후 마크 레빈슨을 나와 자신의 오디오 제작 및 컬설팅 업체 벤데타 리서치(Vendetta Research)를 창업하여 타협하지 않는 정신으로 하이파이 오디오와 프로 오디오를 따지지 않고 전설적인 업적들을 이루었다. 많은 오디오 업계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의뢰인들이 극도로 낮은 잡음과 낮은 왜곡을 위해 존 컬에게 설계와 제작을 의뢰했다. 깁슨(Gibson)의 기타 앰프, 하만 카돈(Harman Kardon)의 앰프, 알렘빅(Alembic Corporation)의 앰프, 데네센(Dennesen) JC-80 프리앰프, 시메트리(Symmetry Corporation)에서 의뢰한 최초의 액티브 크로스오버, 마이클 잭슨의 공연 시스템으로 유명한 메이어 사운드(Meyer Sound Laboratories)의 시스템, 컨스텔레이션 오디오(Constellation Audio) 등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종류도 많고 다양하다.


존 컬이 회로 설계에 있어서 천재적이며 레전드급이라고 인정받고 있지만 다른 업체의 일을 의뢰 받지 않고 자신의 브랜드 제품만을 생산했다면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계에서 댄 다고스티노(Dan D'Agostino), 넬슨 패스(Nelson Pass),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과 같은 유명세를 치렀을 것이다. 그런 레전드들에 비해서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솔리드 스테이트 클래스 A와 FET 회로 설계에 대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고 최초로 커패시터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그 종류에 따른 출력의 선형성 정도를 연구하고 규명하는 등 개별 부품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회로의 완벽성에 대한 추구는 물리학이 전공인 그에게는 너무나 당연하였다.

리차드 슈램의 생산 노하우와 존 컬의 독보적 회로 설계 능력이 더해져 2003년 이 후 잡지 광고 한번 없었던 파라사운드의 제품은 프로용 라인업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입소문에 의해 스타워즈의 루카스필름(Lucasfilm), 소니 픽처스(Sony Pictures),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thers), 픽사(Pixar), 20세기 폭스(20th Century Fox), 유니버설 픽처스(Universal Pictures), 스카이 워커 사운드(Skywalker Sound) 등의 스튜디오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오스카 상을 4번 수상하고 스타워즈, ET, 인디아나 존스의 음향을 담당한 엔지니어 벤 버트(Ben Burtt)나 역시 오스카 상 4번을 수상하고 터미네이터 2, X-Men, 주라기 공원, 스타워즈의 음향 엔지니어인 게리 리드스트롬(Gary Rydstrom) 등의 엔지니어, 영화 감독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팝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등이 사용하여 그 성능을 대변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기의 성능은 차치하고라도 업계의 전설이 직접 설계한 하이엔드 성능의 제품을 중고도 아니고 정식 수입되는 신품으로 그것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파라사운드 존재가 고맙게 느껴진다.


HINT 6

HINT 6는 파라사운드 Halo Integrated의 후속작이고 HINT라는 단어가 Halo Integrated를 줄인 말이다. Halo Integrated는 파라사운드 최초의 인티앰프인데 스테레오파일(Stereophile)과 왓하이파이(What Hi-Fi)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존 컬이 설계한 HINT 6의 파워부는 8Ω에서 160W, 4Ω에서 240W의 출력을 내는데 Halo Integrated 파워부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파라사운드는 설명하고 있다. 처음부터 완성도가 높아 업그레이드할 부분이 없었으며 프리부만 새로 나온 2.1채널 프리앰프인 P6의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HINT 6의 의미는 결국 Halo Integrated + P6이다. 실제로 두 앰프의 프리부 스펙은 완벽하게 일치한다.


HINT 6의 디자인은 파라사운드의 Halo 라인과 일맥상통한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디자인인데 얼핏 보면 AV 리시버가 연상되어 하이엔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실용적이고 과시적인 면이 없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다. 디자인보다는 성능에 힘을 쏟은 파라사운드의 가치를 이해한다면 매력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다만 큼직하고 볼 베어링을 사용하여 고급스러운 조작감을 주는 볼륨에 비해 작은 직경의 인풋 셀렉터는 불편한 느낌이 있으나 사용하기 편한 리모컨이 있어서 큰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W 437 x D 413 x H 150 mm의 크기에 15kg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HINT 6는 다양한 입출력을 지원하는데 1조의 XLR 밸런스 입력과 XLR 밸런스, RCA 언밸런스 프리 출력을 1조씩 지원하고 서브우퍼의 출력 역시 2개의 RCA와 1개의 XLR 밸런스 단자를 통해 지원하며 5조의 RCA 입력 단자를 갖추고 있다. 인티앰프인 HINT 6를 자체 프리를 거치지 않고 별도의 AV 앰프를 통해 출력된 2채널 프리와 서브우퍼를 사용할 수 있는 바이패스 기능도 지원하며 서브우퍼 출력에 로우패스 필터를 적용할 수 있고 프리 출력에는 하이패스 필터를 적용할 수 있는 RCA 출력 단자가 따로 존재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이 HINT 6의 장점이다.


HINT 6는 인티앰프로서는 종합 선물세트같이 여러 가지 기능들을 갖추고 있는데 ESS의 ES9018K2M 칩을 사용한 DAC가 내장되어 USB 입력 시 PCM 384kHz/32bit와 DSD 256을 지원하고 내장된 헤드폰 앰프에는 TI(Texas Instruments)사의 TPA6120 Op앰프가 사용되었다. 이 Op앰프는 균형 있고 깨끗한 소리를 내주는데 요즘 인기 있는 마이텍(Mytek Digital)사의 DAC 제품에도 사용되고 있다.

0-99단계로 조절되는 볼륨 컨트롤에는 포텐션미터가 아닌 IC 볼륨으로 버브라운의 PGA2311U 아날로그 스텝 레더 저항을 사용하여 좌우 편차가 없고 노이즈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시간이 경과한 포텐션미터의 경우 먼지 침투 등으로 인한 접촉 불량으로 노이즈가 발생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HINT 6는 MM, MC MI 카트리지의 포노 입력을 할 수 있도록 47kΩ 또는 100Ω의 임피던스를 선택할 수 있는 포노앰프 역시 내장하고 있다. 셀렉터 스위치는 상중하 3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맨 위는 MC 카트리지를 입력하는 100Ω, 맨 아래는 MM 카트리지를 입력하는 47kΩ이다. 3단 셀렉트 중 가운데는 MC에 47kΩ 입력으로 되어있는데 이 선택은 주로 그라도(Grado)가 자사의 MI(moving iron) 카트리지에서 권장하는 방식이다. 게인의 경우는 MC가 54dB, MM의 경우 41dB로 설정되어 있다.


HINT 6에서 필자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은 저음과 고음을 조절할 수 있는 톤컨트롤이다. 이런 톤컨트롤을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는 이런 톤컨트롤이 고마울 뿐 아니라 HINT 6의 톤컨트롤은 주파수 대역과 음색이 적당해서 성능에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사용자는 그저 놉을 통해 고음이나 저음의 볼륨 값만 컨트롤하기에 기기에 상관없이 성능이 다 비슷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제작자가 정한 목표 주파수(frequency)와 주파수 대역의 폭(bandwidth)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것이 톤컨트롤이다. HINT 6의 톤컨트롤은 앰프 자체의 톤이 투명하고 깨끗하며 주파수대역 설정도 적절해서 톤컨트롤 역시 과거 유명 앰프나 리시버에 달려있던 것보다도 훨씬 쓸모 있고 품질도 우수했다. 톤이 변하는 것을 느끼는 재미는 마치 여러 종류의 진공관을 바꾸어 들어보는 듯 재미있었다. 톤의 조절은 단순한 재미만이 아니라 미세한 음색 보정에도 유용했다. 톤콘트롤 기능을 사용하려면 Tone 버튼을 눌러서 활성화해야 하며 리모컨에서는 Tone 버튼을 켜고 끌 수는 있지만 저음과 고음의 양을 조절할 수는 없고 앰프에서 직접 조절해야 한다.

HINT 6에는 서브우퍼 출력 단자가 존재하는데 일반적인 하이파이 앰프에서는 접하기 힘든 기능이다. 필자의 경험상 많은 오디오 기기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들이 바로 초저역 대역의 재현이다. 필자에게 이 문제는 단지 저역이나 초저역 양감이 부풀려져 지축을 흔들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운드에 관한 문제이다. 예를 들면 클래식을 제외하면 대부분 음악에서 드럼을 치는데 킥 드럼의 구경이 거의 20인치 이상이고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게 22인치이며 드러머에 따라 26인치도 사용한다. 사실 클래식의 경우는 더 큰 구경을 사용하는데 팀파니 사이즈가 큰 것이 32인치, 그란카사(Grancassa)로 불리는 오케스트라 큰북은 지름이 32~36인치 정도이다. 이런 거대한 구경에서 나오는 울림을 온전히 재생할 앰프나 스피커는 흔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울리려면 최소 15~18인치 정도의 스피커 유닛에 앰프 역시 저역을 충분히 울려주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기와 청취 환경에서 이런 조건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고 이런 저음이 나온다 한들 통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서브우퍼의 사용은 일반적 환경에서 저음을 통제하며 저음 부족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이 된다. HINT 6는 서브우퍼의 컷오프 주파수 조절 기능과 서브우퍼 볼륨 조절을 할 수 있어서 서브우퍼를 단독으로 연결할 때보다 편하다. 서브우퍼를 단독으로 연결하면 앰프에서 볼륨을 조절해도 서브우퍼의 볼륨은 서브우퍼에서 따로 조절해야 하는 불편이 생긴다.


HINT 6의 전원부에는 맞춤 설계된 1.1 kVA 용량의 대형 트로이달 트랜스포머가 사용되고 있는데 에폭시가 채워진 스틸 케이스에 밀봉되어 있어 기기로 험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며 전원부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트랜스포머는 보빈(bobbin)을 분리해 독립된 2차 권선으로 각 채널에 공급되는 전압을 높이고 간섭현상을 줄여 스테레오 분리도 역시 상승시킬 수 있었다.

▲ HINT 6의 전원부에 사용된 맞춤 설계 1.1 kVA 트로이달 트랜스포머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회로를 설계한 존 컬의 부품에 대한 주 연구성과 중 하나가 바로 저항과 커패시터에 대한 것인데 저항은 주로 온도 변화에 따른 성능 변화 부분에 관한 연구이고 커패시터는 세라믹, 탄탈륨, 알루미늄 전해질, 각종 금속 필름 등 커패시터 재료에 따른 오디오 성능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이다. 거기에는 폴리스타이렌(Polystyrene) 필름 콘덴서(마일러 콘덴서),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필름 콘덴서, 테플론(Teflon) 콘덴서 등 수많은 재료와 제작 방식에 대한 요소들이 들어가는데 소리를 들어보고 느낌을 파악하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측정 방식까지 개발해 귀로 들리는 차이를 개별 부품들을 정확히 측정해가며 연구를 한 것이다. 하지만 DC 성분을 억제하기 위해 오디오 신호의 경로에서 사용하는 아무리 비싼 커패시터라 조차도 저음의 응답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HINT 6는 신호의 경로에서는 커패시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대신 DC 서보를 사용하고 있다. 만약 커플링 커패시터가 터진 진공관 앰프 등 고장 난 소스를 프리로 연결하면 다량의 DC 성분이 파워앰프에 유입될 수 있는데 이런 DC 성분은 스피커 코일을 태워버린다. HINT 6는 DC 서보의 억제 능력을 초과하는 DC 성분이 검출되면 보호회로가 작동되어 파워 버튼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며 신호를 차단해 기기를 보호한다. 이때에는 전원을 끄고 소스를 분리한 후 전원 버튼이 파란색으로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사용하면 된다. 또한, 회로가 단락되거나 임피던스가 1Ω 이하로 떨어져 전류 과부하가 생길 때에도 보호회로의 릴레이가 작동되어 출력 트랜지스터나 다른 부품의 손상을 방지하는데 이 경우에도 파워 버튼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뀐다. 이런 경우 전원을 끄고 스피커 연결 상태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 HINT 6를 장시간 고출력으로 사용했을 때에도 보호회로가 작동할 수 있는데 이때에는 환기 등을 통해 기기를 식혀주면 된다.

▲ Parasound Hint 6 Halo 내부사진

존 컬은 연구를 통해서 전원부에서는 많은 커패시터 종류 중에서 전해액 필터 커패시터를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HINT 6의 전원부에는 세계적 부품 업체인 레론(LELON)의 전해액 필터 커패시터가 총 40,000㎌ 사용되었다. 파워앰프 입력단에는 존 컬의 이름이 들어간 파라사운드 플래그십 파워앰프 JC5에 들어간 것과 같은 도시바의 JFET이 사용되었다.


HINT 6는 휴대폰이나 휴대용 플레이어를 위한 3.5mm 미니 스테레오 플러그 입력용 Aux 단자를 갖추고 있고 다른 입력과의 레벨을 맞추기 위해 게인을 12dB 높게 설정했는데 휴대폰의 볼륨을 최대에서 75% 정도로 줄여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좌우 출력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는 밸런스 놉과 출력을 뮤트 할 수 있는 Mute 버튼, 볼륨 디스플레이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Dim 버튼이 있다.


HINT 6 청음과 감상

HINT 6의 사운드를 한마디로 말하면 투명함과 부드러움이다. 그러면서도 음색의 균형이 있고 힘이 느껴지는데 댐핑 팩터(Damping Factor)는 800이나 된다. 고음은 선명하고 높은 해상도를 보여주며 중음은 부드럽고 에너지가 있다. 저음은 확실한 구동력을 들려준다. 아무리 흠을 잡으려고 해도 그럴 만한 것이 없다. 내장 DAC, 포노앰프, 헤드폰 앰프도 한결같은 느낌으로 수준급의 소리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는 내장 DAC는 좀 더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으면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해상도나 음색은 앰프처럼 깨끗하고 균형 있었다. 이 앰프를 이용하면 연결한 스피커의 음색이 어떤지 혹은 연결한 소스기의 음색이 어떤지 투명하게 알 수 있어 말 그대로 레퍼런스 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대의 DAC를 물려보며 테스트를 해봤는데 어떤 앰프보다도 소스기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주었다. 버브라운 IC 볼륨의 변화는 섬세했으며 작은 볼륨에서도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았다. 음색이 이렇게 투명하면서 부드러울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설계자 존 컬이 신경 쓰는 홀수 고조파 왜곡 방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소리는 사인파 같은 인위적 순음을 빼고는 무조건 배음이 포함되어 있고 낮은 배음들은 실제로 귀로 들을 수 있다. 기본음을 100Hz라고 하면 그 정배수인 200Hz, 300Hz 이런 식으로 배음이 기본음과 같이 울리는 것이다. 피아노로 예를 들면 가온도 보다 한 옥타브 밑의 도를 치면 3번째 배음인 한 옥타브 위의 솔이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도와 함께 귀로 확실하게 들린다. 도를 기준으로 말하면 짝수 배음은 6배음의 두 옥타브 위 솔을 제외하고는 8배음까지 같은 도이지만 홀수 배음은 3배음 솔, 5배음 미, 7배음은 시 플랫 음으로 근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이다. 존 컬은 이렇게 홀수 배음의 소리를 증폭에서 배제하려고 앰프의 드라이브단(driving stage)에 MOSFET 소자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고조파의 해결이 깨끗하고 순도 높은 음을 재생할 수 있는 이유라는 생각이다.

Paganini - The 6 Violin Concertos (Salvatore Accardo, London Philarmonic Orchestra, Charles Dutoit, DG) - Violin Concertos no.2 in B minor Op. 7 'La Campanella' III. Rondo
이 곡은 내장 DAC를 통해서 들었다. 아카르도가 연주하는 빠른 패시지의 바이올린은 현 위를 튀기는 활의 질감이 잘 느껴질 정도로 섬세했고 피치카토와 함께 울리는 글로켄슈필의 금속성 음색이 바로 옆 연주처럼 존재감을 잃지 않고 울렸으며 스트링 사운드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금속성 음색의 릴리즈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역시 잘 느낄 수 있었다. 반주의 리듬과 함께 울리는 팀파니도 적절하게 구별할 수 있었고 팀파니가 울릴 때마다 저음의 댐핑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인 음색은 부드럽지만, 활을 켜는 거친 느낌 역시 무난하게 잘 표현하였다. 전체적인 무대의 깊이와 넓이도 인상적으로 표현해냈다.
Dave Brubeck - Time Out (Three To Get Ready)
이 곡은 도입부에 잠깐씩 가벼운 드럼 솔로가 나오는데 킥 드럼의 울림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대형기가 아닌 대부분 앰프와 스피커에서는 인상적인 울림을 들려주기 어렵고 특히 진공관이 아닌 TR 앰프에서 마음에 드는 울림을 느껴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예를 들면 49~51초 같은 부분인데 51초의 마지막 킥소리는 세게 밟는 소리는 아니지만, 진공관 앰프에 JBL 등의 15인치 유닛이 들어간 스피커를 통해 LP를 소스로 들으면 드럼을 옆에서 연주하는 정도의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HINT 6의 톤컨트롤을 켜고 12시가 디폴트인 저음을 3시 정도로 올린 후 들어보았다. 깊은 초저역대의 울림이 정확히 원하는 느낌으로 나왔고 혹시나 했지만 원하지 않은 대역의 부스트는 없었다. 저음이라면서 약간 높은 200~300Hz 대역이 부스트 되면 그런 톤컨트롤은 무용지물인데 HINT 6에서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음 역시 딱 찰랑거리는 소리가 좀 더 시원한 정도로만 부스트 되는 느낌이라 톤컨트롤만 잘 만지면 너무나 쉽게 원하는 소리를 만들 수 있었고 톤컨트롤 버튼을 눌렀을 때 조금이라도 음질이 열화되거나 달라지는 느낌은 없었다.
Coldplay - Ghost Stories (Always In My Head)
이 곡은 HINT 6의 포노 입력을 통해 LP로 들어보았다. 동시에 DAC를 통해 파일 플레이로 들어보며 비교해 보았는데 음악적인 느낌은 LP를 통해 듣는 것이 DAC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내장 DAC 때문이 아니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음조 차이 때문이다. 포노 입력은 스테이지의 크기도 넓었으며 역시나 32비트(beat)로 잘게 쪼갠 리듬의 하이햇 음색이 하나하나 명확하게 들리는 쪽은 LP였다. LP로 듣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앰프와 상관없이 주파수의 성분 자체가 좀 다르게 느껴진다. 디지털 쪽이 중음 성분이 더 많고 LP는 저음과 고음이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데 HINT 6에서도 마찬가지로 들렸다. 수치적으로는 디지털의 다이내믹 레이지가 더 크겠지만 귀로 듣기에는 LP 쪽의 다이내믹 레인지가 더 크게 느껴졌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말을 좀 더 직감적으로 표현하자면 음악을 듣고 있을 때 더 몸을 들썩이고 싶은 마음이 더 든다는 의미이다. 사운드의 생동감이 디지털보다 더 살아있다. HINT 6 포노 입력은 전체적인 사운드의 입체감을 잘 표현해 주었고 베이스의 깊은 저음 표현 역시 훌륭했다. 보컬은 한층 정돈된 느낌으로 표현해 주었다. 이런 포노 입력의 느낌은 아무리 비싼 DAC와 비교한다 해도 디지털과는 다른 느낌이다.
Art Pepper - ...The Way It Was! (All The Things You Are)
이 곡은 DSD 파일로 들어보았다. 워킹 베이스에서 무게감이 느껴졌고 피아노는 마이크와의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음색의 두께 역시 잘 표현되었다. 스네어 드럼은 피의 탄력에 의해 스틱이 튕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라이드 심벌의 울림은 1956년도 녹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선명하고 여음의 울림도 풍성했다. 스틱으로 연주하던 드럼의 사운드는 어느새 브러쉬로 바뀌었는데 스네어의 섬세한 통 울림이 베이스와 함께 스윙 그루브를 만들어 내었다. 아트 페퍼의 연주는 매우 가까이서 들렸으며 리드에서 입술이 떨리는 소리와 쉴 새 없이 키를 누르는 소리가 악기의 관을 통해서 같이 울리며 살아있는 음악이 되었다. 전반적인 사운드가 단단하고 에너지 있었으며 음색의 무게는 밑단에서 중심을 잡으며 안정감 있게 재생해 주었다.
Kurt Rosenwinkel – Caipi
이 곡은 내장 DAC로 헤드폰을 통해서 들었는데 유튜브에는 스튜디오 음원이 없어서 라이브 버전의 링크를 달았다. 헤드폰을 연결하면 스피커 출력은 자동으로 차단된다. 유튜브 라이브의 음원은 별로 무게감이 없지만, 스튜디오 버전은 저음 쪽에 매우 많은 무게가 실려 있다. 마치 EDM과도 같은 육중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무게감을 HINT 6는 온전히 표현하고 있다. 헤드폰 앰프 역시 깨끗하고 섬세한 사운드이며 배경이 매우 정숙하다. HINT 6는 헤드폰을 통해 인트로 나이론 기타의 룸 앰비언스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메인 멜로디를 서로 다른 악기들이 몇 개씩 유니즌으로 연주하는데 연주를 잘해서 하나의 사운드로 들리지만, 해상도와 분리도가 좋아서 악기마다 음색을 분리해서 들을 수 있다. 타악기의 타격감도 잘 표현해낸다. 300Ω의 헤드폰을 부족함 없이 재생했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파라사운드의 HINT 6는 제작사의 이념을 느낄 수 있는 고성능의 다재다능한 앰프이고 마치 뚜껑을 열면 계속 나오는 러시아 인형처럼 기능과 확장성이 뛰어나 한 대만 가지고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앰프이다. 살아있는 회로 설계의 천재인 존 컬의 노하우가 담겨있어 성능 또한 출중한데 가격에는 거품이 없다. 미국 스타일의 호방한 사운드이지만 균형 잡힌 음색과 부드럽고 투명한 느낌이 더해져 레퍼런스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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