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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87년 가문의 막내

조회수 2019. 4. 9. 10: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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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피데일 D330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여기, 1932년에 설립된 영국 스피커 제작사가 있다. 1932년이면 지금으로부터 87년 전이다. 앞서 탄노이가 1926년, 이후 쿼드가 1936년에 설립됐다. 어쨌든 이 회사의 첫 스피커는 영국 북부 요크셔(Yorkshire)의 일클리(Ilkley)라는 소도시의 한 가정집에서 만들어졌다. 제작자는 당시 42세였던 아마추어 엔지니어 길버트 브릭스(Gilbert Briggs)였고, 회사 이름은 인근에 흐르던 강 이름 와피(Wharfe)에서 따왔다. 맞다. 와피데일(Wharfedale) 이야기다.


최근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와피데일의 새 라인업인 D300 시리즈, 그 중에서도 유일한 플로어스탠딩 모델 D330을 시청했다. 다른 때라면 외관 체크하고 곧바로 앰프에 물려 시청에 들어갔겠지만 이번 D330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제 강점기 시절에 설립된 관록의 오디오 제작사가 지금도 신제품을 내놓으며 현역으로 활동한다는 사실부터가 놀랍고 부러웠다. 게다가 탄탄한 만듦새와 유닛 구성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북쉘프가 아닌 당당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인데도 가격이 채 100만원이 안되는 점이 믿기지 않았다.


와피데일 히스토리

와피데일 역사부터 살펴봤다. 개인적으로 처음 작성해보는 와피데일 스피커 리뷰인 만큼 제작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에 대한 이해나 언급 없이 그냥 ‘본론’부터 시작하다가는 D330 사운드의 전체 맥락을 잡기도 힘들 것 같았다. 통상 얼버무리고 마는 ‘가성비 스피커’ 혹은 ‘와피데일의 화려한 변신’ 쯤으로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원하는 애호가들이라면 뒤에 나오는 ‘D330 본격 탐구’부터 읽으시면 된다.


와피데일은 처음부터 스피커 제작사로서 굉장한 행보를 거듭했다. 길버트 브릭스는 와피데일 설립 이듬해인 1933년 일클리 인근의 보다 큰 도시인 브래드포드(Bradford)에 공장(Wharfedale Wireless Works)을 지었고 그 해 브래드포드 라디오 협회 오디오 경진대회에 참가, 1등상과 2등상을 거머쥐었다. 이 같은 인기와 기술력에 힘입어 와피데일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까지 매해 9000조의 스피커를 판매할 정도로 성장했다. 전쟁 기간 중에는 연간 4만개의 트랜스포머를 군수업체에 납품하기도 했다.

▲ (좌) 길버트 브릭스의 저서와 그가 제작한 세계 최초의 2Way 스피커와 크로스오버, (우) 3웨이로 진화한 SFB/3

와피데일이 스피커 개발사에서 한 획을 그은 사건은 1945년에 벌어졌다. 1930년대에 처음 개발됐지만 워낙 큰 덩치 때문에 당시만 해도 극장에서만 사용되던 2웨이 스피커를 처음으로 가정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바로 오픈 배플 타입의 오리지널 SFB였다. 배플에 모래를 집어넣도록 해 SFB(Sand Filled Baffle)라고 명명된 이 스피커는 10인치 드라이버가 트위터 역할을, 12인치 드라이버가 미드우퍼 역할을 했다. 비록 성인 남성 2명이 들어 옮겨야 할 정도로 크고 무거운 외장 크로스오버가 있었지만 집에서 쓸 수 있는 2웨이 스피커인 것은 분명했다. 이에 비해 같은 해 미국에서 나온 알텍의 2웨이 A5는 잘 아시는 대로 극장용 스피커였다. SFB는 1956년 3웨이 SFB/3로 진화했다.

▲ IAG 그룹에 속한 오디오브랜드

1950년대에는 쿼드(Quad)와 함께 영국 런던의 로얄 페스티벌 홀과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을 비롯해 포르투갈, 홍콩 등에서 일련의 콘서트를 열었다. 1953년 쿼드가 Quad II 파워앰프를 개발하자 자신들의 스피커와 매칭해 ‘Live vs Recorded’(라이브 대 녹음)라는 타이틀로 시연을 가진 것이다. 현장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들려준 뒤 이것이 실연 소리인지, 아니면 스피커에서 나온 재생음인지 청중들에게 알아맞히도록 했다. 당시 하늘을 찔렀던 와피데일의 자신감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동원됐던 스피커는 15인치 우퍼와 8인치 미드, 3인치 트위터를 단 코너형 3웨이 스피커였다. 참고로, 뒤에서 또 언급하겠지만 쿼드는 현재 와피데일과 함께 글로벌 오디오 기업 IAG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1958년 랭크 오가나이제이션(Rank Organization)에 매각된 와피데일은 1962년에 롤 서라운드(roll Surround)와 세라믹 마그넷(ceramic magnets)을 자체 개발했고, 1965년에 린톤(Linton), 1967년에 덴톤(Denton) 2웨이 북쉘프 스피커를 연이어 출시했다. 롤 서라운드를 처음 채택한 린톤은 1975년에 3웨이 버전인 Linton 3XP로 진화했으며, 덴톤은 와피데일 창립 80주년을 맞은 지난 2012년에 80주년 모델, 2017년에 85주년 모델이 나왔다. 1970년대 와피데일은 매해 80만개에 달하는 드라이버 유닛을 생산해야 했을 정도로 이 덴톤과 린톤은 세계적인 초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 와피데일 다이아몬드 시리즈

1982년 마침내 지금까지 시리즈가 이어져 오고 있는 다이아몬드(Diamond)의 오리지널 스피커가 탄생했다. 내부용적 5리터의 컴팩트한 캐비닛에 19mm 소프트 돔 트위터, 120mm 폴리프로필렌 미드우퍼를 장착한 이 북쉘프 스피커는 당시 65파운드에 불과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빅 사운드’를 선보여 ‘가성비 스피커’로서 와피데일을 세계적으로 알렸다. 지난 2017년에 나온 다이아몬드 11 시리즈(북쉘프 11.0, 11.1, 11.2, 센터 11 CC, 11 CS, 플로어스탠딩 11.3, 11.4, 11.5)는 이 오리지널 다이아몬드 스피커의 11세대 모델들로 여전히 탁월한 가성비를 자랑하고 있다.

▲ Diamond D11 시리즈 내부사진

참고로 Diamond 100 시리즈(2012년 출시)에 이어 2014년에 출시된 현행 Diamond 200 시리즈는 다이아몬드 11과는 별개 라인업으로 분류된다. 또한 지난해 출시된 이번 D300 시리즈와도 관련이 없다. 따라서 1982년 오리지널 다이아몬드의 직계는 자체 제작 케블라 콘 미드우퍼를 투입한 다이아몬드 8(2001년), 캐비닛 측면을 곡면으로 처리한 다이아몬드 9(2004년), 유닛 둘레에 알루미늄 링을 두른 다이아몬드 10(2009년)의 후계로 2017년에 등장한 다이아몬드 11 시리즈로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이 다이아몬드 시리즈의 하위 라인업으로 새로 등장한 것이 바로 D300 시리즈다.


한편 와피데일은 1990년대 초에 주인이 또 바뀌었다. 랭크 오가나이제이션이 당시 쿼드와 리크(Leak)를 거느리고 있던 베리티 그룹(Verity Group)에 와피데일을 매각한 것이다. 이로써 와피데일과 쿼드는 1950년대 합동 실연 이후 다시 인연을 맺게 됐다. 1997년 와피데일이 중국에 본사를 둔 IAG(International Audio Group)에 다시 매각됐지만 IAG가 이후 쿼드를 비롯해 미션, 오디오랩, 엑코, 리크, 캐슬, 럭스먼 등을 매입하면서 와피데일과 쿼드는 또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현재 와피데일 본사는 영국 헌팅던(Hungtindon. IAG UK 본부))에 있으며, 스피커 제작은 IAG의 중국 선천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D300 시리즈의 탄생

▲ 와피데일 D300 시리즈

D300 시리즈는 다이아몬드 시리즈의 핵심 유닛과 주요 기술들을 투입했지만 보다 더 싼 가격을 달고 지난해 9월 처음 선보였다. 캐비닛 라운딩 측면이 평면으로, 인클로저 재질이 이중 레이어 우드에서 파이버 보드(Fiberboard)로 바뀐 것은 원가 절감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1982년 처음 등장한 이래 와피데일의 엔트리 모델로 활약했던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36년만에 막내 자리를 D300 시리즈에 넘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이아몬드 11 시리즈가 총 8개 모델인데 비해 D300 시리즈는 북쉘프 2개(D310, D320), 센터 1개(D300C), 플로어스탠딩 1개(D330)로 모델수를 4개로 줄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공개된 D300 시리즈 매뉴얼에는 플로어스탠딩 2개 모델(D340, D350)과 2웨이 서라운드 모델(D300SR)이 포함돼 있어 조만간 라인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외관 역시 큰 차이를 보이는데, 다이아몬드 11 시리즈가 클래식한 이미지라면 D300 시리즈는 보다 현대적이며 산업디자인적인 요소를 부각시켰다. 유닛마다 자석식 그릴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한 점, 배플과 인클로저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음향설계는 다이아몬드 11과 거의 동일한데, 이는 외관 디자인은 Q어쿠스틱스와 데논, 마란츠에 이어 현재 미션과 쿼드에 재직 중인 디자이너 키론 덩크(Kieron Dunk)가 새로 맡은 것에 비해, 음향설계는 와피데일 어쿠스틱 디자이너인 피터 코모(Peter Comeau)가 계속해서 맡았기 때문이다.


D330 본격 탐구 : WFR 트위터, 자체 제작 케블라 콘/세라믹 마그넷, P-EQ, 포트 시스템

이제 D330을 살펴본다. D330은 기본적으로 2.5웨이 3유닛, 베이스 리플렉스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2.5cm(1인치) 소프트 돔 트위터가 맨 위에 있고, 13cm(5인치) 검은색 케블라 콘 우퍼 2발이 아래에 연이어 있다. 위의 우퍼는 크로스오버 주파수인 3.2kHz 이하 중저역 대역을 모두 커버하고, 아래의 우퍼가 저역대 일부를 보강하는 구조다. 그래서 ‘.5’가 붙었다. 이러한 2.5웨이 방식은 우퍼 2발이 모두 중저역대를 커버할 경우(2웨이) 중저역이 고역에 비해 너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설계다. 직경이 작은 우퍼들을 투입한 스피커에서는 우퍼 2발이 각각 중역대와 저역대를 커버할 때(3웨이)보다 저역을 보다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기본 스펙을 살펴보면, 공칭 임피던스는 4옴에 감도는 88dB, 주파수응답특성은 40Hz~20kHz(-3dB)를 보인다. -6dB를 기준으로 하면 저역이 37Hz까지 내려간다. 높이는 스틸 플린스 포함 965mm, 폭은 200mm, 안길이는 바인딩 포스트(바이와이어링) 포함 338mm, 내부용적은 34.7리터, 무게는 개당 18.2kg이다. 참고로 바로 아래 북쉘프 스피커인 D320은 1인치 소프트 돔 트위터, 5인치 케블라 콘 미드우퍼 구성에 감도 87dB, 주파수응답특성 56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4kHz, 내부용적 8.2리터를 보인다. 5인치 대신 4인치 미드우퍼를 채택한 막내 D310은 감도 86dB, 주파수응답특성 65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2kHz, 내부용적 4.3리터다.

설계디자인을 본다. 핵심은,

1) 트위터에 투입된 WFR 기술과,

2) 우퍼에 투입된 자체 제작 케블라 콘과 세라믹(페라이트) 마그넷, 발포 폴리에테르 서라운드, 

3) 다운 파이어링 포트에 적용된 P-EQ 기술, 

4)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배플 및 캐비닛 디자인

이다. 거의 모두 상급기인 다이아몬드 11 시리즈에 베풀어진 기술들이다.

▲(좌) D300 시리즈의 트위터 구조, (우) 우퍼 구조

먼저 트위터에 적용된 WFR(Wide Frequency Response) 기술. 이는 2017년 다이아몬드 11 시리즈용으로 처음 개발된 기술로, 트위터 주변에 2겹으로 옅은 웨이브가이드를 붙여 말 그대로 고역 주파수의 분산을 높이고 있다. 트위터 진동판 뒤에서 나오는 후면파 에너지를 배기판(vented pole plate)을 통해 전용 챔버로 배출하고, 챔버 안에는 섬유 충진제를 넣어 댐핑을 도모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보이스 코일은 구리로 도금된 알루미늄(CCAW)인데 이는 구리의 높은 전도성(conductive)을 유지하면서 전체 질량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우퍼에도 와피데일만의 기술력이 담겼다. 우퍼 진동판은 와피데일이 직접 생산한 블랙 케블라 콘이고, 마그넷은 이미 1962년부터 직접 만들고 있는 고감도 대형 세라믹 자석을 썼다. 케블라 콘은 2001년 다이아몬드 8 시리즈 때부터 와피데일이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롱 쓰로우(long-throw) 보이스 코일 모터 시스템을 완성시키는 서라운드(엣지)는 초경량 발포 폴리에테르(foamed polyether) 재질. D330의 미드우퍼가 위로는 3.2kHz까지, 아래로는 40Hz까지 넓은 대역을 커버할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여러 기술적 배경이 있기에 가능한 셈이다.

‘슬로 로디드 디스트리뷰티트 포트’(Slot Loaded Distributed Port)라고 명명한 다운 파이어링 포트도 주목할 만하다. 이 하향 포트 시스템은 2012년 다이아몬드 100 시리즈에 처음 투입된 것으로, 내부 원기둥 모양의 포트를 빠져 나온 우퍼 후면파가 캐비닛과 스틸 플린스 사이의 좁은 틈(슬롯)을 통해 360도 방사되는 구조다. 일반 포트보다 와류나 노이즈가 훨씬 적고 스피커 세팅도 후면 포트 방식보다 자유로운데, 와피데일에서는 이러한 포트 시스템을 P-EQ(Pressure Equalization)라고 부르고 있다. 우퍼 후면파로 인한 공기압력을 슬롯 방식을 통해 균등하게 방사시킨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밖에 인클로저를 보면 재질은 목재 펄프 분말을 압열 건조시킨 파이버보드(섬유판)이고 무광 페인트 처리한 전면 배플 두께는 28mm에 달한다. 인클로저 안쪽에는 흡음재 역할을 하는 섬유(inner fiber)가 둘러져 있다. 배플을 비롯해 캐비닛 모서리를 둥글게 마감한 것은 회절(diffraction)을 줄이기 위한 설계. 마감은 블랙, 화이트, 월넛, 로즈우드, 4종이 마련됐다.


시청

시청에는 오렌더의 네트워크 뮤직서버 A100과 캐리오디오의 인티앰프 SI-300.2D를 동원했다. SI-300.2D는 클래스AB 증폭으로 8옴에서 300W, 4옴에서 450W를 낸다. AK4490EQ DAC칩을 내장, USB 입력시 최대 32비트/384kHz, DSD256까지 재생할 수 있다. 그러나 시청시에는 이를 바이패스, A100의 내장 DAC을 거치도록 했다. AK4490 칩을 쓴 A100은 최대 32비트/768kHz, DSD256 사양이다.

Madeleine Peyroux ‘Dance Me To The End Of Love’(Careless Love)
더 이상 욕심이 안날 정도로 매력적인 보컬 음색이다. 기타 역시 상당히 탄력적으로 들린다. 무엇보다 네트워크 뮤직서버와 인티앰프, 3유닛 스피커가 곡을 앞에서 이끌어가는 모습이 든든하다. 그러면서 스피커는 슬쩍 사라지는 여유까지 보인다. 소릿결은 전체적으로 도툼하고 온기가 있으면 편안한 타입. 신경질과는 거리가 먼, 참으로 온순한 스피커인 것 같다. 음 자체는 의외로 두텁고 양감이 많은 편. 시청 모델이 이제 막 개봉한 신품인 탓이 크겠지만 음들을 아주 예리하게 썰어내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어 들은 안네 소피 폰 오터의 ‘Baby Plays Around’는 달콤하고 고운 음색에 그녀의 세세한 기척이,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Space Cowboy’는 음 하나하나를 허투루 대하지 않는 모습이 잘 느껴졌다.
Espen Lind ‘Hallelujah’(Live Hallelujah)
무대의 넓직하고 활짝 열린 공간감, 관객과 남성 보컬 4명 사이의 앞뒤 거리감 등이 잘 전해진다. 하이엔드 스피커를 들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4명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력을 갖춘 것은 분명하다. 기타도 오른쪽에서 잘 자리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이 가볍지 않아 밑으로 잘 추락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고역은 의외로 거침없이 잘 뻗고 음상은 무너지지 않고 제법 또렷하게 잘 맺힌다. 전체적으로 적당히 온기가 있고 편안한 음을 선사하고 있다. 압도적으로 청자를 옭아매는 스타일보다는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다. 다만 에이징 부족으로 케블라 콘 우퍼 유닛이 몸이 덜 풀린 탓에 저역 해상력에서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Hans Zimmer ‘Aggressive Expansion’(Dark Knight)
음이 매우 탄력적이며 펀치력과 양감도 만족스럽다. 작은 극장에 들어와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아직 몸이 덜 풀린 상태인데도, 특히 이 곡처럼 게인이 높게 녹음된 경우는 이를 완전히 무시해버리며 앞으로 전진, 또 전진했다. 음에서 팽팽한 탄력감이 느껴진 점도 꼭 강조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마이클 잭슨의 ‘Jam’(Dangerous)에서도 처음 유리창 깨지는 모습이 기대 이상으로 잘 표현됐다. 그 쪼개진 유리조각에 닿으면 금방 온몸이 베일 것 같다. D330은 의외로 밀도가 있는 음을 들려주며, 흐릿하거나 유약하며 애매한 음을 짜내는 타입은 아니다. 중간중간 집중해서 음들을 세게 터뜨려주는 맛도 있다. 무대의 레이어감 표현도 수준급이다. 에이징이 더 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펀치감과 해상력을 보여줄 스피커로 기대된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D330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스피커다. 거의 신품 수준인데도 스트라빈스키 불새(이반 피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중 ‘Infernal Dance’에서 매끄러운 대역간 이음매와 거칠지 않은 음의 표면이 느껴졌을 정도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안드리스 넬슨스,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는 막판 팀파니가 이끄는 곡의 강렬한 기세와 저역의 펀치감이 제대로 전해졌다. 대편성곡이 이럴진대 팝과 재즈의 여성보컬곡이나 소편성곡은 말할 것도 없다.


정리해본다. D330은 두 겹 웨이브가이드와 섬유 충진재를 챔버에 집어넣는 등 곳곳에 창의적 디자인이 베풀어진 소프트 돔 트위터와, 진동판과 마그넷 등 거의 모든 것을 자체 제작한 케블라 콘 우퍼의 물성이 돋보이는 스피커다. 5인치 우퍼 2발을 ‘.5’ 방식으로 배치해 고역과 중역의 밸런스 및 저역 강화를 동시에 노린 설계도 돋보인다. 특히 다운 파이어링 포트와 슬롯을 결합한 저역 컨트롤 설계는 스피커 몸이 풀릴수록 저역 해상력과 밀도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적인 이미지로 변신한 배플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은 보너스. 맞다. D330은 이 모든 것을 마치 금수저처럼 입에 물고 태어난 87년 가문의 막내다. 개인적으로는 브랜드의 업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시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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