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에 '멋'을 더하다

조회수 2019. 4. 3. 15: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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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prime Evolution DAC

‘멋’이란 무엇인가?

▲ 트란 뉴엔 (Tranh Nguyen)

누프라임 오디오의 전신 격인 누포스 NuForce 오디오의 수석 엔지니어 트란 뉴엔(Tranh Nguyen)이 토마호크 미사일의 파워 시스템을 개발할 때에도 수석 엔지니어였다는 사실은 오디오 업계에서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에 무조건 대단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평소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산업 제품 중에서 미(美)적으로 가장 ‘멋’이 없는 것을 군용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최근에는 첨단 기능 자체가 디자인이 되어 메카닉(mechanic)이 디자인으로 드러나는 최첨단 무기 시스템들도 존재하지만 흔하게 알고 있는 전통적 무기들은 그 투박함 덕분에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기라는 것 자체가 오로지 기능 우선에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아야 하며 심지어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감추려고 스텔스 기능까지 첨가하는데 미적인 것을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니 멋이 없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가 진정으로 ‘멋’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보이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진정성과 내면의 가치가 보이는 것보다 우선이다. 예를 들면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의사보다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의사가 더 멋있고 명예를 얻기 위한 판사보다는 억울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판사가 더 멋있다. 또한, 어떤 사람이 자기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그 일의 혜택이 다른 사람과 사회 전체에까지 돌아간다면 그런 것이 진정 멋있어 보이는 것이다.

■ 트란 뉴엔과 제이슨 림의 ‘멋’

▲ 토마호크 미사일

토마호크 미사일의 파워 시스템을 개발할 정도면 그 기술력이 현존하는 최고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트란 뉴엔이 필자에게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기술력을 토마호크나 자신에게만 사용하지 않고 누구나 들을 수 있으며 좋은 의도로만 쓰일 수 있는 첨단 오디오를 개발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 때문이다. 토마호크 같은 무기 역시 누군가를 위해 사용되겠지만 사실은 사용되지 않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혜택이 돌아간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트란 뉴엔이 미국에서 가지고 있는 특허 건수는 20여 개 이상이며 그 종류는 고효율 스위칭 앰프, 스위치 모드 전원 공급 장치, Clas-N amplifer, 단일 사이클 응답을 갖는 PWM 컨트롤러, 통합 부스터 앰프, 일정 주파수 자체 발진 증폭기, 푸시 푸시 (PUSH-PUSH) 인버터, DC-AC 전력 인버터 및 방법 등이다. 트란 뉴엔은 누프라임 이전인 누포스 시절 이미 회사와 결별했지만, 그의 이런 첨단 기술과 ‘멋’이 누프라임의 제품들에 녹아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특허의 사용권도 누프라임이 가지고 있다. 현재 트란 뉴엔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트리플 스타 투자사(Tripplestar Investment LLC)의 CEO 겸 컨설턴트로 또 다른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누프라임은 누포스가 대만의 세계적 프로젝터 생산 업체인 옵토마(Optoma)에 인수되면서 누포스의 공동 창업자인 제이슨 림(Jason Lim)이 2014년 누포스의 하이엔드 부분을 분리 인수한 업체이다. 제이슨 림 역시 멋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자본에 인수되는 기회를 선택하지 않고 독자적 하이엔드 노선을 지키기 위해 분리 독립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필자 역시 그런 선택을 지지한다.


누포스 당시의 기술적 차별성

▲ (좌) 하이펙스 사의 B.V. 모듈, (우) 아이스파워 500ASP 의 클래스 D 모듈

누프라임 분리 전의 누포스가 D 클래스 앰프로 오디오 업계에 충격을 준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저가형의 독자적 D 클래스 앰프는 A 클래스나 AB 클래스와 비교하여 장점도 있지만, 약점 역시 많이 가지고 있었고 하이엔드 업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D 클래스 앰프 제조사는 하이펙스(Hypex)사의 모듈이나 아이스파워(ICEpower) 모듈을 구입하여 제조하는 방식이었다.


하이펙스사는 원천 기술인 필립스(Philips)사의 UCD Class-D 기술의 라이선스를 구입하여 앰프 모듈을 제작하였고 아이스파워는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이 아이스파워로 알려진 기술을 인수한 후 독자적으로 앰프 모듈을 제작, 판매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하이엔드 업체를 포함한 D 클래스 앰프 제작사들은 이런 모듈을 구입하여 각 사의 방식대로 OP 앰프를 교환하거나 전원 장치를 보강하여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을 하고 있다. 


두 방식은 각각의 약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이펙스 모듈의 경우는 구동을 위해서 멀티 레일을 사용하여야 하는 바이폴라 전원 공급 장치가 필요한데 전원 출력 강화를 위해 대용량 커패시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음악을 크게 틀 때 전압이 안정적이지 않고 변하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하이엔드 제조사에서는 당연히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아이스파워의 경우는 싱글 레일로 작동하기에 이런 전원 문제는 없었지만, 필터의 문제로 재생 주파수 대역이 20kHz를 초과하는 경우 급격히 롤 오프 되었다.

▲ Evolution One Class D 모듈

D 클래스의 동작 방식은 흔히 말하는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 변조 스위칭 증폭 방식을 말하는 것이고 증폭을 위해 빠른 피드백이 필요한데 아이스파워는 250~340kHz, 하이펙스는 380kHz의 스위칭 주파수를 가지고 있었다. 누포스의 D 클래스 방식은 바이폴라 전원 공급 장치가 필요하지도 않고 재생 주파수 대역이 20kHz에서 롤 오프 되지도 않았으며 두 모델보다 훨씬 높은 500kHz의 스위칭 주파수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 생산되는 누프라임의 모노블럭 파워앰프인 Evolution One은 스위칭 주파수가 700kHz나 된다. 1초에 70만 번 스위치를 온, 오프하는 속도이다. 물론 이런 기술적 우위는 트란 뉴엔의 특허받은 기술들 때문이며 이러한 점들 때문에 누포스의 D 클래스 방식은 비슷한 것 같지만 독창적이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누포스의 특허 기술들은 현재 누프라임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당연히 누프라임의 제품 생산에 적용되고 있다. 누프라임의 첫 생산품 IDA-8부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오디오 매거진 앱솔루트 사운드(Absolute Sound)와 사운드 스테이지(SoundStage)에서 상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누프라임 Evolution DAC

누프라임에서 새롭게 출시한 Evolution DAC는 모노블럭 파워앰프인 Evolution One과 함께 누프라임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로 제작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는 느낌이 고급스러운 겉모습에서 드러난다. 여러 오디오 기기를 접하다 보니 이제는 겉모습만 보아도 어떤 소리가 날지 느껴지는데 상당 부분 맞는 느낌이다. 사실 최근에는 많은 기기들이 예상보다도 좋은 소리를 내는 경우가 더 많다. 기기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어서 그런 것 같다. Evolution DAC에는 최근 발매되는 플래그십 DAC 모델에 많이 사용되는 ESS사의 최신 하이엔드 칩인 ES9038PRO SABRE DAC가 사용되었다.

또 다른 ' 멋 ' 있는 이야기

▲ 포레스트 모저(Forrest Mozer) UC버클리 교수 겸 ESS 설립자

ESS의 칩은 매우 유명하고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이 회사 칩의 사용은 당연하지만 이에 관련된 또 하나의 ‘멋’있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1929년 태어난 포레스트 모저(Forrest Mozer)의 이야기이다. 1951년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1956년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 (Caltech)에서 물리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포레스트 모저 박사는 1966년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물리학과 연구원으로 합류하고 1970년에는 전임 교수가 되었다. 전임 교수로서 강의하는 첫해에 그의 클래스의 학생 중 시각 장애인 학생이 모저 교수에게 말하는 계산기를 만들 수 있는지 물었고 모저 교수는 주 관심 분야가 우주 천체물리학 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연구를 거듭한 모저 박사는 1974년 세계 최초의 집적회로 음성 신시사이저를 발명하여 특허를 받았고 그 특허의 라이선스를 얻은 텔레센서리 시스템(Telesensory Systems, Inc.)에서 1975년 실제로 음성 합성 전자계산기 스피치+를 제작했다.

▲ 최초의 말하는 계산기 스피치+

이후 모저 박사는 자신의 특허를 기반으로 음성 합성 시스템을 개발 및 판매하기 위해 1984년에 ESS(Electronic Speech Systems - 현재 ESS Technology)를 공동 설립했다. ESS는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음성 합성 연구를 기반으로 아들과 함께 최초의 음성 인식 집적회로인 RSC-164를 개발해 1994년에 Sensory Circuits, Inc. (현재 Sensory, Inc.)를 설립했다. ESS는 1980년대 아타리와 애플 컴퓨터의 게임 생산에도 기여했다. 포레스트 모저는 UC버클리 물리학부 부장과 우주 과학 연구소 부이사장에 임명되었고 로켓과 위성 측정, 우주 플라스마에서의 전기장 측정 등도 연구하고 있으며 300편이 넘는 과학 출판물 그리고 음성 인식과 합성 분야에서 17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인류의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고 그가 설립한 ESS 역시 멋있는 동기에 의해 설립된 회사이다.


ES9038PRO SABRE

DAC 칩과 좋은 소리는 어느 정도 관련은 있지만, DAC 기기라는 것이 전원부부터 시작해서 아날로그 스테이지까지 구성 요소가 광범위하므로 그 요소 중 한두 가지가 좋다고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다. 결과가 좋아지려면 시스템 전체가 좋아야 하지만 한 가지만 빠져도 결과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ES9038PRO가 현존 최고 스펙이기는 하지만 이 칩이 사용되었다고 기기를 맹신하는 것은 오류이다. 다만 칩 자체의 스펙이 현존 최고 사양인 것은 틀림이 없고 칩의 단가가 비싸므로 이 칩을 사용한다는 것은 제작자로서 그만한 자신감과 열정으로 제작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S9038PRO는 기존 델타 시그마 변조기술을 발전시킨 하이퍼 스트림(HyperStream)이라 명명한 자신들이 특허를 낸 독자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는 델타 시그마 컨버터가 오버 샘플링으로 인한 노이즈 생성으로 설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아티팩트(artifact - 부적정한 샘플링의 결과로 계산기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 결함) 제거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ES9038PRO의 스펙을 살펴보면 32비트, 8채널에 칩의 다이내믹 레인지가 모노 모드에서 140dB, THD+N(고조파 왜곡과 노이즈)은 -122dB(0.00008%)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델타 시그마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8채널 DAC의 THD+N이 -107dB(0.0004%)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이다. PCM 데이터의 비트 스트림 변환에서 32비트의 필터링으로 낮은 잡음과 왜곡을 실현했으며 디지털 볼륨 제어에서도 32비트는 매우 유연하며 볼륨 감소에 대한 해상도 저하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이 칩으로 제작된 DAC기기에서 이 장점이 드러난다. ES9038PRO는 8개의 미리 설정된 디지털 필터와 사용자가 롤 오프 등의 특징을 정의할 수 있는 필터도 제공한다. 8채널 출력 부분에서도 사용자가 전류 모드(current-mode) 혹은 전압 모드(voltage-mode)에서 모노, 스테레오를 정의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사용자는 기기 제작자를 말한다.


디자인

Evolution DAC는 플래그십 모델 답게 알루미늄 절삭 가공을 통한 입체적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전면 양쪽은 육각형으로 각을 주었고 육면체의 모서리 라인들 역시 사선으로 가공된 면을 넣어 입체성을 강조하였는데 같은 시리즈인 모노블럭 파워앰프 Evolution One과 일맥상통하는 디자인이다. W 430mm x H 55mm x D 315mm로 풀사이즈의 크기인데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아 정교한 이미지의 느낌을 준다. 제품에는 알루마이트 처리된 블랙과 실버의 두 가지 색상이 있다. 실버의 경우 투 톤으로 5mm 두께 알루미늄 케이스의 전면과 측면은 매트 실버이고 윗면은 매트 블랙인데 입체적인 재단 때문에 5mm보다 훨씬 두꺼워 보인다. 전면과 윗면이 만나는 선을 사선으로 깍은 면에 음각의 NUPRIME 로고가 있는데 음각된 면이 반사되어 무지갯빛을 발산한다. 은근히 빛을 발하는 총천연색 로고가 전체 디자인을 완성하는 포인트로 느껴졌다.

전면의 중심에는 청색으로 정보가 표시되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있는데 화면이 밝고(밝기는 조정 가능함.) 글자가 정교하며 심플하지만 필요한 모든 정보를 보여주는데 어중간한 LED 패널보다도 첨단 제품의 이미지를 잘 느낄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 왼쪽에는 인풋 셀렉터, 오른쪽에는 볼륨이 있는데 노브 중심이 오목한 입체적 디자인이라 플래그십 질감에 일조한다. 뒷면에는 왼쪽 끝에 전원 단자와 퓨즈, 파워 스위치, 케이스 접지 단자가 있고 나머지 부분이 좌우로 나뉘어 있는데 왼편이 입력 파트, 오른편이 출력 파트이다. 입력 단자는 왼쪽부터 USB 2.0 B Type, IIS/DSD, Coaxial 2조, Optical 2조, AES/EBU 단자가 있다. 출력 단자는 XLR 1조와 RCA 1조이다. IIS/DSD 단자는 HDMI와 같은 형식인데 누프라임 제품들 사이의 연결을 위한 단자이고 HDMI와 호환되지 않는다. 동사(同社)의 CDT-8 CD 트랜스포트 같은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 밑면에는 끝에 방진 고무볼이 달린 알루미늄 스파이크형 받침이 역시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알루미늄 리모컨은 심플하고 견고하지만, 버튼 배열의 특징이 없이 똑같은 버튼을 똑같은 간격으로 배치해서 조작의 직관성이 약간은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그래도 며칠 사용해보니 익숙해지면 큰 불편함은 없었다.


스펙

▲ Evolution One 내부사진

Evolution DAC가 지원하는 포맷은 PCM 768kHz/32Bit 그리고 DSD 512까지이다. 현재 존재하는 최고의 사양인데 입력 방식에 따라 지원되는 샘플 레이트가 다르다. USB는 PCM 384kHz와 DSD 256까지 입력할 수 있으며 IIS/DSD 단자는 이 DAC에서 지원되는 최고 사양인 PCM 768kHz/32Bit와 DSD 512까지 입력할 수 있다. COAXIAL 입력은 PCM 44.1kHz~768kHz/32Bit, DSD DOP 64, 128, 256까지 지원하며 OPTICAL과 AES/EBU는 똑같이 PCM 44.1kHz~192kHz/32Bit 그리고 DSD DOP 64까지 입력할 수 있다. 또한, 고해상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응하는 MQA 컨버팅 기능을 내장하고 있는데 직접 타이달 마스터로 확인해본 결과 디스플레이에 MQA가 표시되며 확실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MQA 데이터를 일반 CD에 담은 음반을 출시했는데 앞으로 MQA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매우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아날로그 출력은 고정식(FIX mode)과 가변식(VARIABLE mode)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프리 앰프로 사용할 수 있는 가변식의 경우 볼륨 값은 0~99까지 조절할 수 있다. 고정식 출력은 XLR 밸런스 단자에서 8Vrms, RCA 언밸런스 단자에서 4Vrms이며 반 고정식(HALF FIX mode)을 선택할 수 있는데 XLR에서 4Vrms, RCA에서 2Vrms로 고정식의 절반 값을 출력한다. 재미있는 것은 반 고정식 모드의 경우 출력 전압은 절반이지만 볼륨으로는 0~99중 87에 고정된다. 들리는 소리의 크기와 실제 전압의 크기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출력 임피던스는 50Ω 이하이고 주파수 반응은 20Hz~20kHz/±0.3dB이며 신호 대 잡음 비(SNR)는 110dB, THD+N은 0.0003% 이하이며 소비전력은 13.5W, 대기전력은 0.9W이다.


기능 및 특징

■ AC 필터

누프라임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토마호크 전원 시스템 설계에서부터 이어져 온 전원부에 대한 노하우일 것이다. 실제로 누프라임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데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AC 전원이 Evolution DAC로 공급되면서 바로 AC 필터에서 노이즈 성분이 제거된다. 일반적으로 노이즈의 종류는 2가지인데 신호선 사이를 흐르는 차동 모드 노이즈(대칭 잡음)와 그라운드를 타고 흐르는 공통 모드 노이즈(비대칭 잡음)이다. 사진에서 노란색 커패시터는 차동 모드 노이즈를 억제하고 둥근 코어에 감긴 코일은 공통 모드 노이즈를 억제한다. 일반적인 라인 필터에 비해 2~3배의 물량으로 다중 필터링을 하는 구성이며 제작사에서는 100kHz~5MHz 영역에서 AC 고주파 라인 잡음을 20dB 이상 줄인다고 말하고 있다.

■ C코어 트랜스와 대용량 커패시터

보통 오디오파일들에게는 트로이달 트랜스가 사용되면 더욱 고급 기종이라는 생각이 있다. 스위칭 파워와 비교해보면 장단점이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트랜스에서도 EI코어, C코어, R코어, Z코어 등 많은 종류가 있는데 링코어로 불리는 트로이달 트랜스가 반드시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트로이달 트랜스보다 잘 만든 EI코어가 오디오에는 더 좋다. 과거 크렐(KRELL) 같은 경우 KSA 50, KSA 100 같은 초기의 제품들은 모두 EI코어 트랜스포머만 사용했으며 크렐 매니아들은 EI코어가 사용된 초기 앰프만 제대로 된 크렐의 소리라고 말한다.

▲ EI코어 트랜스포머가 사용된 초기 크렐 KSA 50

■ 디스크리트 트랜지스터와 교환 가능한 Op 앰프

누프라임 측은 아날로그 섹션에서 누프라임만의 독자적 디스크리트 방식이 적용되어 안정적이고 깨끗한 게인을 확보할 수 있고 높은 PSRR 값을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일단 Evolution DAC가 웬만한 다른 기기들보다 월등히 높은 출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펙에서 서술했지만, XLR 출력 전압이 8V라는 것은 일반적인 기기의 2배 정도가 되는 수치이다. 이렇게 아날로그 섹션의 출력이 높아지면 자연히 출력단에서 AC의 전압 성분 역시 증가할 수 있는데 PSRR(Power Supply Rejection Ratio)라는 것은 AC 성분을 얼마만큼 감쇠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이다. Evolution DAC의 PSRR 값이 크다는 것은 AC 성분을 많이 감소시켰다는 것이고 당연히 아날로그 섹션의 게인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인데 출력 전압을 보면 그들의 주장에 신뢰가 간다. 회로의 신호 성분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는 누프라임의 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이한 것은 Op 앰프를 교체할 수 있게 소켓을 통한 장착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사용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Op 앰프 교체를 위해 기판의 납을 녹이는 경우도 있는데 튜닝의 재미를 더해준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 샘플 레이트 조정 기능 (업샘플링)

Evolution DAC는 누프라임의 PSRC IC칩을 통해 변환이 요구되는 디지털 데이터의 샘플 레이트를 조정한 후 아날로그로 변환시킬 수 있다. PSRC는 provides sample rate conversion의 약자로 추정된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일반적인 어떤 샘플 레이트의 데이터도 Evolution DAC가 지원하는 최고 샘플 레이트인 PCM 768kHz 또는 DSD 512까지 업샘플링 할 수 있다. 혹은 반대로 다운 샘플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샘플 레이트의 데이터를 다운 샘플링 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 같고 업샘플링도 가상의 데이터를 끼워 넣는 방식이라 결과가 반드시 좋아진다고는 말할 수 없다.


샘플 레이트 조정 기능은 리모컨에서 메뉴 버튼을 누르면 바로 SAMPLE RATE ADJUST 항목이 보인다. 디폴트는 OFF인데 리모컨 Value 버튼으로 위 혹은 아래에서 원하는 샘플 레이트를 선택하면 된다. OFF를 포함해서 PCM 44.1K부터 DSD 24.6M까지 19단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44.1kHz의 음악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로 바꾸어 보았는데 소리의 밀도가 높아지는 대신 무대의 크기가 약간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현상은 다른 DAC에서 업샘플링을 했을 때도 느꼈던 비슷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업샘플링을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 DIGITAL FILTER

Evolution DAC는 7개의 디지털 필터를 지원하는데 이 디지털 필터는 ES9038PRO DAC 칩 내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항목은 MINIMUM PHASE FAST, MINIMUM PHASE SLOW, LINEAR PHASE FAST, LINEAR PHASE SLOW, APODIZING FAST, HYBRID FAST, BRICKWALL인데 같은 ES9038PRO 칩을 사용하는 Mytek의 Manhattan DAC II에서도 화면에는 약자로 표시되지만 똑같은 내용의 7개의 필터를 내장하고 있다. 소리를 들어보면 필터 적용에 따라 미세하게 바뀌는 것은 맞지만 7개의 느낌을 동시에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2개씩 비교는 가능했는데 예를 들면 MINIMUM PHASE FAST의 경우는 초고음에서 배음 주파수가 하나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으며 LINEAR PHASE SLOW는 상대적으로 소리의 밀도가 얇아지는 대신 이탈감은 확장되었다. 다만 이런 변화의 느낌은 매우 작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차이를 증명해 보기 위해 주파수 분석을 시도해 보았는데 미세한 차이가 있었지만, 그 정도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192kHz 24bit Flac 파일로 된 Hoff Ensemble의 Stille, Stille Kommer Vi란 곡을 20초를 편집하여 7개의 필터를 바꾸어 가며 PCM, DSD 겸용 스튜디오 녹음기인 KORG사의 MR-2000S를 이용해 192kHz 24bit로 녹음하였고 스펙트럼 비교를 통해 필터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비교해보았는데 지면 관계상 일부만 공개해 보겠다. 


디지털 192kHz로 녹음을 했기 때문에 나이퀴스트 법칙에 따라 주파수 성분이 그 절반인 96kHz까지 분석되었는데 순수 오디오 성분이 약 58kHz 정도까지 보였으며 그 이상의 주파수는 귀로 들을 수 없고 오디오에서도 주파수 반응 외의 영역이라 재생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노이즈라고 할 수 있다. 주파수 그래프에서 비교적 일정한 곡선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 Stille, Stille Kommer Vi 곡을 LINEAR PHASE FAST 필터를 적용한 주파수 성분
▲ Stille, Stille Kommer Vi 곡을 LINEAR PHASE SLOW 필터를 적용한 주파수 성분
▲ 두 스펙트럼의 특정 부분을 수십 배 확대해서 차이를 비교한 그래프

두 스펙트럼의 그래프를 동시에 봐도 전체를 보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지만, 특정 부분을 수십 배 확대해서 보면 마지막 그래프처럼 분명히 차이는 있다. 이 디지털 필터 부분은 매우 미세한 차이라 감상자의 청취 느낌으로 선택하면 되겠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면에 다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확한 실험을 위해 모든 필터를 여러 번에 걸쳐서 테스트했고 모두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스펙트럼 상 차이가 있다는 말은 실제 소리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청음 및 감상

누프라임의 Evolution DAC를 들어보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중음대역의 해상도였다. 음악에서 가장 많은 소리가 모여 있는 대역이 중음 대역인데 이 대역의 해상도와 분리도가 압권이었다. 물론 전반적으로 모든 대역의 해상도가 다 높았지만, 고음이나 저음은 일반적인 음악에서 악기들이 뭉쳐져 있는 느낌이 아니므로 그냥 선명하다는 정도였지만 중음에서는 인식할 수 없었던 소리의 느낌이 매우 섬세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PC와 USB로 연결했을 때 PC에서 나는 윈도우 10의 알림 경고음조차 매우 선명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음악의 해상도가 너무 선명하면 감상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Evolution DAC는 그런 우려를 할 필요가 없었다. 보통 리뷰를 하다 보면 리뷰하다 말고 감상에 빠지게 되는 음악성 좋은 기기들이 있는데 Evolution DAC가 바로 그런 기기였다. 극도로 선명한 사운드가 튀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기기의 장점이었다. 


음색의 밸런스는 매우 중립적인데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사용해도 무난할 듯한 음색이었다. 자체 프리 앰프도 투명하고 작은 볼륨에서도 선명한 해상도를 들려주지만 몇 가지 프리 앰프로 테스트를 해 보았을 때 기기의 볼륨을 76 이상 올릴 때부터 극도의 선명함을 들려주었다. 기기마다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볼륨 대역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기기는 아무리 비싼 기기라도 볼륨이 내려가면 단지 힘이 빠지는 정도가 아니라 음색의 밸런스가 약간은 무너지는데 그것은 등청감 곡선에 의해서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전 기기들은 작은 볼륨에서 저역과 고역을 부스트 하기 위해 라우드니스 기능이 있었다. Evolution DAC는 꽤 작은 볼륨에서도 음색 밸런스를 음악 감상에 문제가 없을 만큼 유지했는데 이것은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이 좋은 점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Evolution DAC의 기능 중 하나가 Op 앰프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인데 Evolution DAC를 통해서 들으면 Op 앰프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뛰어난 해상도를 유지하며 음색을 튜닝하는 재미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다만 리뷰용 제품이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 Nuprime X Power Amplifier

리뷰를 위해 Evolution DAC의 소리를 NuPrime-X 파워앰프를 통해서 들어보았는데 Evolution DAC보다는 한 단계 아랫급의 앰프이지만 균형 잡힌 성능으로 특별히 부족한 느낌을 느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앰프가 새것이라 그런지 약간은 결이 거친 느낌이 들었는데 20분 정도 지나고 워밍업을 하자 D 클래스라는 것을 느끼기 어려운 섬세한 소리의 결이 느껴지며 Evolution DAC의 해상도를 온전히 받아줄 수 있는 새로운 앰프가 되었다. 다시 켤 때마다 최소 15분 정도는 지나야 제소리를 내주는 느낌이 들었는데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는 물론이고 TR 앰프 역시 전원을 넣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제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D 클래스에서도 예열의 필요성을 느꼈다.


Dire Straits - Brothers In Arms
Dire Straits - Brothers In Arms의 20주년 기념 음반을 DSD 파일로 들어보았다. 여러 음악을 들으면서 모니터를 해 보고 있었는데 이 곡을 재생하는 순간 기타의 사운드가 마치 신들린 연주처럼 들렸다. 평소에도 마크 노플러의 기타를 좋아하고 수없이 들은 곡이지만 이 곡이 이렇게 들릴 수도 있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기타의 자글거리는 질감이 온전히 느껴지는 출중한 사운드를 울려주었다. 기타의 사운드가 마치 보컬을 보호하듯 둘러싸고 지켜주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펼치는 느낌이었다. Evolution DAC도 대단하지만 이런 사운드를 연주하고 만들어낸 마크 노플러의 재주에 다시 한번 감탄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기타와 어우러져 나오는 신시사이저의 음색은 마치 기타의 포스에 투정이라도 부리듯 또 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진아 (Lee Jin Ah) - 보이지 않는 것
케이 팝 스타에서 유명해진 이진아의 대표적 곡인데 모니터 한 곡은 앨범 버전으로 CD에서 립한 무손실 파일로 들어보았다. 평소 많이 들었던 곡이지만 Evolution DAC를 통해 듣는 사운드는 정말 다른 사운드였다. 특히 드럼 사운드가 매우 리얼한 느낌으로 들렸다. 필자는 실제 드럼 소리를 일주일에 몇 번씩 듣고 있으며 스튜디오에서 세션맨들과 드럼 녹음도 많이 진행해 보았는데 Evolution DAC를 통해 듣는 이 곡의 드럼 사운드가 마치 스튜디오에서 실제 드럼을 연주하는 사운드를 컨트롤 룸에서 스피커를 통해 모니터할 때와 같은 리얼함이 느껴졌다. 문제는 평소에 들을 때는 그 정도까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Evolution DAC와 NuPrime-X 파워앰프의 매칭이 좋았으며 두 기계 모두 밸런스가 좋다는 느낌을 다시 한번 받았다.
Bruno Mars - 24k Magic
24k Magic 역시 신시 브라스와 신시 베이스의 음색이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신시 베이스의 경우 들어가는 어택과 음이 끊어질 때 릴리즈 없이 끊기는 느낌마저 강렬한 느낌을 주었으며 각 음의 길이가 어느 정도 끌리는지 더 잘 느낄 수 있게 시간에 대한 집중력까지 높여 주었다. 그러면서도 음색도 어느 대역에서도 과함이 없이 적당한 밸런스를 표현하기 때문에 음악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다.
Diana Krall - Turn Up The Quiet
이 곡은 전체적으로 Evolution DAC의 투명함을 잘 느끼게 해주었으며 배경의 깨끗함이 마치 연주하고 있는 녹음실 부스에 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전해졌다. 피아노는 한음 한음의 터치가 공감각적으로 그려졌다. 특이한 점은 보통 드럼같이 울림이 큰 악기가 소리를 내며 자신의 공간을 확보해서 스테이지를 그리는 느낌을 표현하는 오디오 기기는 많이 있었지만, Evolution DAC를 통해서 듣는 이 곡의 스트링 사운드가 그것도 저음도 아닌 중간 음역대에서 울림의 공간을 확보하는 느낌은 약간 생소한 것이었는데 그만큼 표현력이 섬세했다. 또한, 드러머의 브러쉬가 스네어를 터치하는 소릿결은 옆에서 듣는 것보다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누프라임의 Evolution DAC는 부품의 선택부터 제작에 도입된 기술까지 모든 면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하이엔드 사운드를 현실적인 가격대에서 구현해낸 실용적인 기기이며 MQA와 PCM 768kHz/32Bit, DSD 512까지 현존하는 모든 포맷을 지원하는 정통 DAC이다. 더군다나 사용자에 의한 Op 앰프 교환을 통해 튜닝의 길까지 열어 놓았기에 다양한 재미를 추구할 수도 있다. 웬만한 파워앰프에 직결하면 매우 투명하고 섬세하며 수준 이상의 소리를 들려줄 것으로 확신한다. 자신의 소리를 만들기 위한 레퍼런스로서 Evolution DAC는 손색이 없다. 한마디로 멋있는 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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