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LP를 즐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조회수 2019. 3. 28. 10: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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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TT-S303 턴테이블

LP를 듣다 보면 참 재미있다. 마스터링과 프레스 수준에 따라 같은 녹음의 음질이 확확 바뀐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절대 피해야 할 리이슈 레이블’ 이런 게 있는데 실제로 해당 레이블에서 재발매한 LP가 마침 집에 있어 들어보니 역시 ‘영 아니었다’. 거의 mp3 수준의 음이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예를 들어 2013년 아날로그 프로덕션(Analogue Productions)에서 재발매한 ‘전람회의 그림’ LP의 경우, 믿을 만한 곳에서 리마스터링과 프레싱이 이뤄진 덕에 정보량이 많고 매끄러운 아날로그 사운드를 선사한다. 프리츠 라이너/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957년 12월7일 녹음을 수록한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를 스털링 사운드(Sterling Sound)에서 리마스터했고 퀄리티 레코드 프레싱(Quality Record Pressings)에서 찍은 덕이다.


그런데 이러한 LP 감상의 재미를 누리려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턴테이블이 있어야 한다. 또 턴테이블에는 톤암도 있어야 하고, 톤암에는 MM(Moving Magnets) 방식이 됐든 MC(Moving Coils) 방식이 됐든 카트리지가 있어야 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LP 그루브에서 뽑아낸 음악신호가 워낙 미세한 출력이어서 별도 증폭단, 즉 포노스테이지를 갖춰야 한다. 포노스테이지 없이 곧바로 프리앰프나 인티앰프에 연결해서는 거의 소리가 나지 않는다.

포노스테이지는 또한 포노 이퀼라이징이라는 아주 중요한 역할도 수행한다. LP는 제한된 디스크에서 더 오랜 재생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EQ 커브를 적용한다. 즉 음구 폭이 넓은 저역은 레벨을 낮춰 음구를 덜 파내고, 음구 폭이 좁은 고역은 반대로 레벨을 높여 커팅을 한 것이다. 표준 RIAA 커브의 경우 턴오버 주파수 500Hz 이하의 저역은 6dB 낮춰, 10kzHz 이상의 고역은 -13.7dB 높여 커팅했다. 이를 원래대로 되돌려주는 것이 바로 포노 이퀼라이징이다.


결국 LP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최소 4개의 기기(턴테이블, 톤암, 카트리지, 포노스테이지)가 별도로 필요한 셈이다. LP 한 장 듣자고 이 모든 것을 각각 갖추는 게 귀찮고 금전적으로 부담스럽다면(?) 방법이 있다.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올인원 턴테이블을 선택하면 된다. 그것도 믿을 만한 브랜드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나온 제품이면 금상첨화다. 이번 시청기인 야마하(Yamaha)의 TT-S303은 이런 올인원 턴테이블의 유력 후보 중 하나다. ‘전람회의 그림’ LP를 들어보니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가성비 사운드를 들려줬다.


야마하와 턴테이블

▲ 최초의 야마하 턴테이블, YP - 1000

앰프와 스피커, 피아노로 유명한 야마하이지만 이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턴테이블에도 이미 일가를 이룬 브랜드다. 1887년 설립된 야마하가 오디오 제작에 본격 뛰어든 것은 1973년이고, 엔트리 레벨 턴테이블만 생산하던 야마하가 본격파 언테이블을 내놓은 것은 1976년이다. DC서보 모터가 플래터를 직접 돌리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턴테이블 YP-1000이 그것으로, 스탁스 UA-7 톤암과 슈어 V-15 MM카트리지를 장착했다. 이어 1978년에는 야마하 최초의 리니어 톤암을 장착한 PX-1을 선보였고, 이 라인업은 1979년에 PX-2, 1981년에 PX-3로 진화했다.

크고 육중한 플래그쉽 턴테이블, GT - 2000 ▶

CD가 처음 등장한 1982년에 야마하는 오히려 크고 육중한 플래그십 턴테이블 GT-2000을 출시했다. 가로폭이 545mm에 이를 정도로 크고(Gigantic) 엄청나서(Tremendous) ‘GT’다.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에 전통의 S자 롱암을 장착한 GT-2000은 1991년까지 생산됐을 정도로 롱런했다. 이밖에 벨트 드라이브형 턴테이블 PF-1000이 1984년, 다이렉트 드라이브형 턴테이블 GT-750이 1985년에 나왔다.

시청기인 TT-S303의 직계 오리지널은 1987년에 출시된 벨트 드라이브형 TT-300과 그 후계기인 TT-400. 야마하가 지난 2018년에 TT-S303과 TT-N503을 내놓으면서 ‘27년만에 내놓는 턴테이블’이라고 밝힌 것은 TT-400이 단종된 해(1991년)부터 따진 것으로 보인다. TT-400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에 DC 모터, 알루미늄 플래터, 33.3 및 45 회전, 스태틱 밸런스형 스트레이트 톤암, 톤암 유효거리 230mm, 오버행 16mm 등 구조와 스펙이 지금의 TT-S303과 흡사하다.


TT-S303 : 스트레이트 톤암, 오디오테크니카 MM 스타일러스, 170mV 출력 포노스테이지

▲ Yamaha TT - S303 Turntable

필자는 TT-S303에 앞서 함께 출시된 TT-N503 턴테이블을 지난달 시청했었다. 모델명에 ‘N’이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네트워크 플레이 기능까지 갖춘 올인원 턴테이블이었다. LP 트래킹 솜씨와 내장 포노스테이지 성능도 놀라웠지만 간편하게 앱으로 NAS 재생, 디저(Deezer) 및 인터넷 라디오 스트리밍, 블루투스를 즐길 수 있는 점이 기발했다. 심지어 UPnP/DLNA 네트워크를 통해 타이달(Tidal)과 코부즈(Qobuz)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TT-S303은 이러한 네트워크 기능을 모조리 빼버리고 오로지 아날로그 플레이 기능만 담은 올인원 턴테이블이다. 따라서 TT-N503보다 저렴하지만 턴테이블 회전 시스템과 톤암, 카트리지는 동일하다. 다만 내장 포노스테이지 출력을 비교해보니, TT-N503이 450mV(-7dBV)인데 비해 TT-S303은 140mV(-17dBV)를 보인다. 시청시 해상도는 비슷하지만 다이내믹스에서 차이가 났던 점은 바로 이 내장 포노스테이지 출력전압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TT-S303은 누가 바도 그냥 턴테이블이다. MDF 재질에 블랙 피아노 도장을 한 플린스 위에 알루미늄 플래터가 올려져 있고, 역시 블랙 알루미늄 재질의 스트레이트 톤암에는 오디오테크니카의 MM 스타일러스(ATN3600L)가 기본 장착됐다. 헤드쉘은 탈부착이 가능한 유니버설 타입. 플린스 왼쪽에는 회전수 선택버튼(33.3/45)과 플레이/스톱 버튼이 있고, 전원 온오프 버튼은 후면에 있다. 기본적으로 동봉된 AC어댑터에서 12V DC 전원을 끌고와 DC모터를 돌리는 방식이다.


TT-S303은 이 DC모터로 작동하는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이다. 펠트 매트가 올려진 직경 30cm의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플래터를 들어올려 보면 플린스 왼쪽에 모터가 보인다. 이 모터에 연결된 고무 벨트가 플래터 안쪽 내주부를 돌리는 구조다. 모터의 회전편차는 +,-2%, 플래터의 와우앤플러터는 0.2%에 그친다. 플래터 무게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턴테이블 전체 무게는 4.8kg을 보인다.

톤암은 스태틱 밸런스형 9인치 스트레이트 톤암으로, 피벗과 침선까지의 유효거리가 223.5mm, 침선과 스핀들 중심부까지의 오버행은 19mm를 보인다. 분리 가능한 오디오테크니카 MM 스타일러스(출력 2.5mV, 침압 3.5g)가 기본 카트리지(5.0g)에 장착돼 있다. 헤드쉘 무게는 10g. 수평축 및 침압 맞춤을 위한 카운터 웨이트와 링, 카트리지가 스핀들로 미끄러지려는 현상을 막아주는 안티스케이팅 조절 노브도 있다.


TT-S303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포노스테이지를 내장했지만 바이패스할 수도 있다. 이미 별도 성능 좋은 포노앰프가 있거나 포노단을 내장한 프리/인티앰프가 있을 경우 유용할 것이다. 후면을 보면 스위치가 있어서 라인아웃(내장 포노스테이지 사용. 170mV)과 포노아웃(내장 포노스테이 바이패스. 2.5mV)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내장 포노스테이지의 정숙도(SNR)는 67dB 이상을 보인다.


시청

시청에는 이탈리아 오디아 플라이트(Audia Flight)의 인티앰프 FLS10과 독일 오디오피직(Audio Physic)의 Virgo III 스피커를 동원했다. FLS10은 8옴에서 200W, 4옴에서 380W를 내는 클래스AB 증폭, 패러렐 푸쉬풀 구동, 풀 밸런스 구성의 인티앰프. 2옴에서도 700W를 뿜어낸다.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Virgo III는 3웨이, 4유닛 구성으로 공칭 임피던스 4옴에 감도 89dB, 재생주파수 대역 30Hz~40kHz를 보인다.

Fritz Reiner, Chicago Symphony Orchestra ‘Pictures At An Exhibition’(Mussorgsky/Ravel)
전람회의 그림 중 ‘닭발 위의 오두막’(The Hut On Fowl’s Legs)을 듣는 순간 ‘이거 실화냐?’ 싶었다. 처음부터 만족도가 매우 높은 음이 나온 것이다. 60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포노스테이지와 MM스타일러스까지 갖춘 턴테이블에서 하이파이 디지털 소스기기에 버금가는 음이 나온 것이다. 당당하고 선명하며, 깨끗하면서도 포근한 감촉이다. 특히 이 포근한 온기는 디지털 재생 때는 거의 느낄 수 없었던 덕목이다. 거의 사기급 올인원 턴테이블이다. 물론 가격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그루브에 담긴 모든 정보를 쪽쪽 빨아들이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또한 워낙 녹음과 리마스터링, 프레싱이 잘 된 리이슈 LP인 덕도 클 것이다. 하지만 67dB라는 SNR이 의심이 갈 정도로 조용한 배경과 안정적인 플래터 회전은 두고두고 칭찬할 만하다.
Mstislav Rostropovich, Benjamin Britten ‘Sonata for Arpeggione and Piano’(Schubert/Bridge)
내장 포노스테이지도 그렇지만 기본 장착된 오디오테크니카의 MM스타일러스도 사기 캐릭터다. 이렇게 조용하고 차분하게 음악신호를 긁어올 줄은 짐작도 못했다. 늠름하고 대견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음의 무게가 좀더 느껴졌으면 좋겠지만, 이는 어쩌면 오디오피직의 Virgo III 성향일 수도 있다. 어쨌든 깨끗하고 해상도가 무척 높은 음이다. 음의 밀도감, 피아노 고역의 고소함과 경쾌함, 첼로 저역의 묵직함이 잘 느껴진다. 특히 첼로의 음들은 마치 중력가속도가 붙은 듯 바닥에 잘 떨어진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코로 숨쉬는 모습도 잘 관찰된다. 또 하나. 음이 순한 점, 음의 표면이 매끄러운 점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계속 듣다보니 다이내믹 레인지와 다이내믹스에서 부족함이 느껴진다. MM스타일러스와 내장 포노스테이지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일 것이다. 역시 전문 외장 포노앰프와는 체급이 다르다. 이는 인정해야 한다.
Madeleine Peyroux ‘Bye Bye Love’(The Blue Room)
확실히 내장 포노단의 다이내믹 헤드룸이 모자란다. 섬세함과 디테일, 포근함, 리듬감, 넓은 음장과 또렷한 음상, 거의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만 주로 ‘힘’과 ‘에너지’와 관련한 항목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음이 좀더 묵직하고 진했으면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격대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욕심일 것이다. 마들렌 페이루의 표정이 보일 정도로 풍부한 표현력과 매끄러우면서 빽빽한 음의 감촉은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든다. 이어 들은 ‘Change All Those Changes’는 뽀송뽀송하면서도 통통 튀는 탄력감, 은근히 가슴을 가격해오는 음의 압력이 돋보인다. 역시 음악은 이처럼 심장을 눌러줘야 한다. 귀로만 듣는 것이 절대 아니다. 어쨌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야마하 TT-S303은 애매함이나 혼탁함, 흐릿함이 없는 소리를 들려줬다는 것. 음들이 스피커를 그냥 지나쳐 나오는 모습도 좋았다.
Eric Johnson ‘Venus Isle’(Venus Isle)
이미지가 무대 정중앙에 또렷이 맺힌다. 하지만 사운드스테이지는 약간 좁은 편. 역시 스타일러스가 그루브 좌우 골을 100% 정확히 트래킹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인티앰프 볼륨을 TT-N503 때보다 더 많이 올려야 비슷한 음량과 에너지감을 느낄 수 있었다. 450mV와 170mV의 어쩔 수 없는 차이일 것이다. 그럼에도 또렷한 해상력이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 확실히 TT-S303은 색번짐이 없는 분명한 윤곽선, 홀로그래픽하게 펼쳐지는 앞뒤 레이어감, 음의 탄력감 등이 장기다. 거칠거나 우악스러운 구석, 솔직한 표현 대신 자기색채를 덧입히는 오만한 구석도 발견되지 않는다. 보컬이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리퀴드하게 들린 점도 특징. 계속해서 음악을 들어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은 순하고 편안한 사운드도 돋보인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필자가 만약 오디오를 다시 시작한다면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 시스템부터 갖출 것이다. 그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적지 않은 수업료를 지불한 끝에 도달한 지금의 디지털 재생 시스템(네트워크 렌더러, 트랜스포트, DAC)이 들려주는 사운드는, 사실 소박한 아날로그 재생 시스템으로는 듣는 양질의 LP 소리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만약 16비트 mp3 음원이라면 아무리 비싼 디지털 소스기기도 LP 사운드를 능가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TT-S303은 LP의 흥미진진한 아날로그 사운드 탐험을 시작할 만한 충실한 동반자로 보인다. 1070년대부터 턴테이블과 톤암을 만들어온 야먀하가 만든 최신 제품답게 만듦새와 회전 및 증폭 메커니즘, 어디에서도 큰 흠집이 보이지 않는다. 별도 포노앰프가 있는 애호가라면 TT-S303의 내장 포노스테이를 바이패스해 음질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지금 당장 LP 사운드를 접하고 싶은 애호가들에게 추천한다. 이 정도로 기본기를 갖춘 올인원 턴테이블이라면 단지 LP를 ‘듣는’ 차원이 아니라 이것저것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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