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로 탐미하는 명품 사운드

조회수 2018. 8. 8. 10: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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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노이 오토그라프 미니 OW

▲ 탄노이 오토그래프 최초 모델

1954년 오디오 역사에서 획을 그을 만한 명품 스피커가 탄생했다. 높이가 150cm나 되고 뒷면이 삼각형 모양이라 코너에 쏙 들어가는 탄노이(Tannoy) 동축스피커 오토그래프(Autograph)가 첫 선을 보인 것이다. 유닛은 한 해 전 개발된 모니터 실버(Monitor Silver) 15인치. 탄노이가 1947년 개발한 동축 유닛 모니터 블랙(Monitor Black)의 진화형 모델이었다.


오토그래프는 이후 1958년에는 모니터 레드(Monitor Red), 1967년에는 모니터 골드(Monitor Gold)를 장착하며 롱런했다. 모니터 골드 장착 오토그래프는 30Hz~20kHz(-4dB)라는 놀라운 주파수응답특성을 보였다. 어쨌든 이러한 유닛 변화속에서도 변함없이 유지했던 것은 저역 확장을 위한 백로드 혼(20Hz~250Hz)과 동축 유닛 둘레의 프론트 혼(250Hz~1kHz) 구조, 따뜻한 질감의 오트밀(oatmeal) 그릴이었다.


오토그래프는 스케일이 다른 소리를 들려줬다. 필자 역시 지인 청음실에서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중인 오토그래프(모니터 레드)를 몇차례 들어봤는데, 부드러운 촉감, 풍성한 양감, 리얼한 현장감이 일품이었다. 탄노이의 기함 웨스트민스터 로얄은 이에 비해 좀더 정교하고 단단했고, 프리스티지 라인의 스털링이나 캔터베리 등은 확실히 스케일 다운된 탄노이 사운드였다. 오토그래프는 이러한 차별화된 사운드로 전세계 오디오파일들을 열광케 했고 이미 수십년 전부터 전설이 됐다.


시청기인 ‘Autograph Mini OW’(오토그래프 미니OW)는 이 오토그래프에 대한 탄노이의 셀프 오마주다. 2005년에 오리지널 ‘오토그래프 미니’(Autograph Mini)가 나왔었고, 올해 3월 영국 브리스틀(Bristol) 오디오쇼에 내부 스펙과 외장 마감을 변경한 신 모델 ‘오토그래프 미니OW’를 선보였다. ‘OW’는 ‘Oiled Walnut’(오일드 월넛), 즉 기름을 먹인 월넛을 마감재로 썼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오리지널 미니는 ‘TK’(teak. 티크) 혹은 ‘MH’(mahogani. 마호가니) 마감이었다.


외관과 스펙

▲ Tannoy Autograph Mini GR

외관부터 본다. 오톨도톨한 오트밀 그릴이 전면과 양 사이드에 덮여있다. 목재 인클로저와 오트밀 그릴의 이같은 만남이야말로 시대를 뛰어넘어 탄노이 고급 라인을 관통하는 패밀리 룩이다. 전면 그릴은 탈부착이 된다. 위에서 보면 각 꼭지점이 5cm 정도 평면으로 마무리된 삼각형 모양. 확실히 코너형 스피커인 오토그래프를 본딴 형상이다. 오토그래프 측면 패널에 있던 스피커 연결단자는 후면 하단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위에는 자그마한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달렸다.


전면 그릴을 떼어내면 탄노이의 상징과도 같은 듀얼 콘센트릭(Dual Concentric) 동축유닛이 보인다. 4인치(100mm) 펄프 콘 중심에 0.75인치(19mm) 티타늄 돔 드라이버를 집어넣었다. 트위터부를 자세히 보면 메탈 소재의 동심원 여러개가 일종의 웨이브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튤립 웨이브가이드(Tulip Waveguide)’라고 명명한 것으로 탄노이 유저라면 익숙하실 것이다. 미드우퍼 콘의 서라운드는 고무 소재.

▲ Tannoy Autograph Mini GR

2005~2016년 생산됐던 오리지널 오토그래프 미니와 외관상 가장 다른 점은 전면 배플 디자인. 오리지널 미니가 동축 유닛 밑을 세로로 3등분한 디자인을 채택, 오토그래프 인클로저를 좀더 비슷하게 복원했던 데 비해, 미니OW는 이를 없애고 대신 ‘GR’ 문양을 새겼다. 문양 밑에는 또한 ‘Prestige Gold Reference Autograph Mini Tannoy’라는 금색 명판이 부착돼 훨씬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스펙을 보자. 덩치는 오리지널 미니보다 약간 커졌다. 전면 폭은 209mm(오리지널 210mm), 높이는 356mm(오리지널 345mm), 안길이는 156mm(오리지널 130mm)를 보인다. 무게도 4kg에서 4.4kg으로 늘어났다. 이에 비해 감도는 88dB에서 85dB로 대폭 낮아졌다. 주파수응답특성은 106Hz~20kHz(-3dB), 60Hz~20kHz(-10dB), 공칭 임피던스는 8옴, 최대 피크음압은 108dB를 보인다.


미니어처 오마주 vs 신세대 탄노이

▲ Tannoy Autograph Mini GR

탄노이에서는 오토그래피 미니OW를 ‘2웨이 스탠드마운트 4인치 듀얼 콘센트릭 하이파이 라우드스피커’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1950년대 오토그래프 디자인을 미니어처로 재창조했다’(A miniature and authentic recreation of the famous 1950’s Tannoy Autograph design)고 밝히고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재창조’(recreation)라는 단어다.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최신 기술을 접목시켜 오토그래프를 21세기에 맞게끔 재탄생시켰다는 의미일 것이다. 외관에서는 압도적인 오토그래프의 위용을 연상케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4인치 듀얼 콘센트릭 유닛과 베이스 리플렉스 구조로 새롭게 디자인한 셈. 오토그래프 미니OW가 현 탄노이 프리스티지 라인의 막내로서, 그것도 2014년 등장한 ‘GR’(Gold Reference) 마크를 당당히 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사실 필자가 보기에 오토그래프 미니OW와 오토그래프는 삼갹형 인클로저와 외관 디자인, 동축 유닛을 빼고는 거의 접점이 없다. 백로드 혼 구조도 아니고 따라서 측면 개구부도 막혀있으며, 배플이 프론트 혼 역할을 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15인치 모니터 실버나 레드, 골드의 흔적이 없다. 대신 4인치 듀얼 콘센트릭 유닛에 간단한 베이스 리플렉스 구조를 채택, 저역 하한(-3dB 기준)이 106Hz에 그칠 뿐이다. 30Hz까지 떨어지는 그 위풍당당한 오토그래프와는 처음부터 맞비교가 불가능한 스피커인 것이다.

▲ Tannoy Autograph Mini GR

따라서 오토그래프 미니OW는 오토그래프에 대한 정교한 미니어처 복원이 아니라 오마주로 탄생한 별개 소형 스피커로 봄이 옳다. 2018년에 탄생한 2웨이 동축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인 셈. 그럼에도 오토그래프 미니OW에서는 오토그래프 모습이 끈질기게 아른거린다. 빼닮은 외관 디자인에서 오는 시각적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크기만 보고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던 그 부드럽고 호방하며 풍성한 소릿결 자체가 ‘빅 스피커’ 오토그래프를 연상케 한다.


필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탄노이라는 노포 브랜드의 진가가 빛난다고 본다. 70년 넘게 개발해온 듀얼 콘센트릭 유닛의 탁월한 물성, 평행면을 없앰으로써 내부 정재파 발생 소지를 줄인 삼각형 인클로저 구조, 네트워크 회로 및 내부 브레이싱 설계에 대한 노하우가 결합돼 ‘프리스티지 GR’에 걸맞은 사운드를 들려준 것이다. 심지어 4인치 동축유닛을 배플에 장착한 10개 나사에도 탄노이의 섬세한 손길이 닿았다. 오토그래프 미니OW를 시청하는 내내 ‘미니어처로 오토그래프를 듣는다’는 이미지가 가시지 않았던 이유다. 한마디로 ‘갑툭튀’는 흉내조차 못낼 그런 사운드였다.

시청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오렌더의 ‘A10’, 인티앰프로 유니슨 리서치의 ‘Unico Primo’를 동원했다. ‘유니코 프리모’는 프리단에 쌍삼극관인 12AX7를 1개, 파워단에 MOSFET을 써서 8옴에서 80W를 내는 하이브리드 타입이다.

Anne-Sophie Mutter, Kurt Masur, New York Philharmonic ‘Beethoven Violin Concerto in D major’(Beethoven Violin Concerto, Romances)
‘스털링SE’를 거쳐 현재 ‘D-700’이라는 탄노이 동축 스피커를 자택에서 애용중인 필자의 귀에 첫 곡부터 그냥 ‘탄노이 사운드’였다. 일단 소릿결이 야들야들하고 부드럽다. 귀에 와닿는 촉감이 상당히 리퀴드하고 소프트한데, 특히 바이올린의 음색은 웃음과 소름이 동시에 나오고 돋을 만큼 섬세하고 투명하며 깨끗했다. 찰지고 고우며 빈틈이 없는 소리. 무엇보다 작은 우퍼 사이즈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청감상 저역의 부족함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실생활에서 더 큰 직경의 우퍼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 곡이 계속 진행되면서 동축 유닛의 엄정한 대역밸런스와, 너무나 매끄러운 대역간 이음매가 슬슬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점음원 효과인 것이다. 그러면서 바이올린의 특유의 까칠한 쇳소리와 서늘한 메탈 사운드를 여지없이 들려주는 것을 보면 티타늄 트위터와 튤립 웨이브가이드의 해상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닛과 인클로저의 크기가 작다고 해서 의기소침하거나 낯가림을 하는 스피커는 절대 아니다. 그야말로 오토그래프 혈통을 이어받은 듯 매사가 적극적이고 당당한 스피커였다.
Iron Butterfly ‘In-A-Gadda-Da-Vida’(In-A-Gadda-Da-Vida)
아, 이 넘치는 에너지감. 작고 당차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다. 4인치 우퍼에서 어떻게 이런 굵고 넓은 양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몹시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무대 역시 당차게 그리고 넓게 쓴다. 가상의 사운드스테이지가 2m 정도 벌린 두 스피커가 안쪽으로 넓게 펼쳐진다. 다이내믹스, 리듬감, 스피드 모두 모자람이 없다. 6분35초 무렵부터 시작하는 그 유명한 드럼 솔로에서는 먼지가 펄펄 날 정도로 탄력감과 펀치력이 장난이 아니다. 저벅저벅 무대를 휘감아 돌아가는 드럼의 움직임이 생생하다. 이 조그만 스피커가 이러면 사실 반칙이다. 오토그래프 미니OW는 기본적으로 매칭 재미가 풍부한 스피커다. 시청에는 하이브리드 앰프를 동원했지만, 진공관 앰프나 클래스D, 혹은 대출력 솔리드 클래스AB 앰프에 따라 그야말로 다양한 소리를 들려줄 것 같다. 여기에 소스기기로 턴테이블을 붙여주면 더욱 품격 있는 재생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에나 음들이 저마다 준민하고 뽀송뽀송하게 튀어나올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오디오파일 입장에서는 갖고 놀기 좋은 스피커다. 클래식한 외관 역시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든다.
Madeleine Peyroux ‘Bye Bye Love’(The Blue Room)
마들렌 페이루, 그녀가 무대 중앙에 실물사이즈로 등장한다. 그 실루엣이 얇거나 윤곽선이 흐릿하지가 않다. 마치 어렸을 적 연필심에 잔뜩 침을 묻혀 그린 그림처럼 진하고 확연하다. 그러면서 음끝은 싱싱하게 살아있다. 반주 악기 역시 풋워크가 상당히 경쾌하며 그 안에서 달콤함과 부드럼이 녹아있다. 한마디로 살살 녹는다. 이어 들은 ‘Change All The Changes’에서는 한 음 한 음이 분명하고 선명하다. 아주 섬세한 재생은 아니지만, 품위와 여유가 느껴지는 사운드다. 물론 베릴륨 트위터 같은 맑고 편안하며 공간감이 깊은 고음도 아니다. 그러나 음에 깃든 뉘앙스를 남김없이 그리고 소중하게 들려주는 점이 이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Philippe Herreweghe, Collegium Vocale ‘Cum Sancto Spiritu’(Bach Mass in B minor)
직전에 들은 로베르타 플랙의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에서 순간순간 경직된 모습이 보여 내심 걱정했는데, 이 합창곡을 들으니 단번에 더할나위없이 포근하고 매끄러우며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사람 참 편안하게 하는 소리이자, 들을수록 재미있는 스피커다.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수많은 음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놓는다. 온화한 음, 노이즈가 증발한 음이다. 무대가 약간 미니어처럼 등장하는 것은 맞지만 스피커 크기를 감안하면 정말 대단하다. 음에 담긴 여러 표정들을 다 담아내는 능력, 여린 음들을 곡이 끝날 때까지 밀고 나가는 능력도 좋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오토그래프 미니OW는 기본적으로 예민한 스피커다. 너무 높은 볼륨이거나 앰프 구동력이 약하거나 하면 금세 재생음에 약간의 파탄이 일어난다. 이는 반대로 매칭의 재미가 그만큼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웰메이드 풀 진공관 프리, 파워앰프를 붙이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내부용적이 작고, 재생대역폭 역시 좁기 때문에 음원소스와 앰프 매칭에 신경을 써준다면, 이 스피커는 최소한의 크기와 가격으로 탄노이 사운드를 맛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물론 이는 필자 같은 오디오파일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일반 유저라면 클래식한 외관 분위기와 편안한 사운드, 크기를 잊게 하는 다이내믹스와 통울림만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오귀스탱 뒤메이 등이 연주한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을 들어보면 바이올린과 첼로의 현 소리는 정말 죽여주고 끝내준다. 이렇게 작은 스피커에서 어떻게 이런 소릿결과 촉감이 가능할까 싶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 작은 스피커로 탄노이의 명품 사운드를 천천히 그리고 진지하게 탐미해보고 싶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Performance
Recommended amplifier power 20 - 100 Watts
Continuous power handling 50/200 Watts RMS Cont/Peak
Frequency response 60Hz - 20kHz -10dB
Sensitivity 85dB (2.83 Volts @ 1 metre)
Nominal impedance 8 Ohms
Drive Units
Dual Concentric™ high frequency 19mm (0.75”) titanium dome with Tulip WaveGuide™
Dual Concentric™ low frequency 100mm (4.50”) treated paper pulp cone with rubber surround. 33mm (1.33”) edge wound voice coil
Dispersion 90 degrees conical
Crossover
Frequency 2.3kHz
Type Passive low loss 2nd order compensated LF, 1st order compensated HF
Construction
Enclosure type Rear ported
Volume 3.5L (213.5 cu.ins”)
Dimensions 356 x 209 x 156mm
Weight 4.4kg
Finish Oiled Walnut
Importer & Price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 - 2168 - 4500)
가격 26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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