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똘똘한 액티브스피커 로망의 완성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액티브 스피커는 계륵 같은 존재다. 소스기기만 있으면 간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솔깃하지만, 기기별 업그레이드 재미와 유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밋밋한 것이다. 음질 또한 통상 분리형보다 떨어지는 점도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그래서 ‘민간인’들이라면 모를까, 오디오 애호가들의 방이나 시청실에서 액티브 스피커는 보통 서브 시스템에 머물고 만다.
그럼에도 기기별 전원 스위치조차 켜기 귀찮을 때, 누워서 그냥 스마트폰 하나로 음악을 컨트롤하고 싶을 때, 액티브 스피커, 그것도 무선 기능이 있는 액티브 스피커에 대한 로망은 변함없이 꿈틀거린다. 게다가 음질까지 괜찮고 가격까지 부담이 없다면? 더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 오디오 애호가들은 항상 그래왔다.
최근 셀수스 사운드(Celsus Sound)의 액티브 스피커 ‘SP-ONE’을 시청하면서 필자에게도 아직 이런 로망이 숨어있음을 깨달았다. 집에서 쓰고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와는 품격이 다른, 본격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작은 몸체에서 내뿜어오는 풍성한 저역과 스케일 큰 무대, 그리고 어떤 음악을 만나서도 담대하게 나서는 그 모습에 매료되고 말았다. 블루투스 품질도 괜찮았다.
누프라임, 셀수스 사운드, SP-ONE
누프라임(NuPrime)을 아시는가.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클래스D 앰프로 유명했던 누포스(NuForce)가 옵토마에 인수된 후, 누포스 CEO이자 핵심 하이엔드 오디오 엔지니어로 활약했던 제이슨 림(Jason Lim)이 2014년 독립해 세운 제작사다. 누프라임이 내놓은 DAC ‘DAC-9’과 파워앰프 ‘STA-9’, 플래그십 모노블럭 파워앰프 ‘Evolution One’은 현재 오디오파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셀수스 사운드는 제이슨 림이 주로 포터블과 올인원 오디오 제작을 위해 2015년 별도로 세운 브랜드. 필자가 ‘SP-ONE’을 듣기도 전에 잔뜩 기대를 높였던 이유다. 예전 누포스의 빨간색 초미니 앰프 ‘Icon’을 갖고 놀며 그 당당한 구동력과 매끄러운 섀시 마감에 놀랐고, 최근 누프라임의 ‘Evolution One’을 포칼의 ‘Sopra No.2’에 물려 시청하면서 클래스D 앰프가 하이엔드화되면 어떤 소리를 들려주는지 감탄했다.
‘SP-ONE’에서도 또한번 놀라고 감탄했다. 여지없이 제이슨 림의 사운드 매직이 불을 뿜었던 것이다. 셀수스 사운드는 현재 액티브와 패시브 두 타입이 있는 스피커 ‘SP-ONE’을 비롯해 와이파이 지원 포터블 DAC 겸 헤드폰 앰프 ‘Companion One’, 오픈형 이어폰 ‘Gramo One’을 라인업에 올려놓고 있다. ‘Gramo One’이 2015년 4월, ‘Companion One’이 2015년 6월, ‘SP-ONE’이 2016년 11월 출시됐다.
외관과 스펙
필자가 시청한 ‘SP-ONE’은 30W(6옴) 출력 앰프를 내장한 액티브 타입. 예상과는 달리 클래스D 앰프가 아니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의 ‘STA540’ 클래스AB 앰프모듈이 장착됐다. 일부 스펙에는 출력이 60W라고 돼 있지만 이는 2채널을 합산한 것이다. 실제로 ‘STA540’ 모듈 자체가 브릿지 모드에서 4옴에서 35W 출력을 낸다.
스피커 파트는 전형적인 2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 1.5인치 소프트돔 트위터에 3.5인치 카본섬유 콘 미드우퍼가 아노다이징 처리한 알루미늄 배플에 달렸다. 인클로저는 대나무를 하나하나 붙여 마감했는데, 매끄러운 질감과 모서리를 둥글게 마무리한 모습이 고급스럽다. 양판형 액티브 스피커와는 촉감 자체가 다르다. 높이는 195mm, 폭은 130mm, 안길이는 180mm를 보인다. 높이가 20cm가 안되지만 내장 앰프를 품은 탓에 안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점이 인상적이다. 무게는 2.3kg
후면은 마스터 스피커(오른쪽 채널)와 슬레이브 스피커(왼쪽 채널)가 다르게 생겼다. 마스터 스피커에는 내장 앰프와 블루투스 수신 모듈, 네트워크 회로 기판이, 슬레이브 스피커에는 네트워크 회로 기판만이 담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스터 스피커에는 DC 전원 입력단자(19.5V), 아날로그 신호 입력단자(RCA), 슬레이브 스피커 연결용 출력단자(바나나 플러그)가 달렸다. 볼륨 노브와 블루투스 안테나, 외부 충전용 USB A단자(5V), 입력선택 스위치(AUX, Wire, Off)도 눈길을 끈다.
이 조그만 용적과 3.5인치 우퍼를 갖춘 2웨이 모델의 저역 특성이 55Hz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물론 이 때 음압이 몇 dB까지 떨어지는지 공개는 안됐지만 대단한 스펙인 것은 분명하다.
고역은 20kHz까지 올라간다. 공칭 임피던스는 6옴, 감도는 88dB를 보인다. 블루투스는 4.0버전이며 고음질 코덱인 aptX를 지원한다.
설계디자인
‘SP-ONE’의 설계디자인을 음의 입구부터 출구까지 조금은 찬찬히 들여다봤다. 우선 유선 연결. RCA 입력단자를 타고 들어온 음악신호는 ‘STA540’ 클래스AB 증폭모듈을 통해 증폭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브릿지 모드로 연결해 채널당 4옴에서 35W를 내는 아날로그 앰프 모듈로, 뒤에는 방열판이 붙어있다. 이 앰프를 가동하는 전원은 820 마이크로패럿 용량의 평활 커패시터 2개를 통과한 DC 전원이다.
블루투스 수신 모듈은 퀄컴의 ‘CSR8645’ 칩을 썼다. 내부 사진을 보면 이 칩 옆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저잡음 OP앰프 ‘N5532’이 장착됐는데, 이는 블루투스 수신 신호를 1차 증폭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선 입력 신호 역시 또다른 ‘N5532’ OP앰프로 1차 증폭된 후 볼륨 포텐션미터로 레벨 조정후 본격 증폭단인 ‘STA540’ 모듈로 넘어가는 구조다.
스피커 유닛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3.5인치 미드우퍼다. 수천 가닥의 가느다란 카본섬유로 진동판을 짠 것이다. 잘 아시는 대로 카본섬유는 유리섬유의 3배, 케블라 섬유의 2배, 철보다는 20배나 강도가 높다. 진동판의 강도가 높을수록 분할진동에 따른 주파수 왜곡 가능성이 줄어든다. 또한 카본섬유는 알루미늄보다 훨씬 가볍기 때문에 스피커 모터시스템(마그넷+보이스코일)에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SP-ONE’이 인클로저 덩치나 3.5인치 미드우퍼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풍성한 저역 특성과 섬세한 디테일 재생이 가능했던 배경은 바로 이 카본섬유 콘 미드우퍼 유닛 덕분이다. 더욱이 셀수스 사운드에 따르면 서라운드(엣지) 구조는 특허출원한 2단 폴더형을 채택, 리니어리티를 높이고 주파수응답특성을 개선했다고 한다. 기존 1단 폴더형 서라운드는 2kHz 대역에서 10dB 정도 딥 현상이 일어난다는 게 제작사측 주장이다.
1.5인치 소프트 돔 트위터는 둘레에 얕은 혼이 파여진 점이 두드러진다. 물론 고역대 주파수를 보다 넓게 확산시키려는 설계다. 이밖에 인클로저는 안쪽 인클로저를 바깥쪽 대나무 인클로저가 두른 독특한 형상이며 내부에는 흡음재가 잔뜩 들어있다.
셋업 및 시청
사실 ‘SP-ONE’을 셋업하면서 반신반의했다. ‘반신’은 누프라임의 손길이 닿은 스피커라는 점 때문이었고, ‘반의’는 액티브 스피커에 대한 몹쓸 편견 때문이었다. 더욱이 덩치는 작고 미드우퍼는 직경이 3.5인치밖에 안되는 것이다. 어쨌든 소스기기로 오렌더의 DAC 내장 네트워크 뮤직서버 ‘A10’을 동원, ‘SP-ONE’ 마스터 스피커와 언밸런스 케이블로 연결했다. 그리고 스피커 케이블 하나로 1.2미터 정도 떨어진 슬레이브 스피커를 연결하면 셋업은 끝. 볼륨은 2시 방향이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블루투스 시청
총평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음원을 들었다. 콜레기움 보칼레의 ‘Cum Sancto Spiritu’에서는 곡의 핵심과 진행과정을 꿰뚫고 있는 듯한 통찰력이 돋보였다. 소스기기를 아주 좋은 것으로 골라 정성스럽게 매칭해주고픈 스피커다. 블루투스로 들은 노라 존스의 ‘Those Sweet Words’는 첫 음부터 ‘됐어, 마음에 들어’ 라는 낯부끄러운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나왔다.
셀수스 사운드 ‘SP-ONE’는 한마디로 본격파 액티브 스피커다. 진정한 의미에서 음원에 충실한 ‘하이 피델리티(High Fidelity) 스피커의 면모를 거의 빠지지 않고 갖췄다. 좋은 음원을 좋은 소스기기를 통해 흘려주고, 전원에도 신경을 써준다면 지금보다 더 훨훨 날 것 같은 취미성도 만점이다. 처음 듣는 음악이라도 직관에 의해 빠르게 적응하고 솔선해서 재생음을 들려주는 작지만 대단한 스피커다. 간만에 설렘 가득한 시청이었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Frequency Response | 55Hz to 22kHz |
Impedance | 6 Ohms |
Power Rating | 60W |
Sensitivity | 88db |
Inputs | Bluetooth & Line In |
Power Supply | AC adapter (DC19.5V, 3.16A) |
USB Port | 5V DC charging Port for external accessory |
Dimensions (H x W x D) | 195mm X 130mm X 180mm |
Weight | 2.3Kg |
수입사 | 샘에너지 (02-6959-3813) |
가격 | 69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