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와 낭만의 디지털 DAC

조회수 2018. 7. 20. 10: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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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덱 D1 Seven DAC

R2R DAC 르네상스

이론은 직관과 경험 사이에서 종종 무력해진다. 사실 아직 많은 직관적 현상과 경험을 과학적으로 풀어내지 못한다. 직관과 경험은 이론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며 이론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고 도구다. 디지털 양자화가 이루어진 후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데 쓰인 칩셋은 지금 보면 무척 조악한 것이었다. 하지만 금세 기존 이론은 전복되고 새로운 이론과 설계방식이 태어났다. 그 중간에 얼마나 많은 엔지니어들이 실험과 실패를 거듭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레퍼런스 레코딩스의 엔지니어 키스 존슨은 퍼시픽 마이크로소닉스과 함께 디지털과 CD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HDCD같은 포맷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편 칩셋 부분에서는 애초에 싱글 비트 델타 시그마 칩셋과 멀티비트 R2R 래더 DAC 중 델타 시그마 칩셋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델타 시그마 칩셋이 나온 이후 더 이상 채산성이나 출력 성능에서 멀티비트 칩셋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매우 많은 분야에서 오직 성능만을 중심으로 발전하지 않지만 특히 인간의 청감과 감정에 호소하는 음악을 다루는 오디오 분야는 그 모순과의 투쟁이 더욱 심했다. 더 뛰어난 성능과 채산성 등 대중적인 특성과 실용성이 종종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서는 거부된다. 바로 음악 재생이라는 특별한 분야를 다루기 때문이다.


토탈 DAC

▲ Totaldac의 설립자, 뱅상 브리앙(Vincent Brient)

프랑스의 토탈DAC을 만든 뱅상 브리앙 또한 이런 기존의 관습을 거부하고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음악적인 접근법을 기반으로 기기를 설계했다. 그렇다고 그가 뮤지션이나 또는 음악애호가 출신이라고 섣불리 예상하지 말라. 그는 프랑스 명문 공대에서 공부한 석학이며 프로용도 아닌 가정용 DAC 쯤은 학생시절에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로 일하면서 하이엔드 레벨의 고순도 DAC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델타시그마 방식 칩셋을 선택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구현이 힘들고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멀티비트 R2R DAC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공학적 지식이 부족해서도 합리적인 사고가 없어서도 아니다. 그저 최대한 음질적으로 뛰어난 DAC를 만들기 위해서였고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엔 멀티비트 DAC가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버브라운 PCM1704같은 범용 반도체 칩셋에서 더 나아가 직접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R2R 래더 DAC을 개발해냈다. 이 또한 많은 비용과 노동집약적 프로세스를 요구하지만 그의 이상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7주년 기념 D1 Seven

▲ Totaldac D1 Seven DAC

토탈 DAC가 새롭게 내놓은 DAC 모델은 D1 Seven. 기존에 코어 DAC인 D1을 기본 모델로 D1 MKII, D1 Tube 그리고 D1 Dual 등의 모델에서 명백히 상위 넘버를 달고 나왔다. 물론 최상위 모델 D1 Twelve가 있으나 D1 Seven은 기존 출시작 D1 Six의 후속기다. 그리고 동시에 뱅상 브리앙의 토탈 DAC 설립 7주년을 자축하고 있는 모델이다.


D1 Seven의 기본적인 설계 개념은 여타 모델과 동일한 기조를 가진다. 기본적으로 멀티비트 R2R DAC로서 집적회로를 가진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저항 하나 하나를 선별, 조합해 DAC 보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DAC 보드를 모델에 따라 그 개수를 다르게 적용한다. R2R DAC 보드에 적용되는 저항은 매우 중요하다. 이 저항의 오차범위가 크게 되면 고역 쪽 주파수 반응이 현격히 떨어지며 이는 곧 음질적 저하로 드러난다. 따라서 뱅상 브리앙은 약0.01% 오차범위를 갖는 비샤이 포일 초정밀 저항 300개를 D1 Seven에 사용하고 있다. 


토탈 DAC은 멀티비트 방식 DAC 칩셋을 사용하면서 오버샘플링 및 필터 등 최소한의 디지털 프로세서만 사용했다. 디지탈 신호를 최대한 아날로그 파형에 가깝게 복원해내는 것인 DAC의 숙명이라면 반드시 여러 필터와 노이즈쉐이핑 등의 과정이 수반된다. 그러나 멀티비트 방식 DAC를 지향하는 토탈 DAC은 최대한 필터 사용을 자제하고 오버샘플링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R2R 방식 디스크리트 DAC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단,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을 최대화시키려 끊임없이 도전할 뿐이다. 일단 D1 Seven은 자체적인 리클럭킹 회로를 가진다. 이는 FIFO 라는 메모리 버퍼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직접 토탈 DAC를 사용해본 유저는 알겠지만 곡에 따라 최소 재생시 약간의 딜레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FIFO 회로를 거치기 때문이다. 설계 자체는 약 0ms(1/1000초) 딜레이를 갖는다. 모두 클럭 보정 및 지터 제거를 위한 독자적 회로다.

▲ Totaldac D1 Seven DAC

한편 R2R 멀티비트 DAC는 고역 재생에서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매우 음악적인 사운드라는 평가를 받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하이엔드 디지털 메이커에서도 델타시그마 칩셋에 자리를 내준 이유 중 하나다. 고역에서 급격한 dB감쇄를 보이는 주파수 특성 보완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토탈 DAC는 오직 최소한의 필터를 구상했고 오직 문제가 되는 고역만을 보상해주는 FIR 필터를 개발해 적용했다. 이는 고역 주파수 감쇄를 해결하고 델타 시그마 칩셋에 비해서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D1 Seven은 A 클래스 방식의 풀 디스크리트 방식 출력단을 설계하고 있으며 전원부는 분리형으로 설계해 신호 흐름과 증폭 등 예민한 프로세스와 간섭을 완벽히 피하고 있다. 한편 기존 D1 Six에 비하면 좀 더 높아진 출력 전압을 보이고 있으며 볼륨 컨트롤이 가능하다. 마치 장난감같은 플라스틱 리모컨이지만 볼륨 조정이 가능하므로 파워앰프나 액티브 스피커와 직결도 가능하다.


입력은 동축, 광, AES/EBU 그리고 Xmos 트랜시버를 사용한 USB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으며 PCM의 경우 최대 24bit/192kHz 까지 재생 가능하며 DSD 대응에 대해서는 옵션으로 마련해놓고 있다. 아마도 뱅상 브리앙은 DSD 재생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인 입장은 아닌 듯하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포칼 Sopra No.3 스피커, 코드 CPM 3350 인티앰프 그리고 오렌더 W20 뮤직서버가 토탈 D1 Seven 테스트를 위해 동원되었다. 케이블은 아날리시스 플러스 위주로 세팅했으며 W20과 토탈 D1 Seven DAC는 토탈 DAC에서 출시한 USB 케이블을 사용했다.

앤 비송의 ‘September in Montreal’
D1 Seven 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 전에 D1 Six를 테스트해본 바에 의하면 D1 Seven은 확실히 전체 밸런스가 낮아졌고 중저역 쪽으로 에너지가 강화되었다. 따라서 좀 더 육중하고 장중한 사운드 특색을 갖는다. 앤 비송의 ‘September in Montreal’을 들어보면 기본적으로 대역 밸런스 자체는 상당히 자연스러워 차분하고 균형감 넘치는 소리다. 음상은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그려내는 성격이 아니다. 반대로 음상 주변에 둥그렇고 그라데이션이 넓게 분포되어 타오르는 촛불처럼 곱게 일렁인다.
Gil Shaham / Goran Sollscher 'Schubert Serenade'
중역대 온기와 표면 질감은 마치 과거 메리디안 500시리즈 또는 캐피톨레 같은 시디피의 그것을 섞어놓은 듯하다. 다시 말해 풍부한 하모닉스와 고운 입자 그리고 말랑말랑한 물리적 촉감이 음악을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분출한다. 길 샤함과 외란 쇨셔의 슈베르트 세레나데를 들어보면 최근 들어본 그 어떤 R2R DAC보다도 더 잔잔하며 푸근한 소릿결을 가지고 있다. 카트리지로 치자면 반덴헐 같은 극단의 해상력보다는 고에츠 같은 스타일에 비유할 수 있다.
Rage Against The Machine 'Take The Power Back'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Take the power back’같은 하드코어 곡에서는 속도감이나 리듬, 타이밍 & 페이스 등 특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스피드는 약간 느린 듯한 느낌을 준다. D1 Six에 비해 저역으로 밸런스가 이동하면서 좀 더 육중한 느낌을 주면서 일어난 변화들이다. 날렵하게 공격적으로 나서는 성향이 아니라 느긋하고 차분하게 물러나있지만 묵직한 힘이 연타를 날릴 땐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일렉트릭 베이스의 펑키한 리듬감이 곡을 이끌며 마치 힘 있게 움켜쥔 듯한 그립감 등 말쑥한 베이스 사운드가 돋보인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No.5'
안드리스 넬슨스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쇼스타코비치 5번 교향곡에서는 어택과 디케이가 완만하게 올라가다가 서스테인이 길게 표현된다. 이런 엔벨로프 특성 덕분에 역동적인 움직임보다는 포근하고 진한 밀도감 등 음색 표현에 장점이 더 많다. 물론 저역의 슬램한 표현력은 팀파니의 강타 속에서 여전히 빛난다. 코드 같은 DAC가 아큐톤 트위터라면 토탈 DAC는 스캔스픽 계열 소프트 돔을 떠올리는 재생음이다.
가이아 쿼텟 '보로딘 현악 4중주 2번'
가이아 쿼텟의 보로딘 현악 사중주 2번을 들어보면 각 악기들의 사이에 충분히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보인다. 너무 거리가 넓어 텅 비고 심심하며 진부해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빽빽하고 긴장감 넘치는 무대는 아니다. 오히려 호젓한 거리감을 확보해주며 각 악기들이 여유롭게 서로 융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러 필터나 독자적 DSP 설계를 통해 위치 정보를 보상한 소리가 아니라 마치 리마스터링 전 LP 오리지널 마스터의 아날로직한 사운드를 그대로 디지털 변환해 듣는 듯한 소리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 Totaldac D1 Seven DAC

프랑스 파리에서 약 네 시간이면 갈 수 있는 몽생 미셸 섬. 푸르른 하늘 아래 지어진 하나의 성채. 수도원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프랑스 역사에 있어서 중요하고 유서깊은 곳이다. 토탈댁은 그곳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다. 오랜 건축 양식에 둘러싸인 이곳에는 도시문명과 동떨어져 자연과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기 좋을 듯하다.


토탈 DAC의 뱅상 브리앙이 꿈꾸는 소리는 디지털의 그것과 최대한 멀어져 인간적이며 자연적인 것과 가까이 가고 있다. 어떤 양념도 가미하지 않은 담백함과 목가적 뉘앙스가 디자인 및 음질 모든 곳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기계가 기계적인 느낌을 갖지 않는다면 아이러니지만 만일 자신의 오디오가 내는 소리에 기계적인 느낌이 많이 배어있다면 토탈 D Seven DAC는 그것을 제거하고 음악적 코히어런스로 채워줄 것이다. 순수와 낭만의 디지털, 역설적이지만 토탈 DAC에선 가능하다.

글 : 코난

S P E C I F I C A T I O N
192KHz asynchronous Xmos USB optical, RCA and AES-EBU digital inputs, selected from a remote control
44.1KHz, 48KHz, 88.2KHz, 96KHz, 176.4KHz and 192KHz 16 to 24 bit formats supported
as an option DSD (DoP standard) supported on all inputs
embedded custom clock with anti-jitter FIFO memory
3.2Vrms max RCA, 6.4Vrms max XLR analog output The d1-seven has no headphone output by default
volume control, adjusted by a remote control and an OLED display, works for all inputs, not only USB phase polarity selected by remote control
non-oversampling DAC compensation filter activated or disactivated by remote control
display switched off by remote control or automatic
R2R DAC technology using 300 pieces of 0.01% VAR Bulk Metal® Foil resistors Vishay Foil Resistors
class A discrete transistor output stage
external power supply to minimize the noise on the embedded preamp
aluminium and PMMA enclosure with massive pure copper antivibration plate
power consumption 20W (24W with the server option)
DAC dimensions height 110mm, width 360mm, depth 290mm
power supply dimensions height 65mm, width 122mm, depth 180mm
weight 7kg
수입원 탑오디오 (070-7767-7021)
가격 3200만원

깨끗이 걸러진 디지털 음원의 생생한 민낯 - 토탈DAC USB Cable/Filter D1
진하고 도타운 LP만의 디테일 - 어쿠스틱 솔리드 Solid Wood MPX
악기가 되고픈 R-2R 래더DAC - 토탈댁 D1 - SIX 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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