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동네 책방, 책방마실

조회수 2020. 6. 1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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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느슨히 알아가는 곳
서로를 느슨히 알아가는 곳
동네책방 ㅣ 책방마실
강원도 춘천, 마당이 있는 아담한 주택을 개조한 책방마실은 2016년에 시작한 책방이다. 이곳은 도서 판매 뿐 아니라 공연, 전시, 영화 상영, 각종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는 말 그대로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요즘, 책은 상대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책에 거부감이 있는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책은 지루하고 딱딱하다. 책방마실은 책이 부담스럽고 어렵지 않도록 편하고 안락한 공간을 마련했다. 눈에 익숙하고 친근한 이 주택은 기와 지붕의 하얀 벽돌 집이다. 내부에는 백색의 벽과 초록색 식물들 그리고 나무 선반들이 어우러져 따스하고 싱그럽다.

손님들에게 다양한 문화 생활을 가져다 주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는 책방마실은 어떻게 춘천의 대표 독립 서점이 되었을까.



"책방을 열기 전에는 사서로 근무하다 현실에 지쳐 퇴사하고 대학병원에서 연구 관련 일을 했습니다. 안정적인 일이었고, 일을 하며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책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음악을 하는 남편과 결혼을 앞두고 인생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자 결심했고, 합심하여 서점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간은 처음 오픈 할 때부터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방문하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한글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동네 마실 가듯이 슬리퍼 신고 편하게 오실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꿈꿉니다."
- 책방마실 책방지기 홍서윤

누구나 편하게 와서 책과 함께 여러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꿈꿨던 책방 지기의 꿈은 이제 더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지금의 책방마실은 처음 시작했던 곳에서 확장 이전을 한 곳이다. 책방 지기의 오랜 꿈은 다양한 고민을 통해 지금의 책방마실을 만들어냈다.


"이전 책방은 10평 규모의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화장실도 불편했고 바닥도 울퉁불퉁 했습니다. 그 작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온갖 재미있는 일을 같이 했던 손님들은 아직도 함께 해주고 있어요.

이렇게 작아서 더 재미있기도 했지만 원치 않게 살롱 문화가 되는 것이 걱정스러웠고, 모임을 하는 동안 책을 구경하는 분들이 불편해하시는 것을 보고 이전을 결심했습니다. 모임과 책을 구경하시는 손님 모두 편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우선 기준으로 두고 공간을 찾았습니다.

새로 시작하게 된 이 공간은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아늑함을 컨셉으로 디자인했습니다. 편안한 의자, 조명 하나, 손잡이 하나까지 직접 고른 것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도,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 손길에 반질반질해지는 책방이 되고 싶습니다."
- 책방마실 책방지기 홍서윤


사람들이 모여서 더 편하고 즐겁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힘쓰는 책방지기가 있는 이곳 책방마실에는 자연스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소통하고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향하는 한 책장에는 손님들의 추천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각 책에는 손님들의 추천 글귀도 쓰여 있다. 책방마실만의 손님과 소통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괴상한 스터디>를 했습니다. 각자 할 일을 가지고 와서 정해진 시간에 알아서 하고 가는 모임이었죠. 이름과 나이 직업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몇 년간 운영했는데요, 이 느슨한 공동체가 오히려 강한 결속이 되더라고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직업을 공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알게 모르게 편견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만난다는 점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편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 책방마실 책방지기 홍서윤님





책방마실의 특징인 자기 소개를 하지 않는 모임, 느슨한 공동체는 마치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곳에 찾아온 수많은 손님들과의 특별한 이야기도 한 두개가 아니다.

"몇 시간 동안 계속 우는 아기 고양이 소리에 책방에 있던 모든 손님이 수색에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 옆 가게 사장님이 사다리를 가져오셨고, 손님이 지붕 위까지 올라갔는데 결국 천장과 지붕 사이에서 발견했죠. 그 날부터 손님들과 고양이 공동 육아에 들어갔고 다른 손님이 입양해 가기까지… 손님을 넘어선 가족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
- 책방마실 책방지기 홍서윤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책을 읽으러 오기 보다는, 그저 이름처럼 동네 마실오듯 편하게 커피를 마시러 와 사람들과 어울리고 때로는 공연과 전시를 접할 수 있는 책방마실. 이곳에 비치된 많은 책들은, 우리가 흔히 보는 책 뿐 아니라, 잡지, 독립 출판물 등 다양한 종류와 개성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유행을 타지 않는 책, 오래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을 고릅니다. 또 눈밝은 손님들이 추천해주는 책들을 서가에 두고 그러면서 저 또한 배우고요. 저희 책방의 서재를 통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천천히 사는 삶을 권하고 싶습니다. 삶의 만족은 외부의 평가가 아닌 본인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 책방마실 책방지기 홍서윤님



서재를 통해 책방지기가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그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에게 들려오고 있다. 마음속 갈망을 현실로 이뤄내는 삶을 살고있는 책방지기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손님이 오시면 어리둥절합니다. 방송에 나오고 인터뷰를 하는 모든 것이 새로워요. 힘들 때는 일과를 마친 후 맥주 한 잔을 하며 재밌게 살자고 다짐하고, 손님이 많은 날에는 마흔 기념 여행 계획을 세우며 그렇게 소박하고 즐겁게 삽니다."
- 책방마실 책방지기 홍서윤님

사람들이 편히 들러 공간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곳 책방마실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의 책방마실은 어떤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었던 손님과 술집 앞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손님 때문에 영화 모임 때 전체관람가만 선택했었는데, ‘이제 19세 이상 영화도 같이 볼 수 있겠구나!’했어요. 학생이었던 손님이 성인이되고, 마흔이 될 때까지 이 자리에서 재미있게 해보고 싶습니다. "
- 책방마실 책방지기 홍서윤님

자기 소개는 하지 않지만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느슨한 공동체이기에 더욱 끈끈한 정이 있는 책방마실은 늘 편하게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책방지기의 시선이 담긴 책을 살펴보고, 문화 생활으로 지쳐있던 마음을 느긋하게 채우고 싶다면 이곳 책방마실을 방문해보는건 어떨까?
<책방마실 책방지기 책 추천>
앳눈북스에서 나온 ⟪MUTE⟫를 추천합니다.
하루 종일 듣고 말하는 소음에 지친 마음에 필요한 침묵. 비움. 휴식의 순간에 책 하나를 집어드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좋아하실만한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 필요한 음악은 새소리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위치 | 강원 춘천시 전원길 27-1

홈페이지 | @masilbooks

영업시간 | 화~토요일 12:00 - 22:00 / 일요일 12:00 - 19:00 / 월요일 휴무

플라이북 에디터
한예지
dpwl10004@flyb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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