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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수 있는 곳

조회수 2019. 7. 20. 12: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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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수 있는 곳’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제주의 동쪽 끝 작은 섬 우도,
그곳에는 작은 책방 하나, 밤수지 맨드라미 북스토어가 있다.
여름의 시작, 제주의 푸른 바다와 티없는 맑은 바람과 별이 쏟아지는 곳을 만나보았다.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는 이밤수지, 맨드라미 최 부부가 우도에 연 작은 책방이다. 대부분 우도를 떠올리면 하얀 산호모래가 펼쳐진 푸른 바다와 소를 닮은 우도봉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런 곳에 책방이 있을 거란 상상을 하지 못하는 멀고 먼 섬이기에 ‘책’이라고 써진 ‘밤수지맨드라미’의 간판이 더욱더 반갑게 느껴진다. 그 반갑고도 생경한 책방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왜 우도였을까?’라는 물음이 따라붙는다.
"저는 남편과 함께 우도에 오자마자 저희가 살 집을 수리했어요. 1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 무려 3년여 시간이 걸렸어요. 집을 고치며 사는 동안 책을 주로 온라인 서점을 이용해서 구매하곤 했었어요. 편리하고, 도서지역까지 책이 배송된다는 건 무척 고마운 일이었지만, 순간순간 책방이 그리웠어요.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 책을 직접 고르며 보는 질감도 그리웠고요. 책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책방’이라는 공간 자체를 그리워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제주 본섬에 나가서 책방에 들를 수도 있지만, 언제나 막 배 시간을 신경 써야 하니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기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책방을 배 타고, 차를 타고 가야 하다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처음 우도에 와서 동네를 돌아다니며 놀랍고 신기해하던 모습이 있었어요. 낮에는 사람들로 섬이 꽉 차오르며 좁은 해안 도로로 끊임없이 오토바이가 다니더니 마지막 배가 떠나고 나면 그야말로 세상 가장 고요한 곳. 한적한 시골 동네가 되어버리죠. 대부분의 가게들이 배가 다니는 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닫아요. 그런 이유에서 였는지 관광객의 시간이 아닌 살고 있는 사람. 나의 호흡에 맞는 공간을 원했어요.

그립고, 아쉬운 바램은 시간이 흐를수록 잊히지는 게 아니라 더 커져만 갔고, ‘누가 책방 좀 열어주지’하다가 ‘우리가 만약에 가게를 한다면, 책방이 좋겠어’라고 남편과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어요. 집 수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갈 즈음, 생각지도 않게 가게를 할 기회가 주어졌고,(그때까지도 책방은 생기지 않았어요.) 저희는 주저 없이 ‘책방을 해보자’ 했어요."
-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밤수지님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옛 시절, 우도에는 문방구도 있었고, 분식집도 있었고, 작은 구멍가게도 있었다고 이밤수지씨는 전한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에도 책방은 없었다고 하는데, 부부의 작은 책방은 '왜 우도에는 책방이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곳곳에 자리한 카페와 식당, 큰 마트는 물론 편의점도 꽤 있어요. 그런데, 어째서인지 책방은 안 생기더라고요. 왜? 우도에는 책방이 없을까?
동네에 책방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누가 좀 열어주지. 했던 생각과 바램이 지금의 밤수지맨드라미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책방은 왠지 한가할 것 같기도 해서.. 였어요. ㅎㅎ 장사는 영 자신이 없었고, 우도에서 치열하게 마음 졸이며 지내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제주에서 이어진 개발바람은 우도까지 불어와 여기저기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예전보다 한층 더 바쁜 섬이 된 것 같았어요. 이 속도에 우리까지 발맞추고 싶지 않았고, 그럴 자신도 없었죠.

왠지 책방이라면 우리의 속도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고,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또, 책방은 문화예술과의 경계를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힘이 있어요. 책방을 통해 전시를 열고, 공연도 하며 우리가 행할 수 있는 모든 다양성을 실험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밤수지님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의 이름은 제주 바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연산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연산호의 하나인 ‘밤수지맨드라미’는 환경오염으로 지금은 멸종 위기 생물이라고 하는데, 부부는 요즘 시대의 책도 어딘가 ‘밤수지맨드라미’를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책이 우리 삶에서 자꾸만 멀어져 가는 멸종 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잊지 말자’ ‘오래오래 기억하자’라는 의미를 담아 책방 이름을 정하게 되었어요. 산호는 물고기들의 놀이터에요. 산호가 건강해야 물고기들도 건강하게 즐겁게 머물다 갈 수 있고요.

밤수지맨드라미는 그런 공간이 되고 싶어요.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물고기가 되어 밤수지맨드라미 산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셨으면 해요."
-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밤수지님
그들의 서가에는 다양한 책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서가에 꽂히는 책을 고를 때는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주목해서 책을 살피고 고르는 과정을 거친다. 원하는 책을 모두 들여놓을 수 있는 여유가 되지는 않지만, 매일 고민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고르고 또 고르는 일도 책방을 운영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자연, 생태, 시골, 해녀, 예술, 삶에 대한 태도와 마음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좋아요. 주제가 정해지면 독립출판물을 포함해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하게 살피며 고릅니다. 저희 각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쓴 작가는 물론이고, 그 책을 만든 출판사를 믿고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편이에요."
-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밤수지님
책방을 찾는 사람들은 우도를 여행하는 분들이라고 하는데, 유명 관광지이니만큼 찾는 사람들의 연령도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혼자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지나가다 우연히 ‘책’이라는 단어를 보고 우도에 책방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전하기도 한다.

어쩐지 우도의 책방의 온기가 전해지는 풍경이기도 하다. 부부는 책방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면 사람들이 책방에 들러 책을 읽고, 고르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책방에서 손님이 마치 자기 집처럼 편안하고 아무렇지 않게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창밖 너머로 번져 들어오는 바다의 조그만 빛들이 반짝이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부부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게 부부의 책방은 책방을 사람들이 채워가는 온기와 용기로 매일매일 충만해지고 있다.
"개점 초기에 우도에 3일 일정으로 여행을 왔던 손님이 책방을 들렀다가 본인의 여행 일정을 모두 우도에서 보내고 갔던 일이 있었어요.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책방 때문에 갈 수 없었다는 손편지에 눈물 나게 고마웠어요. 이 분과는 지금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고요.

그리고, 오셨던 주민들 중에 90세 어르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동네 이웃에게 우도에 책방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우도에 누가 책방을 하냐고. 에이- 말도 안 돼! 하시면서 직접 확인을 하러 오셨어요.

거동도 편치 않으신 몸으로 부축을 받아 가며 책방을 둘러보시고는 “정말 책방이 있네. 참 좋다. 내가 어렸을 때 책방이 있었다면 매일 왔을 텐데.."라고 말씀하셨어요. 왠지 먹먹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났어요. 책방을 나서며 ‘열심히 해라’ 하셨던 어르신의 말씀이 큰 힘이 되었고, 책방을 오래오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셨어요."
-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밤수지님
부부의 책방처럼 동네에 서점이 있다는 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롭다. 한 동네에 서점이 있다는 것은 사람과 책의 물리적인 거리를 좁혀, 책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것은 물론 사람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책으로 문화를 만들고 또 새로운 장르의 문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장성이 있기에 더욱더 가치가 있다.
"조금 유치하고 의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책은 착한 마음씨를 갖게 하고, 책방은 착한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마저도 좋아할 수 있는 공간이 책방이면 좋겠어요.

언제든 편하게 가까이에 들를 수 있는 동네 책방이 있다는 건 내 마음이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책방은 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창의적인 활동들이 경계 없이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해요. 책과 관련된 워크숍이나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공연, 전시 등의 예술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해요.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친근하고 정겨운 우리 동네만의 복합문화예술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밤수지님
이런 의미를 담아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에서는 때때로 심야 책방과 전시, 공연을 진행하며 동네 주민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부부의 책방은 곧 2주년을 맞이한다고 하며 앞으로도 책방을 오고 가는 많은 분들과 재미있는 일들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어쩌다 가끔 심야 책방 ‘책 헤는 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방에 오고 싶어 하는 주민들을 위한 시간이기도 해요. (주민 중 책방을 찾는 분들은 주로 젊은 층이 많은데, 대부분 낮에 일을 하느라 책방에 올 시간이 없어요.) 이 시간만큼은 책방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가는 거예요. 가져온 책을 읽어도 좋고, 음악을 듣다 가도 좋아요. 별을 헤고, 책을 헤는 오롯이 자신을 위한 밤이에요.

이 외에 책방의 아주 작은 공간이 있어요. 평소에는 차를 마시는 공간인데, 때때로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공간으로 변신을 해요. 이름도 ‘공간출렁출렁’이라 붙였어요. 파도가 출렁이듯- 마음이 출렁이듯- 기분 좋은 움직임을 전하고 싶어요.

책방은 7월이 되면 개점 2주년을 맞아요.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우도에서 그것도 책방을! 것만으로도 저희 부부에게는 여전히 신기하고 즐거운 사건인데 2주년이라니! 처음 책방 문을 열 때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셔서인지 ‘우리가 과연 몇 년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시작도 하기 전에,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미리 걱정만 할 순 없잖아요. 앞으로 책방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책방문을 열고 있어요. 그걸로 좋아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책방을 오고 가는 많은 분들과 만나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일들을 기획하고, 전하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에요. 아마도 출렁거리는 마음으로요?.

그리고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책방을 만나러 와주신 한 분 한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고, 우도에 아직 못 오신 분들이라면 파아란 바다와 바람이 가장 멋진 시가 되고 그림책이 되어주는 우도를 꼭 한번 만나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밤수지님
틈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을 달려가다 보면 우리의 속도는 우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다. 다음 지하철을 기다릴 여유조차 없는 도시의 삶에서 느린 여유란 어쩐지 굉장한 사치처럼 여겨지고, 그런 속도에 지쳐 주저앉아 버릴 때도 있다. 도시에서 제주로 내려가 책방을 연 부부가 그들의 공간에서 전하고 싶었던 것들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느리게,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대로 흘러가는 시간과 일상의 온기 같은 것 말이다.

가끔 일상의 속도에 지쳐 숨이 차오를 때 제주 동쪽 끝 작은 섬 우도에서 푸른 바다의 반짝임과 다정한 마음으로 책을 전하는 밤수지맨드라미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밤수지님이 추천하는 책
<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지음 | 온다 펴냄
아니 어떻게 이런 책이 있지? 하는 신기하고 이상한 책을 찾는 손님들. 그렇지만 책방 주인은 늘 항상 “물론 있지요”라면서 마음에 꼭 드는 책을 찾아줘요. 둘이서 읽는 책, 뛰어드는 그림책, 달빛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책등..

실제로 존재한다면 당장에 사고 싶어지는 책들이 예쁜 그림과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 특유의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으로 책들은 춤을 추거나 음악을 연주하고 파도를 타는 듯- 사람의 마음과 함께 움직이는 세상에 가장 신기한 책들이 가득한 책방 <있으려나 서점>입니다.

책을 위한 책에 관한 ‘책’이 주인공인 책이에요. 책을 좋아하고 책방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무척 재미있게 다가올 것이에요. 언젠가 저희 책방도 누군가에게 있고 싶은 서점이 되기를 바라며 여름에 읽기 좋은 책으로도 추천해봅니다. 이 책은 저희 책방에 오신 중년의 남자 손님이 하하하 웃으며 신나게 책을 고르셨던 기억이 나요.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530
전화번호 | 010-7405-2324
홈페이지 | @bamsuzymandramy.bookstore
영업시간 | 10:00 - 18:00
플라이북 에디터
황수빈
imbluebird@flyb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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