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새로생긴 헌책방

조회수 2019. 5. 29. 12: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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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보물이 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책보고

책이 보물이 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책보고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리던 어느 주말 아침. 헌책들이 모여있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상자 같은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래된 책 내음이 가득 머금은 헌책들이 긴 서가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엄마 손을 잡고 따라온 아이들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는 모습에 기분 좋아지는 그곳.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구불구불한 철재 서가 터널을 거닐다 보면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책이나 유명 문학작품의 초판본,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한 책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보고의 서가는 아주 독특해요.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요. 이 철재 서가는 책벌레가 종이를 뚫고 가서 생긴 공간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걸어가면 책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죠. 이 독특한 공간에 꽂힌 헌 책이 시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 서울도서관장 이정수

서울책보고는 2019년 3월 27일에 문을 연 국내 첫 공공 헌책방인 동시에 독립출판물과 명사 컬렉션, 책과 함께 하는 각종 전시와 강연이 있는 책 문화 공간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서울 곳곳에 있는 29개의 헌책방의 책들이 한곳에 모여있다. ‘서울책보고’의 시작은 2014년 시유지인 신천 유수지에 임대해있던 기업의 임대 기간이 종료되면서, 그 공간의 활용을 고민하던 중 기업형 중고 도서 매장의 출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헌책방을 살리고,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논의되어 만들어졌다.


제가 서울도서관장으로 취임한 것이 2017년 1월인데, 그 당시 이 사업은 설계를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업비용이 추가로 필요하여 행정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했었죠.

그리고 공간 구성도 안정성, 이용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서가의 설계 변경 및 배치를 여러 차례 수정 보완했습니다.

추가 예산 편성 시에 당초보다 사업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서울시의회에서 여러 차례 질책도 받으며 예산 편성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런 경험도 오히려 일을 하는데 힘이 되었습니다.

- 서울도서관장 이정수



처음 개관할 당시에는 공씨책방, 대광서림 등 서울에 있는 헌책방 25곳이 참여하였고, 지금 현재는 4곳이 더 참여해 총 13만 권의 책이 서가에 꽂혀있다. 개관 후 절반 이상의 책이 판매되었고, 판매할 책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책보고는 사업의 타당성을 먼저 분석하고, 설계를 거쳐 이 공간을 리모델링하였습니다. 또한 헌책방 운영자들과 독립출판물, 서점 관계자 등과 함께 수차례 회의를 거쳐 이 공간을 어떻게 조성하고 운영할 것인지를 고민하였습니다.

서울책보고는 기존에 없던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어서 조성 과정에서도 상당한 고민과 논의가 치열하게 이루어졌는데, 매력적인 공간과 함께 좋은 책을 제공해주신 헌책방 사장님들 덕분에 시민들의 호응이 있어 다행입니다.

헌책방 사장님들 중에서도 서울책보고에 대해 기대하시는 분도 계시고, 전혀 관심 없는 분들도 계셨지만 개관 전에 공간을 둘러보시고는 감탄하시면서 구하기 어려운 귀한(?) 헌책을 내놓으셨어요. 수고했다고 칭찬도 해주시고요.

- 서울도서관장 이정수



오래된 것의 가치와 추억을 담고 싶었다는 서울책보고는 모든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요즘, 우리 일상의 속도를 한 박자 정도 느리게 만드는 공간이다.


누군가의 손길을 떠나 이곳에 꽂혀있는 헌책들은 오랜 세월을 지나 필요한 사람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울책보고를 채우고 있는 헌책 사이를 거닐다 보면 늘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는 요즘 오래된 것들의 가치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헌책 백화점 같은 서울책보고는 말 그대로 보물창고입니다. 그 보물 같은 책을 알아보고, 읽는 사람도 보석 같은 분이고요.

이렇게 보물 같은 책을 시민들에게 노출시켜서 원하는 책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헌책방을 실질적으로 돕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오래된 것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가치가 있으며, 모두가 속도와 편리함을 생각할 때 이곳에서 과거를 추억하며 불편하지만 느린 것을 즐기는 사색의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서울도서관장 이정수

이렇듯 서울책보고는 헌책과 독자들을 이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오래된 것의 가치와 책, 그 자체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해 독립출판물, 희귀본 전시 등 전시프로그램은 물론, 매월 새로운 주제로 책을 큐레이션 하는 서가를 만들고 있으며, 수요 북클럽, 북 콘서트, 인문학 강좌도 수시로 열리고 있다. 또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께서 갖고 계신 헌책을 팔고 싶다는 요청이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 참여형 북 마켓을 매월 마지막 주 토, 일요일에 열 계획입니다. 또한 독립출판물 마켓도 열어서 젊은이들도 함께 하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 서울도서관장 이정수

누군가는 오래된 것들이 쓸모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래된 것은 지나온 시간만큼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손으로 한 장씩 넘겨졌을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만나게 되는 작은 메모들, 그리고 밑줄들, 그것들이 모여 헌책의 이야기가 되고 켜켜이 쌓은 이야기들은 누군가와 만나 끊임없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어쩌면 서울책보고는 그런 즐거움을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지도 모르겠다. 빠르게 변하는 요즘의 속도가 숨 가쁘게 느껴지는 어느 날,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오늘의 속도를 조금 느릿하게 만들고 오래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흐르는 서울책보고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서울도서관장 이정수님이 추천하는 책

<사소한 부탁>황현산 지음 | 난다 펴냄

책 좋아하는 분들이야 제가 굳이 추천하지 않아도 많은 책을 읽으실 겁니다. 굳이 추천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책, 황현산 선생의 마지막 책 <사소한 부탁>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저자가 유언처럼 우리에게 전하는 학문에 대한 열정, 문화와 전통, 사회 인식 등을 고르게 풀어낸 책입니다.


위치 | 서울 송파구 신천동 14

전화번호 | 02-6951-4979

홈페이지 | www.seoulbookbogo.kr

영업시간 | 10:30 ~ 20:30 / 주말,공휴일 10:00 ~ 21:00 / 월요일 휴무 / 1월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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