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책'은 무엇입니까?

조회수 2018. 6. 3.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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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사연 100책
100사연 100책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과 사연.
그 사연에 맞는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최근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SNS커뮤니티도 여기저기 둘러보고, 어색하지만 독서 모임도 한두 군데 살펴보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씩 '인생책'이라며 책을 소개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인생책이라는 말이 생소하기는 하지만 어쩐지 부럽더라고요. 밑도 끝도 없지만, 인생책으로 삼을 만한 책 좀 알려주세요.
- 가짜시인 님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인생책이라는 건 타인이 정해줄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말 그대로 인생책이라는 건 삶을 크게 변화시켰거나, 크게 감명받았거나, 인생을 살아가며 거듭 읽고 싶다거나 생각을 바꾼 계기가 된 책,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책들을 두루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다른 삶이 있는 거고, 살아오며 경험한 것, 생각한 것, 깨달은 것, 보고 들은 것이 모두 달라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유일한 것이 됩니다. 같은 책, 같은 이야기를 읽어도 평이 다르고, 느낌이 다른 건 그 삶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란 건 잘 아실거예요.

인생책이 같다고 해도 그 책에서 느끼는 것, 얻는 것까지 같지는 않을 겁니다.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같은 책을 인생책이라고 느끼지도 않을 거고요. "이 책은 인생책으로 삼을 만 합니다"라고 정해드릴 수 없는 이유는 그래서 입니다.

인생책을 알려드리지 못하는 대신 사람의 인생과 삶을 인상 깊게 그려낸 책 한 권을 소개해드릴게요. 적어놓고 보니 묘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모든 소설이 사람과 사람들의 인생과 삶에 대한 것인데 말이죠.

책을 알려드리기 전에 한 가지 얘기해 드려야겠습니다. 인생책은 평생에 한 권만 있으라는 법은 없어요. 그때그때 달라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초등학생에게는 <구름빵>이 인생책일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었을 때도 변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살아가면서 변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일 때는 예전에는 인생책이었던 책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책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 권의 인생책 목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권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쩌면 '인생책'이란 말은 이런 뜻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람의 인생과 삶을 인상 깊게 그려낸 책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책, '에밀 아자르'<자기 앞의 생>입니다.
이 책은 작가인 '에밀 아자르'가 사실은 '로맹 가리'의 필명이었다는 것이 로맹 가리 사후에 밝혀지면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같은 사람에게 두 번은 주지 않는다는 '공쿠르 상'을 로맹 가리가 두 번이나 받았으니 난리도 아니었던 거죠. 사람들 사이에서는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를 질투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기에 더 충격이 컸다고 합니다.
로맹가리
이야기는 비참한 사람들 '레 미제라블'의 배경인 프랑스의 가난한 거리에 있는 칠층의 건물에서 시작됩니다. 그 집에는 '로자'라는 유태인 아줌마가 있었고, 아줌마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통해 생을 꾸려갑니다.

로자 아줌마가 돌보는 어린 아이들은 매춘부, 흔히 '창녀'라고 하는 여자들의 아이입니다. 비참하고, 가난한 처지에 있지만 그녀들에게 아이들은 그나마의 삶을 지탱해주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죠. 하지만 정부는 그들의 비위생적인 삶을 이유로 아이들을 빼앗아 가려고 했기에 로자 아줌마와 같은 사람에게 아이를 맡겨 키웠습니다.

화자인 '모모' 역시 그녀들 중 하나가 맡긴 아이였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은 모모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10년 넘게 찾는 사람 없이 시간은 흘렀고, 모모가 의지할 수 있는 건 로자 아줌마 밖에 없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어느 날부터 로자 아줌마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시장을 보러 가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정신도 오락가락 한 상태가 되죠. 로자 아줌마와 같은 유태인 의사인 카츠 할아버지는 로자 아줌마를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로자 아줌마는 병원 행을 원하지 않았고, 모모 역시 혼자 남겨져 빈민구제국으로 보내질 것을 두려워합니다.

모모와 로자 아줌마가 사는 건물의 선량한 입주민들과 지인들은 진심으로 로자 아줌마를 걱정하며, 도와주고 함께 걱정해줍니다. 그들이 있어 두 사람은 조금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더 이상 병원 행을 거부할 수 없게 되자 모모는 로자 아줌마의 비밀 장소로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와 마지막까지 함께 하며 사람은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이 작품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인생의 말년에 쓴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생을 관통하는 통찰로 가득해요. 어린 아이인 모모의 목소리로 던지는 그런 깨달음 하나 하나가 가볍게 흩어지지 않고 묵직하게 가슴에 남는 것도 그 말들에 거짓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을 몇 줄 적어 볼게요.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아줌마에겐 아무도 없는 만큼 자기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그녀는 정해진 법 때문에 자기 뜻대로 죽을 수도 없다는 생각을 할 적마다 울음을 터뜨렸다. 법이란 지켜야 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보호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책속에 답이 있으며, 책을 읽지 않으면 스스로 생각할 수 없게 되고, 나중에는 뒤처지게 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에게 인생책이란 언제나 영감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 같은 것일 거예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책속에 길이 있으며, 책을 읽는다는 건 무수한 길이 있음을 아는 과정이고, 그 각각의 길에 대한 간접의 체험이라고 합니다. 이들에게 인생책이란 경험이자 가능성일 것이고, 정해진 답은 없으며, 삶의 주인은 '언제나 나'라는 의식을 일깨우는 알람 같은 것일 거예요.

또 다른 사람들은 책 속에서 다른 것을 찾을 것이고, 다른 것을 느낄 것이고, 다른 것을 추구할 거예요. 어느 쪽이 옳고, 다른 쪽은 그르다고 할 수 없는 문제인 거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해석하고, 분석하려고 시간을 허비합니다. 하지만 삶이란 끝에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하죠. 인생책을 찾으신다면 지금까지 읽은 책들과, 이제부터 읽어갈 책들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읽어보세요. 그것이 결정적이었다거나, 이것은 오래 간직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모든 책들 하나하나가 인생책인지도 모릅니다.

모모가 살아가며 사랑을 깨닫고 삶을 실감하는 것처럼 읽고, 느끼고, 기억하며 자신만의 인생책 목록, 만들어 가시길 바라요.
글 | 플라이북 에디터  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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