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조회수 2018. 3. 3.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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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사연 100책
100사연 100책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과 사연.
그 사연에 맞는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저는 엄마입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지금의 저는 아닌 것 같아 항상 죄책감에 시달려요. 양육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면 캥거루 맘이 되라고 하기도 하고, 타이거맘이 되라고 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프랑스 엄마처럼 키우라고 하기도 하고, 일본 엄마처럼 키우라고 하기도 하고요. 어떤 엄마가 되는 게 좋을지 아직도 혼란스럽기만 한데,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책이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 좋은 엄마 님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는 데도 수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환경이 변하고, 관계가 달라지는 것에서 오는 혼란과 어려움을 예방하는 것이 자녀 양육에 큰 도움이 된다고요. 하지만 이러한 ‘부모 수업’이 주목을 받은 것은 최근의 일이었고, 그 전까지는 엄마가 양육에 대한 책임을 대부분 감당해야 했습니다. "애를 어떻게 키운 거야?"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익숙하죠. 마치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자녀 양육은 부모 모두의 책임입니다.
좋은 엄마라고 하는 것은 타인이 정의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엄마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동안에도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하곤 하죠. 그런 엄마들이 좋은 엄마가 아니라면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일 수 있을까요.

캥거루 맘이나 타이거 맘, 프랑스 엄마, 일본 엄마. 어떤 양육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어느 나라의 육아 방식이 제일 좋다거나 하는 것은 검증된 것이 없는 하나의 견해이자 방식입니다. 상황에 따라 아이를 엄하게 혼내야 할 때가 있고, 따뜻하게 감싸야할 때가 있는 법인데 어떻게 한 가지 방식으로 된 양육이 옳은 방법일 수 있을까요?

프랑스와 일본은 결국 외국입니다. 교육은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과 밀착되어 있는 것이기에 외국의 잘된 것을 그대로 가져다 모방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은 게 당연합니다.

삶이 힘겨운 것과 아이를 기르는 것이 힘든 이유는 모두 정답이 없기 때문 아닐까요.
우연히 본 광고에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한국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학업과 일상에 지치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차단당하며,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생활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어요. 그 아이들의 엄마는 모두 나쁜 엄마일까요?
중요한 것은 먼저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자녀를 1%로 만드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면 타이거 맘이 되는 것이 옳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위험이나 어려움도 겪게 하지 않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면 캥거루 맘이 되어 모든 것을 챙겨주는 게 맞을 겁니다. 생각이나 마음은 한국 엄마인데 프랑스 엄마처럼 아이를 키운다면 좋은 엄마인 걸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그것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지 마음을 정하는 것일 겁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책, '포리스트 카터'<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섯 살, 체로키 인디언 소년, 작은 나무입니다. 인디언 사회는 특이한 이름으로도 유명합니다. 작은 나무라는 이름은 숲과 자연을 사랑하고 잘 어우러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겠지요. 아빠와 엄마의 이른 죽음으로 고아가 된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자전적인 이야기로 작가가 죽은 지 12년이나 지난 후에 다시 주목받기 시작해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작품이 되었다고 해요. 물질만능과 개인 중심의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가치를 되새기게 했던 거죠.

작은 나무는 할머니가 만들어준 모카신을 신고 대지의 온기를 느끼며 숲을 누비고 다닙니다. 할아버지는 사냥을 하거나 낚시를 하며 자연스럽게 작은 나무를 가르치고요. 여섯 마리의 야생 칠면조를 잡은 날, 할아버지는 그중에 세 마리만 필요하다며 세 마리는 놓아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작은 나무에게 어떤 녀석들을 놓아줄 것인지 정하라고 하지요.

할아버지에게 자연의 이치를 배운 작은 나무는 여섯 가운데 작은 셋을 고르고, 더 큰 셋을 놓아줍니다. 필요한 만큼만 잡고, 지나치게 욕심 부리지 않는 미덕과 함께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에 지켜야 하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웠던 거죠.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일곱 살 되던 해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내며 인간 삶의 유한함과 죽음을 배우고, 그것을 견디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엄마도, 아빠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없지만 작은 나무는 스스로의 삶을 위해 자신의 터전을 찾아 떠납니다. 그 어린 나이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기록이자 기억입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작은 나무에게 일찍 세상을 떠난 아빠나 엄마가 나쁜 아빠, 나쁜 엄마였을까요? 아닐 겁니다. 자신을 남겨두고 돌아가신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원망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디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작은 나무가 따뜻한 영혼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쳤습니다. 삶과 세상을 품을 수 있는 그런 영혼을요.

자녀 양육에 관한 물음에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인디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작은 나무를 키우는 방식에 핵심적인 가치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책 속 인디언들의 양육 방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교육 시스템이 잃어버린 '인간 존중'이 그들의 삶에는 담겨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사람은 작은 나무가 뭘 알겠느냐는 식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 나름대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가르치죠. 먼저 도와주거나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겁니다.
할아버지는 작은 나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 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 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 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중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가 이 말의 의미를 알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진지함진심을 담아 아이에게 자연의 이치를 가르칩니다. 완성품, 활용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내듯 틀에 박힌 교육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깨닫고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다려주는,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적인 교육을 실천했던 거죠.
어쩌면 좋은 엄마 되기, 최선의 양육 방법은 단순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부모의 욕심이나 욕망을 투영하기보다 지켜 봐주고 마음을 써주는 것 같은 일들이요. 어리고, 미숙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답답하고, 안쓰러울지도 모릅니다. 내가 경험했던 실패와 좌절을 우리 아이에게만은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세상에 역경이 없는 삶은 없습니다.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하는 것처럼 힘겨움을 없애 주는 것보다 극복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요.
글 | 플라이북 에디터  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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