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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개

조회수 2018. 2. 13.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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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개의 해, 이야기의 중심에 개가 있는 소설
인간과 개는 동행의 역사가 깊은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래 함께한 시간을 증명하듯 많은 이야기에 개가 등장하죠. 이야기마다 역할도 다양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등장하는 개 ‘카레닌’은 인간 삶의 본질을 일깨우는 상징이 되고, 오랜 모험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를 세상과 사람들이 모두 잊었을 때 유일하게 기억하고 반긴 『오디세이』의 충견 ‘아르고스’는 인간의 부끄러운 면을 드러냅니다. 불을 꺼 주인의 목숨을 구했다는 개의 무덤이 남아있는가 하면, 가난한 소년 넬로와 파트라슈의 따뜻하고 슬픈 이야기는 많은 독자를 울렸습니다. 주인과 집을 지키고, 위험을 알리기도 하며, 이제는 삶을 함께 하는 존재가 되어 ‘반려’라는 이름을 얻은 개. 그런 개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은 소설을 소개합니다.

야성의 부름.화이트 팽
잭 런던 | 펭귄클래식코리아
흔히 우리는 자연 그대로의 것을 ‘야만’이라 하거나 ‘미개’하다고 낮추어 일컫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그 어떤 야만보다 추하며, 그 어떤 미개함 보다 더러울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야성의 부름>은 도시에서 납치되어 썰매개로 팔린 ‘벅’이라는 개의 이야기입니다. 늑대에서 개가 되었던 조상의 역사를 거슬러 개에서 늑대의 무리로 들어가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담아냅니다.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인간 사회로 돌아가기보다 자연을 선택하는 벅.

<화이트 팽>은 새끼 때부터 인간의 손에 자란 늑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자연을 그리워하면서도 인간이 주는 온기와 연대를 끊지 못하는 늑대의 모습은 늑대가 어떻게 개가 되었는지 상상하게 합니다.

<야성의 부름>과 <화이트 팽>은 서로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무척 닮아 있습니다. 인간이 이룩한 문명과 문화의 이면에 숨겨진 야만성을 폭로함과 동시에 야성이 품고 있는 강한 생명력과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개의 심장
미하일 불가꼬프 | 창비
개는 위험이 다가오면 짖음으로써 경고를 보냅니다. 어떤 주인은 경고를 받아들여 조심하고 살피지만, 어떤 주인은 짖는 개를 때리거나 입을 막아 조용히 시키기도 합니다. 적절한 표현인지 알지 못하지만 문학 역시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고하고, 비판하며, 주위를 돌아볼 것을 일깨우는 역할을요.

<개의 심장>은 인간의 뇌하수체와 성기를 이식 받은 개가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혁명 당시의 러시아를 비판한 것으로 혁명을 통해 완성하려는 인위적인 가치관과 사회 시스템의 부작용을, 사람이 된 개의 이야기에 빗대어 그린 것이었습니다.

부르주아를 타도한다는 혁명의 기치는 성장의 원동력이 될 기술과 지식마저 파괴했고, 평등이라는 이름 아래서 하향 평준화를 향해 갔던 거죠. 작가는 그런 당시의 상황에 경고를 보내려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목숨을 걸고 말입니다.

현재에도 사회는 지금 상황에 맞는 인재, 이 시대에 어울리는 사람의 모습을 만들고는 거기에 맞춰 가기를 요구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봐야만 합니다.
동행
폴 오스터 | 열린책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멀고 힘든 길을 갈 때 든든한 동행과 함께 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함께 가도 되는 사람이 아무나는 아닐 거라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아마도 마음이 맞고,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어줄 수 있으며, 다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할 테죠. 그러나 이해란 얼마나 멀고 또 힘겨운 것이던가요.

<동행>은 방랑 시인 윌리가 키우는 본즈라는 개 이야기입니다. 시인의 개라서 그랬는지, 본즈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영어를 알아듣는 능력이죠. 언어를 알아듣는다 해서 반드시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니지만 언어가 단순한 소통에서 깊은 이해까지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므로 이 능력은 분명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본즈가 뭘 알까, 어떻게 알아들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본즈는 그런 그들의 말을 가만히 웃어 넘깁니다. 본즈는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말하지는 못하기에 사람을 더 유심히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죠. 윌리와 본즈는 종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기에 이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조차 점점 어려워지고 멀어지는 이 시대에 우리가 잊고 사는 게 무엇인지 이 이야기가 힌트를 주지 않을까요.
28
정유정 | 은행나무
재난 영화를 보면 곤란에 처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도와 위험을 극복하기보다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더라도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반드시 등장합니다. 반대로 자신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도 등장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들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며 흔들리곤 하죠. <28>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퍼진 ‘화양’에서의 28일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전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살리기 보다 먼저 격리하고 통제함으로써 자신들의 안위를 챙기는 바깥 세계 사람들의 잔혹함.
인간 본성의 악의와 이기심, 선의와 이타심이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읽는 이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링고’라는 개입니다. 투견장에서 도망쳐 나와 떠돌던 늑대개 링고는 ‘스타’라는 개를 만나 동족의 온기와 사랑을 느끼지만 스타가 인간의 손에 잔인하게 살해되자 복수심에 불타 살해자들을 쫓습니다. 냉혹한 인간보다 오히려 더 끈끈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개의 모습은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의 존재는 어떠해야 하는가? <28>은 거대한 재난을 통해 인간 존재와 사랑의 의미를 일깨우고 과제를 던져주듯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보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김훈 | 푸른숲
사람에게 삶의 터전이자 뿌리가 있는 것처럼 개에게도 삶의 근간을 이루는 무언가가 있을까요. 있다면 그것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요.

<개>는 댐 건설로 수몰되는 마을에 태어난 진돗개 보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후로 오로지 온몸과 자신의 발바닥으로 경험하고 배운 것을 통해서 세상을 알아갈 뿐인 보통의 개죠. 개이기에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인간의 슬픔이나, 설움, 죽음의 의미 같은 걸 머리로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오직 더는 볼 수 없고, 냄새 맡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로서 받아들일 뿐이죠.

우리는 옛날보다 발전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는 ‘터전’이라고 부르던 많은 걸 잃어버렸습니다. 맨발로 땅을 딛을 기회도 사라졌고, 하루하루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만약 보리가 지금의 우리 사는 모습을 봤다면 참 이상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지금의 우리는 단단히 딛고 다닐 수 있는 터전을 품고 살고 있을까요. 더 잃기 전에 돌아봐야 하지 않을런지요.
지금까지 함께해 온 시간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함께할 인간의 친구, 개.
어제도, 내일도 없이 오직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는 개.
행복한 동행이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웃음도, 눈물도, 기쁨도, 슬픔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 플라이북 에디터 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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