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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020. 1. 1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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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산의 부장들> 리뷰

[남산의 부장들,2020]

감독:우민호

출연:이병헌,이성민,이희준,곽도원


줄거리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


'10.26' 이야기는 지금껏 무수히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다뤄져 왔기에 <남산의 부장들>은 어쩌면 매우 불리한 소재를 안고 진행하는 작품이다. 무수하게 다뤄진 소재를 재가공하는 만큼 특별하고 색다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영화적 특성이 필요하기에 <남산의 부장들>은 기존에 다뤄진 사건의 시점을 이 영화만의 문법으로 다루는 데 집중한다.


영화의 초반부가 그러한 특징을 잘 말해주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링컨 동상을 바라보는 전직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실존 인물은 김형욱)과 김규평의 대화와 이들의 모습을 담은 장면에서부터 <남산의 부장들>은 영화적 특징을 드러낸다. 동상을 바라보며 "총 맞았는데 지금은 신이 되었잖아!"라는 박용각의 비아냥거리는 대사는 곧 발생할 '10.26' 사건에 대한 암시를 남기는 동시에 박정희와 링컨의 역사적 평가를 대비시키는 인상적인 순간을 완성한다. 카메라 화면은 링컨 동상이 마치 신이 되어 두 사람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대사와 카메라 워킹이 말해주듯이 <남산의 부장들>은 풍자와 상징적 묘사가 담긴 장면으로 영화적 특징을 완성하는 작품임을 암시한다.


원작이 취재에 의해 완성된 도서를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취재로 완성된 글이 제3자의 시선에 머물러서 진행되었다면, 영화는 이 사건을 저지른 장본인 김규평(실존인물은 김재규)의 심리와 시점에 초점을 맞추며 그가 왜 이 사건을 저질렀는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기존의 '10.26' 소재가 박정희의 최후라는 소재에서 시작했던 것과 달리 <남산의 부장들>은 그의 수하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다루고 있던 셈이다. 우리에게 이 사건은 권력에 충성한 두 사람의 질투가 빚어낸 비극으로 알려졌지만,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이 말해주듯이 누군가의 시점에서 사건은 다르게 정의되기 마련이다. 김규평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박정희라는 인물에 가려진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살리게 되고, 이는 곧 암살사건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새로운 사건과 이야기를 조명하는 단계로 이어져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된다.


덕분에 함께 군사혁명에 가담했던 김규평의 시점은 물론이며 그와 경쟁한 곽상천(실제인물은 차지철)의 대립을 비롯해 한때 친구였던 박용각과의 관계, 박정희의 독재가 만들어낸 미국과의 대립, 곽상천과의 서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위해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정보전, 권력욕에 빠진 상관의 모습을 바라보며 선택의 기로에 놓인 김규평의 인간적 고뇌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우민호 감독은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보지 못한 10.26을 재조명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스릴러라는 장르를 기반으로 하면서 그 안에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긴박하게 끌고 가려 하지만 인물이 가지고 있는 심리상태는 우민호 감독의 연출작과 이병헌 출연 작품에서 보기드문 설정들이다. 역사적 평가 부분에서 논란의 중심에 놓여있던 박정희, 김재규, 차지철, 김형욱 등 네 명의 캐릭터가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은 아마도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그 이전 <그때 그사람들> 같은 영화가 있었지만, 풍자의 측면이 더 강했던 그 영화의 작품적 특징을 고려한다면 <남산의 부장들>의 접근 방식이 조금 더 드라마틱 했다고 본다

이처럼 인물들의 인간적 측면이 강할수 있었던 것은 전자서 언급한 한 캐릭터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적 측면과 함께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의 향연이 돋보였다. 아마도 이 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연기력이 입증된 주연진의 활약에 더 기대를 가졌을 것이다. 다행히 영화는 그 기대를 100% 이상으로 충족 시켜 주면서 역사적 인물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여지까지 남기는 대담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중심적 인물인 김규평은 왜 박통을 쏜 인물인가를 말해주는 화자격 인물로 현실속 김재규의 역사적 평가를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하는 부담감을 안고있다. 하지만 이병헌의 김규평은 신념과 감정에 의해 일을 저지른 단순한 극단적 캐릭터가 아닌 오랜 시간동안 고뇌하다 극단적 선택에 계획을 세우는 입체적인 인물로 정의된다. 우리가 알고있는 현실속 김재규에 대해 다양하게 정의를 내릴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서도 조직과 신념 사이에 고통스러워하는 개인의 모습에 쉽게 공감하게 된다. 그 때문에 그의 캐릭터는 이병헌이 연기했던 <달콤한 인생>속 선우 캐릭터의 면모를 연상시킨다. 물론 그것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병헌의 연기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영화속 김규평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이병헌에 못지않게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영환 완성에 큰 기여를 한 배우는 박통을 연기한 이성민이다. 실존 인물의 외형과 목소리까지 최대한 닮게 한것을 넘어서, 독재자의 새로운 이면을 부각했다는 점이 그가 해낸 놀라운 성과였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2인자들을 견제하며 권력을 지키는 모습은 영락없는 갱스터 조직 보스의 면모를 연상시키게 한다. 하지만 부하의 사무실을 찾아와 쓸쓸하게 술을 권하고,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혼자 외로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에서는 장기 집권으로 혼자 남게된 독재자의 슬픈 말로를 부각해 그 또한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표현한다. 

그 외 권력 하수인의 역할에 충실한 이희준, 권력자에 버려진 채 나홀로 방황하는 전직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곽도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자신만의 권력과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로비스트를 연기한 김소진, 그리고 박통의 뒤를 이어 새로운 권력을 쟁취하는 미래의 권력자를 연기한 서현우 등 모든 배우들이 제역할에 충실히 하며 <남산의 부장들>이 그려내고자 한 시대상의 비극과 독재 권력의 비극을 스릴러와 비극의 드라마로 처연하게 완성했다. 이처럼 권력에 충성하고, 반항하고, 배신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실감있는 연기를 펼쳤기에 <남산의 부장들>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숨막히는 생존드라마로 완성하며 어두웠던 우리 현대사의 슬픈 이면을 새롭게 조명한다.


전작 <마약왕>의 부진을 넘어서 <내부자들>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연기, 연출, 각본의 완벽한 삼박자로 이후로도 보기 힘든 '권력 누아르물'을 만들어낸 우민호 감독의 연출력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


<남산의 부장들>은 1월 22일 개봉한다.

작품성,오락성,연출력,:★★★★

연기력:★★★★☆


총점:★★★★

우리 영화 볼래?: <남산의 부장들> 2차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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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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