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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세계 상영금지를 당했던 이 한국영화..어땠나?

조회수 2020. 4. 2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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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냥의 시간> 리뷰

[사냥의 시간,2020]

감독:윤성현

출연:이제훈,안재홍,최우식,박정민,박해수


줄거리

희망 없는 도시,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은 가족 같은 친구들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 그리고 ‘상수’(박정민)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위한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부푼 기대도 잠시, 정체불명의 추격자가 나타나 목숨을 노리며 이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네 친구들은 놈의 사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식 공개 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과정을 겪었던 영화이기에 그로인한 관심과 기대가 어느 작품보다 컸을 것이다. 촬영을 비롯한 후반 작업기간도 오랫동안 진행되었으며, 무엇보다 전작 <파수꾼>으로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은 윤성현 감독의 신작이란 점에서 완성도에 대한 기대도 컸던 작품이었는데…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영화팬들의 상당한 호불호의 반응을 불러올 논란의 작품이다. 대부분의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할거란 점에서 아쉬운 결과라 생각되지만, 어찌 보면 이러한 논란이 현재 전체적으로 침체된 영화계에 대한 관심을 불러올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논란의 대상이라 언급한 이유는 문제적 장면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이 영화를 관객이 극과 극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분야의 장르성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사냥의 시간>의 미완성적 액션 스릴러의 면모에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우선 액션에서 기존 총기 소재 한국 액션 영화에서 보기 드문 볼거리와 효과를 만들어 냈다. 베를린 영화제 최초 공개 당시 해외 언론에서 공통적으로 극찬한 음향효과는 미세한 소리와 각종 총기의 소리까지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블랙 호크 다운>과 같은 음향을 통해 긴박한 현장감을 전해주는 액션의 흥미를 전해준다. 

여기에 가까운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세트장과 배경이 되는 장소가 가져다주는 공간의 형태를 활용한 영상미와 화면비 또한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폐건물과 오래된 건물의 모습에 영화의 테마이기도 한 '사냥'으로 인해 생긴 피를 형상화한 붉은 톤의 영상미는 <블레이드 러너 2049>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분위기를 연상 시켜 두 영화가 지니고 있었던 불안, 음울, 예측불허의 감정과 최대치의 감정을 불러오게 한다.


물론 이를 완성하는 정점은 배우들의 연기와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구조에 있다. 일반적인 범죄 영화라면 범죄를 기획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과 그로 인한 여파를 그리는데 집중하는 형태지만, <사냥의 시간>은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사냥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영화의 비중상 오래 끌지 않고, 이들이 역으로 사냥을 당하게 되는 위기 상황을 그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조금 비튼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는듯한 여운을 남기며 이들이 지속적으로 추격을 당하고 위기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 대목에서 이 영화의 장단점이 동시에 드러나게 된다. 이 영화의 액션을 총기 액션과 설정된 외부 배경으로 즐길 수 있다면, 스릴러는 치밀한 범죄물과 현장에서 발생하는 서스펜서의 관점으로 즐기도록 설정되었다. 안타깝게도 <사냥의 시간>의 범죄물적 관점의 스릴러는 미완성에 가까워서 이 관점에서 영화를 즐기려 했던 관객에게는 실망감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 영화는 범죄라는 행위를 저지른 인물들의 심리를 기반으로 진행되었기에, 치밀한 설명과 계획 그로 인한 복선으로 이뤄진 반전의 형태가 담긴 범죄물 장르의 기본적 공식은 사실상 전무하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고 작전대로 범죄를 진행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어설프기 그지없다. 총을 들고 상대를 위협하고 제압하지만, 식은땀을 흘리고 말을 더듬고 손을 떠는 등 긴장된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윤성현 감독은 애초부터 이들은 범죄계의 초보이자 애송이들로 그리며 이들이 이러한 위험한 행동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그로 인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과정을 통해 청춘,우정,세상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내포시키려 했을 뿐, 범죄물이 지닌 치밀함을 담아낼 생각은 없었다.


그 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장르 영화와 예술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영화임을 드러내지만 그만큼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장면들을 완성하지 못했다. 범죄 이후 이들을 추격하는 악역 한에 대한 자세한 배경부터,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 추적을 벗어나기 위한 계획, 일부 인물들의 운명 등 이야기를 통해 설명해줘야 할 대목이 등장하지 않아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 영화의 화법이 매우 불친절하게 다가올 것이다.


134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을 갖고 있으면서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각본의 아쉬움을 느낄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이 영화는 전자서 언급한 화면이 보여주는 장면들에 집중해야 이 작품만의 독특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전자서 언급한 서스펜서 장르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설픈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인 만큼 이들의 관점에서 이들이 빠져든 범죄 세계를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공포 영화에 가깝다. 이들을 추격하는 한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터미네이터와 같은 프로급 킬러로 시종일관 주인공들을 능가하며, 이들을 바로 죽이기보다는 최대한 압박 시켜 이들이 두려워하고 울부짖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냥하러 나가는 과정을 즐기는 막강한 악당이다. 술집, 주차장, 병원 그리고 폐건물로 이어지는 추격전과 격돌을 그린 장면은 괴수에 쫓기는 연약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듯한 긴장감을 전해주고 있으며 영화는 이들이 쫓기는 과정에 집중한다.


앞서 칭찬한 공간 활용을 잘한 영화인 만큼 <사냥의 시간>이 전해주는 서스펜서적인 몰입도는 강렬하다. 범죄 스릴러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없는 단순한 이야기로 비난당할수 있는 대목이지만 그만큼 보완할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프로 킬러의 추적과 어설픈 범죄소년들이 쫓기는 과정이 주는 긴장감과 시간이 지나면서 싸움에 능숙해져 킬러에게 반격하는 장면이 <사냥의 시간>이 전해주고 있는 전체적인 흥미 요소다.


그러면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우정과 청년의 시각이 담긴 나름의 메시지를 포괄적으로 전달한다.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흔들리는 우정과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 위기의 순간에 친구를 생각하고 이를통해 한과 같은 세상에 맞서는 계기를 발견하는 장면을 통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이며, 우리 또한 현실 세계에서 한과 같은 두려운 존재에 쫓기며 맞서고 있는지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한다. 메시지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IMF로 대변된 경제 위기 상황을 상징적으로 다룬 설정으로, 이 영화가 과거 IMF 경제 위기를 바탕으로 완성된 이야기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 해체와 같은 인간의 안정된 기반과 장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시점의 세상이란 점에서 <사냥의 시간>의 등장인물들이 아직은 미성숙한 아이들과 같은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그런 미성숙한 아이들이 범죄라는 법 밖의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선택한 이유와 어른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내면에는 부모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그리워 한 이들이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지녔다는 점에서 인간은 누구나 우정과 가정이라는 근본적 관계에 움직일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암시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 관점에서 본다면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 속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으로 정의내릴수 있다. 풍요롭고 안정적인 시스템 속에서도 방황하다 자신들만의 법칙과 생각으로 서로의 우정을 배신했던 <파수꾼>의 아이들과 달리 <사냥의 시간>의 아이들은 실패한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 우정과 같은 인간의 정서적 안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들이다. 아마도 이것은 현실속 우리가 남모르게 싸우거나 혹은 도망다니며 지키고 있는 우리의 가치가 아닌지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아마도 그러한 감정을 안다면 주인공들이 위협을 받으면서 까지 지키고자 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시종일관 엄청난 식은땀을 흘리며 두려움에 빠진 청년들의 모습을 연기한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등 젊은 배우들의 열연과 터미네이터와 로보캅을 합쳐 놓은듯한 냉혈한 킬러로 분해 시종일관 두려움을 형태로 보여준 박해수의 열연이 스토리의 부족함이 느껴진 이 영화의 아쉬움을 채워주며, <사냥의 시간>이 꽤 괜찮은 추적 서스펜서 영화임을 강조한다.


<사냥의 시간>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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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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