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에게는 1억달러를 그냥줘도 괜찮은 이유

조회수 2019. 12. 30. 12: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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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웨이> 리뷰

[미드웨이,2019]

감독:롤랜드 에머리히

출연:에드 스크레인,루크 에반스,우디 해럴슨,패트릭 윌슨,아사노 타다노부


줄거리

1941년 진주만 공습 이후, 전 세계를 향한 일본의 야욕이 거세지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본토 공격을 계획한다. 미군은 진주만 다음 일본의 공격 목표가 어디인지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애쓰고,동시에 긴박하게 전열을 정비해 나간다. 가까스로 두 번째 타겟이 ‘미드웨이’라는 것을 알아낸 미국은 반격을 준비하지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전에 넷플릭스 영화 <6 언더그라운드>를 보며, 아무에게도 통제받지 않은 채 무제한적으로 자기 장기를 발휘하는데 시간을 할애한 마이클 베이에게 함부로 1억 달러를 주면 안된다고 비판한 바 있었다. 사실 그에못지 않게 또다른 할리우드 파괴지왕(?) 본능을 지닌 감독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인데, <미드웨이>를 보기 전까지 이 감독에게도 동일한 내용의 글을 써야 하나 생각했는데, 결과물을 보면서 정반대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파괴만 잘한다고 생각한 롤랜드 에머리히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할까?


<미드웨이>는 영화적 소재와 롤랜드 에머리히의 장기가 일치된 운 좋은 작품이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의 치열한 전투 상황과 폭탄 투하로 인해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폭파 장면 스케일을 관객에게 체감적으로 선사하는 감독은 할리우드에도 좀처럼 쉽게 볼 수 없다. 단순하면서도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서는 실제 폭파 작업, 현장에서의 효과, 촬영 타이밍, 후반 작업을 통한 편집 및 시각효과적 과정등 결코 쉬지않은 절차를 걷혀야만 한다.


우리에게 <인디펜던스 데이> 시리즈와 <고질라>, <투모로우>, <2012> 등 굵직한 재난 형태의 SF 영화를 선사했던 롤랜드 에머리히는 이 분야의 전문가 답게 이 영화에 엄청난 양의 폭탄 투하와 폭발씬을 마음껐 선사하며, 그야말로 전쟁터의 긴장감과 참혹함을 절로 느끼게 만들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좀처럼 그의 영화서 볼 수 없던 시대적 배경의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있게 다가오는데, 마치 원래부터 밀리터리 마니아라는듯이 디테일한 방식으로 태평양 전쟁 시대의 군용장비와 전쟁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는 점이 매우 놀랍게 했다. 

당시 미군의 전용기인 F4F 와일드캣과 일본군의 주력기인 제로센의 특징을 잘 묘사한 데 이어, 양측의 주력 전함인 요크타운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아카기, 히류, 소류 항공모함 등의 내부까지 상세하게 그려내 밀리터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눈이 즐거워 할 장면들이 많다. 이러한 태평양 전쟁에 대한 완벽한 고증과 이 시대의 분위기와 정서에 따른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미드웨이>는 매우 흥미로운 전쟁 영화였다.


예를들어 지금과 달리 당시의 전투기와 폭격기는 수직하강비행을 통해 폭탄을 정확히 목표지점에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지상군이 대공포를 쏘아 전투기들을 추락시킨다. 조종사들은 이 위험한 함정(?)을 뚫고 폭탄을 떨어뜨리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롤랜드 에머리히는 목숨을 걸고 목표지점을 향해 돌진하는 조종사들의 모습과 그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최고도의 긴장감과 짜릿한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그리려 했다.


이러한 특징에 맞춰서 그려진 공중 전투씬과 폭격 장면은 그야말로 예술적인 스펙터클을 자랑한다. 날렵한 기동성과 긴 항속거리를 자랑하는 제로센 전투기의 위압적인 모습부터, 이에 대항하는 와일드캣 전투기의 처절한 사투를 보여주는 공중 전투씬은 각 기종의 장단점을 그대로 드러난 방식이란 점에서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와일드캣 전투 부대와 아카기 항공모함에서 발사되는 대공포의 격돌씬은 롤랜드 에머리히의 전작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지구의 전투기와 외계전함의 격돌을 보는듯한 장면처럼 연출돼 흥미를 자아낸다. 

결국 롤랜드 에머리히는 전작이자 최고의 성공을 안긴 <인디펜던스 데이>의 이야기 과정과 설정을 태평양 전쟁 실화물에 그대로 옮겼다. 많은 점에서 <미드웨이>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설정과 흐름을 연상시킨다.


영화 초반에 등장한 진주만 폭격씬은 백악관 폭격 이후 진행된 외계 함대의 공격을, 이후 진행되는 미군의 반격과 연이은 실패는 방어막을 깨지 못해 고전하는 지구군의 반격을, 미드웨이 암호를 간파해 일본군을 교란하는 전략은 외계 군대의 암호를 파악한 장면을, 마지막 대망의 미드웨이 해전과 극적으로 일본군의 항공모함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과정은 외계함대 중심부에 미사일을 날리던 전투기들의 고군분투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게 만든다.


침략군에 맞서 어렵게 반격에 성공하는 극적인 이야기 과정이 그대로 전쟁 소재 영화에 쓰였기에 <미드웨이>의 이야기 흐름은 완벽하지 않지만 기본 뼈대로 봤을 때 매우 드라마틱하며, 카타르시스를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이 과정에서 묘사되는 전투기, 함대의 무기 구조와 그로인한 당시 시대 군용장비의 한계, 상대의 전략을 간파하기 위한 미군과 일본군의 심리전을 오가는 대목은 이 영화의 각본이 단순하게 완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었다. 미국 영화지만 일본군과 미군의 상황을 오가며 당시의 전쟁 분위기를 잘 묘사했다는 점에서 <미드웨이>는 어느 한쪽의 애국을 위한 영화가 아닌 전쟁의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 영화였음을 알게 된다. 

그 점에서 봤을때 ,<미드웨이>는 1960년대 제작된 <도라 도라 도라>와 같은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 대한 일부 오마주와 그 후속작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장면을 대거 보여주며, 당시 영화의 정서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담아내는 데 애쓴다. 에드 스크레인을 비롯한 남성 출연진을 필두로한 박력넘치는 카리스마 연기는 전쟁의 순간에 함께한 모든 군인들의 감정과 정서를 대변하며 태평양 전쟁에 참전해 국가를 위해 싸운 모든 군인들에게 헌사의 의미를 담아낸다.


영화적 완성과 각본적인 흐름에 봤을 때 일부 단점도 노출되었지만, 전자에서 언급했듯이 <미드웨이>는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있어 운이 좋은 작품이었다. 때로는 특별한 영화적 소재가 특정 분야에만 장점을 지닌 감독에게 큰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제라도 그의 연출적 스타일이 빛을 볼 수 있게 돼 뿌듯하게 여겨진다. (그렇다면 마이클 베이에게도 그러한 행운의 순간이 찾아올수 있을까?) 근래들어 기대작들의 결과물이 아쉬움을 가져다 준 상황에서 <미드웨이>와 같은 예상외의 복병과 같은 영화가 등장했다는 것은 관객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순간이다.


<미드웨이>는 12월 3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우리 영화 볼래?: <미드웨이> 2차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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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누리픽쳐스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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