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는 명함도 못내밀 전설이 될 영화

조회수 2019. 12. 3. 22: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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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드 v 페라리> 리뷰

감독:제임스 맨골드

출연:크리스찬 베일, 맷 데이먼, 케이트리오나 발피, 존 번탈


줄거리

1960년대, 매출 감소에 빠진 ‘포드’는 판매 활로를 찾기 위해 스포츠카 레이스를 장악한 절대적 1위 ‘페라리’와의 인수 합병을 추진한다. 막대한 자금력에도 불구, 계약에 실패하고 엔초 페라리로부터 모욕까지 당한 헨리 포드 2세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박살 낼 차를 만들 것을 지시한다.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이자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 출전 경험조차 없는 ‘포드’는 대회 6연패를 차지한 ‘페라리’에 대항하기 위해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를 고용하고, 그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지만 열정과 실력만큼은 최고인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자신의 파트너로 영입한다. 포드의 경영진은 제 멋대로인 ‘켄 마일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춘 레이스를 펼치기를 강요하지만 두 사람은 어떤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불가능을 뛰어넘기 위한 질주를 시작하는데…


영화의 연출을 맡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작품에는 언제나 외톨이가 된 개인들의 변화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 외부와 소통하지 않은 혼자였던 인물이 자신과 같은 인물들을 만나 변화하게 되고, <앙코르>의 쟈니 캐쉬가 준카터를 만나 사랑의 가치를 깨닫고, 전작 <로건>의 외로운 히어로 울버린이 고독과 비극적 운명을 장엄하게 그린 것처럼 이번 신작 <포드 V 페라리>는 제임스 맨골드의 그러한 개성이 집대성된 작품이었다.


제목이 말해주듯 거대 자동차 기업의 대결이 부각된 역사적인 실화였지만, 제임스 맨골드의 특별한 관심은 기업이 아닌 이 영화의 주인공인 두 사람에 있었다. 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르망 레이스에 출전해 우승까지 해낸 전설적인 레이서이자 은퇴 후 코치가 된 캐롤 셸비, 재능 있는 레이서이자 자동차에 대한 천재적 지식을 겸비했지만 독불장군적 성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아웃사이더로 밀려난 켄 마일스가 바로 그들이다.


초반부터 영화는 회사 VS 회사의 대결구도를 판매 부진, 인수 결렬, 자존심 긁기, 전쟁 선언의 과정으로 흥미롭게 그리며 두 회사간의 대결로 충분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사실 이 영화는 기업간의 전쟁으로 그렸어도 충분히 흥미로운 요인을 지니고 있다. 포드와 페라리의 CEO들 모두 자동차 명문가들의 후손이자 자신들만의 확고한 철학을 지닌 거물이기에 이 둘의 관점으로 영화를 만들었어도 충분히 흥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 맨골드가 선택한 주인공은 두 거물이 아닌 이들의 싸움 한복판에 놓여있던 캐롤과 켄이었다. 전자의 두 거물이 자동차 판매와 회사의 자존심이라는 자본주의적 마인드의 대결구도로 서로를 깎아내리려 했다면, 캐롤과 켄에게 잇어 자동차와 레이싱은 그들의 신념이 녹아내린 인생이자 전부였다. 영화는 이 두 개의 다른 상황을 재미있는 구도로 만들면서 그들 모두가 추구했던 결과물들이 완전히 달랐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영향력 없어 보였던 두 개인이 어떻게 이 거대한 전쟁의 키를 쥐게 되었는지 조명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드라마와 정서적 요인을 집약시킨다.


아웃사이더와 같은 존재들이 세상을 뒤집는 반전 같은 이야기 구조를 지녔다는 점에서 <포드 V 페라리>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극적인 재미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이야기 구조외 다른 요소에도 여러 흥미요인을 포진해 둔 것이다. 레이싱 영화가 주제인 만큼 사실과도 같은 극적인 레이싱 장면을 담았다는 점, 감독이 선택한 두 배우의 열연, 그들을 통해 완성된 가슴 뜨거운 드라마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분노의 질주>와 같은 레이싱 액션물에 적응된 현대 관객의 취향을 생각해 본다면 <포드 V 페라리>는 1960년대라는 과거의 전통적 레이싱 경기를 내놓는 조금은 희귀하면서도 특별한 선택이다. 그 점이 다소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1960년대의 레이싱은 <분노의 질주>의 상황과는 차원이 다른 순수한 레이싱 경기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형이면서도 고전적 느낌의 자동차와 부품, 그리고 수동적인 방식으로 부품적 요소들이 교체되는 레이싱 상황들이 너무나 순수해 보이면서도 예상치 못한 돌발적 상황이 발생되는 위험한 순간을 동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켄이 지속적으로 맞이하는 화재 위협, 선두권 차량들의 충돌로 인한 아찔한 상황, 200km가 넘는 스피드에 서로 충돌하는 자동차들의 모습은 묘한 쾌감과 위험을 불러오며 레이싱 장면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긴장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고전적이면서도 투박한 레이싱 장면의 극한 상황을 잘 연출했다는 점에서 영화 속 레이싱 경주는 <벤허>의 전차 장면을 현대적으로 재연한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간간이 등장하는 레이싱 경주 장면과 대망의 르망 24시간 레이스 장면은 영화적 재미와 경이감을 전해주기에 충분한 장면이다. 그중 엔진과 바퀴의 마찰음까지 너무나 생생하게 들려주는 이 영화의 음향이 가장 압권이며, 레이서의 심리적 상황과 감정 그리고 자동차들의 질주를 생생하게 담은 촬영역시 단연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정(精)과 의리, 개개인의 철학과 신념을 마지막까지 지켜내며 개인의 열망과 본능을 아름다운 여정으로 표현한 크리스찬 베일과 맷 데이먼의 연기 호흡은 레이싱 경주만큼 잊을수 없는 이 영화의 아름다운 순간이다. 한동안 보기힘든 두 남자의 우정은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 이후 보기 드문 두 프로 간의 존중과 보이지 않는 진한 의리의 순간을 보여줘 마지막까지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불독같은 다혈질의 성격과 엄청난 고집 속에서 가족을 생각하며 심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켄 마일스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표현한 크리스찬 베일의 열연은 영화팬들이 사랑할 또 다른 그의 인생 캐릭터를 보는듯한 여운을 남긴다. 그러한 다혈질의 켄의 심경을 중심적으로 잡아주는 맷 데이먼의 안정된 연기도 조화를 이뤄내며 이 영화의 진정한 승자는 포드, 페라리도 아닌 바로 두 사람이었음을 강조한다.


두 사람의 승리는 바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고유의 철학과 신념을 지켜내 끝내 세상의 빛을 보게되는 전 세계 모든 프로 아웃사이더들에 대한 찬사와도 같으며, 오랫동안 그들을 지켜본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승리와도 같다.


<포드 V 페라리>는 12월 4일 개봉한다.


작품성,오락성,연출력,연기력:★★★★


총점:★★★★


우리 영화 볼래?: <포드 V 페라리>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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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드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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