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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천명에게 집단 구타당한 두 영화인의 사연

조회수 2019. 4. 2. 1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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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다음날 특집' 관객들을 낚은 네편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모큐멘터리' 혹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의 사실주의 기법을 활용해 만든 극영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사실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를 보다 '현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영화감독들은 이러한 방식을 의도적으로 차용해 메시지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사용하거나 또 다른 극영화로 재탄생 시키고는 한다.


그동안 제작된 수많은 모큐멘터리 영화 중 너무나도 리얼하게 만들어져 평론가와 눈치 빠른 관객마저 절묘하게 낚는 데 성공한 4편의 페이크 다큐물을 소개한다. 과연 그들은 어떤 방식을 이용해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된 것일까?


*<블레어 윗치>와 같은 유명 호러 작품들은 제외했습니다.

1.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전설!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1984]

감독: 롭 라이너

출연: 롭 라이너, 마이클 맥킨, 크리스토퍼 게스트, 해리 쉬어러


가상의 영국 헤비메탈 배드 '스파이널 탭'의 미국 투어를 동반 취재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는 개봉한 지 35년인 지금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소리소문없이 이루어낸 성과가 너무나 대단했기 때문이다.


모큐멘터리 작품의 관점으로 봤을 때 단연 '레전드'급인 것은 물론이며 코미디 영화로서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영화 전반에 깔린 B급 유머와 철학 그리고 똘끼 넘치는 캐릭터들은 그야말로 컬트스럽기까지 하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이 스파이널 탭이라는 가짜 밴드가 가진 상징성이다. 가짜 밴드를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비틀즈, 키스, 레드 제플린, 제프 백, 롤링 스톤즈의 스타일을 골고루 섞어 만들었는데, 본의 아니게 이 밴드가 현대 음악사를 총정리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개봉 당시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괴짜 영화로 취급받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재평가를 받더니, 2002년 미국 국립 영화 보존위원회로부터 국립 영화라는 칭송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였다. 너무나 리얼하게 만들어진 탓에 이 작품에 대한 진짜, 가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나아가서 분명 가짜 록밴드였지만, 실제 OST 형식의 앨범에 참여해 여러 곡들을 발표하고, 인기가 계속되자 EP 앨범 발매와 더불어 DVD로 재출시되는 기염을 토하더니 나중에는 진짜로 전국투어까지 나서게 된것이다. 단순한 페이크 영화로 시작되었던 이 프로젝트가 음악성과 대중성까지 겸비한 진짜 록밴드를 탄생시키는 '어메이징'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2. 유명 인사 친구들을 동원해 거짓말을 진짜처럼 만들어낸 <젤리그>

[젤리그,1983]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우디 앨런, 미아 패로우, 패트릭 호간


'영원한 뉴요커' 우디 앨런도 '페이크'를 즐겼었다. 그가 만든 페이크 다큐 <젤리그>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자신의 신체를 자유자재로 바꿀수 있는 희귀병에 걸린 남자 레오나르도 젤리그의 일생을 담은 전기 다큐 영화다. 젤리그는 뚱뚱한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몸을 똑같이 뚱뚱하게 하고 중국인, 흑인을 만나면 인종을 똑같이 바꾸는 재주를 통해 그들과 어울리게 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영화는 자신의 진실한 정체성과 모습을 찾아가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담고 있다. 내용 자체가 허구맹랑한 'B급 SF' 스토리 같아 보이지만 우디 앨런은 이 페이크를 완벽하게 성공시키기 위해 내용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기발한 꾀를 내었다.

그것은 바로 신뢰할 수 있는 '명사'들의 인터뷰를 담는 것이였다. 평소 친한 작가인 어빙 하우나, 솔 벨로우를 비롯해 세계적인 작가이자 비평가인 수잔 손택까지 동원해 젤리그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게 만들어 관객들이 이를 쉽게 믿도록 유도하였다. 한 술 더 떠 실제 유명 정신과 의사 브루노 베텔하임까지 등장시켜 젤리그의 희귀병이 실제 의학적인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또는 이 병이 유발하는 정신적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사뭇 진지한 명사들의 거짓말에 관객들도 결국 진지하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젤리그라는 사람이 이상하게 누군가를 닮았다는 것을 서서히 눈치채게 된다. 우디가 사진과 영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왜곡시켰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지만 '완벽한 낚시'를 위해서 스스로 망가지는 대범함을 선택한 우디 앨런에 관객과 평론가들은 할 말을 잃었고 완벽한 연출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3. "뉴질랜드가 세계 영화의 원조였습니다!" 라고 거짓말 하는 피터 잭슨의 <포가튼 실버>

[포가튼 실버,1995]

감독: 피터 잭슨, 코스타 보우츠

출연: 피터 잭슨, 하비 와인스타인, 제프리 토마스


영화의 오프닝. 우리에게 익숙한 뚱뚱한 털보 아저씨 피터 잭슨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놀라운 발견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세계 영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자 뉴질랜드 영화의 개척자인 콜린 맥켄지라는 인물의 잃어버린 영화 세트, 카메라, 필름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즉, 피터 잭슨은 이 인물을 언급해 영화사를 다시 쓰려는 것이었다. 하필 이 영화가 공개된 시기인 1995년은 영화탄생 100주년이었기에 이 다큐멘터리는 의미만으로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잭슨은 콜린 맥켄지가 라이트 형제보다 6개월이나 앞서 비행기를 발명한 리처드 피어스의 비행기록을 저장하기 위해 필름 촬영용 카메라를 개발했고, 계란 흰자를 이용해 필름을 만든 독특한 개발 방식을 발명했다고 했다. 게다가 이 인물은 세계 최초의 유성영화인 <재즈싱어>(1927)보다 10년이나 앞서 1917년에 유성영화를 제작했고, 채플린보다 뛰어난 슬랩스틱의 제왕이었다는 숨겨진 사실까지 밝힌다.

하도 허무맹랑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는 말이 나올법한 순간, 갑자기 눈에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해 피터 잭슨의 주장을 거들고 나선다. 뉴질랜드 출신의 명배우 샘 닐을 비롯해 영화 평론가 레널드 멀틴과 같은 영화 분야 전문가와 대학교수, 예술인, 복원에 참여한 저명한 과학자들이 등장해 콜린 맥켄지를 떠받들기 시작한다. 이후 영화는 콜린 맥켄지가 만들어낸 4시간짜리 전설의 영화 <살로메>의 복원작업을 공개해, 하이라이트인 시사회 행사까지 주최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장엄하게 마무리한다.


영화가 끝나면 "이거 진짜야?"라고 모두가 혼란에 빠지게 되지만, 당연히 이 모든것은 영화계의 원조 악동 피터 잭슨이 영화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가짜이다.


피터 잭슨은 콜린 맥켄지라는 인물을 진짜로 실존한 것 처럼 보이기 위해 <젤리그>의 우디 앨런이 했던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으며 콜린 맥켄지의 잃어버린 필름을 진짜로 보이게 하기 위해 흑백필름에 모형 비행기를 날리는 장면을 찍고 필름을 망가뜨리는 과감한 행동을 하게 된다.


모든 촬영방식을 피터 잭슨 특유의 장난스럽고 괴짜 같은 방식을 동원해 만든 <포가튼 실버>는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영화 사랑의 메시지이자, 새로운 혁신에 도전하는 예술인들에게 바치는 귀여운 '거짓말'이었다.

4. "전 국민을 낚아라!" 전 국민을 속인 두 영화학도의 최후 <체코드림>

[체코드림,2004]

감독: 비트 클루삭, 필립 레문다


2003년 체코 프라하의 외곽에 믿을 수 없는 싼 가격으로 최신 제품과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이 등장한다. 게다가 이 쇼핑몰은 시설과 규모도 거대한 하이퍼 마켓이며 이름 또한 모든 체코 국민들의 꿈을 실현 해준다는 의미의 '체코드림'이었다. 체코드림 매장의 오픈일을 알린 광고가 프라하 전역에 걸리게 되고, 이 광고를 보고 현혹된 프라하의 모든 중산층, 서민들이 앞다투어 모여든다.


문제의 매장 오픈날. 무려 2,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체코드림 매장으로 모여들었다. 매장 밖은 희망을 상징하는 무지갯빛으로 칠해져 있어 화려한 내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모여든 시민들 대부분은 가족단위거나 비싼 물건을 사기 힘든 노년층이였다. 건물의 내부에 진입하려는 순간시민들은 예상치 못한 '멘붕'에 빠지게 된다. 건물의 내부 따위는 아예 없었고 철근 구조물이 외부 매장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 사기였다. 애초에 광고를 통해 알려졌던 체코드림은 모두 가짜였다.


힘들게 프라하의 외곽까지 간 시민들은 분노하게 되고, 문제의 정장을 입은 두 청년을 찾아낸다. 이들은 해당 쇼핑몰 사기극의 홍보에 앞장섰던 주요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2,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의 예상치 못한 분노에 기겁해 도망가지만, 결국 민들에게 붙잡혀 죽도록 얻어 맞게 된다.

이 사건은 이후 방송과 언론을 통해 체코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다. 집단 린치를 당한 두 청년은 자신들을 영화감독이라 밝히며, 체코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통해 이러한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고백했다. 이것이 대국민 사기 행각을 그린 페이크 다큐 영화 <체코드림>의 내용이다.


두 청년은 이 목숨을 건 사기극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당시 체코 정부는 EU에 가입하기 위해 전국민에게 EU에 가입하면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 올 것이라 홍보하며 '꿈'같은 미래를 역설한다. 달콤한 미래에 관한 환상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기만 하는 정부의 무책임함, 거기에 동원되는 매스 미디어의 실태, 물질 만능 주의에 끌려다니는 현대인들을 풍자하기 위해 이들은 체코드림이라는 가상의 쇼핑몰을 만들어 '세계화'라는 달콤한 사기극에 빠진 글로벌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려했던 것이다.


의도와 패기는 좋았지만, 이 사기 퍼포먼스에 꼬여 동원된 2천명 프라하 시민들에게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이 후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는 세계 곳곳에 초청되었고, 이들의 패기에 열광한 평론가와 관객들의 수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사진=IMDB,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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