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경이로울 정도로 무섭고 충격적인 악몽같은 영화

조회수 2019. 4. 2. 21: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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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 리뷰

[어스, 2019]

감독: 조던 필

출연: 루피타 뇽, 윈스턴 듀크, 엘리자베스 모스,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줄거리

우리는 누구인가? 엄마, 아빠, 딸, 아들 그리고 다시 엄마, 아빠, 딸, 아들…

인간만이 가진 상상력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온갖 흥미롭고 재미 있는 이야기들을 창조해 왔다. 조던 필의 영화에 있어서 광범위한 상상력이란 악몽 그자체에 가깝다. 전작에서 신체강탈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었던 조던 필은 이번 영화에서 도플갱어라는 또 다른 현실 파괴적 소재를 도입해 우리의 현실 감각을 혼란에 빠트린다.


전작 <겟아웃>으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 문제를 충격적인 시각으로 묘사했던 조던 필은 신작 <어스>를 통해 좀 더 깊은 주제와 메시지로 전 세계를 향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60억의 우리는 누구인가? 진정한 사람인가? 엉뚱한 질문 같지만, 이 영화를 보는 순간 거기에 답하기란 쉽지가 않다. 질문이 어려웠다기보다는 그가 제시한 이 116분의 악몽같은 묘사가 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강렬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본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이것을 보고 공포감을 느낀 인간과 이것을 상상한 인간 둘 중 과연 누가 괴물일까?


<겟아웃>이 미국, 특히 백인 사회에 속한 흑인이 느낄 수 있는 불안한 심리를 표현했다면, <어스>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안정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무너뜨려 그 불안감을 극대화 한다. 주인공 애들레이드의 가족과 똑같은 외형을 지닌 도플갱어들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엄마, 아빠, 아들, 딸 네 가족 모두의 특성을 닮았지만, 외형만 같을 뿐 이들은 전혀 다른 존재들이다. 재미있고 정감넘치는 애들레이드의 가족과 달리 이 도플갱어들은 언어 능력이 없고, 살인, 폭력과 같은 잔인한 행위를 오락처럼 생각하는 괴물들이다. 이들의 목적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간 가족의 파괴. 이때부터 <어스>는 도플갱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들의 처절한 투쟁을 담아낸다.

<어스>는 정통 호러 스릴러의 기본적인 구조를 이어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겟아웃>에서 선보인 어둠을 이용한 공포 분위기 조성과 '놀람'을 자극하는 요소는 객석의 관객들을 들썩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에서도 조던 필 감독은 도플갱어들이 등장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결코 놓치지 않게 만드는 탁월한 연출력을 발휘한다. 장르 영화로서 <어스>의 가장 빛나는 점은 70~90년대 유행한 전설적인 공포 영화의 레퍼런스를 절묘한 방식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공포 영화 마니아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애들레이드 가족을 침범한 도플갱어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가 대표적인데, 이 네명의 가족이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사탄의 인형>과 같은 유명 호러 영화 속 캐릭터들의 특징을 차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괴력을 지닌 잔혹한 아빠 아브라함, 시종일관 웃으며 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즐기는 첫째 움브라에, 불을 갖고 놀기 좋아하다 화상을 입은 플루토 그리고 주인공 애들레이드와 같은 외형을 지니고 유일하게 언어능력을 구사하는 가족의 브레인 레드가 그들이다.


도플갱어들은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가족 한명 한명을 분담하여 자신들 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서서히 파멸로 몰아넣으려 한다. 아빠는 아브라함의 괴력과 잔인함에 무너지고, 첫째는 움브라에의 웃는 얼굴을 피해 도망다니고, 둘째는 플루토의 불장난에 참여해야만 하고, 애들레이드는 레드의 음모를 파악해 이들을 막아야만 한다. 4인 4색의 공포가 한꺼번에 진행되기에 공포의 강도와 긴장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영화가 가족들이 시종일관 당하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매우 단편적이고 절망적인 영화정도 였을 것이다. <겟아웃>이 섬뜩한 상황속에서도 특유의 유머 코드와 주인공의 극적인 반격을 통해 오락적 쾌감을 높였듯이, <어스> 또한 주인공 가족의 반격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통쾌함과 유머러스한 상황을 적절히 믹스하여 영화적 재미를 높인다.

순진하던 애들레이드 가족이 도플갱어들을 상대하며 피를 보고,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이들이 마치 악령, 괴물을 처단하는 헌터 집안이 되어가는 듯한 모습은 지켜 보는 것 만으로도 큰 재미를 준다. 그 과정에서 다른 도플갱어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영화는 도플갱어 집단과 가족의 전면전을 다루는 잔혹한 호러 액션극으로 이어진다. 감독은 이 새로운 도플갱어 캐릭터들에게도 유명 공포 영화 캐릭터의 이미지를 대입하여 흥미를 배가시킨다. 이렇듯 <어스>는 호러, 유머, 액션의 다양한 장르적 색채를 적절하게 배합하며 오락영화의 좋은 모범사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오락적 요소들은 단지 눈요기를 위한 흥미 거리에 그치지 않고 이 영화가 던지는 심오하면서도 거대한 주제관에 부합한다. 영화는 중간마다 성경의 예레미야 11장 11절의 구절을 강조하며(절망적 환난의 상황을 표현하는 내용),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영화 속 상황을 종말론에 비유한다. 수많은 도플갱어 집단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행하는 거대한 계획이 드러나는 대목은 시각적인 충격을 더해주는 동시에 현실 세계를 향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도플갱어들은 악마적 본성을 뜬 사악한 집단이지만,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개개인의 어두운 이면의 실체를 상징하는 존재로 볼 수 있다. <어스>는 애들레이드와 레드처럼 지상과 지하라는 다른 환경에서 살았을 뿐, 동일한 삶을 살다 그들이 우연히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파국에 관한 이야기다. 이처럼 선과 악, 인간과 괴물은 한 운명속에 존재하다 언젠가는 상대 집단에 의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운명적 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스>는 도플갱어 집단에 관한 정의를 단순히 악으로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도플갱어들은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다름을 이유로 이분법적으로 구분되고, 철저히 소외된 채 살아온 약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이 지상에 올라와 선보이는 악행은 미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가 된 국경 장벽과 같은 인간의 편협한 선 긋기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이자 그에 대항하는 혁명적 체제 전복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결국 우리가 손가락질 하는 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또 다른 도플갱어이며 혐오, 편견의 시대 속에서 갖가지 규정과 차별을 자행하는 이 시대야말로 우리가 만든 악에 지배당하고 있는 종말의 시대임을 암시적으로 표현한다. <어스>는 바로 도플갱어로 대변된 이 민족이나 소수자들에 대한 배타적이고 허구적 공포를 형상화한 작품이었던 셈이다. 결국 공포를 유발하는 쪽, 공포를 느껴 그것을 만든 존재 모두 괴물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이중성이다.


심오하면서도 난해한 주제관과 상징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어스>는 그러한 난해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공포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관객 스스로 영화에 힘에 압도당하게 만드는 천재성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공포 영화의 거장들에 대한 애정과 헌사를 담은 조던 필 감독의 애정이 곳곳에 배어있으며, 1인 2역을 오가며 천부적 연기력을 발휘한 루피타 뇽과 같은 배우들의 열정이 그 어느때 보다 돋보였다. 그로인해 탄생된 <어스>는 20세기 이후 공포 영화라는 장르가 거둔 최고의 쾌거이자, 혼란의 시대 속에서 표류하는 인간들을 풍자한 최고의 걸작이다.


<어스>는 3월 2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


충점:★★★★★

<어스>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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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PI,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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