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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무비

조용하던 기자 시사회를 눈물바다로 만든 영화

<생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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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2018]

감독: 이종언

출연: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김수진


줄거리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 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정일'과 '순남'의 가족. 어김없이 올해도 아들의 생일이 돌아오고, 가족들의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가족과 친구들은 함께 모여 서로가 간직했던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기로 하는데..

영화기자로 그동안 수 많은 영화들을 접했지만 시사회 전 이토록 긴장해 본 건 처음이었다.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했고, 남아있는 유족의 아픔을 담은 이 영화를 맞이한다는 것 자체가 나도 모르게 큰 짐으로 다가온 탓일까. 무엇보다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새삼 두려웠다. 이 영화가 고인과 유족, 그리고 당시 사건을 지켜봐야 했던 국민들에게 오히려 불편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 적막이 감돌던 언론시사회장은 여기저기 '훌쩍' 거리는 기자들, 평론가들의 눈물로 가득했다. 이 영화가 수호의 <생일>에 초대된 기자들에게도 그 날, 그들의 아픔을 깊이 공감하게 하고 아울러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생일>은 처음부터 억지로 세월호에 관련된 영화임을 강조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온 가장 정일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집에 있는 가족인 아내와 어린 딸은 그를 반기지 않고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 심지어 너무 오랫동안 외국에 있던 탓인지 딸은 아빠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이후 영화는 동생 집에 머물며 어떻게든 가족의 마음을 돌리려는 정일의 모습을 담는다. 그는 서먹한 딸과 가까워지기 위해 하교 시간에 맞춰 만나러 가고, 현장학습도 함께 나간다. 아빠와 딸의 관계회복에 관한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루어지면서 가족 영화같은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장면들로 채워진다. 이 영화에 관해 사전정보를 몰랐다면 평범한 가족 영화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영화는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남편을 피하는 아내 순남과 그녀의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든 세월호에 대한 상흔을 조금씩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상징화 한 미장센이 강조된 화면 연출과 참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는 주요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풀어낸다.


오빠가 떠나간 이후 그 충격으로 바다 근처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게 된 동생, 아들이 기억날 때 마다 새 옷을 사와 아들 방에 놓는 엄마, 아들의 방에서 아들이 남긴 물건과 서랍을 뒤지며 아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려는 아버지의 모습... 영화는 남겨진 주변인들이 트라우마와의 힘겨운 투쟁을 이어나가는 장면들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려 한다. 이 부분이야 말로 <생일>이 추모 영화의 의미를 넘어서 잘 만든 영화로 평가할 수 있는 점이다.


연출을 맡은 이종언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 출신답게, 인물의 감정을 다루는 섬세한 표현력과 여러 상징적인 장면들을 적절하게 배치시켜 <생일>을 매우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세상을 떠난 아들과 가족간의 애처로운 그리움을 센서 등이 갑자기 켜지는 조금은 판타지적인 장면으로 표현한 것은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라는 매체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다소 민감한 주제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의 오해의 시선과 그에 부딪힌 유족의 아픔을 말하는 대목에서도 이슈화 시켜 부각하기 보다는 극 중 캐릭터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 정도로 다루는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수호 가족의 아픔, 갈등 그리고 화해의 시간이 지나고 영화는 마지막 생일 장면에서 '기억하기'의 소중함과 가치를 이야기 한다. 세월호 유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떠나보낸 자녀들을 웃음과 눈물로 추억하는 모습은 상처와 아픔속에서도 꿋꿋히 견디며 지켜가야 할 우리의 삶을 의미있게 담아낸다.


다시는 만날 수 없다 하더라도 기억을 통해 사랑하는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세월호의 아픔을 직접, 간접적으로 지니고 있는 우리 모두는 하나임을 이야기한다. 영화가 수호 가족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이지만, 묵묵하게 그들의 아픔을 품고 공감하며 그들 곁에 머물러 주었던 이웃과 주변인들의 모습 또한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는 제 3자인 스크린 밖 관객까지 온전히 수호의 생일에 초대되는 간접적 장치로써 그들의 감정에 동화되고 함께 울고 웃게 만든다.

자극적인 요소 없이 담담하게 추모 영화의 새로운 접근 방법을 보여준 연출력과 함께 설경구, 전도연이라는 베테랑 연기자들의 심도 깊은 연기 또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생일>은 4월 3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사진=NEW,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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