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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때문에 30분 일찍 출근해요, 실리콘밸리에서 '내 자리'가 사라진 이유

조회수 2021. 2. 18.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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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방식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

일반적인 회사의 경우, 높은 지위일수록 창가 쪽 좌석과 가까워지고 연차가 낮을수록 입구 쪽과 가까운 자리에 앉게 됩니다. 업무 전달은 이 라인을 따라 차례대로 내려가는데요. 이러한 기존 좌석제를 두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어오면서 새로운 기업문화의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중심으로 고정석을 없애고 그날 그날 원하는 자리에 앉는 자율좌석제가 기업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종로구 서린 사옥에 올 4월부터 자율좌석제를 도입했습니다. 고정석이 없기 때문에 직원들은 출근 30분 전부터 원하는 좌석을 예약하죠. 이미 2011년 제일모직 케미컬 연구소가 자율좌석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습니다. 공간의 변화에서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긍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현재 LG전자, 롯데 그룹 등의 기업들도 새로운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자율좌석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에서 유연한 조직문화를 목표로 자율좌석제를 시범운영했는데요. 대기업들의 실천 사례를 통해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답니다.

새로운 기업 문화의 등장

자율좌석제는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혁신이 나올 수 없다.'라는 실리콘밸리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사무실에서 개인별 좌석을 지정하지 않고 책상과 의자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요. 자유로운 분위기의 업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동료들 사이의 협업과 평등을 촉진시키는 취지에서 활용되고 있어요.

국내에선 1980년대 후반, 직원들의 외근이 많은 기업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자율좌석제가 시도되었지만 이 제도를 뒷받침할 기술력이 마련되지 않아 확산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기술이 발달하고 노트북이나 태블릿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컴퓨터를 사용하려고 고정된 자리에 앉을 필요가 없어졌는데요. 그와 동시에 창의성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게 되었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 자율과 소통에 기반한 새로운 기업문화 구축이 필수가 되면서 기업 경영에 혁신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환경이 바뀌어야 사고가 바뀐다'라는 혁신에서 출발한 기업문화의 변화 흐름은 사무실 공간을 바꿔놓기 시작했어요.

공간이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들이 커지면서 가장 문제로 떠올랐던 것이 바로 업무 공간인데요. 칸막이 안에 갇힌 지정석은 사고의 틀을 고정시켜 창의성이 떨어지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막는다는 의견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지정된 좌석에서 벗어나 원하는 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율좌석제가 주목받게 된 거죠.

대표적인 예로 SK 이노베이션의 변화를 들 수 있어요. 최태원 SK 회장은 "업무시간의 80% 이상을 칸막이에서 혼자 일하면 새로운 시도나 변화는 가능하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공간의 혁신을 주문했다고 해요. 그 결과 임원을 포함한 전 직원이 고정된 자리를 이용하지 않고 키오스크나 앱을 이용해 그날 그날 일할 공간을 선택하는데요. 자율좌석 선택제로 인해 팀원 간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지고 다양한 부서와의 협업이 늘어나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해졌다고 해요.


자율좌석제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그날 일의 성격이나 컨디션에 따라 조용한 1인석이나 개방형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전과 달리 자리에 따른 위계도 사라져 상사에게 보고하러 가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러 간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고 해요. 타 부서와의 회의도 딱딱한 회의실이 아닌 개방된 협업공간에서 진행하면서 전보다 더 편한 회의 분위기가 형성되었죠.

자율좌석제가 업무 능률을 망친다?

출처: 잡코리아

자율좌석제를 시행한 기업의 출근 풍경은 다소 전쟁 같은데요. 매일 아침 원하는 자리를 선택하기 위한 자리 선점이 치열합니다. 원하는 자리에 앉으려면 평소 출근 시간보다 더 일찍 도착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는데요.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404명을 대상으로 자율좌석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8.8%가 자율좌석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자율좌석제 실시 후 자리를 찾는 데 평균 18분이 걸리고 1년 기준으로 약 66시간이 낭비된다고 합니다. 아침마다 일할 자리를 선택하느라 10분 이상을 헤매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죠. 게다가 매번 자리를 정리 정돈하고 퇴근해야 하고, 행여나 전날 물건을 놓고 오면 아침에 황급히 찾으러 가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크다는 단점도 있답니다.


자리가 매일 바뀌기 때문에 소통하는데 어려움도 커요. 부서끼리 앉아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상사한테 물어볼 수 있는 사안들도 서로 어디 앉아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물어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팀 단위 회의가 필요한 경우 회의실을 예약해야 해서 개인 자리 예약뿐 아니라 회의실 예약까지 치열하다고 해요. 업무나 이슈에 대한 소통이 전보다 물리적으로 어려워진 거죠.

진화를 거듭하는 업무 공간

기업들 사이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Work Hard)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일하는 스마트워크(Work Smart)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마트워크란 기업 구성원이 근무시간과 업무 공간 상의 제약에서 벗어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면서 근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에요. 최근 코로나로 재택근무와 자율출근제가 늘어나면서 스마트워크로의 변화는 피할 수 없게 되었어요.

하지만 스마트워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체 시스템과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데요. 중소기업이나 개인기업에는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에요. 공유 오피스는 이런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많은 혜택들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라운지 공간의 경우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기 좋아요. 원하는 좌석을 선택해 업무를 볼 수도 있고 팀원들과 자유로운 협업도 가능하죠.

자율좌석제가 활용하기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는 사실 어려워요.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사회 문화의 속도를 경직된 기업 문화가 따라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필요한 게 사실이에요. 자율좌석 제도 이러한 다양한 시도 중에 하나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더 깊은 고민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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