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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억달러 자산가가 회의때마다 피자 2판만 시키는 이유

조회수 2021. 1. 20. 14: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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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왕의 원탁회의

중세 유럽의 가장 빛나는 영웅 아더왕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바위에 꽂혀 있는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아 왕으로 추대되었던 아더왕은 중요한 안건을 처리할 때 그를 따르는 기사들과 원탁에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갈등을 막기 위해 제작된 원탁은 왕과 기사들이 상하의 차이 없이 서로를 이해하며 토론을 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죠.

기업 내에서 회의는 성과를 위한 출발점으로 여겨집니다. 회의는 집단이 형성되고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도구라고 할 수 있어요. 회의는 일의 시작점이자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회의를 통해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는데요. 과연 회의는 업무 효율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은 화상 회의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회의를 이끌어나가면서 기존의 회의 문화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마냥 길기만 하고 핵심이 없는 회의는 구성원들의 참여도를 떨어트리고 방향성을 잃게 만드는데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회의는 나쁜 조직의 징후

2017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회의에 대한 인식, 경험 등을 조사한 결과, 91%가 회의에 대해 부정적으로 대답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회의 중독증에 시달린다고 답했는데요.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들은 평균 1주일에 3.7회 회의에 참석하면서 그중 절반 수준인 1.8회는 불필요한 회의였다고 답변했어요.

직장인들은 회의의 목적이 대부분 단순 업무 점검 및 정보 공유나 목적이 불분명해서 회의이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일단 모이면 뭐라도 나오겠지'라는 인식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 하에 회의에 구성원들을 최대한 많이 부르려는 경향은 불필요한 참석자의 불성실한 회의 태도로 인해 회의를 망치는 요인이 되죠.


미국 경영학 석학인 피터 드러커는 '회의는 나쁜 조직의 징후다. 회의는 적을 수록 좋다.'라는 말을 통해 좋은 조직에서는 많은 회의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의의 목적이 명확히 공유되지 않은 채로 회의를 소집하거나 회의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길수록 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구성원들의 스트레스까지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회의를 하기 위해선 조직 안에서 합의된 회의 질서와 소통 방식이 필요하죠.

리더도 구성원들과 동등하게 평가받는 기업

보통 회사원들이 상사를 지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DBS(싱가포르개발은행)에서는 상사가 명확한 의제 없이 회의를 진행하거나 불필요한 이야기들을 이어나가면 이를 바로 지적할 수 있는데요. 화가 나서 마음대로 회의를 중지시켰던 고위 임원을 소신 있게 지적을 하자 그 임원이 피드백을 수용하고 사과한 일화는 아주 유명하죠.

DBS는 2016년까지만 해도 비효율적인 회의로 인해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의는 늘 늦게 끝났고 리더들은 혁신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겼습니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왜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나타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했죠. 경영진은 이런 회의 문화가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억누르고 무기력한 현상을 유지시킨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변화를 위해 DBS가 도입한 것은 'MOJO'라는 회의 방식인데요. 이 방식으로 인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열린 태도가 기반이 된 협업을 가능케하는 회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회의는 더 이상 늦게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무려 약 50만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다고 밝혔어요.

출처: 유튜브 채널 <MEEINGMOJO>

MOJO 회의 방식에서 MO는 미팅 오너(Meeting Owner)의 줄임말로 회의가 명확한 의제를 가지고, 제시간에 시작하고 끝날 수 있게 하며 모든 참석자가 동등한 발언권을 갖도록 하는 책임을 집니다. JO는 즐거운 관찰자 (Joyful Observer)를 뜻합니다. 회의가 활기차게 진행되도록 돕고 구성원들의 폭넓은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해요. J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MO의 역할수행을 평가하는 일인데요. 회의가 끝난 후 회의가 어떻게 진행됐고, MO가 개선할 점에 대해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해요.


JO의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는 직급에 상관 없이 MO에게 직접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요. 관찰자가 존재하고 피드백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MO는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이나 행동에 주의하게 되죠. DBS가 새롭게 시도한 MOJO를 통해 구성원들은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어요.

끊임없이 쇄신이 일어나는 회의 문화

그동안 한국의 회의 문화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를 더 많이 받아왔는데요. 최근 유튜브를 통해 한국에서 13년 동안 산 영국인이 한국에서 회의를 하다 보니 눈치를 많이 보게 되었다고 해 화제가 됐는데요. 한국의 회의 문화에는 수직적인 구조가 깊숙이 들어와있기 때문이에요. 직위에 따라 발언권이 제한된다면 회의는 상호 소통의 장이 되지 못합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고 제대로 된 의견을 말하지 못한다면 회의는 단순히 업무 지시용으로 끝나고 마는 거죠.

수직적인 분위기의 회의 문화를 탈피하기 위해 유대인들의 '후츠파(CHUTZPAH)'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무례, 뻔뻔, 철면피 따위를 뜻하는 히브리어" 단어라고 합니다. 이와 함께 "용기, 배포, 도전"과 같은 내용을 뜻하기도 하죠. 후츠파는 권력이나 권위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정신으로 특히 IT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인데요. 의견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 속에서 의견들을 제시할 수 있어요. 회의의 목적은 좋은 의견을 도출하려는 것이지 개개인을 비교하는 게 아니므로 의견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리고 구성원들 간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타협안이나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서로의 동의 속에서 결론을 내야 하죠.

실리콘밸리에서 소규모 회의가 당연한 이유

구글 회장이자 전 애플 이사인 에릭 슈미트는 회의가 시간 낭비로 끝나지 않기를 원했는데요. 컴퓨터 공학자들이 모인 구글답게 그들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그들만의 회의 법칙을 활용하고 있어요.

회의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만 참가시키는 조건으로 8명 이상을 넘기지 않고,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회의를 진행해요. 회의는 정시에 시작해서 정시에 끝내기로 합의를 하고, 회의에서 멀티태스킹을 자제하도록 합니다.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는 건 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간주한다고 해요.

아마존의 경우, 아주 특이한 회의 규칙이 있습니다. 바로 '피자 두 판의 법칙'인데요. 피자 두 판을 먹을 수 있는 인원으로 회의 인원을 구성하는 것이에요. 인원이 적을수록 불필요한 소통은 줄어들고, 생산적이고 필요한 소통들이 늘어나기 때문이에요.


더불어 PPT 사용을 금지해요. PPT를 만들다 보면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하게 되고, 회의에서 PPT를 사용하면 자발적 사고보다는 자료를 따라가기 급급한데요. 그래서 회의에서는 절대 PPT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요.

출처: (좌측부터) 애플 마케팅 책임자 Phil Schiller & 소프트웨어 수석 부사장 Craig Federighi

스티브 잡스는 본질에 집중하는 미니멀리즘 회의를 추구했습니다. 최소한의 인원만 회의에 참석하게 해 간결하고 실속 있는 회의를 진행했어요. 회의가 끝나면 모든 결정사항에는 책임자(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를 반드시 선정합니다. 책임자는 직접적으로 관련 결정 사항 및 실행 사항에 대해 책임을 지고 마무리를 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하지만 혼자 다 이끌어 나간다기보다 구성원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함께 해결합니다.

끝없는 회의, 결론도 실행도 없다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각각 회의의 모습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회사의 필요하고 맞는 회의가 어떤 것인지 올바른 기준이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식 회의가 아닌 효과적인 의사결정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서도 핵심이 있는 회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죠. 아젠다가 명확하지 않은 회의는 등대 잃은 배와 같습니다. 조직원들의 다양한 의견 도출을 위해 지금부터 회의 문화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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