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수트 만들고 싶었지만.. 체코 가서 진짜 적성 찾게 되었습니다

조회수 2020. 3. 10. 10: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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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IT 기술과 접목되지 않은 서비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특정 산업에만 적용되었던 IT 기술은 이제 실생활 곳곳을 빠르게 파고드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자 IT 관련 지식이 전무한 비전공자들 역시 관련 직종을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느끼곤 한다. 과연 비전공자가 IT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걸까? 비전공자에서 5년 차 개발자로 성장한 카카오페이 황지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았다.

아이언맨을 꿈꾼 전자공학도

황지연 엔지니어가 대입을 준비해야 했을 시기, 영화 <아이언맨>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상상에만 그쳤던 로봇 슈트를 구현해낸 '토니 스타크'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렇게 로봇의 매력에 푹 빠져 대학교 전공 역시 전자공학과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전공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녀는 외부 활동에 더 집중했다. 그중 하나가 교내 신문사 활동이었다. "부원들과 전자신문에 견학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제 전공과 기자 활동을 접목할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신문사에는 모두 언론 시험을 거쳐 기자가 된 분들뿐이었습니다. '전공 지식이 그리 큰 메리트가 되지 않겠구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4학년이 되어도 미래에 대한 고민은 끊이질 않았다. 그때 교환학생 모집 공고가 눈에 띄었다. 학점이 그리 뛰어나지도, 자신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던 그녀는 '일단 가보자'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그렇게 황지연 엔지니어는 체코로 향하게 된다.


낯선 환경과 처음 보는 사람들뿐이었지만, 이 점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모든 조건을 다 배제하니, 오히려 제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깊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지내며 소통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대만 사람들과 생활한 황지연 엔지니어는 공통 메신저로 '라인'을 사용했다. "한국 메신저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프트웨어가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프로그래밍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죠."

직접 찾아 나선 개발자 과정

'개발자'라는 꿈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막상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니 막막함이 앞섰다. 황지연 엔지니어는 전공과목의 일부인 C언어만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처음 공부를 위해 찾아간 곳은 컴퓨터 학원이다. 자바와 같은 객체 지향 언어에 대한 기본 지식을 섭렵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전공자가 없어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장학금을 주는 활동을 찾아보다 T 아카데미에서 무료 강의를 제공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사람들과 직업 앱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서비스와 스타트업을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SW 마에스트로 과정에도 참여했다. T 아카데미에서의 활동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개발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배운 건 기술뿐만이 아니다. 팀원들과 기획에 대해 끊임없이 의논하고, 유저 입장에서 생각하며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긍정적인 분위기 덕일까. 첫 번째 프로젝트는 공모전에도 입상해 전시회에도 출품할 수 있었다.

약 1년간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쌓은 황지연 엔지니어는 2015년 하반기 라인플러스 공채에 합격한다. 라인플러스에서 2년 9개월가량을 일한 뒤, 현재는 카카오페이로 이직한 상태다. 첫 회사에선 프로젝트가 몰리면 몇 달간 야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지연 엔지니어는 개발자로서의 삶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처음 개발에 관심을 가진 뒤, 도서관에서 관련된 책을 다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시기라 자부할 수 있죠. 그런 절박함이 있었기에 잘 풀린 것 같습니다. 이때 노선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제 미래는 어땠을지 상상이 잘 안 가네요."

멘티에서 멘토로 우뚝

어느덧 그녀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 지 5년이 되어 간다. 각종 개발자 과정을 찾아다녔던 비전공자는 이제 바이트 디그리 코드 리뷰어로서도 활동하며, 예비 개발자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처음 리뷰어 제안을 받았을 땐 고민도 많았다.


"프로젝트 진행에만 그치는 개발자 교육 과정이 많습니다. 바이트 디그리는 현업자의 시각에서 코드 리뷰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었죠. 실무에서도 코드 리뷰는 매번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비 개발자들이 더 좋은 코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고민 끝에 리뷰어 제안을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황지연 엔지니어가 생각하는 '잘 짠 코드'란 무엇일까. “그녀는 기본적으로 코드의 성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으로 동작함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연산이나 반복 등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그에 못지않게 잘 짠 코드의 두 번째 조건으로 코드의 가독성을 꼽았다.” 현업에서는 팀원들과 '함께'코드를 만들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코드를 보다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짜는 것이 좋다.

출처: pinterest

코드 리뷰는 일종의 피드백이다. 즉, 리뷰 과정은 이전에 짠 코드에 개선할 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감정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실 코드 리뷰는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리뷰를 맡긴 이가 더 배우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리뷰에 대해 스스로 변론하고, 의견을 내본다면 더 나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황지연 엔지니어에게 비전공자 개발자의 장점을 묻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학습력'을 꼽았다. 한 번도 다루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 더 노력하며 빠르게 배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전의 전공과 개발을 연계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포용하는 개발자로도 성장할 수가 있다.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엔 이론이나 지식이 달라,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이 고비를 몇 번 넘기면 그다음 과정은 수월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 비전공자 출신의 개발자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종이니 '비전공자'라는 생각이 먼저 앞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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