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튀기며 싸웠던 두 그룹이 갑자기 동맹 선언한 이유

조회수 2020. 1. 9. 21: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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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터넷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기업이 있다. 바로 네이버 LINE과 소프트뱅크의 야후 재팬이다. 2011년 일본으로 진출한 네이버 LINE은 일본 국민 메신저로 떠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야후 재팬 역시 구글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색 엔진으로, 커머스·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두 기업이 2019년 11월 경영통합을 선언했다. 협력보다는 경쟁이란 단어가 더 어울렸던 LINE과 야후 재팬이 갑작스레 동맹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페이 경쟁에 쓴 비용만 무려 2000억

현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일본에서 간편 결제 시스템은 큰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정부가 도쿄올림픽 관광객의 카드 사용 편의를 목표로 ‘현금 없는 사회’ 정책을 내놓으면서, 간편 결제 시스템의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그 경쟁의 중심에 있던 두 기업이 바로 네이버 LINE의 ‘LINE 페이’와 소프트뱅크와 야후 재팬의 합작 ‘페이페이’다.

간편 결제 시스템을 먼저 도입 한 건 LINE이다. LINE은 2014년 LINE 페이를 출시하면서 온라인 결제 비율을 차근차근 높여갔다. 페이페이는 보디 늦은 2018년에 출범했지만 과감한 마케팅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25만 엔 (약 250만 원) 이하 결제 금액이면 무조건 20%를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펼친 것이다. 페이페이는 10일 만에 마케팅 예산 100억 엔은 모두 사용했고, 이용자 수도 400만 명 이상 확보하면서 간편 결제 시장 경쟁에 불을 지폈다.


LINE은 바로 반격을 펼쳤다. 페이페이와 동일하게 20% 환급 이벤트를 실시한 것은 물론, 추첨을 통해 2000엔을 제공하기도 했다. 페이페이는 이에 굴하지 않고 2차 환급 이벤트와 결제금액 전액 환불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 두 기업이 환급 이벤트로만 사용한 금액은 무려 2000억 원에 달한다. 네이버는 실적 악화를 겪었지만, 2019년 5월 다시 한번 LINE 페이 마케팅에 300억 엔을 쏟아부으며 일본 페이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두 기업이 동맹을 선택하게 된 이유

페이 시장에서 각축을 벌인 두 기업이지만 사실 사정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네이버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바이두 등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에 대항할 힘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해진 회장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한 학회에서 “연합군이 필요하다”며 직접 의견을 밝히기도 했었다.


소프트뱅크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LINE은 이미 2019년 들어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중이다. 또한 또한 일본 검색 엔진 시장은 아직까지 구글이 70%가량을 점유하고 있어 야후 재팬의 성장은 계속 정체되어 있다. 주력 사업부 커머스 시장은 경쟁사 메루 카리에 밀려 맥을 못 추리고 있다.

위기를 인지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네이버 이해진 GIO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미국, 중국 IT 기업과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두 기업의 경영 통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해진 GIO와 손정의 회장은 이미 지난 6월부터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네이버 LINE과 소프트뱅크 야후 재팬(운영사 Z 홀딩스)은 지난 11월 18일 경영 통합을 선언했다. 두 기업은 각각 50% 출자를 통한 조인트 벤처 ‘LINE’을 설립하고, 이 조인트 벤처가 소프트뱅크의 모회사 Z 홀딩스 주주가 되는 기본 합의서를 체결한 상태다.


기대감 증폭, 동맹으로 얻게 될 시너지

LINE은 일본 국민 메신저로 이용자 수가 8,000만 명에 달한다. 야후 재팬의 이용자는 5,000만 명이다. 특히 LINE은 1020세대에게, 야후 재팬은 40대에게 인기가 많아 두 기업은 경영 통합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이용자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LINE과 야후 재팬 모두 e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모바일과 메신저를 결합하여 사용자의 서비스 접근성도 상승시킬 수 있다.


두 기업이 출혈 경쟁을 펼쳤던 핀테크 영역에서의 연대도 구축할 수 있다. 사용자가 통합으로 일본 간편 결제 시장 점유율을 장악할 수 있으며, 이전처럼 과도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필요도 없어지게 된다. 비용 효율화는 LINE에게 큰 이득이 된다. 2020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LINE은 경영 통합을 통해 일본 내 사업 확장에 대한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해진 CIO와 손정의 회장은 모두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경영 통합 기자 간담회에서 데자와 다케시 LINE CEO와 가와베 겐타로 홀딩스 CEO는 ‘세계를 리드하는 AI 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경영 통합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과 맞서기 위해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개발에 매년 10,000억 엔을 투자할 예정이다.

LINE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장학하면서 글로벌 메신저로 거듭나고 있다. 소프트 뱅크는 세계가 인정하는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런 두 기업의 동맹으로 LINE은 자본을, 야후 재팬의 글로벌 경험을 채울 수가 있는 셈이다. 한국과 일본의 인터넷 시장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이번 동맹을 기회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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