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블리·촌므파탈의 탁월한 선택, 이제부터 중요하다

조회수 2019. 9. 2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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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고 알려줌] KBS <동백꽃 필 무렵> (When The Camellia Blooms, 2019)
글 : 박세준 에디터
2016년 <질투의 화신>을 끝으로 드라마에서 종적을 감췄던(?) 공효진이 3년 만에 돌아온다는 기사는 1년 전부터 쏟아졌다. 그리고 지금, 그 기대는 현실이 됐다. 무대는 바로 <백희가 돌아왔다>, <쌈, 마이웨이>에서 극본을 맡은 드라마 작가 임상춘의 새 작품 <동백꽃 필 무렵>이다.

전작들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탄탄한 각본력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적지 않은 기대감으로 지난 9월 18일 방영된 첫 회를 지켜봤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18일 수요일 첫 방송 7.4%, 19일 목요일 8.3%(이상 닐슨코리아 기준)로 준수한 출발을 알렸다.

촌므파탈 '황용식'은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이 드라마를 선택한 강하늘의 몫이었다. 공효진과의 케미는 둘째치고, 순수를 넘어 그 순박한 미소와 정겨운 사투리는 강하늘이라는 배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인 듯하다. '공블리' 공효진의 드라마 선택 역시 탁월했다는 생각이다.
<뺑반>(2019년), <도어락>(2018년) 등 이렇다 할 호성적을 거두지 못한 영화 쪽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녀가 꿰찬 '동백' 역은 "편견에 갇힌 한 여자"라는 기획 의도 속 정의처럼, 마을 인물들의 일방적 기준과 잣대로 내려진 판단에 홀로 맞서는 굳세고 당당한 인물이다.

거기다 미혼모, 술집 등 오해하기 딱 좋은 키워드를 총망라한 그녀에게 에고(ego)가 강한 용식은 그런 동백의 모습에 오히려 반하지만, 연인이 아닌 친구로 다가선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조연들이다. '동백', '용식'과 정확히 대척점에 위치하는 인물이 '노규태'(오정세)다. '옹산'이란 작은 마을은 마치 한 사회를 압축 시켜 놓은 듯한데, 그 속에 위치하는 인물들은 모두 보수적이면서 가부장적이지 않고 오히려 가모장적이다. '규태'는 이러한 마을의 힘없는 남성 가장의 대표격이다.
드라마는 그를 '개'와 '오지랖'으로 규정했지만, 실상은 인정욕구가 높은 모계사회 속 퇴화한 '남성 중심적 가장'의 말로와 같다. 이 찌질하고도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역할에 오정세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는 없을 것이다.

열등감을 표출하는 감정신으로 용식과 동백의 강단을 밝혀주는 역할도 잘 수행하지만, 규태 스스로 밉지 않은 수준의 땡깡(?)을 재미의 영역으로 격상시킨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향미' 역의 손담비는 크게 두드러지는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까불이'에게 희생된 여성이 누구인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동백이 아닌 향미가 그 반전의 주인공일 것이란 예상도 존재한다.
손담비의 어설픈 연기 변신은 크게 아쉽지만, '향미'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극 중 중요도와 떡밥의 활용성은 앞으로 진행될 회차에서 차차 밝혀질 전망이다.

한편, 마을 속 남자 가장들에게 사랑받음과 동시에 여성 기득권층에게 질시를 겪는 동백을 보며 여성 차별적 드라마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규태'·'자영'(염혜란) 커플처럼 경제권 및 의사결정권이 모두 여성에게 넘어간 모계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는 불편함을 드러내는 이도 있다. 과연 이 드라마는 여자와 남자, 그 한쪽으로 치우친 편견에 입각한 전개를 보여줄 것인가?

아직은 그 의도가 분명치 않다. 오히려 이러한 생각들이 모든 작품을 PC주의 혹은 '여험'과 '남혐'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의 부작용처럼 보일 정도다.
물론 이 드라마가 마냥 사랑 이야기만을 표방하진 않고, 미혼모와 그에 대한 편견, 그리고 여성을 상대로 한 연쇄살인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러한 논란은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출발은 좋았다. 신선했고 촘촘한 짜임새가 돋보였다. 영상도 훌륭하고 색감도 좋다. KBS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완성도다. 문제는 마무리다.

'용두사미'를 너머 '용두사망'이라 불리는 최근 몇몇 드라마의 맥 빠지고 허무한 결말은 믿고 보는 임상춘 작가의 신작이라 하더라도 우려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를 넘어 어떤 결말로 치달을지 사뭇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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