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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도 살릴 수 없는 '중국 만세' 영화

조회수 2021. 1. 1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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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려줌] <뱅가드> (Vanguard,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뱅가드> ⓒ (주)디스테이션
약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지상파 명절특선 영화의 주인공은 성룡이었다. 배한성, 장세준, 홍시호, 김일 등 스타 성우들의 목소리로 방송되던 성룡의 액션은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죽기를 각오하고 펼치는 아찔한 스턴트까지 다양했고,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 성룡도 어쩔 수 없이 어느 순간부터 중국의 문화를 전달하는 작품에 출연했다. 중국 공산당의 미화로 마무리한 <신해혁명>(2011년)이나, 12지신의 청동상 행방을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난 <차이니즈 조디악>(2012년)이 그랬다. 그래도 가끔 <더 포리너>(2017년) 같은 하드 보일드 영화에도 출연해 연기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그런 성룡의 신작 <뱅가드>는 <동방불패>(1992년)를 연출했고, 성룡과는 <폴리스 스토리 3 - 초급경찰>(1992년), <성룡의 홍번구>(1995년),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4>(1996년), <성룡의 신화>(2005년), <쿵푸 요가>(2017년) 등을 선보인 당계례 감독과의 7번째 협업작이다.

<폴리스 스토리 3>이나 <홍번구> 시절을 떠올린다면, 연말연시 극장가에 그나마 귀한 선물 같은 액션 영화가 될 수도 있겠으나, <뱅가드>는 그렇지 못했다. 시대의 흐름이 변한 것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네 가지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성룡의 액션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정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이 작품은 엉성한 CG가 너무나 눈에 띄어 아쉬움을 준다. <라이온 킹>(2019년)의 사자들을 보며 놀라운 CG 기술력에 찬사를 보낸 것과 달리, 이 작품 속 사자는 우스꽝스러움 그 자체다.

카체이싱 장면마저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아날로그로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은 모두 전문 카레이서의 실력으로 완성된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CG 자동차'가 어설프게 돌아다닐 뿐이었다. 두바이에서 나오는 전함들이 포격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CG는 '게임 CG'를 보는 것 같았다.

성룡은 고집 있던 배우였다. 이번 영화에도 NG가 등장하지만, 자신의 출연작 맨 마지막에서는 한 액션을 두고도 여러 컷을 촬영하면서 몸을 사리지 않은 그의 모습이 시그니처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이번 작품은 타협된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성룡의 나이가 있기 때문에 전성기 시절까지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를 대체하는 젊은 배우들의 능력은 기대 이하였다. 카메라 기교 없이 적을 제압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쇼맨십이 가득했던 성룡 영화들과 달리, 젊은 배우들의 모습은 온통 핸드헬드 기법으로 범벅됐다.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 시리즈 속 롱테이크 리얼 액션으로 관객을 열광시키는 것과는 역행하는 흐름이다. 할리우드의 익숙함에 자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만족스러움을 느끼기엔 어려웠다.

이 와중에 악당 조직의 이름은 우리가 아는 그 '어벤져스'(복수자들)다. 심지어 '추카이쉬안'(애륜)은 자기 아들을 '캡틴 아메리카'에서 딴 '캡틴 차이나'라고 말한다. 여기에 '팔콘'을 연상케 하는 '콘도르'(주정팅)가 대놓고 등장하고, 심지어 날아다닌다. 이는 패러디나, 유머 포인트가 아니다. 정말 진지함이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열등감은 '할리우드'에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탕환팅'(성룡)이 이끄는 국제 민간 경호업체, '뱅가드'의 여성 요원 '미야'(무치미야)는 비키니 화보를 촬영하는 미인계를 부리면서 용병에게 접근한다.

그때 용병은 '미야'를 향해 "한국인 아니냐?"라는 말을 한다. 도대체 어떤 의미로 넣은 각본이었을까? 한국 여성이 예쁘다는 이유로 넣을 리는 만무해 보이고, 무언가 비하를 하려는 의미로 넣은 것은 아니었을까? 유럽 여행을 간 한국인들이 많이 듣는 말이 "니하오"나 "콘니치와"라는 걸 떠올려본다면.
CG, 어설픈 액션, 열등감이라는 키워드를 남긴 <뱅가드>는 노골적인 중국 만세 메시지로 폭발한다. 성룡의 전작 <에베레스트>(2019년)나, '코로나 19' 소재 영화 <최미역행>(2020년) 등 요즘 중국영화들의 "중국 만세"야 놀랍지 않은 일인데, <뱅가드>는 초장부터 런던에서 열리는 춘제 행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춘제는 이제 전 세계적인 행사"라는 말까지 남긴다. UAE의 초고층 건물 '버즈 두바이'의 중국 새해 인사 LED 쇼로 마무리하는 장면 역시 거의 문화 강요에 가깝다. 같은 '버즈 두바이'에서 촬영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년) 속 톰 크루즈의 액션을 떠올려 보면 더더욱.

심지어 작품 속 중국인은 악역이 없다. VIP의 딸 '파리다'(사약함)는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활동을 진행하며, '탕환팅'은 중국인 아내를 뒀다는 말에 아내는 미인일 거라며 극 전개와는 관련 없는 소재를 꺼낸다. "이게 우리의 중국 문화인데 몰랐나 보군"이라며 가르치는 대사도 덤.

이처럼 <뱅가드>는 겉은 화려해 보였음에도, 내실은 없는 조악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영화굴기'를 내세우는 중국영화가 포용주의를 내세우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처럼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려면, 단순 흉내가 아닌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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