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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복동' 제작사 신작 '배가본드', 어설픔 그 자체였다

[드라마 보고 알려줌] SBS <배가본드> (Vagabond,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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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푹 좌절
글 : 박세준 에디터

"본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경, 사건, 인물 등 모든 설정은 허구로 창작된 것임을 밝힙니다." 드라마 <배가본드>를 본 사람이라면 이 안내 문구가 모종의 허세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것은 드라마다'라는 자기 세뇌 없인 집중이 힘들 정도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 작품(?)에서 과몰입을 우려하는 자막이라니. 배려인지 자만인지 모를 정도다.

이제 막 1, 2화를 내보낸 이 드라마는 '북아프리카 키리아 왕국'을 배경으로 출발한다. 어딘가 낯익다. 마치 <아스달 연대기>에서 드넓은 대지와 그 시작이 닮았다. 불안하다. 이 불안함은 변장과 잠복에도 익숙함이 사라지지 않는 이승기의 첫 신으로 이어진다.

<배가본드>의 많고 많은 단점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외국 배우들의 섭외와 그에 따른 수준 낮은 연기력이다. <서프라이즈> 속 재연 배우들처럼 어색하고 오버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이 외국인들은 누가 왜 섭외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출처드라마 <배가본드> 표지 및 이하 사진 ⓒ SBS

마치 이승기가 눌러 쓴 깨끗한 모자 위, 이제 막 포장에서 나온듯한 마이크와 헤드셋처럼 이질적이고 또 이질적이다. 우리는 저 외국 배우가 이승기에게 왜 'Monkey(원숭이)'라고 부르는지, 그리고 그들이 무슨 연유로 난데없이 수지의 머리를 총으로 노리는지 그 찝찝함을 지우지 못한 채 진짜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향해야 한다.

<배가본드> 속 '달건'(이승기)은 돈보다는 꿈과 미래를 좇는 스턴트맨이다. 드라마 속 몇 안 되는 매력이자 장점이 군 제대 후 날렵해진 이승기의 액션과 발전된 남성성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이승기의 눈빛엔 간절함이 담겨있고, 연기력과는 별개로 일말의 진정성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스턴트맨을 연기하는 이승기가 되레 많은 액션 장면에서 다른 스턴트맨의 도움을 받았는지, 직접 소화하는 분량이 많았는지는 모르지만, 제대 후 체력과 액션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장면이 많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드라마를 감히 규정하라고 한다면, '지나침과 어색함의 말로'가 아닐까? 가수 출신 두 청춘 배우에게 <배가본드>의 스토리와 스케일은 너무 지나치고, 이승기의 눈물 연기는 어색하다. 배수지의 미모나 이승기의 앳된 외모는 국정원의 특수요원, 혹은 11살 조카를 둔 삼촌 가장의 역할로는 지나치며, 배수지의 현지 언어 억양은 역시 어색하다.

11조 원의 전투기 사업 때문에 비행기 추락 사고를 일으킨다는 민간 기업은 그 개연성이 지나치게 부족하며, 돈이 궁해서 스턴트맨을 그만두고 택시를 모는 이승기의 모습은 어색, 그 자체다.

집중도를 깨는 요소는 1화에도 참 많지만, 그중 압권은 대사관 인턴 '고해리'(배수지)가 영사에게 혼이 난 후 문을 닫고 돌아서며 하는 몇 가지 대사에 있다. 차갑고 냉정한 투에 집중하다 보니 발음은 뭉개지고, 톤은 어색하게 떨어진다. 정확한 워딩을 한 번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다.

거기다 정체가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기껏 내보인다는 기지가 스타킹을 찢는 뻔한 클리셰다. 여기서 'CIA 출신'이라는 극 중 '마이클'은 코웃음이 나올 정도다. CIA가 어떤 기관이며 마이클의 전직이 왜 중요한지 일말의 설명은, 물론 없다. 리스본에서 살해당하는 마이클은 다른 요원들의 추격을 받는데, 그 긴박감이 눈 뜨고 못 볼 정도다.

그나마 있던 음향마저 줄여 버리면, 그야말로 SBS판 <서프라이즈>를 볼 수 있다. 길 속에 숨어 있는 암살범을 바라보는 마이클의 표정과 종종걸음으로 도망가는 그를 잰걸음으로 쫓아가는 총 든 암살범은, 1화에서 다른 의미의 절정을 맛보게 한다.

클럽에서 나온 암살범들을 비웃듯 마이클은 버스 외관을 잡고 날아가고 있다. 그걸 잡아 보겠다고 내달리는 암살범들. 코미디가 따로 없다.

더불어 이 드라마의 가장 아쉬운 점은 '명품 조연의 부재'다. 백윤식이 대통령으로 분하고, '또경영' 이경영이 '다이나믹사'의 한국 대표로 등장하지만, 그들로는 부족하다.

'모로코행 B357' 탑승객 가족들을 통해 많은 감정을 양산할 수 있고 비록 신파라 하더라도 이승기와 배수지의 부족한 감정신을 채워줄 여지가 있었는데, 받쳐주는 조연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나마 '훈' 역을 맡은 문우진 군이 제일 낫다. 퉁명스러운 연기부터 해맑은 미소까지 성인 배우가 채우지 못한 공백을 조금은 메워준다.

바야흐로 '떡밥'의 시대다. 영화 <두번할까요>의 두 번째 예고편이 공개된 후 사람들은 '말죽거리 유니버스의 탄생'이라며 들떠 했다. 시리즈의 과거 에피소드, 혹은 수년 전 작품의 이스터 에그를 끌어와 스토리텔링을 확장 시켜가는 것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 속 주요 단골 소재가 됐다.

과연 <배가본드>에서 그 정도 내러티브가 가능할까? 기껏 나온 떡밥이라곤 의심스러운 해리의 정체와 훗날 저격수가 된 달건의 변화 정도다. 제아무리 해외의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하고 유명 첩보 영화의 장면들을 답습해도, 단편적인 이야기와 플롯으론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끌어당기기 힘들다.

그나마 1, 2화에서 가장 만족할만한 부분은 이승기와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추격전 및 격투신이다. 누가 봐도 <본 얼티메이텀>(2007년)의 그것을 참고한듯한 모로코의 장면들은 가장 긴박감 넘치는 하이라이트를 남겼다. 이승기의 맨몸 액션은 기대 이상이고, 그 연출도 칭찬할 만하다.

물론, <본 얼티메이텀>을 <배가본드>와 견준다는 건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벽돌로 후두부를 얻어맞은 채 건물을 기어오르고 뛰어내리는 달건과, 달리는 자동차를 막아서고 "내려와, 이 개**야!"라며 욕을 내지르는 이승기의 어설픈 분노는 여전히 실망할 지점이 많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이 드라마는 어떻게 될까? 나름대로 흥미는 있다. 스토리가 궁금하기도 하다. 16회니 아직 7주가 남았다. 약점은 제작사와 이승기다. 제작을 맡은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영화 흥행의 단위 'UBD'를 탄생시킨 <자전차왕 엄복동>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제작사에 따라 영화, 드라마의 성패가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 싸한 느낌은 버릴 수 없다. 10%대의 시청률을 초반에 기록했으니 그래도 셀트리온에겐 일말의 위로가 됐겠다. 군 제대 후 이승기의 성적은 좋지 못하다. 연예인에겐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중요하다. 배우의 연기와 가수의 노래 실력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비 시각적 힘'이 존재한다.

입대 전 이승기는 그런 매력이 막강한 엔터테이너였다. 앨범과 예능, 거기다 연기까지 손대는 것마다 소위 대박이었다. 제대 후 첫 작품으로 낙점한 <화유기>(2017년)가 허술한 CG, 스태프 안전 논란에 휩싸이며 형편없는 완성도로 실패했고, SBS 연예대상을 받기도 했지만, <집사부일체> 역시 과거 <1박2일>의 영광을 좇아가기엔 동력이 약하다.

제대 후 이승기의 최대 장점이 사라졌다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이승기 자신에게도 <배가본드>는 중요한 작품이다. 반전으로 삼아 다시 한번 도약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승기와 배수지라는 두 청춘스타의 연기가 극의 흐름과 함께 먼저 성장할지, 감독의 연출이 해외의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틀에 박힌 10년 전 '<아이리스>(2009년) 식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 공식을 따라가는 아둔함을 보이는 것이 빠를지 지켜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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