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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코난·원피스의 '역겨운' 공통점은?

조회수 2019. 8. 1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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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알려줌] 일본의 '욱일기' 사용 문화, 그리고 <주전장> · <김복동> (상)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를 알 수 없는 이 글은 공교롭게도 현재 일본 총리 '아베 신조'와 동일한 성을 가진 이 작자 때문에 소름 끼치는 전범자의 악담 혹은 유언쯤으로 인식된다. 아베 노부유키의 망령이 돌아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 만인 올해, 일본의 극우 본능이 살아나고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해제' 등 한일 관계 악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세월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베 노부유키를 비롯한 수많은 전체주의자도 흘러가는 인류 역사의 일부일 뿐이다.

영토 경계가 확정되던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각 국가는 산업화의 정도에 따라 팽창과 충돌의 마찰을 겪었고, 독일과 일본처럼 극단적 인종주의 혹은 군국주의 국가에 의해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전례 없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겪은 진통이지만, 그 결과 한국(조선)을 비롯한 수많은 약소국은 그저 희생양으로 전락해야 했다.
출처: 애니메이션 <게이트 - 자위대. 그의 땅에서, 이처럼 싸우며>에 등장한 '욱일기'. 사진 ⓒ A-1 픽쳐스
2010년을 훌쩍 넘어 2020년을 향해 가는 지금 일본이 다시금 주창하고 있는 전체주의의 회귀는 어쩐지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개인에게 국가는 더 이상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인종과 국적을 넘어 개인의 능력이 그 정체성을 결정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이로 인해 영토의 경계는 다시금 흐릿해지고, 공동체에 대한 환상과 집착보단 세계화와 개인주의의 절묘한 공존이 가능하게 됐다. 아베 노부유키가 정말 살아 돌아온다면 "어서 한국과 중국에 다시 진출해 위대한 일본제국의 천황에게 충성을 바치자"며 역설하겠지만, 그 역시 전 세계 사람들의 비웃음만 사게 될 것이다.

이런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일본인들의 '일뽕주의' 보다 더욱 짜증 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가장해 드러나는 그들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적 만용이다.

그 안엔 묘한 피해 의식마저 숨어있다. 일본인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 고질적인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마치 '소년 패잔병'과 같은 이러한 이미지는 일본 현대 문화 속에 다양하게 나타난다.
출처: 영화 <신 고질라> 이하 사진 ⓒ (주)미디어캐슬
예컨대 2016년 개봉한 <신 고질라>를 살펴보자. 영화는 '고질라'라는 핵폐기물을 먹고 자란 돌연변이의 등장을 중심으로 일본 사회 내 관료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열강에 무릎 꿇는 조국의 모습이나 늙고 나약한 기성 정치인과 반대로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젊은 영웅주의를 역겹게 다룬다.

"자위대의 총구가 국민을 향하게 할 수 없어!"와 같은 대사는 그나마 대개의 블록버스터급 괴수 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오글거림의 한 종류로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중반에 다다라 미국 대통령의 차석보좌관을 등장시킨다. 이시하라 사토미가 분한 '카요코 앤 패터슨'이란 이름의 이 여성은 천재지변을 이유로 일본의 내정에 간섭하는 미국의 대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야구치'(하세가와 히로키)와 더불어 원폭 트라우마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피해자 코스프레'의 생산자 역할을 담당한다.

"할머니를 불행하게 한 원폭을 이 나라에 3차례나 떨어트리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라거나 "전후 일본은 항상 그 나라(미국)의 속국이었지" 등의 대사는 이러한 일본의 적반하장식 피해 의식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우리로선 이를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도 "영화는 영화로 보자"라느니, "일본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와 같은 얼토당토않은 평가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영화는 종말에 이르러 더욱더 노골적이다.

'야구치'의 뜬금없는 정치가로서 야심을 끝으로, 영화는 '고질라' 꼬리에 형상화된 흑화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 폭탄으로 사망한 일본인들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왜 일본의 많은 작가와 감독은 철 지난 전체주의와 피해 의식, 나아가 군국주의를 표방할까? 아무래도 세뇌의 문제일 것이다. 그들 역시 '위대한 일본'의 역사를 배워왔을 것이고, 여러 매체를 통해 듣거나 봐왔을 것이다.

야욕으로 타 국가를 '침략'했다는 반성의 자세보다 미국 등 강대국에 억압되고 강탈당했다는 분노와 패배감이 그들에게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한 '열등감'이 바로 이렇게 발현되는 것이다. 이 열등감은 일본 문화를 타고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그렇게 형상화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전범기'다.
출처: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왼쪽)와 <짱구는 못말려>(오른쪽)에 등장한 '욱일기' 문양. 사진 ⓒ 썬라이즈(왼쪽), 신에이 애니메이션(오른쪽)
'욱일(아침에 돋는 해)'이라는 이름도 틀렸다 할 수 없지만, 그 상징성이 갖는 특징을 고려해 '전범기'라 일컫기로 한다. 영화,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일본 내 문화 속 전범기의 활용은 많은 사람의 충격을 불러일으킨다.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1. <짱구는 못말려>
전범기가 그려진 연을 하늘에 띄운다거나, 아이들의 배경으로 햇살이 뻗쳐나가는 특유의 문양이 그려진다거나 하는 원작 작가·애니메이션 감독의 연출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현재 수많은 2~30대가 이런류의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소비하고 자랐지만, 여태껏 제대로 된 문제의식이나 지적이 전무했다. 자연스레 전범기의 사용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되고, 일부는 오히려 단순한 전통 문양의 사용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무지'의 영역에 갇히기도 한다.
출처: 영화 <명탐정 코난: 절해의 탐정> 사진 ⓒ TMS 엔터테인먼트
2. <명탐정 코난: 절해의 탐정>
2013년 개봉한 <명탐정 코난>의 17번째 극장판으로 코난이 한 군함 내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일반적 추리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이 일본 자위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일본 자위대 홍보 영화 수준의 이 극장판은 전범기 사용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OST와 함께 펄럭이는 전범기를 실사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3. <진격의 거인>
일본 유명 만화 <진격의 거인>은 국내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소유한 작품이다. <진격의 거인>의 작가 이시야마 하지메는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극우 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비밀계정을 통해 "한국이 생기기 40년 전부터 있던 (일본) 군대를 일괄적으로 나치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난폭하다"라고 언급했다.
출처: 영화 <진격의 거인: 자유의 날개> 사진 ⓒ WIT 스튜디오
이어 "일본에 통치당한 덕분에 인구와 수명도 2배로 늘어난 조선인들인데, 인종청소를 당한 유대인과 비슷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식의 분류가 오해와 차별을 만드는 것이다"와 같은 발언을 해서 국내 팬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다.

거인에 의해 살육을 당하는 소인들을 다룬 이 만화의 주된 줄거리는 아무래도 선진국에 핍박받는 일본의 모습을 그리려 한 패배주의적 의도로 읽을 수밖에 없다.

4. <원피스>
해상 자위대의 깃발로도 자주 쓰였고 지금도 쓰이는 전범기는 그래서 <원피스>와 같은 바다 배경의 애니메이션에서 좀 더 애용된다. 2014년엔 '원피스 특별기획전'이란 이름으로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시회가 열릴 계획이었으나 '전범기 논란'으로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출처: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한 욱일기 문양. 사진 ⓒ 토에이 애니메이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책'이란 타이틀을 가진 <원피스>는 모호하다는 변명이 웃길 정도로 깃발에 전범기 문양을 버젓이 그려내고 있다.

광복절을 맞아 현관과 베란다에 태극기를 꽂는 전통이 점차 사라져 보인다. 태극기는 마치 광화문에 상주하는 일부 '부대'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TV와 극장 속엔 여전히 전범기가 나부낀다.

아베 노부유키의 예언보다, 100년 전 그리도 세차게 흔들고 싶었던 선조들의 바람이 사라지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리다. 이런 와중에 최근 개봉한 영화 <김복동>과 <주전장>은 새로운 의미가 있다. (다음 글(8월 18일 오전 11시 공개)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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