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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아이 죽인 장교 잡으려는 여자의 핏빛 복수

[영화 알려줌] <나이팅게일> (The Nightingal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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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놀람
글 : 양미르 에디터

19세기 호주 태즈메이니아,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나이팅게일'이라 불리는 아일랜드 출신 죄수 '클레어'(아이슬링 프란쵸시)는 형기를 마치고 남편, 아이와 함께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클레어'의 앞에 영국군 장교 '호킨스'(샘 클라플린)가 나타나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삶의 전부였던 남편과 아이를 눈앞에서 잃고, 자신마저 '호킨스'로부터 강간당한다. '호킨스'는 아무런 반성 없이 오직 자신의 안위와 진급을 위해 론스톤으로 떠나고, '클레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떠난 '호킨스'를 잡기 위해 추격을 시작한다.

<나이팅게일>을 연출한 제니퍼 켄트 감독은 첫 장편 영화 <바바둑>(2014년)을 통해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았다. <바바둑>은 홀로 '행동 장애'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 악령의 저주가 담긴 동화책 속의 '바바둑'과 죽음을 넘나드는 사투를 벌이는 공포 스릴러였다.

<나이팅게일>은 모든 것을 잃은 '클레어'가 펼치는 처절한 복수의 여정과 동시에 여정에서 볼 수 있는 19세기 호주의 풍경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제니퍼 켄트 감독은 "나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면서, "나는 역사 속에 얼마나 많은 폭력이 있었는지를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압도적이고, 아주 슬픈 역사였다"라고 밝혔다.

출처영화 <나이팅게일>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호주의 역사는 당연하게도 영화에도 등장하는 원주민 '애버리지니'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약 2~4만 년 전에 호주에 정착한 이들은 부족별로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니고 살아갔다. 하지만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온 죄수들을 중심으로 정착하고, 이후 '골드러시'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애버리지니는 그야말로 '전멸'당했다.

영화만큼이나 잔혹한 살인이 자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약 100만 명의 원주민은 수만 명 정도까지 줄어들었다. 제니퍼 켄트 감독은 현대의 모습을 완전히 지움으로써 영화의 주제가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 드러나도록 의도했음을 밝혔다.

제니퍼 켄트 감독은 "폭력에 관련된 문제를 과거 속에서 풀어냄으로써, 현재의 사람들이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공격받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라면서, "사실 영화에서 드러난 모든 것들이 현재와 뿌리 깊게 연결되어 있지만 말이다"라고 전해, 이 폭력이 단순히 오락으로 소비되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영화는 영국과 뿌리 깊은 앙숙관계인 아일랜드 출신 '클레어'의 서사뿐 아니라, 길잡이인 원주민 '빌리'(베이컬리 거넴바르)의 시선으로도 서사를 확장한다.

'클레어'와 '빌리'를 통해 영화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동료애, 인간성, 용기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보여주며, 폭력과 복수의 허무함을 통한 '반폭력'과 '용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두 인물은 자연재해와 같은 기상 이변, 원주민 숙청과 같은 백인들의 공격까지, 예상치 못한 폭력에 노출된 채로 복수의 여정을 함께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혼을 잃지 않는 두 사람을 통해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를 극복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반면, '호킨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질로 등장해 작품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런 '호킨스'를 연기한 샘 클라플린은 사실 <러브, 로지>(2014년), <미 비포 유>(2016년)에서 다정한 눈빛과 싱그러운 웃음으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멜로 장인'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지금까지의 작품과 대비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을 연기했다.

샘 클라플린 역시 "이 영화는 '클레어'와 '빌리'가 세상에 맞서는 이야기"라면서,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깨닫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가장 인간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작품은 촬영 현장에 심리 상담사가 항시 했다. 심리적 충격이 강한 장면들을 연이어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제니퍼 켄트 감독을 비롯한 프로듀서들이 내린 결정이었다.

이 밖에도 배우가 캐릭터 해석을 위해 관련 장소를 방문할 때도 함께 가는 등 배우들이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고 객관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심리 전문가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영화는 원주민의 언어 '팔라와 카니'를 사용했는데, 해당 언어는 현재 극소수만 사용해 멸종 위기에 처한 언어로, 상업 영화에서는 처음 등장했다. '빌리' 역의 배우 베이컬리 거넴바르와 제니퍼 켄트 감독은 태즈메이니아의 원주민 컨설턴트에게 직접 언어를 배움으로써 단어 하나, 표현 하나까지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한 섬세하고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또한, 제니퍼 켄트 감독이 태즈메이니아의 배경, 언어, 역사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먼저 원주민 커뮤니티에 먼저 허락을 구했다. 그 결과, 커뮤니티에서 존경받는 원주민 전문가이자 지도자인 짐 에버렛과 원로들의 협의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또한, 진정성과 정확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제작진은 캐릭터의 드레스와 군복 등의 의상을 모두 당시의 염색물로 염색하고, 손바느질로 제작해 가공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여기에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를 촬영 장소의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은 제작진은 원시림 같은 거친 느낌과 신비로움을 보여주고자, 꼼꼼한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숲의 전경을 화면에 담길 원하지 않은 제작진은 드론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했다. 덕분에 영화에서 등장하는 숲 장면은 최대한 '미로에 빠진 것 같은'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촬영됐다.

이런 디테일과 이야기를 보여준 <나이팅게일>은 제75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신인배우상(베이컬리 거넴바르), 제9회 호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아이슬링 프란쵸시) 등 주요 부문 6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상 경력에도 있듯이, '빌리'를 연기한 베이컬리 거넴바르는 이 작품을 통해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어린 시절부터 댄서로 활동하던 그는 우연히 연기 경험이 없는 배우를 찾는다는 SNS를 보고 오디션에 지원해 캐스팅됐다. 아이슬링 프란쵸시 역시 <왕좌의 게임> 시리즈 속 '리안나 스타크' 역할 이후,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만나 물오른 연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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