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불주먹만 남은 이 영화, 과연 신선했나?

조회수 2019. 8. 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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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알려줌] <사자> (The Divine Fury, 2019)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 영화 <사자> 표지 및 이하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무신론자와 무교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종교를 갖지 않는 수동형 비종교자와 신을 믿지 않는, 즉 애초에 "신은 없다"고 믿는 능동적 비종교자가 그것일 것이다. <사자>에 나오는 '용후'(박서준)는 후자에 가깝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에게 어느 날 손에 깊은 상처가 새겨진다.

"거대한 세계관 안에서 많은 인물이 싸울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한 끝에 시작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주환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영화를 넘어 세계관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욕심을 가지고 신선하지 않은 소재를 신선하다 고집하며 끊임없이 관객을 현혹한다.

영화의 큰 줄기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그리고자 한다. '안신부'(안성기)는 단순히 구마 사제를 넘어 아버지의 영역에 도달하고, '용후'의 트라우마를 제거하는 양면적 입장을 맡게 된다.

"일이 끝나고 나서는 인간적이고 인자한 사람으로 표현했다"라고 밝힌 제작기 영상 속 배우 안성기의 고백처럼, '안신부'라는 캐릭터는 안정적으로 극의 흐름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세계관의 악당으로 그려지는 '지신'(우도환)은 이 진부한 설정과 신파의 결과물에 그나마 매력적인 요소를 더해준다. '인간적인 악인'을 그려내고 싶었던 배우의 욕심처럼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지신의 교활함은 '용후'의 성장기와 맞물려 몇 안 되는 영화의 장점으로 남았다.

그토록 감독과 배우의 고집스러운 '신선함'의 주장은 어디서 발견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화 <콘스탄틴>(2005년)보다 14년 뒤에 만들어졌음에도, 더욱 퇴보한 듯한 구마 의식 장면과 코미디 영화를 지향한듯한 마지막 회심의 '불주먹' 장면은 한여름 오싹한 오컬트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이 실소를 머금게 했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2015년)을 이 영화에 비교하는 것이 낯부끄러운 심정이지만, 그런데도 나름의 한국형 오컬트 계보를 논한다면 그 선배격 영화를 소환하는 것이 도리일지도 모르겠다.
당시 장재현 감독은 영화 속 구도를 "세 사람이 싸우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감독은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과 '사제'(김윤식)의 단순한 대결을 넘어, '부제'(강동원)의 트라우마 극복을 상세하게 다루며 한 편으론 집단의 이익과 대중에 비치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교구의 집단 가치와 대립해 맞서는 사제의 내적 갈등을 함께 그렸다.

<사자>의 '용후'와 '안신부' 그리고 지신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오컬트 영화에서 늘 등장하는 흡사한 구조의 인물과 상황의 연결 구도에서 감독이 얼마나 상세한 감정선을 만들어내냐는 것이다.

장재현 감독이 나름의 (동일한 서사를 갖추진 않았지만)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는 것은, 이렇게 '명징하게 직조된' 플롯과 집요하게 구상화된 서사들 때문이었다. 새로움과 진부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다.

2016년 <안내견>으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김주환 감독은 <청년경찰>(2017년)을 통해 5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인 전작을 남기게 됐지만, 그 역시 '신선함'의 결과는 아니었다. 박서준과 강하늘의 '꽃청년'을 주 무기로 했던 <청년경찰>처럼, 또 한 번 박서준의 외형적 매력에 오컬트 장르의 영화를 기대려한 것처럼 보인다.
속편 제작이 진행 중인 <마녀>(2018년)와 속편이 만들어질 것처럼 쿠키 영상으로 막을 내린 <뺑반>(2018년) 등 한국형 시리즈물에 대한 갈증이 있다.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는 관객 수로 시나리오 수정 등 후속작 제작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마녀>는 그래서 더욱 관심이 크다.

<사자>의 후속작으로 <사제>를 암시한 영화 속 쿠키 영상은 이러한 관객의 수요를 자극하려 한 감독의 의도로 읽을 수 있다.

'마블'의 떡밥 회수 방식을 따라 하려는 노력은 좋지만, 이러한 이스터 에그를 읽어가는 국내 관객의 능력을 기만하는 수준으로 내비친다면 조금은 곤란하다. 신파와 로맨스를 삭제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단순히 달려가던 <엑시트>보다, 온갖 진부의 요소를 삽입해 세계관의 욕심까지 내려 했던 <사자>가 조금 더 코미디란 장르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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