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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VS '어벤져스: 엔드게임' 전격 비교 분석

[영화 비교 알려줌] <다크 나이트> VS <어벤져스: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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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글 : 박세준 에디터

"도입부" 건조 VS 풍성
<다크 나이트>(2008년)의 오프닝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비교될 만큼 압도적이고 강한 몰입감을 가지고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년, 이하 <인피니티 워>)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악당인 '조커'(히스 레저)의 등장을 내세운다.

조커가 마스크를 들고 동료를 기다리는 뒷모습, DC 로고 직후 푸른빛의 폭발 속 드러나는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의 문양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섬세한 디테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어느 영화에서건 '리얼리즘(realizm)'을 표방한다. 특히 <다크 나이트>는 극도의 무미건조함을 지향하고 있다. <덩케르크>(2017년) 만큼은 아니지만, 음향의 크기도 상황 속 발생하는 소음보다 크지 않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 이하 <엔드게임>)이 오케스트라라면, <다크 나이트>는 단일 악기의 반주가 될 수도 있겠다. 더불어 감정, 대사, 색감과 유머까지 건조하기 그지없다. '고담'의 분위기는 어둡고, 우울하다. 행복해 보이는 '레이첼 도스'(매기 질렌할)와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의 나날도 가면적(假面的)으로 보일 정도다.

출처영화 <다크 나이트> 표지 및 이하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의 시작은 '타노스'(조슈 브롤린)의 압도적인 등장과 펼쳐나갈 이야기의 내러티브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테서랙트'를 타노스에게 넘겨야 하고, '헐크'(마크 러팔로)가 무자비하게 당하는 장면과 '로키'(톰 히들스턴)와 '헤임달'(이드리스 엘바)이 죽임을 통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에게 복수심을 불어넣어야 한다. 6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도 이 시리즈에서는 벅차 보일 정도로 이야기가 방대하기 때문에, 10분간의 오프닝은 숨이 가쁠 지경이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의 특징은 풍성의 극치다. 감정이 시작부터 폭발하고, 음악은 웅장하고, 대사도 많으며 색감 역시 풍부하다. 그 많은 이야기 틈새로 유머마저 곳곳에 스며든다. <다크 나이트>가 놀란 감독의 완벽한 연출의 결과물이라면, <엔드게임>은 루소 형제, 그리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방대한 이야기와 설정, 그 모든 것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철학" 인간의 타락 VS 생명의 저울질
영화도 컨텐츠이고, 발달한 촬영기술만큼이나 인문학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극장가에 뛰어난 CG 작품은 많지만, 성공하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 감독의 철학과 성찰이 없는 작품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다크 나이트>, <엔드게임>은 각 악당의 철학이 주제가 된다. <다크 나이트>의 주제는 '인간의 타락'이다. 제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인간도 타락한다는 걸 증명하려는 주체, 바로 그 주인공이 '조커'다. 영화의 주인공은 조커로 봐도 무방하다. '배트맨'은 그저 그 증명을 부정하려는 존재에 불과하다.

타락의 대상은 '하비 덴트'다. '브루스 웨인'이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은 가히 '완벽한 타인'이다. 결과는 조커의 승리이지만, 중요한 건 주제를 풀어나가는 감독의 역량이다.

놀란 감독은 일관되게 건조하고 우울한 고담시를 표현했고, 조커의 진정성과 배트맨의 정의감을 극명하게 대조시켰다. 완벽한 악과 완벽한 선. 조커는 얼굴에 하얀 분을 칠하고, 배트맨은 검은 가면을 썼지만 둘은 정반대 편의 같은 높이에 서 있다.

'타락'을 증명하려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쟁이', '위선주의자' 등의 꼬리표를 붙이려는 자들이다. 어쩌면 조커와 배트맨, 둘 다 틀린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교육으로 길들여진 악한 존재들일 수도 있다. 사회의 지속성을 위해서 인간은 선을 추구한다. 도덕과 예절을 배우고, 옳고 그름의 최소 기준을 주입받는다. 조커는 인간의 악한 본능을, 배트맨은 선한 이성을 증명하려 하기 때문에, 둘 다 옳다고 볼 수는 없겠다. 어차피 지킬 것이 많은 쪽이 불리할 테니.

​<엔드게임>의 철학은 <다크 나이트>보다 깊지 않다. 타노스의 철학이 주(主)고, 어벤져스 멤버들은 부정하는 형태로, 조커와 배트맨의 관계와 닮아있다. 타노스는 '균형'을 주장한다. 고향 '타이탄' 행성의 실험으로 인해, 식량 부족과 인구 조절 실패의 결과가 파멸이라는 걸 목도했고, 이를 전 우주에 대입해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학살하고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타노스 계획의 실체다.

타노스가 희대의 악당인 건, 그 대상에 자신도 포함했기 때문이다. 핑거 스냅의 희생은 타노스를 포함한 빈부귀천(貧富貴賤) 구별 없는 완벽한 '운'에 따른다.

'어벤져스' 멤버들의 주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저 부정이다. 그나마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생명은 저울질할 수 없다"가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들린다. 재밌는 건, <다크 나이트>나 <엔드게임>이나 악당의 심리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데 반해, 분노는 영웅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조커나 타노스는 상대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딱히 없다.

오히려 반대로 경의를 표한다. 반면, 배트맨이나 어벤져스 멤버들은 죽어가는 동료, 시민을 보며 상대를 응징하고자 한다. 선과 악의 모호성. 두 영화가 가지는 공통된 가치이자, '무엇이 옳은가'를 묻고 답을 내리지 않는 최근 추세에 걸맞은 작품들이라고 볼 수 있다.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VS 루소 형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클래시컬리스트(Classicalist)'로 규정할 수 있다. 아날로그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영화의 분위기도 불필요한 것은 배제하는, 본질에 다가서는 방식을 좋아한다.

음악과 색감, 많은 대사와 감정보다 연출의 힘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다크 나이트>와 <엔드게임> 중 보다 현실성이 부족한 영화는 <다크 나이트>라고 볼 수 있다.

출처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고담시'는 마치 무정부 상태와도 같고, 그로 인해 판사가 테러를 당하고, 검사 혹은 형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배트맨이라는 무법자가 도시를 지키는 데 반해, 공무원들은 오히려 그에게 의지한다.

거기에다 배트맨의 능력은 자세한 설명이 없다. 대화 도중 사라지면 '제임스 고든' 형사(게리 올드만)나 하비는 두리번거리며 찾는 게 전부다. 어디로 갔는지 설명이 전혀 없다.

반면 <엔드게임>은 앞선 21개의 작품 덕분에 모든 캐릭터와 설정의 설명이 가능하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왜 수트를 입게 되었는지, '캡틴 아메리카'가 어떻게 능력을 얻었는지, '헐크'의 비밀은 무엇인지, '캡틴 마블'(브리 라슨)의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 등 모든 설정을 관객은 인지하고 있다.

인물 간 대사가 많은 것도 관객에게 수많은 설정의 이유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놀란 감독은 그러한 약점을 자신의 연출력으로 극복해버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헐리우드에서 연출 과정 전체 권한을 가진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놀란 감독은 <다크 나이트>를 배트맨의 위태로운 심리 상태로 이해한 듯하다.

2008년 7월 11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잔혹한 세상의 영웅주의가 불가능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배트맨은 영웅적이지만, 아주 위험한 길이기도 하다. 칼날 위를 달리는 것과 같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즉, <다크 나이트>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억만장자의 영웅주의가 아닌, 안으로부터 무너져가는 브루스 웨인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를 위해, 놀란 감독이 집중한 두 가지 연출의 요소는 바로 리얼리즘과 무채색에 가까운 영상 표현, 그리고 빠른 숏 전환이다.

이정국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 교수는 '슈퍼 히어로 액션 스릴러 <다크 나이트>의 연출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놀란 감독이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1986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만화적으로 표현됐던 캐릭터들은, <다크 나이트>에 이르러 '갱스터 범죄 스릴러'를 표방하기 시작한다.

"동트기 직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죠"라는 하비 덴트의 기자 회견처럼, 영화에선 일몰과 일출 직전 푸르스름한 저녁과 새벽을 배경으로 주요 장면을 촬영했다. 조커와 하비 덴트의 등장, 배트맨의 '라우'(친 한) 납치 이후, 조커의 세 번에 걸친 협박은 반복된 위기와 절정을 거듭한다.

자칫 피로감이 몰려올 법 하지만, 짧은 숏으로 구성된 빠른 전개는 히스 레저, 크리스찬 베일 등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와 더불어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MCU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아이언맨>(2008년) 이후 MCU 영화 라인업을 소개하고, 차례차례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꾸려둔 설정과 이야기는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의 5시간 반에 걸친 러닝타임에 풀기에도 벅차 보였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악당 타노스를 소개하고, 관객들에게 그의 철학과 힘에 공감을 얻고, 어벤져스 멤버들의 활약을 하나하나 담아내는 데 루소 형제의 연출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다크 나이트>가 평단과 대중의 완벽한 평가를 받았다면, <엔드게임>은 작품성을 약간 포기하면서 완벽한 오락 영화의 끝을 보였다. 그간 심어둔 각 캐릭터의 모듈화를 시리즈의 세계관에서 확장시키며, 스토리텔링의 융합을 완벽하게 이뤘다.

이러한 작업은 수많은 해석과 추측을 가능케했고, 앞으로 이어질 새로운 페이즈의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익숙함의 산물이다. 지난 21편의 영화를 예습한 관객들에게 <엔드게임> 속 수많은 이야기는 그저 반갑기만 하다.

"빌런" 조커 VS 타노스
"슈퍼 히어로 영화의 성공에는 매력적인 빌런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당연한 얘기가 되었다. 팀 버튼의 <배트맨>(1989년)에서 '조커'를 연기한 잭 니콜슨을 능가하는 배우는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은 다른 배우들이 번번이 고사했다고 한다.

배역으로 낙점된 히스 레저는 조커의 철학과 심리 등을 세세하게 살피고 매일 일기를 쓸 정도로 몰입했다고 전해진다. 배트맨은 공인되지 않은 수호자이다. 무법천지가 된 도시의 자경단에 가깝다. 조커는 배트맨의 존재 때문에 탄생한 악당이다. 조커는 말한다. "넌 날 완벽하게 해".

영화는 조커의 철학을 다루지만, 조커는 심리적인 악당이다. 기본적으로 사이코패스에, 남의 규칙과 정의가 무너져가는 걸 즐긴다. 남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는 것에 모든 걸 건다. "인간은 누구든 타락할 수 있다" 이 명제가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하는 건, 조커가 자극하는 것은 인간의 악함이 아니라, 본능이기 때문이다.

두 유람선에 폭탄을 설치하고 서로에서 기폭장치를 쥐여주는 건 생존 욕구를 건드린다. 인간은 때로는 살기 위해 남을 버리기도 하지만, 학습된 도덕적 양심은 조커를 배신하기도 한다. '레이첼'을 죽이고 하비 덴트를 '투 페이스'로 타락시키지만, 그것으로 조커의 승리를 확신할 순 없다.

조커의 심리를 '어리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조커는 늘 말한다. 자신의 입이 찢어진 건,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이고 또는 노름에 빠졌던 아내 때문이라고. 늘 남 탓을 하는 조커는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남들도 자신과 같이 타락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 한다. 유람선 실험에서 실패하자, 배트맨에게 "너와 난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외롭다기보다, 미쳐버린 스스로가 혼자인 것이 두려운 거라 봐야겠다. 잭 니콜슨의 조커를 보기 좋게 능가한 히스 레저는 안타깝게도 자살을 선택하고 말았다. 올해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품마다 믿을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는 호아킨 피닉스이지만, 히스 레저의 조커를 넘어서느냐는 여전히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조슈 브롤린의 타노스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맨손으로 헐크를 제압하는 힘과 무적에 가깝다는 피부, 아이언맨이 겨우 피 한 방울 흘리게 했던 맷집과 집착에 가까운 신념, 지식의 저주에 갇힌 지능과 리더십 등은 희대의 빌런임이 틀림없다.

'오딘'(안소니 홉킨스)과 '헬라'(케이트 블란쳇), '에고'(커트 러셀)와 같은 우주적 존재가 소멸하자, 스톤을 모으기 위해 등장한 타노스는 잘못된 신념이 확신을 가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타노스의 가장 큰 약점은 설득력의 부족이다. 우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생명체의 절반을 줄인다는 이론은 맬서스의 '인구론'과 맞닿아 있다.

식량과 자원에 비해 인구의 증가는 기하급수적이라 곧 행성의 파멸을 초래한다는 것인데, 천재에 가까운 타노스가 생명체의 절반을 줄인다는 단편적인 결론이 아닌, 다른 해결책을 내놓을 순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무턱대고 학살을 감행한 타노스의 행동은 설득력이 약하다. 무려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딸을 포함한 모든 걸 바쳐서 말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타노스와 어벤져스의 균형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인피니티 워>에선 타노스가, <엔드게임>에선 어벤져스가 승리하는 절묘한 마무리를 만들었다. 조커만큼 완벽한 악당은 아니지만, 무자비한 우주적 존재의 습격은 다시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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