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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명의 이야기와 떠나는 한국 대중음악 산역사

조회수 2021. 2. 8. 19: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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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비평]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 SBS
SBS에서 지난 1월 초부터 방영 중인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최근 10년간의 한국 음악프로그램 흐름에서 보기 힘든 시도였다. 전통적인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음악프로그램은 '서바이벌 오디션'이 주류를 차지했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새로운 발견'에 주목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때론 이름도 몰랐던 재야의 고수들이 새로운 스타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으며, 유명한 가수마저 팬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서바이벌에서 떨어지는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은 잊혔던 대중가요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리는 역할도 해왔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률이면 뭐든지 된다"라는 이유에서인지, 유사한 포맷의 반복과 악의에 가까운 편집, 경쟁 시스템에서 오는 피로 등 단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달랐다.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를 단순한 라이브 무대 나열뿐 아니라, 그 시절의 영상과 음악인들의 대화로 기록하는 시도를 선보였다.

SBS 팟캐스트 '커튼콜'에 출연한 김영욱 PD는 이 프로그램의 기원에 대해서, 다른 대중매체인 영화를 소개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경우, 유실된 영화도 있겠지만, 최대한 고전 한국영화들의 필름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우리 대중음악이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명료하게 정리해 놓은 기록은 없었다. 가수들의 명곡을 일반인 듀엣 가수와 함께 부르는 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를 연출한 바 있는 김영욱 PD는 작품을 위해, 시중에 판매 중인 몇 안 되는 한국 대중음악 서적과 12개 정도의 실용음악과 석박사 논문을 검토했다.

이를 토대로 발라드부터 댄스 음악, 문나이트, 인디 그라운드, 학전, 동아기획, K팝 등 7개의 주제로 작품을 꾸렸다. 이뿐 아니라 김영욱 PD는 207명의 대중음악 종사자와 1만 5,012분에 가까운 인터뷰를 진행했다. 덕분에 문헌엔 없는 구술 자료들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자료 저장소'라는 뜻에 가까운 '아카이브'가 형성된 것. 문제는 이를 어떻게 꾸려나가는가였다. 문득, '아카이브'를 활용한 다른 방송이 생각났다. KBS에서 2019년부터 시즌제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모던코리아>는, KBS 창립 이래 축적한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를 적극적으로 활용,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을 다양한 층위로 재구성했다.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풍자와 기발한 구성으로 돌파했다. 또한, 과감한 타이포그래피와 레트로풍의 음악 사용은 관습적인 TV 다큐멘터리의 상투성을 벗어나게 해줬다. 그 결과 <모던코리아>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뮤지션들의 대화와 노래가 자연스럽게 그 시절 아카이브와 어우러졌다. 방송의 첫 주제는 '한국형 발라드의 계보'였다. 발라드는 시대를 불문하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 1위의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장르.

이를 위해 제작진은 발라드 황제 계보의 주인공 이문세, 변진섭, 임창정, 백지영, 김종국, 조성모, 이수영, 폴킴과 진행자 성시경을 포함, 총 9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신승훈도 초대하려 했으나, 녹화일 당시 건강상 이유로 참가하지 못했다고. 제작진은 한국형 '팝발라드의 맏형'인 유재하에 대해서도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1월 17일에 방영된 에피소드에서는 90년대 대중음악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90's 나이트 DJ와 댄스음악'이 기록됐다. 박미경, DJ DOC, 터보, 김현정, 코요태가 출연한 가운데, DJ DOC는 오랜만에 완전체로 방송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영욱 PD는 김창완을 인터뷰하던 중 DJ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에 착안해, 'DJ가 만든 90년대 댄스음악'이라는 주제를 정하게 됐다고. 물론, 최근에 터진 여러 논란으로 인해, 그 당시 빛났던 이들(유승준, 김건모 김창환)의 기록은 미미하게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주제인 '이태원 문나이트' 에피소드에선 1990년대 미군 부대 근처 이태원에 있던 클럽, '문나이트'에서 길바닥 춤꾼들이 스타로 거듭났던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MTV를 통해 댄스 비트에 갈증을 느낀 이들의 목마름은 채워졌고, 이를 보며 많은 이들이 꿈을 키웠다.

에피소드의 스페셜 MC로는 가수 룰라의 리더 이상민이 나섰고, 룰라의 김지현, 채리나, '문나이트'의 핵심 멤버였던 현진영, 듀스 이현도, 클론의 구준엽과 강원래, 김송, 터보의 김정남, 팝핀현준, 영턱스클럽 최승민, 코요태 빽가가 출연했다. 후배 가수 UV, 위키미키, AB6IX가 선배들을 위해 준비한 헌정 무대도 덤.

1월 31일과 2월 7일엔 '홍대 앞 인디뮤직' 편이 방송됐다. 과거 홍대 앞 지하 클럽에서 시작해 오늘날 페스티벌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한 '인디 음악'의 시작을 심도 있게 조명했다. 당연하게도, 2005년 생방송 중 일어난 '카우치' 멤버의 전라 노출과 그로 인한 영향,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으로 홍대클럽이 사라져간 상황도 다뤄졌다.

그렇게 무너졌던 인디 음악의 부활은 '장기하와 얼굴들'을 통해 이뤄졌다. '88만 원 세대'라는 담론이 유행하던 때, 장기하는 답답함과 막막함이라는 자신의 감정을 투영해 노래 '싸구려 커피'를 만들었고, 당시 청춘의 애환을 불렀다.
이어진 인디 음악의 주요 흐름 중 하나는 브로콜리 너마저, 제이 레빗, 옥상달빛 등 '인디 2세대'가 '위로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 특히 '인디 2세대'는 '홈레코딩'을 비롯해 유통과 홍보를 직접 펼치며, 열의를 보였다.

이런 이야기들이 담긴 '홍대 앞 인디뮤직' 에피소드엔 1990년대 인디 열풍을 주도했던 크라잉넛, 노브레인, 자우림부터, 2000년대 힐링의 아이콘 브로콜리 너마저, 옥상달빛, 페스티벌의 황제 데이브레이크, 현재 인디신 뉴제너레이션인 잔나비, 새소년, 카더가든 등이 자리를 찾았다. 여기서 평소 라이벌이자, 동반자로 알려진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펼치는 즉석 합동 무대는 인상적이었다.

물론,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단순히 테마별로, 그 시대 음악인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 이상의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시청자의 참여로 아카이브 자료들을 모으고 있다는 것. 방송 전부터 대중음악인들이 본인에겐 없지만, 기록해 두고 싶은 중요한 순간이 담긴 자료를 찾는다는 '아카이브K 챌린지'가 진행됐다.
제작진은 "소중한 자료를 제공할 경우 적합한 절차를 거쳐, '우리가요' 홈페이지에 음악 역사의 일부로 보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예로, 비는 자신이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한 무대 자료를 부탁했고, 팬들은 당시 티켓, 포스터, 신문기사, 기념 티셔츠 등을 전달했다.

앞으로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대학로 학전 소극장, 동아기획 사단, K팝에 대해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문득 이번 '아카이브'에 포함되지 않은 뮤지션이 없어서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 자체가 처음이기에 앞으로 갈 수 있는 길도 많을 터.

실제로 김영욱 PD는 '디바의 계보', '대학 가요제'를 비롯해 방송국이 대중음악의 모든 것을 잡고 있었던 시대를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여의도의 시대'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뤄보고 싶다는 인터뷰를 한 바 있다. 3화 방송 이후, 시청률이 소폭 하락하고 있지만, 꿋꿋하게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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