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악마는 어떻게 탄생하나?

조회수 2019. 2. 21. 17:3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줄거리 알려줌] 사바하 해석 편 (娑婆訶, Svaha : The Sixth Finger, 2019)
※ 이 영상과 글에는 작품의 주요 사건과 결말, 반전 등 작품의 모든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또한 이 영상에는 알려줌 팀의 주관적 해석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직 작품을 안 보신 분은 작품 관람 후 이 영상을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1. 사성제와 사슴동산
여기, 지금으로부터 약 2,600여 년 전에, 네팔의 룸비니에서 태어난 '싯다르타 고타마' 왕자가 있습니다.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목격한 뒤, 이 4가지 큰 고통을 세상에서 없앨 방법을 찾으려 했던 그는, 이를 위해 29살에 출가하여 이후 6년간 고행하다가, 마침내 보리수 아래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요.

고통은 생로병사 포함 총 8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고통으로 이뤄진게 인생이란걸 알게된(고성제, 苦聖諦) 싯다르타는, 이 8가지 고통이 생겨난 원인이 욕심과 집착 때문이며(집성제, 集聖諦), 욕심과 집착을 없애면 고통이 사라져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진리와(멸성제, 滅聖諦), 이를 위해 8가지 수행법(팔정도, 八正道 = 정견(正見)·정사(正思)·정어(正語)·정업(正業)·정명(正命)·정정진(正精進)·정념(正念)·정정(正定))을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도성제, 道聖諦)을 깨달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탈의 즐거움을 홀로 49일 동안 누리던 싯다르타는, 자신의 깨달음으로 끝없는 윤회 속에서 영원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원하겠단 결심을 하게 되었고, 부처가 되는 프로세스인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四聖諦)를 기본 교의로 삼는 불교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그 뒤, 마침내 법의 바퀴(법륜, 法輪)를 굴려 자신의 깨달음을 처음으로 설파한 장소가 바로 녹야원, 우리말로 사슴동산이었고, 이때부터 사람들은 싯다르타를 부처 즉 '깨달은 자' 또는 '눈을 뜬 자'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2. 부처와 악마
흥미로운 사실은, 석가모니 부처의 사성제로부터 시작된 불교의 세계관으로 인해, 불교인들은 악한 자와 선한 자를 구분할 때, 욕심과 집착의 유무로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되었단 것인데요. 따라서 불교에선 악마라도 욕심과 집착을 버리면 그 순간 부처가 될 수 있었으나, 부처라도 욕심과 집착에 사로잡히면 그가 바로 악마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이었습니다.

영화 <사바하>는 바로 이러한 불교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양손에 각각 6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태어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1899년에 태어났던 그가 큰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마침내 생로병사를 초월한 불로장생의 활불(活佛), 즉 살아있는 부처의 경지에 올랐으나, 1985년에 티베트의 라마로부터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언을 전해 들은 뒤, 이때부터 생에 대한 집착과 욕심에 사로잡혀 악마가 되어 버렸단 내용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입니다.
3. <검은사제들>과 <사바하>
장재현 감독은 전작인 <검은사제들>에서 선보였던 서양 오컬트 영화들의 클리셰들을 적극 차용하여 이미 익숙한 기독교식 관점으로 관객을 몰아가다가, 이와는 반대되는 상징을 가진 불교식 세계관을 등장시켜 관객을 예상치 못한 반전에 빠트렸는데요.

그 대표적인 장치가 바로 '뱀'의 활용이었는데, 영화는 극의 중반까지 순수한 악(사탄)을 상징하는 기독교식 뱀의 이미지로 관객을 속인 뒤에, 후반부에선 '좌선에 든 부처님을 몸으로 보호했던' 수호자로서의 불교식 뱀 이미지를 가져와 극적 반전을 성공 시켰습니다.

한편, 두 종교의 서로 다른 선악 개념은 이 두 작품의 스토리 라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선은 타락하여 악이 될 수 있으나 악은 선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악은 반드시 응징해야 할 대상이라는 기독교식 세계관의 <검은사제들>이, 소녀에게 빙의된 악마를 제거해 봉인한다는 심플한 스토리 라인으로 전개된 반면, '욕심'을 가지는 순간 '악'이 만들어지며, 따라서 선과 악은 언제든 서로 뒤바뀔 수 있고, 악은 응징의 대상이 아니라 교화와 깨우침의 대상이란 불교식 세계관이 반영된 <사바하>는, 마지막 엔딩씬까지 누가 악마고 누가 부처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라인으로 전개되었습니다.
4. 영화 <사바하>는?
영화 <사바하>는,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 중 이슬람교도들에게 아내와 딸을 살해당했던 박웅재 목사(이정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절대적 기준으로 존재해야 할 선악 구분이 종교나 믿음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의되어졌을 때, 어떤 끔찍한 비극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다양한 상징과 은유로 세련되게 보여주었는데요.

첫 관람 시엔 그냥 무서운 오컬트 호러영화일 뿐이었지만 재관람 시 '그것'에 감정이입 하게 되어 슬픈 성장영화를 본 듯한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 <사바하>는, 2019년 2월 20일에 개봉했습니다.

▲▲▲▲▲▲▲▲▲▲▲

이벤트 응모 페이지 바로가기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