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도 '그것' 원작자의 작품이었어?

조회수 2019. 9. 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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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알려줌] 작가 스티븐 킹의 원작 영화들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표지 및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지난 9월 4일,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가 개봉했다. 전 세계 7억 불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전작 <그것>(2017년)에 이어 27년마다 나타나는 '페니 와이즈'(빌 스카스가드)와의 대결을 이어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는 다른 영화화 된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일상에서 맞이하는 공포를 주 소재로 한다. 수십 편에 달하는 작품 중 가장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샤이닝>(1980년), <쇼생크 탈출>(1994년), <미스트>(2007년), 그리고 <그것>(2017년)을 중심으로 스티븐 킹의 작품세계를 짚어보자.

1. <샤이닝>, 스탠리 큐브릭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은 스티븐 킹의 공포를 가장 심리적으로 잘 파고든 작품이다. 큐브릭과 킹의 <샤이닝>을 바라보는 관점은 조금 다르다. 킹은 대체로 그렇듯이, 말미에 '잭'(잭 니콜슨)을 제외한 가족, 즉 '웬디'(셜리 듀발)와 '대니'(대니 로이드)가 행복하게 살아갔다는 설정의 여지를 남겼지만, 큐브릭은 철저하게 오버룩 호텔에서의 참상만을 조명했다.
따라서 원작 소설은 다소 따뜻하고, 영화는 차갑다. 차갑다 못해 건조할 지경이다. 음악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공포 영화의 주 무기인 음향과 비명도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

설정과 이미지를 군데군데 적절히 배치해서 원작이 주는 모티브를 필두로 '잭'이라는 소설 작가의 심리적 압박감, '샤이닝'이라는 영적 능력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대니'와 그런 가족을 지켜보는 '웬디'를 감독 자신만의 관점과 스타일로 재해석해냈다.

영화가 냉소적이라는 것은 한 편으론 완벽주의자인 큐브릭 감독의 표독스럽고도 철저한 연출력 때문일 것이다. 인디언의 공동묘지 위에 지어진 호텔이라는 오버룩은 '대니'의 '샤이닝' 능력과 맞물려 수많은 영혼이 깃든 장소임을 암시한다.

'일상에서 나오는 공포'를 주요 주제로 삼는 스티븐 킹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만큼 이 평범하고 안전한 공간을 불안하고 위협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놀랍게도 영화는 중반부까지 어떠한 직접적인 장면 연출도 없이 긴장감을 이어간다.
1980년대 영화라 고전에 대한 찬미일까? 아니, 스탠리 큐브릭의 엄청난 기술이자 능력이다. 영화는 가끔 보이는 '대니'의 표정과 '토미'와의 대화, 그리고 보여지는 오버룩 호텔의 과거 살해 현장 및 피의 범람 등으로 이러한 건조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이어간다.

스티븐 킹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좋아하지 않았고, 비판까지 했다고 알려지지만, 여전히 대중이나 전문가들은 소설 원작보다 영화 <샤이닝>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2. <쇼생크 탈출>, <미스트>, 프랭크 다라본트
<쇼생크 탈출>과 <미스트>는 스티븐 킹의 소설 중 조금은 궤를 달리하는 작품들이다. '쇼생크' 감옥을 탈출하는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의 시간을 엮은 <쇼생크 탈출>에선 평소 '공포'라는 장르에 충실하던 킹이 '프리즌 브레이크'의 영역으로 활동을 옮긴 작품이고, 외계 생명체와의 사투를 담은 <미스트>에선 안개 속에서 튀어나오는 괴생명체가 공포를 조장하긴 하지만, 절망 앞에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적 이기심과 집단주의, 그리고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의 부성애 등을 담았다. 공교롭게도 가장 '안' 스티븐 킹 같은 두 작품의 영화화를 맡은 감독이 모두 프랭크 다라본트였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대박이 났다.
출처: 영화 <쇼생크 탈출> 이하 사진 ⓒ 더픽쳐스
<쇼생크 탈출>은 '레드'(모건 프리먼)의 독백 형식으로 진행된다. 시점은 아마 '레드'가 '앤디'와 재회하기 직전일 것이고, 그가 '앤디'를 만나러 가는 중 관객에게 '앤디'의 과거를 들려주는 식이다.

'앤디'는 무고의 형태로 기소돼 쇼생크 감옥에 갇힌다. 부인과 정부를 살해했다는 죄명으로 치러야 하는 대가는 무기형이다. 물론, 검찰이나 고소인이 일부러 무고하진 않았지만, '앤디'로선 부인을 잃고 감옥에 갇히는 천인공노할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은행가였던 '앤디'는 자신의 기지로 감수들의 재정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소장의 비자금 마련에 힘을 쓰기도 하는 등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지만, 자신의 무죄가 '토미'(길 벨로우스)로 인해 밝혀지자 탈옥을 결심한다. 강간과 폭행으로 수감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앤디'이기에, 관객은 모종의 연민을 가지고 '앤디'를 바라보게 된다.
출처: 영화 <미스트> 사진 ⓒ 청어람
제목과 포스터에서 '앤디'의 성공적인 탈출은 이미 기정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긴장감은 끊이질 않는다. 어쩌면 탈출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쇼생크 탈출>과 <미스트>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일지도 모르겠다.

<미스트>는 여러 답답이 캐릭터를 비교, 나열할 때마다 단골로 소개되는 '카모디 부인'(마샤 게이 하든)을 비롯한 여러 인상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희생적이기도, 혹은 이기적이기도 하면서 또 누군가는 선동하거나 집단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디스토피아적 위기에 처한 인간이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 내리는 선택이 얼마나 우매한지 잘 보여주는 심리 공포극이라 할 수 있다. 영화가 회자하며 가장 많이 떠올리는 장면이 바로 결말이다.
주인공 '드레이턴'(토마스 제인)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가족들을 몰살하고 자결할 각오를 한다. 하지만 최악이다. 탈출에 성공하고 아름다운 태평양을 배경으로 '앤디'와 기쁨의 포옹을 마무리로 선택했던 <쇼생크 탈출>과는 달리, 가족을 한 명 한 명 죽인 뒤 나타나는 안개 뒤 군부대의 모습은 이 가장과 관객에게 '후회'라는 또 다른 공포를 선사하는 끔찍한 결말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쇼생크 탈출>과 <미스트>는 스티븐 킹의 작품 세계를 확대하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포의 장을 소개하는 좋은 작품들이었다. 특히 <미스트>는 적은 예산으로 6천만 불에 이르는 수입을 벌어들였으니 좋은 원작과 훌륭한 감독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된 작품이라 하겠다.

3. <그것>, 안드레스 무시에티
2017년 개봉한 <그것>은 공포물로선 전작들에 비해 다소 아쉬운 작품이다. 스티븐 킹 원작 소설 중 영화화된 작품들의 감독이 모두 같지 않고, 그 소재가 천차만별이라 일관된 기준으로 평하긴 어렵지만, 37년 전 개봉된 <샤이닝>의 세련된 미장센과 압도적인 연출력은 <그것>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듯했다.
출처: 영화 <그것>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소재는 <그것>이 한 수 위다. '페니 와이즈'라는 악령의 존재를 삐에로의 모습으로 형상화해 아이들과 맞서게 한 주요 서사는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특히 하수구에서 나타나는 페니 와이즈의 모습은 영화의 시그니쳐라 할 만큼 충격적인 장면으로 남기도 했다.

반면, 조금은 지루하고 끊기듯 이어지는 서사의 어색한 진행이 문제였다. 공포를 조장하던 영화는 어느덧 어린아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려 하고, 틴에이져 무비를 표방하는 듯하다 다시금 '페니 와이즈'의 귀환을 노린다. 하나의 주제를 가감 없이 일관되게 끌고 가던 '스티븐 킹'표 공포 영화의 색이 조금은 바래진 순간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이 가진 가능성 때문이었을까? 그리 좋지 못한 평가에도 영화는 세계적으로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고, 이내 두 번째 이야기를 꺼내 들고나왔다. 27년마다 돌아온다는 '페니 와이즈'의 설정 덕분에 장성한 주인공들과 '죽지도 않고 또 온' 페니 와이즈와의 대결이 극장에서 펼쳐졌다.

스티븐 킹의 오랜 팬이던, 늦여름에 공포 영화를 찾는 커플 관객이던, <그것>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일반적 영화 팬이던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 앞서 스티븐 킹의 전작들을 복습 혹은 예습해 보길 권한다. 꼭 신작이라고 명작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은 집에 묵혀둔 오래된 DVD 속 영화 중 놓치고 있는 걸작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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