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숙주와 공생하는 '러시아산 에이리언'이 떴다

조회수 2021. 2. 5.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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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려줌] <스푸트닉> (Sputnik,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스푸트닉>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1983년, 우주 궤도를 돌던 소련의 '오르비타-4호'가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우주선은 불시착한다. 소련은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일한 생존자 '베시니코프'(피요트르 피오도로프)를 연구소에 감금한다.

'베시니코프'가 빠른 회복속도를 보여주는 것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만국과학연구소'의 소장 '세미라도프'(표도르 본다르추크)는 뇌전문의 '타치아나'(오크사나 아퀸쉬나)를 투입한다. '타치아나'는 '베시니코프'가 정체불명 외계생명체의 숙주인 것을 알게 되고, '세미라도프'는 이를 통해 새로운 계획을 진행하려 한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레드' 섹션을 통해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된 <스푸트닉>(공개명 <스푸트니크>)은 에고르 아브라멘코 감독의 첫 장편 연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트라이베카영화제, 시체스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 및 협회에서 작품상, 공포영화상 등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관심을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외국 언론들이 SF 크리처 장르의 시조새라 할 수 있는 <에이리언> 시리즈를 비교한 것.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의 경우 이 작품에 대해 "<에이리언> 시리즈와 견줄 만 하다"라는 평을 남기기까지 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에고르 아브라멘코 감독이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를 통해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조사관에게 '베시니코프'가 상담받는 장면에서, 조사관이 카운트를 세며 "둘"이라고 외치는 직후에 컴퓨터 효과음이 나온다.

이 효과음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1979년)의 오마주인데,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 호의 컴퓨터 효과음과 같은 음향 효과를 사용했다.

다른 점도 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에이리언'이 바퀴벌레를 비롯한 곤충에서 영감을 얻은 것과 달리, <스푸트닉>의 에고르 아브라멘코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 속 외계생명체가 실존하는 동물, 코모도 도마뱀을 참고했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작품의 외계생명체는 마치 파충류를 연상하는 움직임과 살모사를 닮은 두상, 각기 움직이는 여러 개의 눈으로 이제껏 본 적 없는 생명체로 등장한다. 한편, 에고르 아브라멘코 감독은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 외계생명체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특수 분장한 연기자를 촬영한 뒤, CG를 덧씌우는 작업 방식으로 촬영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시각효과팀이 합류함에 따라, 크리처의 CG 구현이 가능해지면서 감독은 특수 분장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철회했다. 시각효과팀은 골격, 근육, 피부 질감 등 자세한 부분부터, 인간의 신체 내에서 기생하기 때문에 점액질로 뒤덮여 있는 모습까지 잘 표현했다.

덕분에 영화는 지난 1월 샌디에이고 영화평론가협회상 시각효과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약 25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최근 <에이리언> 시리즈처럼 대규모 CG 장면은 투입되지 않으며, '어두운 분위기'로 끌고 가는 초반부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 연유에서 평론가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89%로 인증을 받았을까? 잠깐 영화의 제목을 살펴보자. <스푸트닉>은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1957년 발사한 동명의 인공위성에서 따온 것이다. 이 위성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에서 '우주경쟁'을 촉발한 일종의 도화선이 됐다.

이 '스푸트닉'은 러시아에서 '동반자'라는 의미를 지니고도 있다. 지금껏 크리처 영화 속 크리처는 전형적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됐다. <에이리언> 시리즈나, <스피시즈> 시리즈가 숙주인 인간의 죽음을 통해 탄생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과는 대비된다.
반면, <스푸트닉>은 숙주인 인간에게 평범한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회복력과 운동 능력을 선사한다. 당연히 인간 숙주와 동반자인 외계인의 설정 자체만으로 영화가 호평을 받을 리는 없다.

앞서 '어두운 분위기'를 잠시 풀어본다면, 어느 정도 그 호평의 이유가 나올 수 있다. 작품은 신체 침입과 정신의 교감이라는 '모티브'를 사용해, '세미라도프'로 상징된 소련의 억압적인 통제에 대한 비판을 꽤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래도 미국 평론가들은 이 지점에서 작품에 대한 호평을 남겼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스푸트니크'는 현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대외 선전용 국영 매체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이름이기도 한데(스푸트니크 V), 러시아에선 지난 1월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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