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놀란 감독의 최고 작품, 사실 이 영화다

조회수 2020. 8. 2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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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려줌] <메멘토> (Memento, 200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메멘토> ⓒ (주)디스테이션
* 영화 <메멘토>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내가 살해당한 후, 10분밖에 기억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가 사진, 메모, 문신으로 남긴 기록을 따라 범인을 쫓는다는 내용의 스릴러 영화, <메멘토>(2000년)가 <테넷>의 개봉을 앞두고 재개봉했다.

1998년 첫 장편 <미행>으로 데뷔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세계관의 초석을 다진 <메멘토>는, 기발한 상상력과 믿고 보는 연출력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놀란 감독의 2번째 장편 영화다. 동생 조나단 놀란이 쓴 단편 소재로 각본을 쓰고, 아내 엠마 토마스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후, 세 사람은 <다크 나이트> 3부작, <인터스텔라>(2014년) 등을 통해 협업을 진행했다.

제57회 베니스 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메멘토>는 제33회 시체스 영화제 비평가상, 제17회 선댄스영화제 각본상 등 57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놀란 감독의 이름이 처음으로 지명(각본상)됐으며, 독특한 작품을 만들게 해준 편집 부문에도 후보 지명됐다.
약 900만 달러의 인디영화로 제작된 <메멘토>는 제작비 대비 4배를 뛰어 넘는 3,9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했고, 이는 놀란 감독의 차기작인 <인썸니아>(2002년) 연출 기회로도 이어지게 됐다.

<메멘토>가 '공개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회자하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작품의 구조일 것이다. 시간의 순행과 역행을 한 영화 안에서 모두 비중 있게 다룬 파격적인 구조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화는 '레너드'(가이 피어스)가 살해된 남자의 사진을 쥐고 있는 첫 장면부터, 문신 가게 앞에서의 마지막 장면까지, 22개의 흑백 시퀀스와 22개의 컬러 시퀀스를 교차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흑백은 시간 순으로, 컬러는 역순으로 진행되면서, 완벽한 대칭 구조를 이루며, 마침내 교차되는 접점과 엔딩에서 응축되었던 카타르시스를 폭발했다.
이처럼 <메멘토>는 치밀하게 짜인 플롯 속에 자리 잡은 시간의 순행과 역행, 컬러와 흑백의 신 구성처럼 메시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또한, 몇몇 시퀀스 중에서는 놀란 감독이 깔아놓은 몇 가지 '편집 떡밥'이 등장한다.

첫 번째 요소는 '나탈리'(캐리 앤 모스)의 집에 머물게 된 '레너드'가 소파에 앉아 손등 위에 새겨진 '새미 젠킨스를 기억하라'는 문신을 만질 때 등장한다. 문신에 집중한 순간, 누군가가 주사기를 들고 있는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해당 컷은 극의 후반부에 '테디'(조 판토리아노)가 모든 사실을 말하는 장면에서 한 번 더 등장한다.

주사기를 들고 있는 인물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놀란 감독이 관객에게 무의식적으로 떡밥을 계속해서 던져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요소는 '레너드'가 자신이 담당했던 보험 가입자 '새미'(스티븐 토보로스키)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만날 수 있다.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 '새미'의 앞으로 누군가가 지나가자, 그 순간 의자에 앉은 사람이 '새미'가 아닌 다른 인물로 바뀐 컷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 컷의 편집은 '레너드'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인물의 정체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게 만든다.
아내를 잃은 사고 이후 단 10분간의 기억만 유지하는 '레너드'의 단기기억상실증은 영화 속 허구의 설정이 아닌 실제로 존재한 사례가 있다. 신경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자로 불리는 헨리 몰레이슨이 그 인물로, 간질 치료를 위한 수술 이후 새로운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 것.

수술 이전의 일들은 모두 기억하지만, 수술 후 헨리 몰레이슨은 의료진들을 만날 때마다 처음 만난 것처럼 인사를 건네고, 식사가 끝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음식을 권하면 처음 먹는 것처럼 식사를 하는 등의 증세를 보였다. 이는 영화 속 '레너드'의 증상이나, '새미'의 사례에서도 유사하게 등장한다.

한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메멘토>를 위해서 직접 더빙 연기까지 펼쳐야 했다. 극 초반부 '레너드'와 '테디'가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 '테디'의 대사인 "백치 같은 자식"의 목소리가 어색하게 느껴졌던 놀란 감독은 이후 직접 해당 대사를 다시 더빙했다.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단 한 줄의 대사도 놓칠 수 없었던 놀란 감독의 선택이었다.
<메멘토> 이후, 놀란 감독은 매 작품마다 시간과 장소를 이용한 영리한 편집술을 보여주는 영화를 선보여왔다. <인셉션>(2010년)은 타인의 생각을 훔치기 위해 꿈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그린 영화로, 꿈과 현실에서 각각 다른 시간의 속도와 꿈 속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의 제한을 통해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안겨줬다.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2014년)는 지구를 대신할 새 터전을 찾아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상대성이론을 다룬다. 지구와 우주의 시간 차이와 웜홀을 통한 시간 여행을 보여주며 놀라움과 감동을 자아냈다.

최근 작품인 <덩케르크>(2017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그린 영화로, 땅 위의 일주일, 바다 위의 하루, 하늘 위의 한 시간까지 서로 다르게 흐르는 시간 속 이야기를 하나로 엮은 구조를 통해 몰입감을 끌어내며 전쟁의 참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여기에 오는 8월 26일 개봉 예정인 <테넷> 역시 미래의 공격에 맞서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의 등장을 예고했다. 아직까지 아카데미 트로피가 없는 놀란 감독에게, <테넷>은 과연 오스카의 영광을 안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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