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동년배들은 다 이거 하고 컸는데, 지금은 뭐해요?

조회수 2021. 1. 18.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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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려줌] <요요현상> (Loop Dreams,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요요현상> ⓒ 씨네소파
약 15년 전에 사라진 추억의 만화책, <팡팡>의 애독자였던 에디터는 어느 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이른바 '하이퍼 러셀 요요'로, 당시 고수들의 현란한 플레이는 눈을 사로잡았다. 에디터도 요요 하나를 샀었다.

물론, 기본 기술 몇 개만 간신히 하는 정도의 수준이라, 싫증을 느껴 오래 갖고 놀진 않았지만. 이렇게 개인적 회상으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지금 소개할 다큐멘터리 <요요현상>도 당시 요요에 심취한 이들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1990년대 당시의 '요요 붐'을 아카이브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당시 요요 붐은 최근 10년 사이의 그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것이었다. 물론, 조금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애니메이션 시리즈 <이상한 나라의 폴>(TBC에선 1977년, KBS에선 1984년, SBS에선 1996년에 각각 자체 더빙 방영했다)의 주인공 '폴'이 쓰던 무기 '딱부리'가 있겠다.

그리고 '코카콜라'나, '환타' 같은 음료의 로고가 박힌 요요가 인기를 차지했다. 요요 붐의 정점을 찍어준 것은 당시 최고의 여성 탤런트였던 김희선 주연의 드라마 <토마토>(1999년) 덕분이었다. '이한이'(김희선)가 '차승준'(김석훈)을 그리워하면서 '야광 요요'를 돌리던 모습은 문방구의 요요 완판으로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이런 요요를 좋아하는 이들이 만나 동호회도 만들어졌으며, 요요의 고수들이 펼치는 경연도 이뤄지게 됐다. <요요현상>은 이런 요요에 대한 애정 하나로 뭉친 20대 청년 다섯 명(곽동건, 문현웅, 윤종기, 이동훈, 이대열)이 모인 요요팀 '요요현상'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연팀 '요요현상'은 국내 요요 붐이 한창이던 때, 출연자 이대열의 제안으로 결성됐다. 요요를 단순 묘기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관객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 서사가 있는 공연을 만들어 보고자, 이동훈, 문현웅이 함께 주축을 이루어 '요요현상'으로 활동한 것.

대학 졸업을 계기로 한 후, 2011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것을 끝으로 이들은 팀 해체를 결심한다. 팀이 해체된 후, 이들의 모습은 마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다큐멘터리는 처음으로 '취미를 허락받은 세대'들이 세월이 흘러, 결국에는 요요라는 취미와 생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과정을 담았다.

다섯 사람이 마주친 현실과 꿈을 다룬 이 작품은 인물들의 제각기 다른 진로 선택을 통해 '좋아하는 것'과 '일'에 대한 해법을 보여준다. 어떤 이는 학자금 월세에 돈을 벌어야 하는 직장인이 됐고, 어떤 이는 전업 공연자가 되거나, 요요 샵의 사장이 되기도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요요'가 아닌 '취미'에 대한 정의였다. 흔히 '덕업일치'라는 말을 한다. 덕질을 하는 것과 생계가 같아지면 그것은 축복인가? 아닐까? 작품을 연출한 고두현 감독은 "경제적으로 과거보다 풍족해지면서, 점점 일을 생존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자기실현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20대 때 나는 막연히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요요현상>을 만들면서, 여러 삶의 행보를 보며, 그 강박에서 벗어나고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라고 전한다.

예를 들어, 2004년 '1A 한국 내셔널 4위'의 이력을 보유한 MBC 기자, 곽동건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요요를 정말로 그만뒀고, 새로운 취미를 찾지 못했다. 이젠 취미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요요를 대체할 다른 뭔가를 꼭 찾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거창한 것들만 취미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퇴근하고 치맥 한 잔'이 온전한 취미인 삶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종종 '취미가 뭐냐?'라는 질문이 일종의 강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생업과 분리되는 순수한 무언가를 꼭 가져야만 한다'는 명령처럼 들리기도 한다. 일과 취미를 구분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은 더 많이 한다."
다른 예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요요 완구회사 광고모델까지 한 후, 직접 요요를 만들어 판 요요 샵 '와이제이' 사장 윤종기의 경우도 있다. 그는 "'이걸 일로 해볼까?'가 아니라 제일 잘하신다면 충분히 업으로 삼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 예로, 세상에 훌륭한 '헤어 아티스트'들은 넘쳐나 경쟁에 밀릴 수 있지만, '학종이 넘기는 게임'을 조그만 커뮤니티에서 제일 잘한다면 그걸 강좌로 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광고 수익이 생기는 시대다. 하찮아 보여도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준비가 되어있다면 무슨 분야 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다시 연출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영화를 연출한 고두현 감독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축제의 거리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요요를 하는 다섯 친구를 처음 만났다. 줄로 연결된 작은 장난감으로 만드는 지름 3m의 세계는 무엇보다 가치 있고 아름다워 보였다.

삶의 시기마다 삶의 조건을 예비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안정을 대가로 사람들은 삶의 존엄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고두현 감독은 다섯 친구의 세상에 맞서 각자가 가진 작은 세계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궁금한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고, 8년의 제작 과정을 거친 후에 작품이 태어났다.
제목에 대해서 고두현 감독은 "한글 제목은 오래전부터 '요요현상'으로 지으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라면서, "체중을 줄이려다 실패하고 돌아오는 상황처럼, 등장인물들이 일과 취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잘 묘사해주는 단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반면, 영어 제목은 'Loop Dreams'인데, 감독은 "처음에 영어 제목도 'Yoyo Effect'라고 지을까 하다가 '일과 취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영어 제목을 정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요요를 한 번 던졌다가 잡는 행위를 세는 요요 용어가 'Loop'이기도 하고, 말 그대로 '반복'과 '순환'을 의미하는 단어가 'Loop'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반복하는 꿈', '순환하는 꿈'. 좋아하는 것을 하는 '취미'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의 관계가 늘 유동적이면서, 아슬아슬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 생각한 고두현 감독의 의도가 잘 담긴 제목이었다. 한편, 영화의 시작과 끝엔 5명의 청춘이 아닌, '아이들'이 등장한다.

감독은 "오프닝 뉴스 영상 속의 아이들은 아마 등장인물과 같은 또래의 이 아이들일 건데, 이 세상 어디선가 자신만의 ‘요요'에 대한 해답지를 제출했을 거로 생각했다"라면서, "(작품 속에도 등장하는) 지금 요요를 하는 아이들은 또 어떤 방식의 순환을 경험할지 작은 질문을 남기고 싶었다"라며 의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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