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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장사하려는 영화

조회수 2019. 3. 20. 1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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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알려줌] '악질경찰' (Jo Pil-ho: The Dawning Rage, 2018)
영화 <악질경찰>에 대한 저희의 평은 "거르세요"입니다. 왜 극장에서 보면 아까운 영화인지 그 이유를 지금 알려드릴게요~
출처: 영화 <악질경찰> 표지 및 이하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 강렬하고 경쾌했던, 잘 만든 영화의 초반부
영화 <악질경찰>은 경찰 내부 정보로 뒷돈이나 챙기던 비리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경찰 증거품 창고를 폭파한 용의자로 지목받으면서 시작됩니다.

물론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었고, '조필호'는 이 창고 폭발사고 때문에 더 큰 범죄와 어쩔 수 없이 엮이게 되죠. 이선균은 그런 '조필호'를 날 선 눈빛과 악독한 표정으로 연기하며, 능구렁이 같은 캐릭터의 비열함을 제대로 보여주었는데요. 여기에 그가 내뱉던 담백한 욕 연기는 극에 '경쾌한 리듬감'까지 부여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감독의 전작 <아저씨>(2010년)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관객들에게 좋은 몰입감을 선사했던 <악질경찰>은, 그러나 초반부를 지나 ‘세월호 참사'가 스토리의 중요한 장치로 등장하는 중반부 부터는 작품 내외적으로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2. '세월호 참사'를 무분별하게 소비한 영화
사실, <악질경찰>의 주요 배경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의 '안산 단원경찰서'입니다. 여기에 작품의 핵심 인물인 '미나'(전소니)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가 될 뻔했던 인물이었죠.

이에 대해 이정범 감독은 "논란을 예상해 매일 같이 자기 검열을 했고, 관객이 가져갈 긴장감과 재미를 유지하되 진정성을 표현했다"라는 인터뷰를 했는데요.

문제는 감독의 의도와 달리, 영화가 박평식 평론가가 언급하기도 했던 '도 넘은 장삿속'으로 '세월호 참사'를 이용한 것 같은 느낌을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월호 소재'가 영화화 된 것 자체를 '시기상조'로 문제삼아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미국의 '9.11 테러'(2001년)도 5년 뒤부터 다양한 상업영화(<플라이트 93>(2006년), <월드 트레이드 센터>(2006년))로 만들어 졌고, '세월호 참사'도 이미 여러 작품들에서 직접적으로(<나쁜 나라>(2015년), <그날, 바다>(2018년) 등) 혹은 간접적으로(<부산행>(2016년), <터널>(2016년) 등) 다루어 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건의 원인 파악과 치유라는 명료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세월호라는 '실제 사건'을 다뤘던 이전 영화들과 달리, <악질경찰>은 왜 굳이 '세월호'였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더 직설적으로 말해서,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은유하는 '가상의 사건'을 만들어 넣었어도 스토리 진행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영화였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에선 앞서 개봉한 작품들이나, 4월 개봉 예정인 <생일>과 달리, 참사 희생자나 유족, 그리고 생존자들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나'가 어른들로부터 치욕을 당하는 시퀀스는 자연스럽게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치욕을 당하던 세월호 유족을 떠오르게 만드는데, 이러한 현실의 상처들을 영화는 단순히 악질경찰인 '조필호'를 각성시키는 장치 정도로만 활용할 뿐이었죠.

결국 이러한 영화의 태도로 인해, 예고편에선 한 컷도 등장하지 않았던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갑자기 영화 중반부터 마주하게 된 관객들은, 작품 속 액션씬이나 코미디씬을 즐기다가도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불쾌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3. 영화 <악질경찰>은?
악덕 재벌과 비리 검사에 맞선 악질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악질경찰>은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버닝썬' 사태나 '장자연 리스트'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사회악이었던 주인공 '조필호'가 더 큰 '악'을 만나게 되면서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매일 뉴스 시간 마다 포토라인 앞에 서는 특권층들을 지켜만 봐야 하는 현재의 대한민국 사람들에겐 유치하고 허황한 메시지일 뿐이었죠.

사실, 단순한 범죄 장르물이었던 <악질경찰>은,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이정범 감독이 '세월호 참사'를 집어넣은 덕분에 박근혜 정권하에선 국내 투자사를 찾지 못했고, 이 때문에 2016년이 되어서야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로 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작품이 박근혜 정권 때 개봉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았을까요? 아무도 쓰지 않는 소재를 썼을 때는 그 만큼 더 주의해야 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 <악질경찰>은 2019년 3월 20일에 개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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