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추석 성룡 영화는 어디로 갔을까?

조회수 2019. 9. 1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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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알려줌] 성룡의 영화들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 영화 <더 포리너> 사진 ⓒ 더블앤조이 픽쳐스, TCO(주)더콘텐츠온
성탄절엔 '케빈', 추석엔 '성룡'이 공식이던 시절이 있었다. '명절 맞이 성룡 영화’라는 제목으로 1980~90년대 홍콩이나, 200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재키 찬'의 액션은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든 아이들에겐 호기심을, 어른들에겐 추억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케이블, 종편 채널의 합류로 과거보다 볼거리는 다양해지고 방영되는 영화의 폭은 넓어졌지만, '원조 우리형' 성룡은 어쩐지 자취를 감췄다.

MBN에서 12일 <폴리스 스토리 3>을 방영했으나, 주로 한국 영화나 마블 영화가 그 빈자리를 채운 상황. 생리학자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의 실험처럼, 명절만 되면 성룡이 생각나는 이들을 위해 그의 전작들을 돌아보자.
출처: 영화 <정무문 2 - 신정무문> 사진 ⓒ (주) 케이알씨지
1. 쌍꺼풀 수술 전후의 성룡
성룡은 당초 단역과 스턴트맨을 전문으로 하는 배우였다. 10여 년간 경극 학교에서 수련한 뒤, 배우로서 두각을 보이지 못하자 한 성형외과를 찾아 쌍꺼풀 수술을 감행했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꾼 단초가 되었다.

이소룡 주연의 <정무문>(1972년)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일화는 유명하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당시의 얼굴은 오랜 팬들에게 '헉'하는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단순히 '잘생김'의 정도가 아닌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성룡은 이후 쌍꺼풀 수술로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범했던 얼굴이 꽃미남 비주얼이 되면서 때마침 요절한 이소룡의 빈자리를 절묘하게 채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출처: 영화 <취권> 사진 ⓒ 시즈널 필름
2. <취권>, <사형도수> (1978년)
<정무문>의 감독인 '나유'가 이소룡과 사이가 틀어진 후 성룡을 발탁했고, 성룡의 초기작인 <소림목인항>(1976년), <사학비권>(1978년) 등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 시기 성룡의 가장 성공적인 영화들은 무엇보다 <취권>과 <사형도수>일 것이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도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패러디가 될 정도로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성룡의 대표작이다. <취권>의 '비홍', <사형도수>의 '간복'(이상 성룡)은 모두 철없이 살던 중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스승과 무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각성하게 되는 성장기 속 인물들이다.

이소룡과 달리 그런 천진함과 익살스러움이 얼굴에 가득한 성룡은 일제에 항거하는 중국인의 기개를 주로 그렸던 이전의 무술 영화와 차별화된 관객의 요구에 나름 부합하는 배우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소룡의 절권도와는 달리 술을 마시며 취기를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취권', 기존의 '사권'에 고양이의 형상을 본떠 만든 '묘조권'과 결합한 '사형조수' 등 독특한 무술의 모습은 딱딱하지 않으면서 현란한 '성룡 표 액션'을 소개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했다.
3. <프로젝트 A> (1983년)
주로 홍금보가 연출을 맡은, 이후 영화들과 달리 성룡이 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성룡의 영화사 중 고전과 현대를 나눈다면 <프로젝트 A>가 그 기준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홍콩의 영국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스토리의 큰 줄기는 다음과 같다. 육경과 갈등을 빚던 해경 경장 '마여룡'(성룡)이 해적과 무기를 거래하는 '주영령'(태보)의 존재를 알게 되고, 경찰을 관둔 후 전문도둑 '탁일비'(홍금보)와 힘을 합쳐 해적에 납품할 총을 훔쳐낸다.

마여룡은 총을 빼돌려 되팔려는 탁일비의 계획을 무산시키지만, 주영령과 비밀리에 거래하는 총장의 모습에 다시 분노한다. 결국 작전 '신 프로젝트 A'를 발동해 해경과 탁일비와 함께 해적을 소통하는 마여령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과도기랄까? 고전 쿵후 액션물에서 현대 홍콩 영화로 넘어오는 과정 속 미성숙함이 엿보인다. 영화가 별로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당시 홍콩에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고, 흥행 성적도 준수했다.

다만, 이야기가 다소 복잡하고 성룡 영화 특유의 가벼움과 단순함이 아직은 장착되지 않았다. 홍금보, 원표와의 첫 공동 출연작이면서, 이후 성룡 영화의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선 '시계탑 추락신'이 대표적인데, 성룡이 매 작품마다 목숨 걸고 임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다.

4. <쾌찬차>(1984년)
액션으로는 성룡 영화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작품. 이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남자라면', 굉장한 운동 욕구를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간이식당을 운영하는 '토마스'(성룡)와 '데이비드'(원표)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출처: 영화 <쾌찬차> 사진 ⓒ 골든 하베스트
기상과 동시에 원표와 아침 운동을 수행하는 성룡의 모습은 웨이트 보다 무술 트레이닝, 혹은 수련에 가깝다. '실비아'(로라 포너)라는 미모의 여성에서 반한 두 사람은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사립 탐정인 '모비'(홍금보)와 함께 악당을 물리치고 정의를 구현한다. 단순한 줄거리를 표방하는 성룡 영화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납치된 실비아를 구하러 잠입한 저택에서의 격투 장면에 있다. 특히 1974년 '내셔널 가라데 리그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출신 '베니 우르퀴데즈'와 성룡의 일대일 대결은 가히 쿵후 영화의 기념비적인 장면이라 할 만하다.

끝없이 수세에 몰리는 성룡과, 작은 키(168cm)에 다부진 몸으로 압박하는 우르퀴데즈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훌륭한 액션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피날레를 장식하는 성룡의 '회축' 컷은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출처: 영화 <비룡맹장> 사진 ⓒ (주) 케이알씨지
5. <비룡맹장> (1988년)
'베니 우르퀴데즈'로 <쾌찬차>와 이어지는 작품. 성룡 액션의 모든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작품이다. 쿵후 액션뿐 아니라 코미디와 짜임새 있는 줄거리가 장점이다.

마약을 만들어 파는 '화 회장'(원화)과 그에 맞서는 양어장 주인 '엽홍'(엽덕한)의 대립에서 화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재키'(성룡)가 주요 증인이자 엽홍의 사촌 동생 '온미령'(양보령)과 사랑에 빠지며 불의에 맞선다는 이 단순한 이야기는 성룡 영화 특유의 스피디한 액션과 유머 코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홍금보, 원표와 '쿵후 트리오'를 선보인 몇몇 영화 중 하나로서 세 사람은 가히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호흡을 선보이며 모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영화 말미에 화 회장의 부하격으로 등장하는 베니 우르퀴데즈와 성룡의 재회는 또 한 번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장인의 노고는 시간에 녹슬지 않는다. 그래서 성룡과 그 동료들이 목숨 걸고 찍어낸 장면들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출처: 영화 <폴리스 스토리> 사진 ⓒ 조이앤클래식
6. <폴리스 스토리> (1985년)
단순한 플롯에 비슷한 구조와 형식을 즐기던 성룡이 비로소 시리즈물을 만들었다. <폴리스 스토리>는 <폴리스 스토리 2-구룡의 눈>(1988년)을 시작으로 <폴리스 스토리 3-초급경찰>(1992년),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4>(1996년), <뉴 폴리스 스토리>(2004년), <폴리스 스토리 2014>(2014년) 등 6편의 영화로 이어졌다.

비록 시리즈가 재탕될수록 관객의 반응과 평단의 평가는 박해졌지만, 헐리웃으로 넘어간 성룡이 예전 홍콩식 액션을 재현한다는 것만으로도 개봉 때마다 화제가 되곤 했다.

<폴리스 스토리>는 이전의 성룡 영화와는 조금은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떡갈비를 만들 때 고기와 비계를 섞듯, 완벽한 '합' 사이 '실수'를 배합해 적절한 유머를 버무려내던 성룡은 <폴리스 스토리>에 접어들어 조금은 진중하고 건조한 액션을 선보인다.
늘 맨몸으로 맞부딪히던 전작들과 달리, 총도 등장한다. 어쩌면 늘 가벼운 모습을 자처하던 성룡이 '경찰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7. <러시아워> (1998년)
1999년 '제8회 MTV 영화제'에서 '크리스 터커'와 함께 '최고의 콤비상'을 받은 작품. 성룡이 할리우드에서 출연한 영화 중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한국 제목이 '러시아워'로 표기되며 '러시아 전쟁 이야기'로 오해하는 에피소드가 있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미국 LA 경찰 '리'(성룡)와 '카터'(크리스 터커)의 파트너십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면 미국에서 흔하디흔한 소재다. 뉴욕, LA의 경찰 이야기는 한국 형사물만큼이나 자주 사용되는 일종의 전형이고, <나쁜 녀석들 : 포에버>(2020년)로 돌아올 <나쁜 녀석들>(1995년)의 '마커스'(마틴 로렌스)와 '마이크'(윌 스미스)를 연상케 하는 조합은 익숙한 만큼 가장 성공률 높은 공식이기도 하다.
출처: 영화 <차이니즈 조디악>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결과적으로 <러시아워>는 성공적이었다. 아니, 대박이었다. <성룡의 CIA>(1998년)와 함께 연달아 좋은 평가를 받으며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작품이 됐다. 덕분에 리 반장과 카터 형사의 코미디·액션은 명절마다 한국 가정을 찾았고, 삼삼오오 튀김과 떡을 먹으며 즐기는 2000년대 '명절 맞이 성룡 영화'의 원픽으로 자리매김했다.

성룡의 영화 인생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7, 80대가 되어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을 연기할 것이다.

다만 성룡의 화려했던 전성기가 저물고, 점차 스크린과 명절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시간의 숙명인 듯하다. 하지만 아직은 '케빈'과 '성룡'이 당신에게 익숙하다면, 오늘 한 편 정도 복습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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