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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사회에서 사랑·자아 찾는 자매 이야기

[영화 알려줌] <하워즈 엔드> (Howards End,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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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뿅뿅
글 : 양미르 에디터

지적이며 인습에 구애받지 않는 영국 중산층 자매, '마거릿'(엠마 톰슨)과 '헬렌 슐레겔'(헬레나 본햄 카터). 자매는 부유하지만, 보수적인 '윌콕스'(안소니 홉킨스) 가문과 친하게 된다. '헬렌'은 '윌콕스'의 아들과 즉흥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곧 끝이 나고, 두 가문은 계속 교류하기에 어색한 사이가 된다.

그러나 '마거릿'과 '월콕스 부인'(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은 다시 만나 친분을 유지한다. 한편, 상류층인 '윌콕스 가'와 등을 돌린 '헬렌'은,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하층민 노동자 '레너드 바스트'(사뮤엘 웨스트)와 지적이고 문화적인 욕망을 함께 추구한다.

'윌콕스 부인'이 죽고, 유서가 공개되었을 때, '윌콕스' 가족은 '윌콕스 부인'이 '하워즈 엔드' 저택을 '마거릿'에게 남긴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분노한 그들은 다시는 '슐레겔 가문'과 만나지 않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헨리 윌콕스'는 '마거릿'에게 청혼을 하고, 두 가문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거릿'은 청혼을 받아들인다.

반면 '레너드'는 '슐레겔 자매'가 준 선의의 도움 때문에 도리어 곤경에 처한다. 이렇듯 불행한 생활 속에서 '헬렌'과 '레너드'는 지성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며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쌓아가는데, 어느 날 갑자기 '헬렌'이 떠나버리고 만다.

출처영화 <하워즈 엔드> ⓒ 알토미디어

<하워즈 엔드>는 영국을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의 동명 원작(1910년)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E.M. 포스트는 훗날 자신이 쓴 비망록에 "<하워즈 엔드>는 나의 최고의 소설이며, 좋은 소설에 근접해 있다"라며, "정교하고 잘 배어든 플롯은 억지스러운 곳이 별로 없으며, 다채로운 등장인물과 사회의식, 위트, 지혜, 개성이 있다"라고 남겼다.

계급 간의 갈등과 신분이 다른 다양한 인물들을 연결하는 '하워즈 엔드'를 중심으로, 20세기 초 영국 중산층 사회의 인습적이며 위선적인 생활 풍속도와 이기심, 인간 내부의 혼돈과 모순의 무질서를 들추는 이중구조적 시각으로 다뤘다.

누구에게는 '하워즈 엔드'가 단순히 집이 아니라, 영혼의 안식처나 지성을 대표하는 공간이지만, 물질을 우선시하는 이들에겐 지켜내야 할 재산이라는 의미도 담겼다.

사실, 가족 구성원을 한 곳으로 모아주는 안전하고 아늑한 장소인 '집'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그 가족은 처참하게 무너지기 쉽다. 따라서 작가가 헌사에 넣은 문구인 "단지 연결하라…"는 '하워즈 엔드'를 통해 인물 사이에 끊어진 관계를 치유하고, 마음을 통해 연결하라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 작품을 연출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E.M. 포스트의 원작을 옮긴 <전망 좋은 방>(1985년)과 <모리스>(1987년)처럼, 인관 관계에 대한 섬세한 표현을 바탕으로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제임스 아이보리 영화의 일단락을 지어준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그렇게, <하워즈 엔드>는 1993년 제6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음악상, 촬영상, 의상상 등 9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려, 여우주연상(엠마 톰슨), 각색상(루스 프라워 자브발라), 미술상(루치아나 아리기, 이안 휘태커)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이 작품은 지적이며 인습에 구애를 받지 않는 '슐레겔 가'의 두 자매, '마거릿'과 '헬렌'이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여성 중심 영화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 로맨틱한 서술방식에는 차이가 없지만, 좀 더 확고한 방식으로 사회적 편견을 물리치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 형성은 '마거릿 슐레겔'이라는 캐릭터에서 두드러진다.

결국, 이 영화의 주제는 '마거릿'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연결이라고 말해지는데, 이는 '윌콕스 집안'이 지닌 피상적이지만 물리칠 수 없는 힘과 '슐레겔 자매'의 가치판단에 대한 지각과 상상력의 연결을 의미한다.

당연히 아카데미 수상이나 후보 경험이 있는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이기에, 그들이 펼치는 연기에 대한 찬사는 말할 것이 없겠다. 예를 들어, '하워드 엔드'의 가치를 알며, 동생 '헬렌'을 지키는 '마거릿' 역의 엠마 톰슨은 이 작품으로 첫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도 있다.

하층민에 대한 편견을 부수며 '레너드'와 우정과 사랑을 이어가는 '헬렌' 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는 이후 팀 버튼 감독의 페르소나로 활약했고, <도브>(1997년)와 <킹스 스피치>(2010년)로 두 차례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상류층과 권위적인 남성을 대표하는 오만하고 위선적인 인물 '헨리 윌콕스' 역의 안소니 홉킨스는 <양들의 침묵>(1991년)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이후 <남아있는 나날>(1993년), <닉슨>(1995년), <아미스타드>(1997년), <두 교황>(2019년)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맹활약 중이다.

'헨리'의 부인으로, '하워즈 엔드'를 영혼의 안식처로 여기는 상류층 여성 '루스 윌콕스' 역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역시 <줄리아>(1978년)로 이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바 있으며, <하워즈 엔드>까지 총 6번이나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로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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