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외국영화라 안 된다? 아카데미 투표자들의 뒷담

조회수 2020. 2. 8.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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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이슈 알려줌]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익명 투표자들의 발언
글 : 배상범 에디터
출처: 영화 <기생충> 제작 현장. 이하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결과를 결정 지을 약 9,000명의 미국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 회원 중 투표를 마친 몇 명의 의견이 익명으로 공개됐다. 과연 작품상 후보로 선정된 영화들에 대한 이들의 솔직한 생각은 어떨까?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1. <기생충> - 작품상, 감독상(봉준호),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 등 6개 후보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감독 A는 "<기생충>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발전해온 한국 영화계에서 나온 아주 한국적인 작품"이라며, "하지만 영화가 지닌 사회적 메시지는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아카데미의 외국어 영화에 대한 편견을 박살 냈기 때문에 작품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작품상을 받지 못한다면 국제영화상은 따놓은 당상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감독 A'는 단편 영화들까지 포함해서 아카데미에 출품된 거의 모든 영화를 섭렵했다.
반면, '배우 B'는 '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영화야. 근데 두 번째 보니까 별로더라. <기생충>은 외국영화라 안 돼. 외국영화랑 '그냥 영화'가 같은 부문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라며 차별적인 발언을 스스럼없이 뱉기도 했다.

하지만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등에서 상을 받은 바 있는 17년 경력의 '시나리오 작가 C'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생충>이 확실한 사회적 메시지를 지녔으며, 영화의 완성도를 넘어 문화적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작품상을 받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후보작들은 과거를 바라보는 영화들이라면, <기생충>은 앞으로 영화계가 나아갈 미래를 바라보는 영화라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현재의 아카데미는 다양성과 국제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생충>은 아카데미가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를 상징한다며 수상을 점쳤다.

이처럼 <기생충>의 메시지는 미국 영화들이 지닌 미국적인 주제보다, 더욱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넘어 <기생충>이 가진 상징성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출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제작 현장. 이하 사진 ⓒ 소니픽처스코리아
2.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 - 작품상, 감독상(쿠엔틴 타란티노),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각본상, 남우조연상(브래드 피트),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음향편집상, 음향믹싱상 등 10개 후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9번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에 대해, 감독 A는 <재키 브라운>(1997년) 이후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가장 깊이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밝혔다. 이 영화는 제48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사무엘 L. 잭슨이 은곰상(남자연기자상)을 받았지만, 정작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로버트 포스터가 남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됐었다.

A는 영화의 엔딩이 특히 감정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기생충>의 수상에 희망적인 감독 A였지만, 그는 "예측을 해본다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이 작품상을 받을 것 같다"라며 힘을 더 실어주었다.

배우 B는 유난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를 좋아했는데, "보면 볼수록 더 잘 만든 영화야. 난 1960년대에 LA에서 살았거든.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 시대를 완벽하게 표현했어. 오랜 여운을 주는 작품이야"라고 밝히며, 쿠엔틴 타란티노의 디테일과 시대를 재현하는 능력을 칭찬했다.
작가 C는 감독상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받아야 한다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는 <펄프 픽션>(1994년) 이후로 처음으로 맘에 든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라 밝혔다. 시나리오 작가가 개성 넘치는 시나리오를 쓰는 쿠엔틴 타란티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걸 보니 상당히 다른 스타일의 글을 쓰는 작가로 보인다.

예측할 수 없는 여정 같은 이야기가 좋았다며 영화의 일상적이면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 스토리를 높게 평가했다. <펄프 픽션>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안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등 7개 후보에 올랐고, 이중 각본상을 받았다.

3명의 의견을 종합해서 본다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는 어떤 이들에게 사회적인 메시지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철저히 캐릭터들의 인생에 초점을 맞춘 것이 장점인 작품으로 봐야 할 것이다.
출처: 영화 <조커> 제작 현장.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3. <조커> - 작품상, 감독상(토드 필립스), 남우주연상(호아킨 피닉스),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분장상, 의상상, 음향믹싱상, 음향편집상 등 11개 후보

감독 A는 개인적으로 <조커>는 맘에 들지 않았다 한다. 분명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엄청나긴 했지만, 영화가 지닌 큰 단점은 자신들이 지닌 철학적 깊이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 치명적인 이유라고. 또한, 괜찮은 영화지만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밝혔다.

반면 배우 B는 시청을 계속 미뤄오다가 결국 봤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 놀랐다고 하는데, 코믹스 원작에 대한 편견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고찰이 느껴졌다며, 보고 난 이후에 많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오랜 시간 동안 뇌리에 박히는 그런 연기였다며 남우주연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영화 <아이리시맨> 제작 현장. 이하 사진 ⓒ 넷플릭스
4. <아이리시맨> - 작품상, 감독상(마틴 스코세이지), 각색상, 남우조연상(알 파치노, 조 페시),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의상상 등 10개 후보

감독 A는 영화가 훌륭했지만, 넷플릭스 영화라서 위신이 떨어진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넷플릭스 영화라 작품의 퀄리티에 비해 반응이 약한 것 같다고 언급하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전작 <좋은 친구들>(1990년/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조 페시가 남우조연상을 받았다)과 <카지노>(1995년/샤론 스톤만 유일하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보다 감정적이고 깊이 있는 영화라 칭찬했다. 하지만 칭찬을 뒤로 하고, 그는 <아이리시맨>이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할 예감이 든다고 했다.

배우 B는 영화가 지루하다면서 "<아이리시맨>이 마틴 스코세이지가 아닌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인정받지 못했을 거야. 너무 길고 반복적이었어. 그리고 배우들을 젊게 보이게 해주는 CG는 실패야. 아무리 얼굴의 주름을 지워도 걸음걸이는 다들 노인네였다고. <대부>(1972년)를 보고 좀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아. 캐릭터들이 어떻게 되든 신경도 안 써지는 영화였어"라고 혹평을 던졌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대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후보에 지명됐고, 작품상, 남우주연상(말론 브란도), 각색상을 받은 바 있다.
작가 C는 남우조연상이 <아이리시맨>의 조 페시에게 돌아갈 것이라 점 찍었다. 기존보다 꽤 다른 연기를 선보였고, 정말 다양한 색채의 여러 감정을 보여주는 연기를 소화했기 때문이라고. 국내에서는 <나 홀로 집에> 시리즈에 나오는 어리바리한 비니 쓴 강도 역할로 기억할 팬들이 많겠지만, 조 페시의 <아이리시맨> 속 갱 연기는 냉철하고 살벌하다.

5. 다른 영화들은?
이 외에 또 다른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에 대해서 배우 B는 가시적이고 거짓된 영화라며 혹평을 했다. 캐릭터들이 제대로 된 돈벌이도 없으면서 말도 안 되게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이 맘에 안 든다고. 반면 감독 A와 작가 C는 아담 드라이버의 흡입력 있는 연기를 극찬했다.

또한, <포드 V 페라리>는 오락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재미있었고, 교훈도 훌륭한 웰메이드 영화지만, 다른 후보작들에 비해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출처: 영화 <1917> 제작 현장. ⓒ (주)스마일이엔티
감독 A와 배우 B는 <1917>은 기술적인 측면으로 아주 훌륭한 영화지만, 메시지와 스토리가 너무 단순했다고 밝혔다. <조조 래빗>에 대해서 감독 A와 배우 B가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았다, 감독 A는 불편한 내용을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완성시켰다며 칭찬했지만, 배우 B는 주인공 꼬마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의 상상 속 친구로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가 나온다는 것을 보며 웃음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밝혔다.

마지막으로 <작은 아씨들>에 대해서 배우 B는 "연기는 형편없고, 전체적으로 영화가 이해되지 않았어. 왜 미국인 여성 역에 온통 영국인 배우들을 캐스팅했는지 모르겠고. 매번 영화에서 캐릭터들이 자기들이 가난하다는 것을 어필할 때마다 토 나왔어. 걔네가 사는 집은 아주 아름다운 2층 집에, 심지어 요리사까지 있다고!"라며 최후의 일갈을 날렸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한 '더 할리우드 리포터' 측은 둘째 '조 마치'를 맡은 시얼샤 로넌은 아일랜드계 '미국' 배우이며, 막내 '베스 마치'를 연기한 엘리자 스캔런은 '호주' 출신 배우라는 정정글을 함께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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