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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은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한 거장 감독, 이유는?

[할리우드 이슈 알려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마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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퀭함
글 : 박세준 에디터

<택시 드라이버>(1976년), <갱스 오브 뉴욕>(2002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년) 등으로 이미 오래전 거장 반열에 올라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자타공인 세계 최대의 팬덤을 보유한 '마블'에 정면으로 비판을 가했다.

지난 10월, '엠파이어지'와의 인터뷰에서 "마블 영화는 영화(시네마)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화두가 되었는데, 그 발언의 강도가 강하다 보니 국내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도 상당한 비판과 공감을 동시에 얻고 있는 실정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비판은 한 번의 실수나 감정적 말장난이 아닌듯하다. 그는 지난 '2019 BFI 런던 영화제'에서 가진 <아이리시맨>(2019년) 기자회견을 통해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다. 다른 무언가다(It's not cinema, it’s something else)"라며, "우리는 그런 영화들에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We shouldn’t be invaded by it)"라고까지 했다.

이쯤 되면 작정하고 칼을 든 수준이다. 언론과 대중이 이와 관련된 해석과 의견을 쏟아내자 그는 지난 11월 4일, 또다시 '뉴욕타임스'에 의견을 게재했다. 과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비판은 정당하고, 마블 영화는 영화로서 가치가 있을까?

출처영화 <셔터 아일랜드> 촬영장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왼쪽)에게 디렉션 중인 마틴 스콜세지(오른쪽) 감독.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여기에 정답은 없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거장으로서 자기 생각을 언론과 대중에 피력한 것에 불과하고, 대중 역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마블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영화가 '시네마'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고 했다고 해서 디즈니가 마블 영화를 제작하지 않을 구속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간 대중으로 통칭하여지는 많은 영화 팬들, 즉 '우리는' 이쯤에서 프랜차이즈 영화를 아무 고민 없이 소비해도 되는가에 대해 돌아볼 필요는 있다. 바로 마틴 스콜세지의 경고와 함께 말이다.

마틴 스콜세지는 197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감독이다. 할리우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 노장 감독은 어쩌면 바뀌어버린 영화 제작 세태에 절망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가 한창 활동하던 시기, 할리우드의 많은 대형 스튜디오들은 중소규모 영화와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을 위해 기꺼이 투자하곤 했다.

어느 정도 성공한 거장 감독들에겐 영화 제작의 기회가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마블을 비롯한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박스오피스를 차지하고, 관객의 기호가 양극화되면서 점차 암울해졌다.

출처영화 <디파티드> 촬영장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운데), 맷 데이먼(오른쪽)에게 디렉션 중인 마틴 스콜세지(왼쪽) 감독. 이하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마틴 스콜세지의 신작 <아이리시맨> 역시 '파라마운트'가 아닌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맡았다. 이유인즉, 그의 전작인 <사일런스>(2016년)의 실패가 그 단초로 보이는데, 이에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많은 창작자가 여러 상황을 겪게 될 때 자유에 대한 갈망에 있어서 하나의 초이스는 될 수 있지 싶다. 거장 감독조차도 말이다"라며 거장들의 '넷플릭스 행'이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야기했다.

당시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6년) 역시 넷플릭스의 투자로 제작, 배급됐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비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여지도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전문(Martin Scorsese: I Said Marvel Movies Aren’t Cinema. Let Me Explain.)에 따르면, 그는 프랜차이즈 영화들로 인해 생성되는 영화계 '획일성'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자랄 때 느꼈던 영화에 대한 감정들과 마블 유니버스의 개념은 지구와 알파 센터우리 거리만큼 멀다(I grew up when I did and I developed a sense of movies that was as far from the Marvel universe as we on Earth are from Alpha Centauri)." 그가 주장하는 ‘지구와 센터우리 사이의 거리’란 뭘까?

출처영화 <사일런스> 촬영장에서 앤드류 가필드(오른쪽)에게 디렉션 중인 마틴 스콜세지(왼쪽) 감독. 사진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글에서 그가 주장하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반대편에 위치한 감독들은 폴 토마스 앤더슨, 클레어 드니, 스파이크 리, 아리 에스터, 캐서린 비글로우, 웨스 앤더슨 정도다. 모두 하나같이 실험적인 주제를 형용할 수 없는 완성도와 작품성으로 영화화하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다.

이들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역시 다양성과 인문학적 감성이다. 철저한 전략에 따라 "아무 위험도 짊어지지 않는(nothing is at risk)" 마블 영화와는 달리, 늘 새로운 도전과 모험, 그리고 실험을 자행하는 그들로부터 마틴 스콜세지는 감정적, 심리적 경험을 전이 받는다고 느끼는 듯하다.

마블을 비롯한 일련의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엄청난 기술력과 그래픽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대개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적당한 볼거리와 감동, 그리고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유머 코드를 최고의 비율로 혼합해 일종의 '레토르트 영화'를 만들어낸다.

출처영화 <디파티드> 촬영장에서 잭 니콜슨(왼쪽)에게 디렉션 중인 마틴 스콜세지(오른쪽) 감독.

간편하고 맛있는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관객들로 인해 가볍게 소비되고, 영화 산업의 큰 축을 형성한다. 이 일련의 시리즈는 관객들이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비판을 가하게 하기보다 그저 다음 작품이 나오기를 바라는 어린아이로 만들어버린다. 마틴 스콜세지가 나열한 몇몇 감독과 프랜차이즈 영화의 거리는 바로 이 다양성과 획일성의 차이다.

이에 대해 반박하는 의견은 콘텐츠의 변화다. 우선 가격이다. 영화표는 과거처럼 저렴하지 않다. 2시간 남짓 극장에서 스토리 위주의 영화를 연인이나 친구와 즐기다 나오던 시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형태의 영화가 다양한 가격으로 제공되면서 일종의 빈부의 격차도 생겼다. 더 비싼 값을 주면 더 화려한 볼거리와 체험이 가능하다.

출처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표지 및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사들이 언제까지 이야기의 다양성만을 추구할 순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대형 제작사들은 돈이 될만한 콘텐츠를 찾고, 그 중심에 마블과 디즈니가 있는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대박을 터트렸고, 그로 인해 기존의 영화 제작 시스템에 균열이 갈 정도로 변화가 생겼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한탄은 마치 꺼져가는 불을 아쉬워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년) 속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의 마지막 대사를 연상케 한다. '톰 벨'은 영화에서 전통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보수주의자의 전형인데, 결국 자신의 무기력함을 깨닫고 아내에게 꿈속에서 봤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지키고자 했던 불을 이야기한다.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계 보수주의자다. 그에게 시네마적 가치는 어쩌면 감독이 지켜야 할 절대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발언이 경종을 울리는 시대의 경고인지, 늙은 감독의 한낱 한숨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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